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집 (2007) 영화

“검은집”의 주인공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편인 보험회사 직원입니다. 이 주인공은 자살한 것 같은 시체를 발견한 것 같은데, 자살이 아니라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살해가 아닌가 의심 합니다. 주인공이 이리저리 조사를 하는 가운데,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무서운 이야기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으로 영화는 흘러 갑니다.


(포스터)

이 영화가 재미 있는 부분들은 잘못하면 저런 악마 같은 사람이 나를 덮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느낌이 사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악당은 귀신도 아니고, 엄청난 능력을 가진 천재 범죄자도 아닙니다. 그냥 정신병적으로 죄책감이 없을 뿐인 사이코패스로, 실제로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있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런 사람들과 잘못 엮이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새로 이사 온 동네의 옆집에 그 사이코패스가 살고 있는지, 오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사이코패스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영화는,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에게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 가고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이 집요하게 다가 온다는 느낌을 살리는 부분들이 눈에 잘 들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보험회사 직원인데,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보험금 달라고 매일 왕복 세 시간 거리를 와서 하루도 빠짐 없이 “보험금 달라”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본다면, 저게 무슨 미친놈인지 섬찟하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도,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는 이 사회에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니까 무섭지롱?”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그런 평범한 생활 속에 다가오는 현실적인 무서움이라는 부분에 비중을 충분히 할애하지는 않은 영화였습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무섭게 공격하는 장면을 공포영화 속의 귀신이나 괴물처럼 보여 주는 식으로 연출하는 것을 오히려 더 중요한 장면으로 잡아 놓은 영화였습니다.


(직장인)

더 재미가 없어진 대목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 영화에서 악당을 꼭 터미네이터 1탄의 터미네이터처럼 연출했다는 것입니다. 한쪽 눈이 벌겋게 되어, 무표정한 사람이 천천히 주인공을 향해 다가 오고, 남녀 주인공들은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 악당은 불사신처럼 잘 죽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보면 정말 터미네이터 흉내 내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악당은 아놀드 슈월츠제네거 모습의 로봇이 아니라, 사이코 패스인것만 빼면, 그냥 보통 사람인 것이 특징인 인물이라서 이런 식으로 추격전을 펼치는 것이 아주 어색하고 가짜 같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바동거리고 날뛰는 진짜 보통 사람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훨씬 이야기가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 후반분에 악당이 독이 올라 날뛰면서 벽장에 숨은 주인공을 향해서 닿지도 않는 칼날을 애를 쓰면서 찔러 넣으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보통 사람 같은 한계와 섞여 있는 장면이, 지옥에서 온 괴물이라도 되는 양 터미네이터 흉내를 내며 천천히(왜 팔동작이나 고개짓까지 천천히 움직이는 건지?) 분위기 잡고 다니는 것 보다 훨씬 무섭고, 어울리고, 화려해 보였습니다.

이야기 줄거리와 범죄자의 정체가 “보통 사람들 속에 섞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으로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평이한 수준의 영화였습니다. 내용을 알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이 만들어져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확 관객들을 빨아들인다거나, 짜릿한 내용으로 궁금해서 못견디게 만든다거나 하는 대목은 별로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결투를 또 비가 줄줄 내리는 밤에 악당과 주인공이 일대일로 이리저리 뒹굴면서 하고, 악당은 또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한다는 것은 너무 영화에서만 맨날 나오는 이야기 같아서, 약간 고루해 보이는 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는 남녀)

그렇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들, 끔직한 이야기 거리들을 과하지 않게, 차분하게, 이야기 중간 중간에 적절한 리듬으로 섞어 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가 없어지지는 않게 이야기를 계속 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황정민의 연기가 좋아 보였다는 점은 이 영화에서는 짚어 볼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억지를 써야 하는 대사도 있었는데, 상당히 그럴듯하게 부드럽게 받아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그 밖에...

보험금을 노리고 사람을 죽여 버리는 무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 속의 이야기 보다 실제 우리나라에 있었던 사건들 중에 기획기사나 TV를 통해 알려진 이야기들이 여러 모로 훨씬 더 다채롭고 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 이야기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이야기라면, 영화 제작진을 혹하게 할만큼 소설에 치밀한 내용, 강렬한 개성이 있는 경우를 흔히 기대합니다만, 이 영화는 그런 쪽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난한 쪽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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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카 2014/01/01 10:50 # 답글

    원작소설을 먼저 읽고 기대심에 이 영화를 봤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본래 소설이란게 읽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게 다르긴 하지만
    감독이나 배우가 원작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싶더군요. 여주인공과 사건의 의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극의 긴장감도 떨어졌구요.
  • 게렉터 2014/01/02 20:20 #

    이 영화에서 악당은 막판에 결투할 때는 별 개성 없는 터미네이터1탄 터미네이터 흉내로 그쳤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특성이 사는 느낌은 확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그림동화 2014/01/02 17:45 # 답글

    저는 예전에 개봉했을때 심야영화로 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무섭고 섬찟하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나름 공포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도요..) 아무도 없는 황정민 집에 들어가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대사내용이 대충 왜 그냥 살게 내버려두지 남에 삶에 끼어들어서 방해하냐.. 라는 식의 대사였던것 같은데.. 왠지 그 대사에서는 사이코패스가 나름(?) 조용히 살고 있는데, 그 삶을 헤집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황정민을 원망하는 대사였는데.. 전 꽤나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 게렉터 2014/01/02 20:21 #

    말씀하신 부분처럼, 저도 황정민, 평범한 사람의 집에 별것 아닌 이유로 치고 들어 온다는 그 현실과 와닿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 편이었습니다. 그에 비해서는 본격적으로 대결하는 부분은 심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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