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The Monuments Men, 2013) 영화

"모뉴먼츠 맨"의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군이 유럽의 문화유산을 파괴를 막기 위해, 조사 부대를 파견한다는 내용을 다루는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이게 내용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케이트 블란쳇 등등의 비싼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지만, 내용이나 연출에 별다른 것이 없이, 그냥 "2차대전때 미군이 미술품 보호를 위해 부대를 하나 보냈다"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 끝인 소박한 교육용 자료화면 같은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심지어 특별한 극적인 사건이나, 아슬아슬한 기복, 반전도 없는 편입니다. 부대원들 중에 일부가 작전 중에 전사하기는 하고, 이런 점은 좀 의외의 일이기는 합니니다만, 이것 조차도 특별히 전체 사건에서 도드라지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은은하고 사실적인 황량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침착한 영화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모든 연출과 대사, 대화 방식이 그냥 평범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오락용 할리우드 영화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모로 내용은 어떤 재미난 사실 한 가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꾸민, "서프라이즈" 같은 재연 TV쇼 느낌 생각이 무척 많이 났습니다.

이런 점이 거의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대목은 이 영화가 조지 클루니의 발표 장면을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MBC "서프라이즈"의 신물나는 연출 방법 중에 하나가 - 너무 지겨워서 이제는 도리어 괴상하게 정답기까지도 합니다만 - 이야기를 풀어 가다가 뭔가 전환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어떤 사람이 발표회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용을 말하게 하는 장면을 넣는 것입니다.

"서프라이즈"에서 그냥 슬라이드쇼 보여 주면서 성우 나래이션으로,

"사실 히틀러는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고 한다."

라고 하면서 자료화면을 넣으면, 너무 밋밋해 보이니까 어떻게 이런 내용을 극으로 꾸며서 보여줘야 할 겁니다. 그런데, 줄거리 짜고 배우들 연기시켜서 내용 만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까, 그냥 극중 인물이 "발표회"라면서 나와서 극중 인물이 극 속에서 슬라이드쇼를 하게 만드는 수법을 쓰는 겁니다. 무척 저렴하다면 저렴한 방법인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어마어마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떼지어 나오는 내용이면서도, 그냥 그런 식으로 내용을 진행해 버리고 있었습니다.


(독일군 노획 물자도 활용하고)

그리하여, 이 영화는 대체로 "2차대전 전우회"나 유대인 단체 같은 곳에서 교육용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틀어 주는 영화나, 그런 단체에서 기부를 받은 미술관이나 관공서에서 보답으로 꾸민 홍보용 영상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였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소품과 배경 연출이 깔끔하고 산뜻하게 되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특별히 굴곡이 없는 이야기나 "미군들이 인류 문화 수호에 직접 공헌했다"는 선전을 맨 위에 올려 놓은 형식은 결국 "재미 없는 홍보 영화"와 재미난 사실 한 가지만 가지고 어떻게든 에피소드를 꾸며 내려고 하는 "서프라이즈" 에피소드 사이에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화려한 배우들도 대체로 별 역할 없이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단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와 우와" 같은 말만 생기 없게 하고 지나가는 수준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누가 맡아도 그 정도는 했을 정도로 심심하고, 조지 클루니나 맷 데이먼도 비슷한 정도였습니다. 빌 머레이나 존 굿맨은 배우의 개성이 강하다 보니 몇몇 장면에서 그 배우 다운 얼굴을 보여 주는데, 그래도 잠깐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면, 장 뒤자르댕인데,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성실히, 열심히 나돌아 다니는 모습은 전쟁터를 배경으로한 영화라서 더 선해 보이는 것이 감정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줄거리가 부족한 영화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배경으로 미군의 유럽 전선 참전 이후의 주요한 순간들을 그럭저럭 짚고 넘어 가고는 있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이런 장면을 만들려고 돈을 이렇게 썼나" 싶을 정도로 그냥 슬슬 지나가고 마는 배경인데도 나름대로 꼼꼼하게 그럴싸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파리 해방, 벌지 전투, 유대인 수용소 해방, 여기저기 바꿔 가면서 나옵니다. 음악도 상황이 비슷해서, 노래만 떼어 놓고 보면 정말 옛날 2차 대전 실록 영화에 나올 법한 행진곡 풍의 곡이 연주도 잘 되어 녹음 되어 있는데, 괴상하게 이리저리 남용 되고 있어서 별 영화에 큰 도움은 안되는 느낌입니다.


(벌지 전투)

전쟁터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에, 부상을 입은 병사가 누워서 불안한 표정으로 치료해 주는 위생병을 보고 있는데, 위생병 스스로도 겁에 질린 표정을 참으며 병사를 내려다 보는 장면이 조용히 잡혀 있는 장면 같은 것은 아주 짧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습니다. 교육용 영화 같은 전체 흐름에 사실 안 맞는 내용이고 억지로 꾸며 넣은 것 같은 부분이지만, 순간적으로 열심히 찍은 실력에 좋은 소품, 장비들의 힘이 비친 순간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막판 신파극이 강하지 않다는 점만 빼면 -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 어째 적당한 소재를 하나 잡아 내서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내려고 꾸민 한국영화 같은 느낌도 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교육적이고 홍보물스러운 방향과는 안맞지만, 이 영화의 소재라면, 사실 사람이 핑핑 죽어 나가는 전쟁터 한 복판에서 문화유산이랍시고 그림 몇 장 챙기려고 뛰어 다니는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대원들의 회의감, 허무함을 소재로 삼는 것이 훨씬 그럴듯한 줄거리 재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했다면, 기관총 세례를 막기 위해 그리스 조각상을 방패막이로 삼게 된다든가하는 재미난 장면이나 여러 가지로 쓸쓸하고 기묘한 연출도 더 많이 넣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소한 좀 더 재밌게 영화를 꾸미려면 지금 같은 교육/홍보 영화 분위기보다는 더 과감한 연출, 화려한 화면 구성 같은 걸 듬뿍 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한편으로는 교육적인 방향과는 오히려 정 반대로 옛날 "쓰리 킹즈" 같은 영화처럼 껄렁한 병사들이 전쟁통 와중에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찾기 하는 영화가 더 요란하고 재밌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봤습니다.

덧글

  • rumic71 2014/03/06 14:28 # 답글

    극장판 배달의 기수로군요...
  • 게렉터 2014/03/06 21:18 #

    전체적으로 보면 꾸밈새가 좋아서 "배달의 기수"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러시아인들에게 "선물"을 남기는 장면이랄지, 묘하게 들어가는 신파극 장면 구성 같은 것은 "배달의 기수" 생각이 충분히 날 법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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