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 제국의 부활 (300: Rise of an Empire, 2014) 영화

“300 : 제국의 부활”은 “300”의 속편 입니다만, 내용을 보면 “300” 영화 내용의 이전 이야기와 “300” 영화 내용이 벌어지는 동안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다루고 있고, 그 뒤의 이야기도 같이 다루는 영화였습니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서는 이 영화도, 옛날 전사 사나이들의 근육과 성난 기세를 화면에 들이 붓는 개성적인 내용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의외로 내용은 전형적인 사극, 그것도 한창 양산되었던 한국식 TV사극과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포스터)

전형적인 이야기란 이렇습니다. 자신만만한 강대국이 쳐들어 옵니다. 어마어마한 기세입니다. 약소국에는 겁먹고 항복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영웅과 영웅의 친구는 용감하게 싸우자고 합니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의 영웅은 뭔가 꾀를 내고 그러면 그 꾀에 걸려 들어 강대국은 크게 패합니다. 그러면 강대국의 두목이 “이럴수가... 이럴수가...”라면서 우는 소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병사들이나 조연들은 별 성격 없이 그냥 딱 우화 속에 나오는 “백성” 역할을 할 뿐입니다.

한국 TV사극에서 한나라, 연나라, 수나라, 당나라,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와 싸우는 이야기들을 다룰 때 별 생각 없이 내용을 꾸미면 항상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만만해 하는 적장의 표정과 패했을 때 믿을 수 없어 하는, 괴로워 하면서 “시청자 여러분 고소하시죠? 고소하다고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 우는 표정까지 바로 머릿 속에서 떠오를 법한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에서 페르시아군 2선 장군들의 모습은 정말 그 모습대로 였습니다.

대량생산형 한국식 TV사극과 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주인공이 어릴 때 친구와 헤어졌다가 주인공은 노예가 되고 그랬다가 주인공이 성공해서 돌아 와서 어릴 때 친구와 이제는 적으로 다시 만나는데, 연적이기도 하다는 줄거리는 없다는 점인데, 대신에 이 영화에서는 악당이 노예가 되었다가 복수하러 돌아 오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이 드는 대목은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노예에서 복수자로)

이런 내용을 화면에 드러내어 보여 주는 방식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배경이나 인물 묘사도 선명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전통적으로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싸움은 매우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문명권이 격돌한다는 느낌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유럽권 이야기에서는 흔히, 명예와 자유를 중요시하는 서양 그리스군과 강력한 임금과 복종을 중요시하는 동양 페르시아군의 대립으로 많이 나타내어 왔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도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은 그냥 배우들이 좀 더 유럽인처럼 생긴 사람들과 좀 더 중동인처럼 생긴 사람이라는 차이 정도이지 대조는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페르시아의 임금이 스스로 “신이면서 왕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신비로울 정도로 높디 높은 절대 군주라는 느낌을 살리면서 그리스 문화와 대조를 보여 주는 느낌을 주는 장면과 대사는 적었습니다.

다른 여러 연출들도 다 그냥저냥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바닥으로 가라앉는 한심한 장면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오래갈만한 장면이 많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막판 즈음에는 볼 만한 대목이 좀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스군들이 배 위를 뛰어 다니며 결전을 벌일 때는, 주인공을 따라서 화면이 확확 달리고 또 멈추면서, 마치 카메라가 촬영으로 주인공과 함께 싸우기라도 하는 듯이 힘을 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 외에는 그나마 특수효과나 화면 연출도 개성이 덜 사는 느낌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끝없이 역사를 두고 이야기 거리가 되었던 “살라미스 해전에서 어떻게 그리스군이 이겼나?”하는 문제도 별로 보여 주는 것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지금 영화를 보면, 그냥 “잘 싸워서” 이긴 것 같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리스군이 연합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흐릿하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병법의 대가, 전쟁의 고수처럼 거창하게 등장했던 악당이 무슨 대단한 재주가 있기에 그렇게 거창한 병법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지 별로 보여 주는 게 없다는 점도 돌아 보면 싱거웠다고 생각 합니다.


(배 위에서 칼질하면서 결전)

노예였다가 복수하러 돌아오는 악당 연기를 맡은 에바 그린의 모습은 적역으로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다들 배역에 어울리게 잘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크게 흠은 없는 이야기라도, 그냥 또 특색 없는 TV 사극에서 언제나 보던 이야기를 또 보는 것이 대강이었고 거기에서 충분히 해치고 나오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위험한 전투를 앞두고 냉정한 전략가였던 것 같았던 장군이 부하들에게 문득 자상하면서도 뭉클한 듯이 하면서 “죽지 마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제 몇 십번씩 쯤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본 기억입니다.


그 밖에...

그리스군이 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감동적인 연설로 힘을 불어 넣어서 다시 싸우게 하자는 부분 같은 것은 확실히 재미 없을 정도 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디펜던스 데이”의 연설 장면은 영화가 나왔을 때는 욕을 많이 먹었어도 그만하면 썩 잘만든 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신나게 부수고 폭발하는 영화에서 문득 진지하고 교훈적인 연설을 하니까 웃겨 보여서 비판을 많이 받았지 싶은데, 그만하기만 해도 괜찮은 “감동적인 연설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레이브 하트”에서처럼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배경에서 특색을 살리는 것도 좋은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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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ONG10 2014/04/12 11:12 # 답글

    인디펜던스 데이의 연설은 당시에 볼 때는 좀 오그라드는 맛이 있는 낮간지러운 연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설 대본을 못 쓴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편 본 지금 다시 보면 썩 괜찮은 연설이었더군요.

    그럼 이만......
  • 게렉터 2014/04/15 20:38 #

    특히 개봉 당시에 "인디펜던스 데이"의 과학적 오류라든가 그런 놀림거리들이 많아서 "그냥 오락용 액션 영화다"라는 점이 유난히 강조 되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감개무량한 것이 나와서 좀 더 그래 보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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