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2014)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쉴드 조직의 대원으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쉴드 조직 내부에 뭔가 수상쩍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캡틴 아메리카와 동료들이 쫓기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출연 분량으로 보면, 캡틴 아메리카 못지 않게 다른 쉴드 조직의 대원들 비중이 만만찮게 높은 영화였습니다. 그런만큼, 캡틴 아메리카 혼자서 영웅적으로 설치는 영화라기 보다는 다른 대원들과 함께 싸우는 “작은 어벤저스” 같은 느낌이 꽤 드는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캡틴 아메리카의 비중이 단연 가장 높기는 하고, 가장 중요한 활약을 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닉 퓨리와 블랙 위도우의 분량을 합치면 캡틴 아메리카 못지 않은 양이고, 막판 대결전에서는 팰콘이 캡틴 아메리카 못지 않게 화려하게 화면을 꾸며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은 악당쪽도 비슷해서, 제목에 나오는 악당 “윈터 솔져”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고, 악당 조직의 여러 사람들이 덩어리로 중요하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나 장면 만드는 방식들은 “후뢰시맨”이나 “바이오맨” 같은 초능력 특공대원들이 나오는 이야기의 특별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좀 더 뼈대로 파고 들어 가도, 이야기 틀이 “내부의 적을 찾는다”라는 특수조직을 다루는 영화에서 갈수록 남용 되고 있는 형태를 그대로 따라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줄거리나 인물의 역할, 위치들이 독특하고 새롭기 보다는 익숙하고 흔히 보던 것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막판 대결전에는 둘, 셋으로 팀을 나눠서 이쪽 저쪽 번갈아 보여 주고 뭔가 끝장날 시간까지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싸웁니다.

이런 내용들을 깔끔하게 꾸민 특수효과로 보여 주면서, 항상 속도감과 긴장감을 주기 위해 언제나 화면은 동작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흔들고 움직이는 모양으로, 마이클 베이 감독작 영화 즈음에서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던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그래도 비슷비슷한 이야기로만 보고 말기에는 그래도 눈길을 사로 잡는 장면들은 있는 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의 세 번째 동료가 전력을 드러내는 장면은 “빽 투 더 퓨처 2”의 명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신나는 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또 악당의 비밀이 밝혀질 때, 냉전시대의 핵벙커 같이 생긴 곳에서 구형 컴퓨터의 자기 테이프가 돌아 갈 때의 그 “지구가 핵전쟁으로 바로 멸망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서려 있는 그 불길하고도 첨단기술의 향취가 감도는 옛날 냉전시절의 그럴싸한 분위기는 볼만한 미술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싸움 장면도 초능력이 거의 없는 편인 캡틴 아메리카 답게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나 원화평 영화들에서 볼만한 현란한 주먹질, 발차기가 현실감 있으면서도 빠르고 힘있게, 싸우는 것처럼 싸우는 것 같이 보이는 면이 살면서도, 동시에 초능력 영웅이 설치는 영화다운 시원하고 쾌활한 맛은 죽지 않게 조정되어 있었습니다.


(자동차 추격전 장면의 충돌 연출도 어딘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느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 꼽고 싶은 것은 캡틴 아메리카의 특징과 성격을 나타내는 크리스 에반스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캡틴 아메리카는 어떻게 보면 멍청해 보일만큼 그저 교과서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살아온 성실한 청년입니다. 누가 봐도 바탕이 선한 사람이고, 착하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겪는 갈등과 “착한 편에 들었다”고 다 착하고 언제나 착한 것이 아니고, 항상 내가 하는 짓이 착한 지 아닌 지 반성해야 한다는 갈등을 보여 줍니다.

사실 이 영화가 이런 선하고 성실한 인물의 갈등을 정말로 제대로 보여 주느냐, 하면 그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런 고민은 “이제 뭐가 옳은 지 모르겠어요”하는 유행가 랩 속에 생기 없이 지나가는 대사들로 얇다면 얇게 나타날 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런데도 그런 모습을 연기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모습은 자기 혼자만큼은 정말로 진지하게 그런 인간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화 속 영웅을 보여 주는 것은, 비슷하게 “가장 선한 사람”으로 나왔던 옛날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엉뚱하게 말도 안되게 “그냥 착한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게 그저 비현실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저런 순박하게 착하기만한 사람이 선과 악이 뒤섞인 복잡한 우리 보통 인간 세계에 이런 사람이 뛰어 들어 왔으니 보통 인간 세계의 관객으로서는 오히려 저 듬직한 사람이 묘하게 어린애처럼 안쓰러워 보이는 느낌도 자아낼 법 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다만 할리우드 액션 영화 답게, 요란하게 싸우는 와중에 캡틴 아메리카가 한 마디씩 웃긴 소리를 하는 장면들이 틈틈히 많이 들어 있는 편인데, 그것드이 제대로 웃긴 것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옛날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홍콩 영화 중에 장철 감독작들 같은 분위기)

줄거리는 세부적인 면을 굳이 들춰 보면 좀 묘한 면이 있었습니다. 일단 드러나는 면만 보면, 9/11 테러 이후에 안보를 위해서 자유를 억압하면 위험하다고 비판하는, 국가 안보의 공격성을 문제시 하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묘한 부분은, 그런 내용을 흔한 이야기 틀에 맞추다 보니 지금 이야기는 오히려 옛날 반공 영화 내지는 냉전 시기의 공포증을 다루는 이야기와 구도가 상당히 비슷해졌다는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우리 사회 곳곳에 세상을 뒤엎어 버리고 새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역사의 발전이라고 믿는 혁명을 준비하는 무리들이 있는데, 그 마수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기 전에 서둘러 솎아 내야 된다는 식의 줄거리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영화에 독특한 맛이 스며드는데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겠습니다만, 반대로 모든 것이 정확하게 어울리기에 좋은 틀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슷하게 애매했던 것으로, 공중 항공모함들이 비밀기지에서 물을 가르고 떠오르는 장면을 눈 앞에서 똑똑히 진짜처럼 펼쳐 보여 준다는 것은 이런 영화에서가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맛이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떠오른 거대한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들이 그냥 떠올랐다가 또 그냥 내려오는 것으로 끝이라는 점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미국 국방성 지원을 받는 영화들이 많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유난히 미국 영화에서는 군인이 착실하고 건강하고 유능하며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멋지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는 생각이 또 드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정부 비판적인 소재를 쓰기도 하는 영화인데도 그랬습니다. 이런 점은 나른하고 비합리적인 사람들의 상징으로 군인들이 흔히 등장하는 것이 더 눈에 뜨이는 다른 나라 영화들과 달라 보이는 점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지나가던 예비역"이 캡틴 아메리카의 당당한 친구 역할로 나오고, “군인은 목숨을 걸고 평화를 지키는 용감한 사나이”라는 느낌을 배경에 깔아 줍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꽤 분량 많은 역할로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괜히 더 냉전시대 첩보물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도시조 2014/04/12 03:19 # 답글

    원터 솔져가 냉전의 유물을 가져온거라서 냉전을 떼놓고 보긴 어렵습니다.
  • 게렉터 2014/04/12 07:20 #

    말씀대로 제목에서부터 "윈터 솔져"가 박혀 있으니 냉전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라고 하기는 해야 할텐데, 그러면서도 또 냉전 이야기 자체는 별로 안하고, 이전부터 우리편으로 포섭되어 있던 블랙위도우 말고는 러시아인들이 역할을 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도 생각납니다.
  • 멧가비 2014/04/12 20:35 # 답글

    캡틴의 순진함과 듬직함이 묘하게 안스러워보였던 점 공감합니다.

    저도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팬인데, 그 명장면이란 게 혹시 마티가 옥상에서 떨어졌던, 그 장면 말씀하시는 건가요?
  • 게렉터 2014/04/15 20:37 #

    바로 맞습니다. 중심 소재와 주인공들, 중심 소재의 개성까지 동시에 보여 주는 극적인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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