나우 유 씨 미 (Now You See Me, 2013) 영화

“나우 유 씨 미”는 화려한 마술과 마술사를 소재로 하는 일종의 범죄극이라는 사실만 알고, 아무것도 모른채 극장 안에 들어가 구경하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면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빠른 속도로 번쩍 거리면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마치 광고나 요란한 예고편 소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여러가지 마술들, 그 마술이 휘몰아 나가는 사건들의 박자가 신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 호기심을 이끌어 가다보면, 맨 마지막에는 단지 “장난”일 뿐인 마술이 아니라,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잔치라도 되는 것처럼 점점 일이 커지는 분위기로 끌고 나가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터)

이 영화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실제 요즘 유행하는 빠르고 즐거운 마술쇼에서 쓰는 것 같은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들을 퍼부어 대면서, 내달리는 속도로 빠르게 화면을 끊어 치며 현란한 마술쇼 장면들을 보여 주고, 이 장면들을 번쩍 거리는 빛들과 감탄한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몰아 대는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영화가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네 명의 말 탄 자”들이 결성 되고, 이 네 사람이 첫번째 쇼를 보여 주고, FBI와 엮였다가 끝내는 부분, 그러니까 대충 영화 전체의 삼분의 일쯤 되는 부분까지, 이 영화는 무척 맹렬히 내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새 마술의 주류가 되어 버린 듯한 “스트리트 매직”을 하는 인기 마술사, 탈출 마술쇼를 하는 여자 마술사, 최면술과 독심술로 재간을 부리는 멘탈리스트, 아직은 반쯤 날건달 비슷한 아마추어 마술사, 네 사람의 면면을 소개하면서, 네 사람의 특징에 맞는 마술들을 보여 줍니다. 이 마술들은 진짜 마술쇼의 중계가 아니라, 그야 말로 짜고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마술의 표현들은 좀 더 요란하고, 거침 없이 환상적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나름대로의 리듬 강약을 두고 빈틈없이 날렵한 속도로, 요란한 광고 장면처럼 짧디 짧은 화면 속에서 쏟아져 지나 가고 있었습니다.

음악에 맞춰서 펼쳐지는 이 내용들은 환상적인 내용이면서도, 뛰어난 마술사라면 그 정도는 할 수도 있어 보일것처럼 꽤 그럴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거기에 맞춰서 설렁설렁 즐기고 지나갈만한 농담거리도 뿌려져 있어서 느긋하게 쿵작작거리는 쇼를 구경하는 느낌으로 따라가기가 재밌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 초반부를 빛내는 라스베가스의 첫번째 마술쇼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었습니다. 마술의 내용 자체가 정말 불가능 해 보일만큼 놀라운 것이기도 하고, 관객 중에 참여할 사람을 고르고,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도록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게 무대 위에서 긴장감을 높이며 뜸들이는 느낌도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단계 한 단계 점점 더 놀라운 장면으로 나아 가다가, 맨 마지막 마술의 결말로 터뜨리는 화려한 피날레가 확실히 보기 좋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틈을 두지 않고 바로 뒤이어지는 FBI와의 대결 장면도 이 여운과 환상적인 느낌을 부채질하는 느낌이어서 더 재밌었습니다.


(네 명의 말 탄 자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네 명의 말 탄 자들”이 결성된 이후 보여 주었던 이 첫번째 쇼가 굉장히 훌륭했기 때문에, 두번째 쇼나 세번째 쇼는 재미가 약간은 떨어져 보였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이 마술사들이 벌이는 세 번의 마술 잔치에 따라서 대체로 3막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라스베가스에서 마술을 부리는 1막이 가장 화려하고 시선을 사로 잡으며, 뉴올리언스에서 마술쇼를 펼치는 2막은 전체 줄거리 전개에는 여러 모로 큰 역할을 하지만 1막에 비하면 시각적인 화려함은 훨씬 적었습니다. 뉴욕에서 마술쇼를 펼치는 3막은 그냥 범죄물로서 괴도 뤼팽 같은 멋 부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정도이지, 사실 무슨 마술쇼를 한다고 하기에는 별 보여 주는 것이 적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앞뒤에 배치된 주변 인물들의 대사와, 뉴스 취재를 나온 방송들의 모습들, 마지막 마술쇼가 벌어지는 곳을 돌아 다니는 헬리콥터들이나 운집한 군중들의 모습 때문에 마지막 마술쇼 자체에 어떤 거대한 잔치가 벌어질 거라는 조마조마하고 대단한 느낌이 사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처음 보다는 소재가 줄어 가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연출을 잘 엮은 힘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등장 인물들을 하필이면 기독교에서 종말에 대한 예언을 다루는 요한계시록의 가장 상징적인 등장인물인 “네 명의 말 탄 자들”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이런 대파국이 올 것 같은 대단한 느낌을 살리는 데 처음부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니까, 어찌되었건, 마술사 네 명이서 쇼 한 번 하는 것이지만, 너무 인기가 많아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는 느낌 때문에 다들 난리인 느낌은 살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케인)

다 끝나고 보면, 첫번째 마술쇼에 비해, 두번째, 세번째가 덜 화려한 느낌이라는 점을 빼고 보면, 워낙에 신비한 것, 놀라운 전환을 보여 주려고 했던 까닭에, 줄거리에서 조금 무리를 한 느낌이 드는 대목도 군데군데 밟힙니다. 예를 들어서, 이 이야기를 따라 가면, 마이클 케인이 맡은 주인공들의 후원자는 왜 돈 많은 금융권의 부자 영감님인데 왜 굳이 마술사들과 한 패로 어울려 다니면서 쇼에 얼굴까지 직접 비치는 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몽준 의원 같은 사람은 한 때 축구 관련 단체의 우두머리로 있으면서 TV에 얼굴 비추고 가끔 공도 차고 그랬는데, 그 양반이야 정치하려고 얼굴 알리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다들 여기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케인이 왜 저러고 사는지, 처음에야 신비로운 수수께끼라는 듯이 가린다지만, 끝까지 봐도 이유가 산뜻하게 나오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마술사들의 적으로 나오는 모건 프리맨이 당하는 공격도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절대로 맞설 수 없는 최악의 공격이라는 식으로 묘사가 되어 있는데, 막상 따져 보면, 그 동안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온갖 놀라운 재주들과 화려한 속임수들에 비하면, 모건 프리맨에게 가하는 공격은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한 수법 입니다. 찹쌀떡은 자기가 훔쳐 먹은 뒤에 옆집 길동이 입 옆에 가루 묻혀 두고, “찹쌀떡 길동이가 먹었대요!”하고 이르는 정도인데, 이게 무슨 절대 헤어나지 못할 엄청난 최후의 공격 수법이라는 식으로 묘사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별로 화끈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솜씨 좋은 변호사 한 두 명이면 헤어 나올 수 있는 공격아니었겠습니까.


(탈출 속임수)

마술사는 직업적으로 착각과 속임수를 고안해 내기 때문에, 마술사들과 탐정들이 대결하는 이야기들은 추리물이나 범죄물 시리즈에서는 꼭꼭 한 번씩 나오는 편입니다. “형사 콜롬보” 에피소드 중에는 “Now You See Him”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고, 일본 TV시리즈 중에는 아예 초능력자/마법사를 자칭하는 무리들과 추리 대결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트릭” 같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만큼, 이런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복잡하고 환상적으로 꾸며 놓은 사건이라면, 그 진상이 밝혀 지고, 숨겨진 사건이 드러날 때 그만큼 나타나는 사실도 더 통쾌하고 더 깔끔했다면, 그만큼 더 여운도 오래 가고 감상도 깊게 새겨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잘 꾸몄다면, 훌륭한 반전이 있는 영화들을 보고 놀랐을 때 하게 되는 것처럼,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복선들을 살펴보고 복기하는 재미까지 살아 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지금 이 영화는 그 정도로 정교하고, 통쾌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뭐, 영화니까 대충 이해해 주지 뭐”하면서 이 영화 자체가 그냥 한 번 박수치며 즐기고 지나가는 쇼라는 느낌으로 넘어 가는 정도였습니다.

초반 1/3을 지나고 나면, 영화의 시점이 FBI 수사관 쪽으로 옮겨 가기 때문에, 마술사들에 대해서는 묘사가 좀 더 줄어들게 됩니다. 신비한 면을 살리는 것은 좋았지만, 대신에 개성이 있는 마술사 네 명의 재미난 모습을 살리는 면은 약해졌다고 생각 합니다. “도둑들” 같은 영화에서 보여 주는 도둑질 수법은 좀 허망할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지만, 대신에 “도둑들”을 구성하는 도둑들의 면면과 배우 각각의 스타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재미는 이 영화 “나우 유 씨 미”보다 훨씬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마술쇼가 더 재미났던 대신에, 마술사들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는 것은 중반 이후로 확 사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꼽자면, 나이를 잊은 모습으로 사기꾼 같은 멘탈리스트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의 연기는 깨끗했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출연 분량이 많은 배우는 FBI 수사관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였는데,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는 인물로 나와서, 발로 달리고 땀을 흘리는 충직한 수사관을 연기하면서, 마술에 놀라고, 속으면 분개하는 모습을, 관객들의 심정처럼 잘 펼쳐 보여주어서 영화에서 제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번쩍거리는 초장의 화려하고 빠른 맛이 신나는 영화였던 만큼, 음악도 잘 맞아 들게 듣기 좋았고, 화면 전환과 감상에 걸맞게 녹음도 역동적으로 잘 되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음악에 맞춰서 춤추듯이 지나가는 화면들을 속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만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영화 중반, 후반에 잠깐 씩,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마술사들의 비밀 단체로, “디 아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그런데 현대적이고 명랑하며, 기본적으로는 신나는 젊은이들의 장난 같은 경쾌한 영화에 이런 중세의 신비주의, 엄숙한 음모론 비밀 결사가 엮여 드는 것은 별로 잘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이 단체의 활동 내력이나 이 단체와 다른 단체와의 싸움이라는 이야기로 내용을 끌어 가서 속편을 만들기 위해 끼워 넣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오션스 일레븐” 같은 좀 더 순수하고 경박한 파티 느낌으로 가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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