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 영화

“카운슬러”는 주인공에게 닥치는 줄거리만 요약해서 이야기하면 매우 짧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는 영화였습니다. 잘 사는 축에 속하는 변호사인 주인공이 마약 밀매업에 손을 댔다가 일이 꼬이면서 괴로워지는 내용인 것입니다. 주인공 주변에는 한 번 꼬여 있는 속임수도 있고, 정체 불명의 악당들에 대한 배경 설명도 꽤 나오는 편 입니다만, 어쨌거나 그 비중은 주인공의 경험과 감정에 비해서 더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사연만 보면 간단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짧은 사연에 여러 다른 이야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으로 내용을 꾸며서 꽤 긴 상영시간을 채워 놓았습니다. 그 덕택에 상당히 종잡을 수 없는 모양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포스터: 역대 최고? 스릴러??)

크게 보자면, 이 영화에는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마약 밀매에 손 댔다가 피 보는 주인공의 이야기 입니다. 두번째는 마약이 어떻게 실려서 운반 되어 오고 유통되는 지, 그 경로 주변의 모습을 마약의 시점에서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주인공의 이야기는 비교적 사실적이고 쓸쓸하며, 주인공의 욕망과 공포, 후회와 피폐함을 보여 주는 쪽이라고 할만합니다. 두번째 마약 이야기는 마약 밀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어이없고 풍자적인 광경들을 다루면서, 어느 정도 웃긴 분위기를 깔고 흘러 가는 어두운 코미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이 주연)

이렇게 조합 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나마 뼈대는 튼튼하다고 할 만하겠습니다만, 막상 영화를 보니 사실 그렇게 산뜻하게 정리되는 모양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일단, 첫번째 이야기가 사실적이고 쓸쓸하다고 했지만 상영 시간으로만 따지면 이 첫번째 줄기, 주인공의 사연을 둘러싼 내용 속에서도 다양한 “재미거리” 대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비슷한 것을 따지자면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 같은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이 줄거리 본론과 거의 아무 관련 없는 웃긴 잡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것이 생각날만 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 주인공이 마약 밀매에 손 대 보겠다고 말 거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주변 사연으로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그 중에는 브래드 피트가 껄렁하게 중얼중얼하는 것처럼, 정말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의 잡담 장면 같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말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마돈나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과 이 영화에서 카메론 디아즈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꽤 많은 각도에서 비슷한 면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의 잡담들이 그렇게 재밌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잡담 자체가 좀 덜 재밌기도 했습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노래 가사에 대한 헛소리를 주섬주섬 주워 섬기는 장면에서 거기에 모여 있는 배우들이 각자 개인기스러운 자연스러운 연기로 대사를 읊어 대며 꾸며 내는 유명한 장면에 비하면, 이 영화의 카메론 디아즈와 자동차 장면은 회상 장면 형태로 보여 주는 것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박자 감각이랄까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 성격에 각각 엮여 드는 맛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더 재미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잠깐 잠깐씩은 재미난 연인)

보다 더 큰 특징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이 “잡담”들 중에 이렇게 웃긴 이야기, 풍자적인 사연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는 웃기게, 재미나게 흥겹게 헛소리를 하고 넘어 가는 말들 이상으로, 괴상하게 긴 설교나 시를 읊는 것 같은 비유적인 설명을 중얼중얼 늘어 놓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것들 역시 이야기 본론과는 거의 상관 없는 곁장식, 꾸미기에 가까운 내용들입니다. 초장에 다이아몬드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부터, 치타가 달리는 것을 구경하면서 중얼거리는 말들도 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특히나 손에 꼽을만한 것은 이야기의 절정 즈음에 나오는 주인공에게 충고를 해주며 전화 통화를 하는 현지 전문가의 대사인데, 이 양반은 무슨 자기 계발서 180페이지에서 190페이지 즈음에 나올 법한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인생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길게 길게 계속 말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잡담들이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면이 분명히 있기는 했습니다. 마약 밀매에 손대다가 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화끈한 싸움 장면이나 짜릿한 수수께끼 풀이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황량하고 황폐한 망한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 속에 붕 떠 있는 이 여러 종류의 잡담들은 이 이야기 속의 쓸쓸하고 피폐한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게 운치를 잡아 주는 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대로 하나하나 잘 뜯어 맞춰 보면, 사람의 욕망이나, 죄악, 사회의 어둠에 대해서 나름대로 중요한 복선이 되거나 반대로 결정적인 지적이 되는 대사들이 들어 있는 부분도 있기도 했습니다.


(조연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모든 내용들이 재밌고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고 하기에는, 역시 저는 아쉬운 점이 더 크다고 느꼈ㄴ습니다. 정말 재밌게 봤다고 하기에는, 이런 곁가지 이야기, 잡담들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풍자적인 내용에 같이 어울리며 잘 맞아 들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다양한 분위기의 대사들을 풀어 놓는 곁다리 이야기들을 늘어 놓느라, 주인공이 겪는 핵심 사연들이 흐릿해지고 너무 대충 대충 표현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꽤 컸다고 생각 합니다. 주인공의 동기, 악당의 수법, 주인공이 일이 꼬이게 된 계기, 반전, 같은 중요한 사연들을 묘사해 주는 것이 선명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렴풋이 “누가 누구를 속였고, 누구는 뛰는 놈이고 누구는 나는 놈이구나” 대충 짐작은 해볼만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꼬인 관점으로 보자면 또 여러 인물들이 꼬여 있는 갈등이기도 한 이야기를 풀어 내기에는 중심 줄거리에 안배 해 놓은 부분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마당에 맨 마지막 결말 장면 조차도 장중한 힘이 있다거나, 주인공이 어떤 강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연이 적당히 또다른 “곁다리 대사”를 하는 것으로 끝내고 있으니, 결말이 허한 느낌은 꽤 심할 정도였다고 생각 합니다.


(카메론 디아즈)

결국 “마약 밀매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전해 주는 교훈적인 홍보 영화라는 정도로 보면서, 황량해져만 가는 주인공의 사연을 여러 잡다한 대사들을 이리저리 구경해 보며 분위기에 젖는 것이 재미인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런만큼 각 등장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 배역의 개성을 발산하는 배우들의 분위기를 구경하는 것은 볼만한 데가 있는 편입니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범죄 동료들은 딱 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제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울리고 생동감 있고 서로 장단이 잘 맞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진짜 같아 보이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작은 흥이 되어 주는 곁다리 잡담 대사들도 즐겁게 잘 살려 주절거리는 재주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면담하는 아주머니 범죄자 같은 잠깐 등장하는 배우 조차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배역의 역할이 약간 괴상해서 카메론 디아즈가 맡은 역할이 좀 종잡을 수 없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 조차도, “카메론 디아즈가 이런 역할을 이렇게도 하는구나”하면서 구경한다면, 역시 구경거리는 될만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거장급이라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았고, 최고 수준의 인기 작가인 코맥 맥카시가 직접 각본을 맡았다는 점, 등장하는 배우들이 결코 소박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볼 수록, “뭔가 분명히 더 심오한 가치가 숨겨진 영화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맛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기보다는 일단 그냥 선명하고 뚜렷하게 “마약 밀매의 무서움”에 대해 보여주는 것만 해 보자는 공익 영화 같은 것을 하나 만들고, 거기에다가 덤으로 이것저것 취향대로 구미 당기는 것을 두둑하니 얹어 놓은 결과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야 또 그런 공익 영화로서의 효과만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덧글

  • 네리아리 2013/12/21 13:20 # 답글

    공익 영화도 잘 만들면 또 괜찮게 보일수 있지요. -3-;;;
  • 게렉터 2013/12/25 19:32 #

    그래도 몇몇 무시무시한 장면이나, 감정표현이 살아서, "마약밀매에는 함부로 손대지 맙시다"라는 교훈만은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남기는 했다고 느꼈습니다.
  • 동사서독 2013/12/21 20:27 # 답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대작 걸작 중박 졸작 대작 걸작 이런 식으로 들쭉날쭉한 감독이라서 ^^;;
  • 게렉터 2013/12/25 19:32 #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만들다가 일정부분은 그냥 확 포기한 듯한 그런 느낌도 좀 들었습니다.
  • Uglycat 2013/12/22 01:39 # 답글

    이렇게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 게렉터 2013/12/25 19:31 #

    포스터나 출연진, 제작진을 보면 어지간히 흥행영화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더 그렇게 배반감이 느껴질만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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