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영화

"아메리칸 허슬"은 사기꾼들이 폼 잡고 머리 굴리는 작전을 보여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기꾼 영화입니다. 사기꾼 영화로서 줄거리는 평균 정도 되는 수준입니다만, 연출, 소품, 음악, 배우들의 연기, 대체로 밝고 빠른 영화지만 군데군데 진지한 분위기, 사이사이의 잔대사들이 볼 것이 많고 재밌어서 줄거리 이상으로 재미가 확 살아 나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포스터)

"아메리칸 허슬"에서 영화 자체에 담긴 것 외에 재미를 끄는 것들은, 이 영화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들의 위치와 명성입니다. 이 영화를 사전에 알던 것 없이 보면, "이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았다니!"하면서 놀라는 것 자체가 반전이고, 놀랄 거리이고, 재미거리가 되는 부분들이 몇 있었습니다. 재미를 더 하는 점은, 이렇게 배우들이 맡은 의외의 배역들이, 또 막상 연기 하는 것을 보면 무척 재미나게 잘 어울려 들어 맞아 보였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한다기 보다는, 평소와 다른 역할을 맡았지만 그 역할 속에서 자기 주특기를 살려내는 것이 교묘하게 맞아 드는 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그것만으로도 인물 자체를 입체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다른 영화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 절묘한 특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만 예를 들어 보자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재미난 조연으로 루이 C.K.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예로부터 서서히 인생 망해 가고 꼬여 가는 쓸쓸한 소시민의 삶의 모습에서 웃음거리를 잡아내던 코미디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FBI의 관리직 부장님이란 말입니다.

말만 보면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데, 영화로 찍어 놓은 것을 보면 이 사람의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 역할에 잘 들어 맞아서 다른 누가 하는 것 보다 잘 어울립니다. 잘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더 새롭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FBI의 부장이라고 하면, 무섭고, 날카롭고, 단단한 모습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루이 C.K.가 이 역할을 하면서, 그렇지만 FBI도 사실 그냥 공무원일 뿐이라서, 지루하게 일을 하고, 안전하게 삶을 살아 가는 것을 좋아하는 공무원 다운 모습도 있다는 이채로운 점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그냥 전형적인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면모가 자연스럽게 섞인 재미난 인물들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사기꾼)

이런 역할들을 여러 배우들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딱히 아주 좋을 것은 없어도 크게 나쁠 것 없는 사기꾼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배우 각자에게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표출 장면들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들이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것도 재미난 것이,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나,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에 나왔던 "재치있는 대사"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런 말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평범한 말들, 재치 없는 말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말들이 빠르게 나오고, 배우들이 서로 막 소리를 질러대고 눈빛을 주고 받고 표정을 바꾸는 사이에, 많이 쏟아져 흐릅니다.

그러다 보니, 지어낸 "명대사" 같은 어색함은 줄어 들고, 진짜 말하는 것 같은 현장감은 늘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별것 아닌 장면들이 괜히 지켜볼만해 보이는 긴장이 팽팽하고 감정이 많은 장면들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재료들에 제대로 불을 당기는 것은, 자신감 있게 훌륭한 기술로 잡아낸 멋진 촬영과 음악이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요즘 들으면 예스러운 면도 있지만 현대적인 면이 풍부한 재즈 음악을 잘 골랐고, 역시 배경이 되는 70년대 운치가 잘 살아 나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이 분명한 유행가들을 잘 골라서, 영화 속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도록 집어 넣어 두었습니다. 대부분 무척 듣기 좋게 울려 퍼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색채를 살짝살짝 얼그러뜨리면서도, 경치, 소품, 배우의 옷차림, 얼굴, 선명한 선으로 살아 나 보이는 깨끗한 화면과 함께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햇살이 따뜻하게 쏟아지는 봄날 풍경처럼 아름답게 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내려고 과하게 화면을 뭉갰다는 느낌은 적고 오히려 날렵한 그때 패션의 옷깃들이 선명히 잘 보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거리 풍경도 어떤 때에는 채도를 낮춘 옛날 화면 같아 보이기도 하면서도, 어떤 때에는 중요한 인물들이 화려하게 치장한 알록달록한 색깔이 분명하게 보이도록 영상을 잘 꾸미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고보면, 소품과 의상도 상당히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뮌헨" 같은 영화와 비교하면 70년대스러운 의상이 그대로 잘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에 70년대 유행을 좀 과장하고 그 중에서 화려하게 눈에 들어올만한 것만 빼내 와서 2010년대에도 어울리도록 교묘하게 뽑아 내고 있었습니다. 그 조율하고 변형한 솜씨가 훌륭해서, 배우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감상해 볼만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중간의 파티 장면들에서 특히 눈에 뜨여서, 재미를 살리고 있었습니다.


(파티)

이 영화의 여러 특징들을 한 몸에 다 받고 있는 배우로는 조연급으로 출연한 제니퍼 로렌스를 꼽을만 합니다. 전체 모양새만 보면, 성격 꼬인 괴상한 악당 비슷한 사람인데 언뜻 봐서는 날렵한 제니퍼 로렌스가 안어울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과연 제니퍼 로렌스가 잘 하는 연기를 잘 살려서 더 재밌게 표현하고 있어서 볼 수록 구경거리가 되었습니다. 지켜 보면, 싫고 도망치고 싶은 인간으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 저런 인간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도 절로 들면서 역할이 더 살았다는 것입니다. 구질구질한 옷차림부터, 화려한 머리 모양까지 다양한 자태도 볼만했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아메리칸 허슬"은 사기꾼들을 이용해서 부패한 관리들을 잡는다는 FBI 작전이 점점 산으로 가는 "대소동" 분위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부패했다"라는 사건의 여러 측면을 그려내는 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줄거리 핵심이 그저 그런 대신에 나머지 부분들을 훌륭한 촬영, 음악으로 보여 주면서, 존재감 있는 여러 인물들을 다루고, 더 세상사 돌아 가는 팍팍한 진짜 같은 느낌에 가까운 진지한 느낌이 더 생겼다는 장점이 살았다고 생각 합니다. 인물들의 흑백이 교차하는 면모, 부패 사건의 여러 측면이 같이 이야기에 담기면서, 어떤 행동의 어디까지가 악한 것이고, 인간의 어떤 모습이 인간적인 것이고, 비인간적인 것인지 고민하게 끌고 나가는 맛도 살짝 풍겼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

그럴싸 하게 울려 퍼지는 블루스 배경 음악으로, 목소리 좋은 크리스찬 베일이 옛날 느와르 영화 주인공 처럼 나래이션 독백을 읊조리는 가운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웃어 넘길만한 장면들이 풍부하고 전체적으로 그래도 밝은 느낌의 영화면서도, 골치아픈 세상, 다들 욕망과 열등감에 지쳐서 돌아가는 도시에서,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가, 하는 영감을 잠깐 비춰 주는 느낌도 괜찮았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자막에서 007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한 "Live and Let Die"를 반대 표현인 "Live and let live"와 함께 번역하기를, "나만 살면 돼"와 "같이 살자"로 번역했는데, 썩 괜찮게 보였습니다. 옛날 007 영화 제목 번역은 "죽느냐 사느냐"였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