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버트 원더스톤 (The Incredible Burt Wonderstone, 2013) 영화

“인크레더블 버트 원더스톤”은 동네 나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한 아이가 어느날 선물로 받은 어린이용 마술 장비를 보고 빠져 드는 이야기로 시작 합니다. 그냥 어린이 마술을 하게 됩니다만, 비슷한 취향의 친구가 호응해 주면서, 둘은 단짝 친구가 되어 같이 마술 세계에 빠져 들면서 자라 납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나중에 정말로 라스베가스에서 활약하는 마술사 팀이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경력이 흔들거릴 위기에 처한 마술사 역할을 스티브 카렐에게 맡기고, 스티브 카렐의 코미디 주특기를 살려서 이 주인공 “버트 원더스톤”이 적당히 야비하고 적당히 비겁해서 야유하면서도 공감할만한 소시민적인 코미디를 하는 내용으로 펼쳐 나갑니다.


(스티브 부세미 - 스티브 카렐 - 짐 캐리)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을 잡아 낸다면, 두 친구가 자라나서 라스베가스의 마술사가 된 것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이 부분에서 두 마술사, 스티브 카렐과 스티브 부세미가 짧은 마술쇼를 하는 것을 보여 주는데 이 장면이 기가 막힙니다.

마술 자체가 화려하고 멋있게 나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마술은 그렇게 엉성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우 유 씨 미”처럼 현란할 것도 없는, 그냥 라스베가스에서 오늘 밤에도 대충 구경할 수 있을만한 전형적인 마술쇼 마술입니다. 그렇다고, 스티브 카렐이나 스티브 부세미가 무슨 놀라운 “달인” 같은 모습을 보여 주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두 사람은 그냥 보통 쇼 무대의 마술사들이 하듯이만 행동 합니다.

이 장면은 오히려 그 정반대로, 새롭고 현란하고 멋진 마술사들이 아니라, 좀 철지나고 약간 고루하고 조금 세련된 느낌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정쩡하게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장단은 잘 맞고, 그런대로 쇼 다운 쇼 구색은 매우 잘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절묘하게 “진짜 철지난 싼 느낌 난다”라는 맛이 마치 향수로 뿌린 향기처럼 휘감아 도는 듯 하게 이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스티브 카렐은 세상 흐름에 경박하게 따라가는 현대인이면서도 어째 한 박자씩 모자라서 절대 세련된 모습은 못보이는 어리숙해 보이는 코미디의 대가이고, 나름대로 선의와 열정으로 “자 다같이 해보자고!”라면서 박수를 치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순진한 웃음을 짓지만 한 구석 공감이 잘 가는 비굴한 느낌 때문에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면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뭔가 빠져 보이는 인상의 왕이라고 할만한 스티브 부세미가 거기에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데다가, 여기에 배경 음악으로는 80년대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가 들어 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 이 장면은 무슨 큰 폭소가 쏟아지는 장면이나 딱히 놀라운 구석이 있는 장면이 아닌데도, 가슴 깊숙히 남는 재미난 느낌을 줍니다. 한번 보고 나면, 저 엉성한 두 아저씨들의 율동과 그 배경으로 나오는 “아브라카다브라” 음악이 한 며칠 머릿속에서 계속 연주될 지경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의 전체 재미도 거기에서 이어져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카렐이 엉성하고 비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속보이는 면이 애달프기도 한 모습으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거기에 스티브 부세미를 비롯한 다른 조연들이 맞장구를 치거나, 관찰자 역할을 하면서 내용을 살펴 보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연예계를 다룬 많은 이야기의 틀대로, 재능 있던 젊은이로 시작해서, 한때 스타가 되었지만 권태에 쩔어 버리고 돈벌이로만 여기는 의욕 상실, 다시 밑바닥에서 순수한 열정을 돌아 보고, 마지막으로 멋지게 돌아온 모습을 보인다는 줄거리를 그냥 스탭 밟듯이 굴러 가는 것이라서,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장면장면 이어지는 자기 딴에는 멋있고 재밌는 줄 아는 스티브 카렐의 모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목소리, 웃음소리를 듣는 것이 재미였습니다.

이야기의 큰 흠을 하나만 꼽아 본다면, 악역이 재미 없었다는 것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의 구도만해도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의 악역은 무대를 벗어나서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마술을 보여주는 소위 “스트리트 매직”을 하는 마술사 입니다. 데이비드 블레인이나 크리스 앤젤 같은 실제 “스트리트 매직”을 하는 사람들이 마술사계에 굉장히 큰 새바람을 몰고 온 것을 생각한다면, 중년을 지난 라스베가스 무대 마술사인 주인공들의 상대로 이 스트리트 매직을 하는 마술사가 등장한 것은 흥미진진한 구도였다고 생각 합니다. 마술의 변천이나, 마술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 주기에도 괜찮은 소재이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이 악역 역할을 짐 캐리가 맡았는데, 그 과장된 연기로 마술을 하는 척 설치는 모습도 괜찮은 구경거리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대립되는 역할로 나온 짐 캐리와 주인공 스티브 카렐을 대결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짐 캐리가 뭔가 악역스럽게 움직여야할 것 같기는 한데, 뭘 어떻게 갖다 붙여야 악당이 될 수 있을지 딱히 수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서 짐 캐리는 별 이유 없이 그냥 욕을 말에 섞어 쓴다거나, 괜히 이유 없이 삶의 버릇처럼 추잡스러운 짓을 한다거나, 괜히 “나 나쁜 놈인 것 광고할게”라는 목적으로 비웃는 대사를 하면서 어린이를 괴롭힌다거나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두 사람의 대결이 별로 대결 같아 보이지도 않고, 짐 캐리의 악역도 그냥 악역이라고 나오니까 악역일 뿐이지, 이야기 속에서 대립하는 위치로 빨려드는 이야기를 꾸미는 느낌이 안났습니다.

이 영화에서 스티브 카렐 이야기의 중심 갈등은 닳고 닳아서 돈만 보는 의욕 잃은 마술사가 망한 뒤에 다시 순수한 열정에 눈을 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구도를 보자면야 번쩍거리는 라스베가스 무대의 마술사 스티브 카렐 보다는 길거리에서 마술을 하는 짐 캐리가 소재만 놓고 보자면 자연히 좀 더 “순수한 열정” 쪽에 가까운 모양 아니겠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야기를 조립하기에 이상해졌던 것 같습니다. 결국 영화를 끝까지 봐도, 스티브 카렐이 뭔가 멋진 것을 발견해서 짐 캐리를 무너뜨린다거나 그런 내용이 아니고, 그냥 가만히 있는데 짐 캐리 혼자 “이제 끝” 하면서 손 털어 버리면서 대충 승패를 마무리해 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내세우는 것은, 짐 캐리는 인기를 끌기 위해서 너무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소재를 동원하는 지저분한 작자이고, 스티브 카렐은 마술 자체의 꿈과 환상의 세계를 동심에 가깝게 구현해 내는 사람이라는 감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장면은 할리우드 코미디에서 상당히 관대하게 사용하는 “마약 복용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면 그냥 웃긴 것”이라는 소재로 되어 있어서, 도대체 누가 자극적인 소재이고, 누가 동심의 세계인지 잘 들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거대한 장난 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는 식으로 가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 중반이 정형화된 “열정의 회복” 이야기였다는 점, 스티브 카렐의 소시민 모습 보여주기가 영화의 가장 큰 재미거리였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나름대로 악역이 악역 역할을 할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어느 정도는 좀 더 뼈대가 있는 이야기로 가는 편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짐 캐리와 스티브 카렐)

그런 점에서 보면, 마술을 소재로 하는 만큼 마술이나 마술사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좀 더 풍부하게 영화에 끌어 들여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할 만한 소재들을 찾아 보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 이 영화에서는 사실 마술 수법이나, 라스베가스 마술사 세계의 이야기 거리들에 대해서 무슨 사연들이 나오는 것은 거의 전혀 없는 수준 입니다. 마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다양한 방면의 기술들이 있는 만큼, 요리조리 꾸미면 더 이야기를 끌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탈출마술이 주특기였던 스티브 카렐이 새로운 도전으로 평소에는 주특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카드 마술이나 공중 부양을 연마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같은 것들 말입니다.

배우들 중에는 영화의 기본 재미를 떠 받치고 있는 스티브 카렐의 비중이 압도적인 영화이지만, 곳곳에서 정확히 제 몫을 하는 스티브 부세미의 실력을 구경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스티브 부세미는 스티브 카렐의 장단을 맞춰 주는 한심한 놈으로 나올 때는 정말 웃기게 한심한 놈으로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스티브 카렐의 헛짓을 씁쓸하게 쳐다 보는 좀 더 멀쩡한 보통 사람, 관찰자로 나올 때는 그 역할도 똑똑히 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다른 모습들이 한 사람의 모습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보여 줍니다. 기본적으로 순박하고 유약한 사람 역할을 연기하면서, 스티브 부세미 다운 잊혀지지 않는 개성은 면상으로 항상 내 보이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보고 있으면 정말 스티브 카렐 친구처럼 잘 어울리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질없는 연애이야기로도 살짝 들어갈까말까하며 나오는 비중적은 조연도 있고)

다시 한 번 영화를 돌아 보자면, 과연 “아브라카다브라”를 위시한 음악도 정말 깊게 남도록 잘 꾸며진 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딴에는 멋있는 줄 아는 스티브 카렐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진짜 멋있는 거 아닌가 싶어 보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 모든 것이 희한하게 얽힌 이야기가 재미이니, 종종 꽤 감상적인 맛이 사는 대목도 있었던 만큼, 약간은 더 진지한 인물 구도도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 다시 해 봤습니다.


그 밖에...

크리스 앤젤을 욕하는 내용에 가까운 대목이 많은데, 정작 그 표현과 내용 자문 중에 크리스 앤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이 모든 것이 그냥 한 바탕 장난스러운 농담이라는 맛을 더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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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풍신 2013/09/07 10:14 # 답글

    이거 재밋게 봤어요. 진짜로 판에 박은 듯한 작품이지만, 판에 박은 스토리 대신에 잔재미를 잘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말씀하신대로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개그로 승화하는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가 굉장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짐캐리의 캐릭터의 경우는 정말 아쉬웠던게, 마지막에 말 그대로 자폭(...) 하고 스토리에서 리타이어했다는 느낌이라서...
  • 게렉터 2013/09/08 18:21 #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저는 잘 맞는 음악이 특히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 역사관심 2013/09/07 11:53 # 답글

    좋아하는 배우들 총집합이네요. 봐야겠습니다.
  • 게렉터 2013/09/08 18:22 #

    배우들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구경해 보실 만한 영화로 손색 없습니다.
  • 모에돌이 2013/09/07 17:28 # 답글

    개인적으로 최근나온 나우유캔시미랑 비교햇엇는데
    전 이 작품이 더 좋더군요. 나우유캔시미는 솔직히 좀 못만든 영화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주인공들의 비중이너무 적고 그저 마술하는 존재로만 보여지고 마술들도 억지가 심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도 허점투성이 ..
  • 게렉터 2013/09/08 18:23 #

    "나우 유 씨미"는 마술 장면을 음악과 조명에 맞춰서 신나게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게 초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별로 안 먹히면 나머지는 말씀하신대로 줄거리 헛점이나 갈수록 텅비는 마술때문에 맥빠지기도 쉽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두 영화다 재밌게 본 편입니다.
  • LONG10 2013/09/07 23:51 # 답글

    철지난 싼 느낌이라고 하시니 떠오른게 인디 음악가 기린이네요.
    앨범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음악까지 80년대 후반 댄스가요 느낌을 제대로 살려서 낡아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지난 느낌이 강한 가수죠.(물론 의도적으로)

    그럼 이만......
  • 게렉터 2013/09/08 18:23 #

    방향이 조금 다르긴 한데, 그런 철지난 느낌으로 비슷하게 가는 흥취는 비슷한데가 있었습니다.
  • 데니스 2014/02/14 12:41 # 답글

    마지막에 전관객 마취 시킨후 개개인 태그 붙인후 트럭에 짐짝처럼 던져놓고 장소 이동후 전부 제자리에 앉힌후 깨우는걸 보면 쇼킹... ㅋㅋㅋ
  • 게렉터 2014/02/26 20:43 #

    마술 트릭치고는 재미 없고, 웃기려고 하기에는 앞뒤 분위기에 잘 안맞아서, 더 기대했었는데 아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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