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2005) 영화

“오로라 공주”는 주인공 엄정화가 연쇄 살인을 하면서 싸돌아 다니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엄정화가 사람을 어떻게 죽이고 다니는 지, 그 공포영화스러운 묘사가 한 가지 이야기 거리가 되고, 나머지 한 가지는 도대체 엄정화가 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를 밝혀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포스터)

일단 이 영화를 지켜 보는 호기심을 유지해 주는, “도대체 살인마가 살인을 하는 동기는 뭔가?” 하는 점 부터 살펴 보자면, 일단 밝혀지는 사연은 딱 평균적인 것입니다. 아주 어처구니 없지도 않고, 반대로 기막힌 반전도 아닙니다. 이렇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죽이는데”라는 식의 살인 희생자들이 나오는 이야기에서 가장 흔하게 나올 만한 이야기가 동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적당히 복선도 쓰고, 약간 값싸 보이는 회상장면도 써 가면서, 영화를 진행하는 동안 서서히 그 동기로 조금씩 영화를 접근시켜 나갑니다. 악당을 추적하는 형사들도 바로 그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따라 갑니다. 그 동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물 관계에 대한 반전 비슷한 것도 중간에 한 번 나옵니다.

그래서, 막판이 되면 다소간 구구한 회상 장면으로 “동기”를 설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영화의 구성이 못나보일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이 영화 마지막에는 공포 영화에서는 언젠가부터 꼭 나오게 된 “아직 살인은 끝나지 않았어. 무섭지?” 하는 짧은 덧붙임 장면 식으로 마지막 사연이 하나 붙어 있는데, 이 장면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동기”와 딱 맞아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공포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고, 범죄물, 추리물에 좀 더 가까운데, 이런 마지막 부분은 거대한 대형 반전은 아닐지라도, 이야기 전체의 가치를 높여 주고 일관성의 힘을 확 살려 주는 점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엄정화)

다른 쪽에서 이 영화를 보면, 이 영화는 연쇄살인마가 살인을 하고 다니는 이야기인데, 아쉽게도 이 부분은 평균 이하였습니다.

시작은 아주 그럴싸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엄정화의 첫번째 살인 장면은 상당히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좋아 보이는 백화점의 깨끗한 하얀 화장실에서, 좋은 옷을 차려 입은 아름다운 여자와 역시 좋은 옷을 입은 귀여운 아이가 나오는데, 이런 정갈한 공간에서 선명하게 대조되는 빨간 피를 뿌려 대는 살인 장면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짧은 장면이지만, 선악의 표현이나, 조용함과 폭력의 대비도 센 편이고, 살인마인 엄정화는 거의 아무 대사도 안하고, 별 표정변화도 안 보여주지만, 인상도 강하게 남겼습니다. 정말 무슨 환상 속에서 튀어 나온 무슨 공주라도 되는 거서럼, 하늘에서, 또는 지옥에서 갑자기 악몽속에서 튀어 나온 신비한 사람이, 도시에 존재감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백화점 화장실에 같이 어울려 나오는 모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첫번째 살인 장면만 놓고 보면, 옛날 70년대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들에서 보여 주던 칼질 장면들이나,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을 맡은 영화들 중에 유명한 것으로 꼽히는 영화들의 장면과 비슷한 느낌도 나는, 흥미도 끌고, 내용도 강하고, 운치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백화점에서)

그렇지만, 나머지 사건들은 그보다 훨씬 못했습니다.

살인자인 엄정화가 오락가락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는 살인을 하기는 하지만, 그냥 보통 아줌마인 것처럼 나오고, 그런 보통 사람으로서의 감정과 심리를 강조하는 장면들도 몇 번 나옵니다. 영화 속의 살인 수법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 할만한 수법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칼질을 할 때는 이상하게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악마 같은 천재 살인마, 괴물”인척 하는 것처럼 돌변할 때도 많았습니다.

“나를 잡아봐. 머리를 쓰면 잡을 수 있을거야.”라는 식으로 경찰을 도발하는 것 같은 배트맨 같은 만화 속 악당이 할만한 대사를 하기도 하다가, 갑자기 다음 장면에서는 체력이나 능력에서 오히려 피해자들보다 떨어질 때도 많아서 역습 당할 때도 있는, 그냥 아줌마라는 면을 강조하기도 해서, 무서운 척 분위기를 잡을 때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겪을 때는 별로 공감이 안가는 느낌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범죄의 동기는, 사람의 선악이나 현대 도시 사회의 문제에 대해 다룰 때 워낙에 많이 다루는 이야기 거리가 되어서, 다소간 지루한 면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런 만큼, 사람의 마음과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 거리로 끌고 갈 수 있는 내용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래서 그런 소재나 주제를 다루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매우 멋져질 것이라고, 소재를, 주제를 좀 과대 평가했다는 짐작을 한 번 해 봅니다.

뭐 그렇습니다만, 지금 영화는 그런 내용을 주제로 살리는데, 대강대강 막아 나가는 수준 정도였습니다. 다만 거기에 더해서 결말의 구성은 썩 좋은 편이어서 전체가 좀 더 나아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장면장면들의 세부 표현을 더 다채롭고 화려하게 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무게를 실었다면 엄정화의 활약이 더 재밌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밖에...

사회 풍자적으로, 사회 비판적으로 가야한다는 의무감이 살아서, “억지로 풍자를 하려는 대사”들이 좀 과하게 가짜 같이 박힌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하는 점원은 너무 놀리려고만 끼워 넣은 것처럼 보여서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오로라 공주”가 어린이의 공상적인 동심의 상징으로 나옵니다. 아마 “별나라 손오공”(일본어 원제: SF서유기 스타징가,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을 마음 속 깊이 보던 세대들이 이제 영화나 TV제작진에서 중요하게 활동할만한 나이가 되어서, 제작진의 추억이 그런식으로 영화에 튀어 나오게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실제 요즘 어린이들에게 더 진짜처럼 어울리는 상징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덧글

  • 김안전 2014/01/01 01:32 # 답글

    문제는 이 배경이 나름 당시 최신인데, 죽은 딸이 스타짱가를 보는 세대는 아니었단거죠. 그게 가장 큰 감독의 실수 아니었던가 합니다.
  • 게렉터 2014/01/02 20:16 #

    저 역시 공감하는 점입니다.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어야 하는 중요한 소재였는데, 겉도는 느낌으로, 진실성 있게 와닿기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 2014/01/01 10: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2 20: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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