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어우 괴물열전 (1~37) 기타

*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올린 것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책의 삽화들이 자료 그림으로 올라 가 있습니다. 유럽권 그림을 이용한 과거 버전 글은 여기 http://gerecter.egloos.com/3261662 에 있습니다.

1439년에 태어나 1504년 사망한 조선 시대의 학자 성현은 역시, 음악을 집대성한 "악학궤범"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듯 합니다. 이 양반은 벼슬만해도 예조판서까지 올라갔던 명사인데, 1504년에 자신이 경험하고 들은 여러 이야기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모아서 이야기 책을 썼습니다. 성현의 호가 용재였으므로, 이 책의 제목을 "용재총화"라고 합니다. 한편, 유몽인은 1559년에 태어나 1623년에 사망한 사람입니다. 이 양반 역시 꽤 높은 벼슬 살이를 한 양반인데, 임진왜란 후의 어느 날,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일화를 모아 이야기 책을 썼습니다. 유몽인의 호가 어우당이었으므로, 책 제목은 "어우야담"이라고 부릅니다.

"용재총화"와 "어우야담" 두 편의 책은 많은 옛날이야기의 원전으로 수없이 인용되어 왔습니다. 책 하나는 16세기가 막 시작되던 때에 집필 된 것이고, 다른 책 하나는 16세기가 끝난 직후 무렵에 집필 된 것입니다. 그러니 대체로 두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5백년전 조선시대의 문화를 살펴보기에 대표적인 이야기 자료가 될 것이라 할만합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책의 필자인 성현과 유몽인은 정치인의 당파로 보면, 각각 훈구파와 사림 동인 중북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 정치적인 입장을 조금씩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약간은 들어가 있는 편입니다.

둘 다, 수차례 현대 한글 번역본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용재총화”의 내용은 고전번역원 번역을 통해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고, "어우야담"의 경우에는 근대 이전 조선시대 후기에도 한글판이 출간되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용재총화"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 숫자는 1525년 인쇄본을 기준으로 327편이며, "어우야담"에는 여러 판본들을 모은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번역판의 경우 55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이야기 책에는 항간에 떠돌던 농담에서부터, 유행하던 시에 대한 비평, 작가가 겪은 흥미로운 일 등등 다양한 일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여러가지 괴물에 관한 이야기들도 당연히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5백년전 조선시대에 돌아다니던 괴물 이야기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즐기는데 자료가 되겠다 싶어서, 저는 괴물들만 모아 보기로 했습니다.

두 책에 등장하는 괴물들 중에서 단순한 유령이나, 겉모습이 보통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신선, 신령 등등은 제외하고 “모습이 괴물스러운 것”들을 추렸습니다. 그래놓고 보니, 용재총화, 어우야담 두 책에 약 37종의 괴물이 등장합니다.

괴물들은 잘 알려진 용과 같은 비교적 평범한 괴물도 있으며, 또 기형 생물을 신령스러운 괴물로 착각한 듯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한편, 그 중에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늑대인간"이나 "투명인간"류와 비슷한 생물이 있는가 하면, 현대의 외계인이나 비행접시 목격담과 흡사한 것도 있어서, 주석을 달아 이야기 해보자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종류도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고전 속의 옛 괴물들을 줄줄이 구경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즐겨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각각의 괴물들 중에 그 이름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억지로 괴물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나중에 원전을 찾아 볼 때 편리하도록 괴물을 묘사할 때 본문에서 사용한 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항목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괴물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민화 풍의 예스러운 그림으로 그 형상을 그려서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조선시대의 서적 삽화를 발췌해서 분위기를 깔아주는 느낌으로 같이 실었습니다. 이때 삽화는 본래 괴물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책에서 가져온 것은 전혀 아니며, 삼강행실도, 속삼강행실도, 한글본 천수경, 한글본 부모은중경, 영험약초언해, 천수경언해,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천로역정 등의 여러 책에서 뽑았습니다.



- 용재총화 -

1. 고관대면 (高冠大面: 관이 높고 얼굴이 크다는 말)

(삼강행실도 삽화)
높다란 관을 쓰고 있고 얼굴이 커다란 사람 형상이다. 큰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보사냥개가 사람보다 먼저 발견하여 이것을 보면 맹렬히 짖었다고 한다. 기이한 것을 잘 물리치는 기질을 지닌 사람이 똑바로 노려보면 점점 사라지게 된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지금의 부여 임천면 지역인 임천에서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 "고관대면"은 원문에도 바로 "괴물(怪物)"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사례인데, 그렇다면 아마도 표정이나 모습이 특히 이상하거나 흉칙했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다른 관리들과 술을 마시다가 사냥개가 뜰에 있는 큰 나무를 향해 짖기에 그곳을 보았더니 이것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에게는 잘 눈에 뜨이지 않지만 개에게는 쉽게 발견된다든가, 개가 특별히 싫어한다든가 개를 위협한다든가 하는 성질이 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는 묘사에 초점을 맞추면 몸에 비해 머리와 관이 너무 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나무에 기대어 있었던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쳐다 보았을 때 뛰어서 도망쳤다고 묘사 되어 있지 않고 점점 사라졌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허깨비나 떠도는 혼령처럼 흐릿하게 나타났다가 또 흐릿하게 사라지는 형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씨가 똑바로 노려 보자, 슬슬 사라졌다는 것을 보면, 사람의 정신을 홀린다든가 혹은 반대로 용맹한 사람에게는 쉽게 겁을 먹는 성격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렇게 머리만 이상하게 큰 괴물을 보았다는 사례는 이것 말고도 다른 기록에 나타나는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연려실기술"의 송희규에 관한 기록 중 "유분록"을 인용한 것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짐작해 보자면, 아마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때문에 어둠 속에서 어렴풋하게 보이는 형체를 사람 얼굴로 착각했던 일이라든가, 커다란 가면이나 탈을 쓴 사람을 착각한 것의 이야기와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2. 용아 (龍兒 또는 용연신 龍淵神)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연못 속에 사는 사람 모양의 용이다. 사람과 거의 같은 모양인데, 보통 옷을 별로 입고 있지 않고, 다섯 색깔의 알록달록한 비늘이 온 몸에 나 있다. 어릴 때에는 뱀과 같은 모양인데 보통 뱀과 달리 겨울에도 잘 돌아 다닐 수 있다. 사람을 등에 업고 물 속 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고려 때 광대놀이를 잘 하던 영태가 그 모양을 흉내를 낸 적이 있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용재총화"에 나와 있는 이야기는 실제로 용아나 용연신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려 시대때 장사랑이었던 영태라는 사람이 용연신을 흉내내어 어느 절의 승려를 희롱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대체로 고려시대 당시의 용연신에 대해 사람들이 믿고 상상했던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야기 속에서 한 승려는 "용연"이라는 연못 가에서 겨울인데도 뱀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해서 그 뱀이 용의 새끼, 즉 용아일 것이라고 여기고 그것을 소중하게 기르게 된다. 그것을 알게 된 영태는 그 승려를 놀려 주려고, 어느날 온몸에 다섯색깔 비늘이 있는 용연신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승려의 방에 가서 몰래 "내 자식을 잘 보살 펴 주었으니 그 보답을 하겠다"고 말하고 간다. 그리고 영태는 나중에 찾아 와서, 물 속 세계를 구경시켜 준다고 승려에게 업히라고 하더니 그대로 연못에 내던지고는 도망쳤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상상해 보자면, 당시 사람들이 상상하던 용연신이란 어릴 때는 뱀의 모습인데 자라서는 다섯 빛깔이 아름다운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고 그 사이에 허물을 벗는다거나 중간 단계가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추위에 견디는 것을 보면 보통 뱀과는 전혀 다른 습성을 갖는 점도 있다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에게 은혜를 갚을 줄 알고, 물 속 세계에서 사람을 숨 쉬게 해 줄 수 있는 재주도 있다는 이야기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3. 장화훤요 (張火喧鬧: 붉을 밝히고 시끄럽게 떠든다는 말)

(삼강행실도 삽화)
둘레가 몇 아름은 되고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다. 하늘이 흐리면 괴이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밤에는 빛을 발하며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말소리를 낸다. 한편으로는 매와 같은 새가 날아가면 그것을 끌어 들여 붙잡아 감추기도 한다. 사람이 지나가면 그 사람에게 무례한 짓을 하기도 한다.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정확히 어떤 것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고 이런 소리를 내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것은 자신을 괴롭히거나 해치려는 사람을 홀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밤낮으로 날뛰며 이것의 부하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홀린 사람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로 만든 칼로 그 목을 베는 시늉을 하면 고칠 수 있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지금의 파주 땅인 서원에서 이것에 홀린 사람을 고쳐 주었다는 이야기가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앞의 이야기는 신령스러운 나무, 귀신 들린 나무에 대한 이야기인데, 휘파람 소리를 낸다는 점, 밤에 빛을 내뿜는다는 점, 날아다니는 새를 빼앗아 붙잡아 둔다는 점은 독특해 보인다.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면 말을 할 수 있고 새를 잘 잡아 먹는 나무라고 볼 수 있을만 하다. 새를 잡아 먹는 나무라고 생각하면, 끈끈이 주걱 같은 풀은 작은 벌레는 잡아 먹지만 이 커다란 나무는 비슷한 수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새를 잡아 먹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복숭아 나무에 신령스러운 힘이 곁들어 있다는 것은 중국 고전에서도 흔히 보이는 것인데, 나무로 칼모양을 만들어 목을 베는 시늉을 한다는 묘사는 구체적인 데가 있어서 그대로 실어 보았다.
귀신이 붙은 나무가 있고, 그 나무를 괴롭히는 사람은 나쁜 일을 당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대단히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 현대까지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새 건물을 짓거나 길을 내기 위해 마을의 신령한 나무를 잘라냈더니 그 공사를 한 사람이 병들었다거나 나쁜 일을 당했다는 소문은 각지에서 나타난다.


4. 고수여칠 (枯瘦如漆: 말라 붙어 검게 칠한 모양 같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칠한 듯이 까만 뼈다귀만 남아 있는 모양의 다리로 걸어 다니며 종이로 된 치마를 두르고 있고, 허리 위는 가리고 있거나 보이지 않아 허리 아래만 보이는 형상이다. 사람 목소리를 내며, 사람의 밥과 반찬을 다양하게 빼앗아 먹는다. 온갖 일에 지시를 하고 간섭을 하며 먹고 싶은 것을 차려 주지 않으면 화를 낸다.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질, 젓가락질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저절로 조금씩 없어졌다고 한다. 원래 머무는 곳은 땅 속 깊은 곳, 또는 저승 세계로 보인다. 조선 때 호조정랑 이두(李杜)가 자기 집에 나타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에는 그 목소리가 이두의 죽은 지 10년이 지난 고모와 같다고 하며, "왜 다리가 이런 모양이냐?"고 묻자 "죽은 지 오래 된 지하의 사람이니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아마도 죽은 사람의 혼령이 이상한 모습으로 되돌아 온 것으로 생각한 듯 하며, 여기서 "지하"라는 것은 저승을 상징하는 말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별 소식이 없다가 10년만에 갑자기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라는 점은 특이한 면이 있다. 호조 정랑의 집에 나타났다는 대목으로 추측해 보면 아마도 지금의 서울 어디인가에서 있었던 일의 이야기로 보인다.


5. 목여거 (目如炬: 눈이 횃불 같다는 말)

(천로역정 삽화)
사람의 몇 배는 되는 높다란 키에, 삿갓을 쓰고 얼굴이 둥글고 커다란 형태로, 눈은 횃불처럼 빛난다. 그 주위에는 이글거리는 뜨거운 기운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 움직일 수 있다. 하늘로 올라갈 때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면서 올라간다. 이 주위에서는 말이 거품을 물고 움찔거리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고, 사람은 취한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견디기 어렵게 된다. 똑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한참 동안 이것을 똑똑히 쳐다 보면 도망친다. 조선 때 성현이 지금의 경상남도 지역에 있는 남강에 갔다가 오는 길에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삿갓을 쓰고 눈에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갖고 있는 괴물은 이 외에도 비슷비슷하게 몇 가지 다른 사례가 있다. 삿갓 대신에 비슷한 우산 모양이라고 생각해 보자면, 일본의 카라카사 (からかさ 小僧) 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삿갓 쓴 사람, 혹은 우산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다른 물체에 삿갓, 우산이 씌여 있었기 때문에 어두울 때 착각한 것에서 유래한 괴물 아닌가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삿갓을 등불 위에 씌워 놓았을 때, 멀리서 보고 무심코 그게 삿갓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삿갓 아래를 보면 사람이 아니라서 당황하고 놀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습니다만, 혹시 정말 그런 이상한 모양의 괴물이나 외계인이 그 때 있어서 한국, 일본 일대를 돌아 다니다가 떠난 것이라고 상상해 보면 그것도 재미 있는 이야기다.
눈이 횃불과 같다는 묘사는 눈이 불을 뿜는다거나 눈이 크다거나 빛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지만, 화난 표정, 눈을 부릅 뜬 표정을 과장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므로, 단순히 눈이 크고 부릅뜬 모습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용재총화" 속 이야기에서는 성현이 이것을 만났을 때, 이대로 있다가는 이것의 꾀에 빠질 것 같아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보면 사람을 꾀거나 끌어 들여서 무엇인가 나쁜 짓을 한다거나, 정신 없는 사람 곁에 슬쩍 다가와서 뭔가 사람을 해치는 짓을 하는 것으로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수일이점대 (隨日而漸大: 날이 갈 수록 점차 커진다는 말)

(천로역정 삽화)
이것은 작은 도마뱀의 모양인데 칼로 자르면, 금새 자라나 원래보다 더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칼로 치면 칠수록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커다란 이무기의 모양처럼 된다고 한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칼로 동시에 공격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횃불을 던지고 불에 집어 던져도 버텨낸다. 곁에 있고 싶은 사람 옆에 계속 머무르려고 하므로, 결국 사람은 커다란 함을 만들어 이것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 다른 곳에 갈 때에는 이것을 넣어 둔 함도 같이 들고 다녀야 한다. 이것은 은밀히 숨겨진 지하 토굴 속의 보금자리에 사는 어여쁜 사람이 모습을 바꾸어 생긴다고도 한다. 조선 때 남방절도사가 된 적이 있는 홍 재추가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원전에는 나중에 재추가 된 어느 홍씨 남자가 성공하기 전에 어느 비오는 날 이상한 굴로 잠깐 비를 피했는데, 그 굴 속에서 17, 18세 정도의 어떤 여자 승려를 보았고, 그 승려와 정을 통한 후에 언젠가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돌아 오지 않자 기다리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홍 재추가 남방절도사가 된 뒤에 군 부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것이 나타났고 홍 재추는 이것이 아마 기다리다가 죽은 그 여자 승려가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여겼다는 것이다. 이후, 홍 재추가 병사들을 동원해서라도 이것을 죽여 없애려고 했는데, 도저히 쫓아 낼 수가 없어 결국에는 포기하고 함에 넣어서 항상 같이 다녔고, 그 후에 홍 재추는 점점 안색이 파리해지더니 죽었다고 되어 있다.
공격 할 수록 도리어 커진다는 면에서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나 조선 말기 설화인 불가살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공룡과 같은 실제로 있었던 동물과 견주어 본다면, 커다란 도마뱀 모양의 괴물이라는 점도 눈에 뜨인다. 사람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려 한다는 점에서 사람에게 들러 붙고 사람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성질이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홍 재추가 점차 안색이 파리해지면서 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이것이 사람의 기력을 쇠하게 하는 행동을 한다거나 독기를 내뿜는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남방 절도사라는 직위를 생각해 본다면, 절도사가 배치 되어 있었던 조선의 남쪽 지역인 해미, 울산, 창원, 강진 정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7. 소백충 (小白蟲)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사람의 치아에서 살아 가는 조그마한 하얀 벌레로 귀금속 은을 좋아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때 혜민서에 제주 출신 여자 의사(女醫) 한 사람이 은으로 된 물체로 이 하얀 벌레를 빼내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사람의 몸속에 괴이한 벌레나 짐승이 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 중에 비교적 흔한 형태인 하얀 벌레의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의 이에 있는 구멍이나 이 틈 사이에 산다고 생각하면 크기는 대단히 작아야 할 듯하다고 상상해 볼 수 있으며, 은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이 벌레가 은 수저에 달라 붙어 나온다거나 보물인 은이나 은광산을 찾는데 이 벌레를 이용하면 아주 좋아서 은광산 찾는 사람들에게 이 벌레가 비싸게 팔린다는 식의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옛날 사기꾼들이 이런 식으로 벌레나 썩은 살을 뽑아내는 시늉을 하며 병을 고친 척 하는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의사라는 사람과 이 벌레가 짜고 일부러 입 속에 이 벌레를 넣은 뒤에 벌레를 꺼내서 치료해 주었다고 하면서 돈을 뜯어내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만 하다.


10. 백포건 (白布巾: 흰 두건이라는 말)

(영험약초언해 삽화)
흰 두건을 쓰고 옷은 낡은 옷을 입은 늙은 승려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은 호랑이가 두 발로 걸어다니며 두건을 덮어 쓴 채 본 모습을 숨겨 사람인 체 하는 것이다. 본 모습을 숨기고 있을 때에는 사람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이것이 호랑이라는 것을 믿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말을 할 줄 알며,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많은 보통 호랑이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호랑이들의 두목으로, 새벽에는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며, 호랑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네 발로 뛰어다닐 때는 크게 소리를 지르는데 이때 소리가 대단히 커서 몇 리 바깥에 울리며 그 소리에 보통 사람들은 넋을 잃고 땅에 엎드리게 된다. 강물을 건너는 재주도 뛰어 나다. 고려 때 강감찬이 지금의 서울에서 만나 내쫓으면서 호랑이들을 몰아낸 적이 있다. 어떤 증표를 갖고 있는 사람의 말은 잘 듣고 복종하기도 해서, 강감찬이 부첩(府貼)을 만들어 보이자 순순히 그 말을 듣고 따랐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람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호랑이 이야기인, “김현 감호”에 등장하는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은 내용이다. 다만 흰 베로 만든 두건을 썼다는 점이 명시 되어 있기에, 원래 모습을 옷가지로 가린 채 사람인 척 하는 호랑이 모양을 상상해 볼만하다. 원전의 이야기에는 서울을 다스리는 사람이 호랑이가 많이 나타나 고민하자, 그 부하였던 강감찬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이야기라고 하면서 호랑이에게 부첩을 보내어 자기 앞에 오라고 했더니, 이것이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강감찬이 꾸짖자 돌아 갔는데, 이튿날 호랑이 수십마리가 줄지어 강물을 건너 떠나갔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서 강감찬은 호랑이에게 말하기를, “유령지물(有靈之物)” 즉 짐승이지만 사람처럼 신령스러움이 있는 것이라고 불렀다.


11. 노호정 (老狐精)

(영험약초언해 삽화)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지혜로운 사람의 모습으로, 보통 승려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 늙은 여우의 기운이 피어 올린 것이다. 자신의 기이한 재주를 유지하기 위하여 하얀 색깔의 말을 잘라서 먹거나, 지렁이를 회로 먹는 습성이 있다. 사람과 모든 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다만 누런 개나 흰 매를 보면 사냥 당할까 두려워 갑자기 놀란다. 고려 때 신돈이 이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신돈은 승려이면서도 머리를 기른 행색이었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신돈이 임금을 홀린 괴물 같은 것이며, 또한 그 권세가 높았을 때 수많은 여인들을 끌어 들여 간음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전설인데, 그 행색에 관한 묘사는 “고려사”의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다. “고려사”에는 신돈이 검은 닭을 구해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활쏘기와 사냥을 싫어한 것도 신돈이 여우가 변해서 된 증거라는 소문도 실려 있다. 한편 신돈이 간신배들의 권한을 빼앗은 기록과 엮어서 상상해 본다면, 노호정은 그 행동과 습성에 사람들이 사악하고 요사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점과 사람들이 오히려 의롭고 과감하고 선하다고 하는 점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2. 홍난삼 (紅襴袗: 붉은 난삼이라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난삼은 선비들이 입는 옷인데, 빨간색 난삼을 입고 머리를 온통 풀어 헤친 기괴한 여자가 하늘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대나무 숲에서 홀연 나타나는 것이다. 잘 뛰어다니고, 높이 뛰는 일도 자연스러워 담을 넘어 달아 났다고 한다. 사람이 두려워 하지 않고 과감하게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간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지금의 부여 임천면 지역인 임천에서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정형화된 긴머리의 여자 귀신과 닮은 점도 있어 보인다. 원전에는 담을 넘어 달아 났다고 되어 있는데,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나, 붉은 난삼을 입고 있다는 것은 다른 점도 있어 보인다. 정형화된 긴머리의 여자 귀신은 “봉두귀물” 항목에 편성해서 다루었다. 원전의 이야기는 안씨가 하인에게 촛불을 밝히라고 하고 화장실을 가는 길에 보았다는 것이며, 이 이야기가 귀신을 잘 보는 안씨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사이에 실려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귀신의 일종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대나무 숲에서 산다거나, 대나무를 좋아 한다거나, 흐리고 비내리는 날씨를 좋아한다거나, 화장실 근처를 좋아 한다거나 어떤 이유로 화장실에 가는 사람을 상대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13. 정여우후 (井如牛吼: 우물이 소와 같이 우는 소리를 낸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우물 속에 사는 소와 닮았을 것 또는 우물 그 자체가 어떤 짐승과 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우물 속에 사는 것인데, 이것이 사람에게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해 준다는 믿음이 퍼져 있어서, 사람들은 그 우물 앞에 모여 들어 섬기며 복을 빈다. 이것이 슬픈 일이 생기면 소처럼 우는데, 우물을 메워 버리려고 하면 며칠동안이나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상태에서는 사흘 정도를 울면서 버티다가 죽거나 사라진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지금의 부여 임천면 지역인 임천에서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원전의 이야기에 따르면, 안씨는 관청 남쪽에 있는 오래된 우물에 복을 주는 귀신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 들어 빌고섬기는 것을 보자, 그것이 허황된 믿음이라고 생각하고 우물을 메우게 하였다. 그러자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사람들이 겁을 먹고 말렸는데, 안씨는 “우물이 슬퍼서 곡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고 사흘이 지났더니 모든 요사스러운 일이 없어졌다고 되어 있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 실려 있는 있는 “한우물” 이야기가 이 이야기와 닮은 점이 많은데, 이것은 현대에 채록된 전라북도 남원시 화정리 대정마을 당산제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우물에 사는 것이 꿈에 나타나 행운을 위해서는 죽은 사람 시체의 머리를 우물에 집어 넣으라고 되어 있는데, 우물 아래를 파 보니 검은 소 모양의 이상한 것이 있었고, 사람들이 우물을 부수고 그 정체를 보자 연기처럼 녹아서 사라졌다고 되어 있다. 이후 그 한을 풀어 주기 위해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이 검은 소 모양의 것을 “우룡신”이라고 하여, 소와 용이 섞여 있는 것 내지는 소의 모양을 닮은 용, 용의 모양을 닮은 소와 같은 신으로 말하고 있다.


14. 도깨비불 (귀화 鬼火, 화거훤호 火炬喧呼: 횃불 같은 것이 서로 부른다는 말)

(속삼강행실도 삽화)
마을과 마을 사이 정도의 먼 거리에 걸쳐 길게 줄지어 있는 많은 숫자의 괴이한 불빛들이다. 횃불 같이 생긴 불빛이 줄지어 움직이며 빛나고 떠들썩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서로 멀리서 부르는 것 같이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치 야간에 놀기 삼아 사냥하러 나선 사람들의 모양과 비슷하다. 겁을 내지 않고 사람이 말을 타고 맹렬히 돌진하면 흩어지지만, 또다시 모여서 어느새 사람을 감싼다고 한다. 겹겹히 모여 들어 사람의 길 앞을 막아 서기도 하고, 사람이 칼을 휘두르면 두려워하며 물러나기도 한다.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하고 생각을 혼란스럽게 한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지금의 파주 땅인 서원으로 가는 길에서 밤중에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원전의 이야기에는 안씨가 도깨비불을 만나서 쫓아 내려고 노력도 하고 고생도 하다가 집에 왔는데, 나중에는 너무 그 생각만 하다가 자다 말고 다른 사람이 밤에 일을 하느라 켜놓은 불빛이 깜빡거리는 것을 보고 도깨비불인 줄 알고 칼을 들고 달려 들어서 사람들이 놀랐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깨비불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깜빡거리는 특징도 있는 것으로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다고 보거나, 도깨비불을 가까이 하면 너무 도깨비불에 대한 이상한 생각만 하게 되어 사람이 홀리게 된다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만 합니다.
원전에 이것을 일컬으면서 사용한 말이 “귀화(鬼火)”인데, 요즘 “귀화”를 흔히 도깨비불로 번역하기도 하고, 이런 것을 일컬어 흔히 도깨비불이라는 말로 많이 일컫기도 하므로, 제목을 도깨비불로 하였습니다.


15. 자염장부(紫髥丈夫: 보라색 수염이 난 장성한 남자라는 말, 노앵설 老鶯舌: 늙은 꾀꼬리 혀라는 말)

(영험약초언해 삽화)
보라색 수염이 난 장성한 남자의 모습, 또는 어린 여자의 모습인데, 기둥 위에 올라가 천장 쪽에 숨어 있는 습성을 갖고 있다. 늙은 꾀꼬리와 같은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데 그 목소리는 매우 맑고 듣기 좋다. 허공에 떠 있을 수도 있어서, 주로 낮에는 허공에 떠 있고 밤에는 천장 쪽에 올라 갔다. 사람의 비밀을 알아 채거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일이 많으며,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아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물건을 숨기거나 훔치기도 한다. 사람의 집에서 같이 살아 가려고 하며 사려 깊고 사람을 괴롭히기 보다는 사람에게 장래의 일을 알려 준다거나 불길한 징조를 말해 주어서 도우려고 한다. 이것은 보라색 수염이 난 장성한 남자 모양의 귀신이 어린 여자에게 씌여서 이상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 보라색 수염이 난 장성한 남자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붙잡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머리카락을 붙잡힌 사람은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그대로 힘이 빠져 기절하기도 한다. 성품이 올 곧고 기개가 있는 사람이 꾸짖어 말하면 그 말을 듣는다. 사람의 집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쫓겨 나게 되면 숲에서 살아 간다. 조선 때 성현의 친척 정(鄭)씨가 어릴 떄 양주 땅에서 보았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원전에는 귀신 붙은 어린 여자 종이 이상한 일을 많이 했고, 그 귀신의 모습에 대해 종이 말하기를 보라색 수염이 난 장성한 남자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비녀를 잃어 버린 뒤에 종이 감췄다고 오해 하고 자꾸 종을 다그치는데 종이 대답을 하지 않고 참고 참다가 마침내 밝히기를,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몰래 이웃 사람과 닥나무 밭에서 밀회를 할 때에 닥나무에 비녀가 걸려서 빠졌고 지금 거기에 비녀가 있다고 밝히자 그 사람이 부끄러워 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 이때 귀신에게 이야기를 물어 볼 때에 좁쌀을 갖고 가서 바치며 물어 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의 일반적인 귀신에 대한 풍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 좁쌀을 좋아 한다거나 좁쌀을 모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6. 유계량 (柳繼亮 , 의가작수 依家作祟: 집에 들러 붙어 저주를 내린다는 말)

(삼강행실도 삽화)
형체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행동을 하는 것으로 사람의 집에 숨어서 살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골탕먹인다. 사람의 등에 올라가 사람을 무겁게 누르기도 하고, 밭의 채소를 다 뽑아서 거꾸로 박아 놓는다거나, 밥상을 뒤엎고, 상을 던지고, 불장난을 하고, 오물을 솥에 집어 넣거나 사람이 얼굴에 바르는 등의 장난을 친다. 먼 옛날에 사용되던 이상한 문자를 아는 등 특이하게 아는 것이 있어서 온통 이상한 문자를 써놓은 종이를 붙여 놓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힘이 새어 큰 솥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기도 한다. 자물쇠를 잘 따기도 한다. 난리에 대한 음모를 꾸미다가 사형 당한 유계량(柳繼亮)이 이런 모습으로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형체가 보이지 않으므로 말을 하면 허공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선 때 기유(奇裕)의 집에 이것이 나타나서 고생하다가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는 사람이 용기 있게 꾸짖고 버티고 있으면 귀신이나 괴물이 도망 갔다는 형태의 이야기가 많은데 이 이야기의 원전에서는 그렇게 해도 이것이 그대로 버티고 있어서 고생을 했다고 되어 있고, 결국 기유는 버티다가 병을 얻어서 죽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엄숙한 호통이나 내쫓는 의식도 비웃는 대단한 장난꾼을 생각해 본다거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거나 장난으로 사람을 지나치게 괴롭혀 결국 버티다 못해 죽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7. 연처위사 (戀妻爲蛇: 아내를 연모하여 뱀으로 변했다는 말, 상사뱀)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뱀인데 꼬리 근처에 이상한 커다란 혹 같은 것이 있어서 연인인 사람에게 달라 붙어 그 사람을 희롱할 수 있다. 낮에는 항아리 같은 곳을 집 삼아서 거처하고, 밤이 되면 기어 나오는데, 몸으로 사람의 허리를 감고 머리는 가슴에 기대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사람의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무로 만든 함을 좋은 집으로 생각하여 그런 곳을 집으로 준다고 하면 옮겨 가서 살려고 한다. 보광사(普光寺)의 남자 승려가 죽은 뒤에 이런 뱀으로 변해서 아내처럼 생각하는 여자에게 매일 밤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성현의 친척인 안(安)씨가 부여 임천에서 이것을 보고 새 집을 주겠다고 하여 나무 함으로 옮겨 오게 한 뒤에 그 함을 못 박아 버려서 못 나오게 한 뒤에 강물에 떠내려 보내서 처치했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성현의 친척 안씨는 "용재총화"에서 귀신을 잘 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고관대면", "홍난삼", "정여우후", "장화훤요", “도깨비불”, “연처위사” 등의 항목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로, 대체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만 곧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는 비슷한 항목이 “상사뱀”이라는 제목으로 설명 되어 있는 사람과 함께 노니는 뱀 이야기의 널리 알려진 유형과 비슷하다. 여기에 나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설화에서는 사람을 희롱하는 이런 뱀이, 연인의 다리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달라 붙어 다니면서 결코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묘사도 있다. 크기가 특히 작게 묘사될 때도 있어서 “조월천” 설화의 경우에는 붓두껍에 넣었다는 말도 나온다. 수컷 뱀이 여자에게 붙는 이야기가 많지만 조월천 설화처럼 암컷 뱀이 남자에게 붙는 이야기도 있다.


18. 장원심(長遠心, 소골화신 燒骨化身: 뼈를 태워 몸을 변하게 한다는 말, 법신상주 法身常住: 몸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말)

(한글본 부모은중경 삽화)
장원심은 유난히 키가 우뚝하게 컸던 사람으로, 삶을 달관하여 사심과 욕심이 없고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아 길에서 자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익살을 매우 좋아 했다고 한다. 높고 귀한 사람에게도 공손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에게도 오만하지 않았다고 하며, 천금을 받더라도 기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잃더라도 성내지 않고, 풀을 엮어 옷을 삼아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비단옷을 입어도 영화롭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이 주는대로 옷을 입으니 남녀의 옷도 가리지 않았다고 하고, 옷을 벗어 달라면 달라는 대로 주기도 했다고 한다. 가뭄이 들었을 때 비를 빌면 효험이 있었다고도 한다. 시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주인 없는 시체를 묻어 주거나 하는 일을 즐겨 한다. 소골화신(燒骨化身) 즉 뼈를 불에 태워 몸을 변하게 하는 술법이 있어서 땔나무를 쌓아 놓고 그 위에 앉은 뒤에 불을 붙이면 몸은 타서 없어지면서 사라지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변치 않는 본체로서의 몸, 즉 법신(法身)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다시 새로운 몸으로 변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은 실제로 장원심이 뼈를 불에 태워 몸을 변하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아니라, 자기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놓고 막상 불이 다가 오는 것을 보자 너무 뜨거워서 도망친 뒤에 익살을 부리며 이런저런 말을 놓았다는 것이다. 이때 몸을 새롭게 하는 과정에서 서천(西天), 즉 머나먼 다른 세계 또는 저승에 다녀왔다는 말을 한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이 무렵, 불 속에서 다시 몸을 새롭게 만드는 진기한 수법에 대한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있었다는 뜻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또 장원심이 시체를 보고 통곡하며 슬퍼하고 시체를 업어 옮겨서 묻어 주는 일을 즐겨 했는데, 한번은 시체가 등이 달라 붙어 사흘 동안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기도를 해서 겨우 떼어 놓았고 그 후로는 시체를 업으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체와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시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9. 재차의 (在此矣: 여기 있다 라는 말, 혹은 흑수 黑手: 검은 손 이라는 말)

되살아난 시체인데, 손발은 썩은 색깔에 가까운 검은 색이고, 갑자기 문득 손을 내미는 동작을 하고, 사람의 말을 듣고 거기에 대답해서 말 할 줄 안다. 이것을 불러낼 수 있는 무당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의식을 치르면 되살아 나서 손을 뻗고 말을 한다. 고려 때 한종유(韓宗愈)가 장난 삼아 손발이 검은 되살아난 시체를 흉내내어 무당들이 제사를 지내는 자리에서 죽은 사람을 부르는 곡을 하면 "여기 있다"라고 사람들을 놀래키고 사람이 도망가면 제사 음식 따위를 쓸어 갔다는 일이 전해진다. “용재총화”에 나와 있다.

*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갑자기 일어 나거나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 때문에 놀랐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외에도 더 있다. 예를 들어 “송천필담”에는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갑자기 시체가 움직여서 사람들이 놀라서 기절했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용재총화”의 위 이 이야기는 그런 것을 흉내내서 사람들을 놀렸다는 것인데, 그 만큼 갑자기 되살아난 듯이 움직이는 시체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퍼져 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의 이야기는 무당을 놀려 먹고 제삿상을 털어 가는 장난을 치던 한종유와 그 친구들에 대한 것인데, 그 친구들은 그렇게 장난을 친 후에 버드나무 꽃 노래를 불렀으므로 그 무리를 “양화도(楊花徒)”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양화도”라는 무리가 있어서 이 무리의 사람들은 귀신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거나, 귀신이나 혼령을 들먹이며 신비한 일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골려 주는 일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종유는 말년에 현재의 서울 옥수동 앞 한강에 있던 섬인 저자도(樗子島)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인근과 한강변이 “양화도”의 본거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현재 저자도는 강남 지역을 개발할 때 그 흙과 모래를 퍼다 쓰는 바람에 물에 잠겨 있는 상태이거나 가끔 쌓인 모래와 진흙이 물 위로 조금 드러나는 정도이다.



- 어우야담 -

20. 제성대곡 (齊聲大哭: 다같이 소리 맞추어 크게 우는 소리라는 말)

(삼강행실도 삽화)
형체는 분명히 알려 있지 않으나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주로 오래된 사당 같은 곳에 머문다. 음악에 감동하여, 슬픈 음악, 특히 아쟁 음악을 들으면 감격하여 다 함께 소리를 맞추어 엉엉 우는 습성이 있다. 우는 소리는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 또는 새나 벌레들이 재잘거리듯이 내는 소리 등과 비슷한데 특히 요란하여 물이 끓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조선 때 김운란이 일이 없는 처지를 비관하여 서울의 어느 숲에 가까운 곳에서 야밤에 홀로 아쟁을 켜다가 만났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는 이것의 겉모습이 묘사되어 있지는 않으나, 슬픔을 깊게 표현한 김운란의 아쟁 연주에 감격하여 갑자기 사당에 머물고 있던 온갖 귀신들이 함께 우는 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운란은 원래 성균관 유생으로 과거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가 시력을 잃게 되어 절망한 뒤에 아쟁 연주를 배워서 소일하며 이런 일을 겪었고 무서워 도망쳤다고 되어 있다. 이 일이 벌어진 장소가 남쪽의 어느 숲이라고 되어 있는데 김운란이 성균관 유생이었으니 당시 성균관이 있던 곳에서 남쪽 방향의 어느 언덕이나 산 어귀가 배경이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는 소리를 묘사한 말은 “추추(啾啾)”인데, 보통 관습적으로 귀신이 우는 소리에 쓰는 한문 구절이면서 한편으로는 작게 재잘거리는 소리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것의 크기가 작다거나 입이나 목구멍이 작다거나 좁은 공간에 많은 숫자가 겹쳐 있을 수 있는 모습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이런 것들이 있는 지 처음에는 김운란이 알 수 없었으므로, 모습이 없거나 깊은 밤에는 알아 보기 어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2. 청우 (靑牛)

(속삼강행실도 삽화)
푸른 색깔의 소로, 보통 소에 비해 덩치가 크거나 머리가 넓적하거나 혹은 뿔과 뿔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추위에 강한 것 같으며, 산으로도 잘 올라 간다. 조선 때 이지번이 단양 인근에 머물 때에 길들여 타고 다녔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청우”는 한문에서 종종 등장하는 문학적 표현이기도 하고, 중국 도교 계통 이야기에서도 “청우”라는 말은 상투적일 정도로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그러나 사실은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라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한우의 한 품종 중에 조금 희귀했던 것이 약간 검푸른 색으로 보일 때가 있어서 이렇게 불렀을 거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검은색 한우와 가까운 품종으로 추측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원전의 이야기 중에 뿔과 뿔 사이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는 말이 있는데, 소의 덩치가 크다는 점을 나타낸 말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긴 모양이 그와 같이 특이했다는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의 이야기에 이지번이 이것을 타고 추운 날 산기슭에 올라 가 경치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산을 잘 올라다니고 추위에 강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상상해 보자면, 다리고 보통 소보다 좀 더 굵고 짧거나 털이 좀 긴 편이라는 식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지번은 고매하고 신령스러운 점이 있었던 선비여서 머물고 있는 방에는 신비로운 빛이 나고, 장난 삼아 높은 산봉우리 사이를 줄을 타고 건너 다닐 수 있는 장치를 새 보양으로 만들어서 타고 다녔다고 하는데, “청우”가 특별히 이런 사람을 잘 따라서 태워 주며 다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3. 충기여서 (蟲氣如絮: 벌레의 기운이 버들강아지 같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수많은 숫자가 떼거리로 날아다니는 작은 버들 강아지 모양의 솜털 같은 것이다. 온 방안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양으로 몰려와 사람이 있는 곳에 와 괴롭힌다. 사람 몸 속으로 파고들면 살갗에 병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조선 때 의사 양예수가 이것에 당한 사람을 진찰했다고 한다.


24. 쌍두사목 (雙頭四目: 이것이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묘사하는 대목의 첫부분으로 머리가 둘, 눈이 넷이라는 말) *

(법화경언해 삽화)
머리가 두 개인듯한 느낌을 주는 괴물로, 눈이 네 개이며, 뿔이 높이 솟았고, 입술은 처지고 코는 찌그러지고 눈동자와 눈알이 모두 붉은 매우 추한 괴물이다. 사람 정도의 크기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다니는데 매우 능하다. 사람과 말이 통하며, 사람을 주인처럼 섬긴다. 그러나 침실과 같은 개인적인 곳에도 자주 나타나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할 때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린다. 쥐고기를 구워 먹이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때 신막정이 지금의 서울 땅에 있던 소공주동의 집에서 보았다고 한다.


25. 요무지귀(妖巫之鬼 요망한 무당의 귀신이라는 말, 新羅王第三女 신라 임금의 셋째 딸이라는 말, 일점청화 一點靑火: 푸른 불꽃 하나라는 말)

(영험약초언해 삽화)
파란색 불꽃 모양으로 굴러다니듯 움직인다. 작게는 반딧불 크기이나, 굴러다닐 때 마다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어서 작은 항아리 정도의 크기로 커질 수도 있다. 이것이 사람에게 달려 들어 해를 끼치면, 살갗에 죽을 정도로 심한 병에 걸릴 수 있다. 마을을 지키는 신령인 서낭 또는 성황신(城隍神)의 자리를 빼앗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이것에게 제사를 지내 주면 더욱 기세가 강해지고, 서낭이라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 사람을 괴롭히지만 용맹한 사람 앞에서는 물러나고, 제사를 지낼 때 모셔 놓은 물건들을 모두 없애 버리면 힘을 잃는다. 제사를 지낼 때 모셔 놓은 물건에는 황금 비녀, 황금 방울 등이 있다. 조선 때 김효원이 지금의 삼척 땅에서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도깨비불" 이야기의 한 가지 특이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의 이야기는 김효원이 삼척에 부임하게 되고, 그곳에서 부임하는 관리들이 자꾸 창병이 걸려 죽는 일이 많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결국 이것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효원이 용감하게 따지자 이것은 물러 가는데, 그날 꿈에 “성황신”이 나타나 신라 임금의 셋째 딸이자 요망한 무당의 귀신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고 사람들에게 제사를 받아 먹으며 재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하여, 그 제사를 없애 버리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원래의 모습은 무당과 비슷한 공주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황금 비녀나 황금 방울에 깃들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파란색의 굴러다니는 불꽃 모양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6. 장구당로 (長口當路: 커다란 입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커다란 입이 길을 막고 설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있는 것이다. 입을 벌리면 윗 입술이 하늘에 닿을 정도라고 묘사되어 있다. 입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은 신비로운 조화를 부린다. 이 사람이 따라 다니고 싶은 사람을 주인으로 삼아 아무도 모르게 따라 다니는데, 그 주인에게 어떤 일을 하면 일이 잘 되고 어떤 일을 하면 나쁜 일이 생기는 지 미리 내다 보고 알려 준다고 하며, 주인이 파도, 물결, 날씨 따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 또한 신비한 재주로 편안하게 해 준다. 주인이 죽을 때가 되면 울면서 떠나간다. 조선 때 신숙주가 젊은 시절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에 나오는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은 신숙주를 보호해 주기 위해 따라 다닌 신령 같은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옛 중국 고전 속의 권세가들을 따라 다녔던 신령 같은 것들과 비슷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되어 있다. 신숙주가 친구와 함께 길을 가다가 밤에 이것을 만났다고 되어 있는데, 친구는 도망치고 신숙주는 당당하게 입 모양 속으로 들어 갔다가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을 만나 그 덕을 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 된다. 그렇다면 커다란 입 같이 생긴 이것과 그 속에 있는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이 같이 지내는 것일 수도 있고,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사람이 커다란 입 같은 것을 집이나 배처럼 여기고 머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가 도망쳤다는 이야기에 엮어 보자면, 겁을 주는 것이나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겁먹지 않고 당하지 않는 사람은 높이 사서 오히려 가깝게 지내려 하고 도움을 준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7. 목노개생염, 목비개생발 (木奴皆生髥, 木婢皆生髮)

(영험약초언해 삽화)
나무로 된 사람 인형인데 사람과 같은 수염이나 머리칼이 자라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수염이 자라서 "목노개생염"이라고 표현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머리칼이 자라나서 "목비개생발"이라고 표현했는데, 괴기스러운 일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조선 때 박응순이 조상의 무덤을 쓰다가 무덤 안에서 보았다고 한다.


28. 형화만실 (螢火滿室: 반딧불이 방을 가득 채웠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빛이 나는 이상한 벌레로 반딧불과 같은 것인데 불에 타지 않는 뼈 같은 것이 있다. 집 안 곳곳에 눈에 거의 뜨이지 않게 머물면서 사람에게 요괴에게 시달리는 병을 앓게 만든다. 원래 이것은 사람의 머리뼈의 가루에서 나온 것인데, 만약 이것들이 모두 나와 뭉치게 되면 방을 한 가득 빛으로 채울 정도가 되어 한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을 태우면 사람의 머리뼈와 같은 모양을 이룬다. 이 머리뼈를 다른 곳에 묻어 주면 이것을 물리칠 수 있다. 조선 때 황철이 김의원을 부탁을 받아 이것을 쫓아 낸 이야기가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는 누가 다른 사람의 집을 저주하기 위해서 사람의 머리 뼈를 구해서 그 가루를 내어 집 곳곳에 뿌려 놓고 주술을 걸어서 그 집 사람들이 병에 걸리게 했는데, 황철이 이것을 없애기 위해 반딧불과 같은 모양으로 다시 날아 들어 모이게 해서 태운 뒤에 머리뼈 모양으로 만들어 잘 묻어 주는 방법으로 저주를 풀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람 머리뼈를 갈아 만든 주술 때문에 생긴 것이고, 다시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리면 주술이 풀린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9. 협사이함 (篋笥而緘: 대나무 통에 가두었다는 말)

(천로역정 삽화)
괴물을 가두어 놓은 작은 대나무 상자로, 괴물이 소리를 내며 날뜀에 따라 들썩들썩한다. 조선 때 황철이 괴물을 잡아 가두어 넣었는데 강물에 던졌더니 이것이 조용해 졌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강물에 던졌더니 조용해졌다는 것을 보면, 물속에서 살 수 없는 것 또는 물에 약한 것이라는 것 정도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고, 대나무 통 속에 가두었다는 것을 보면 대나무 통에 들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크지는 않고, 대나무 통을 부술 정도로 힘이 세지도 않다고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인물로 원전의 이야기에 나타나 있는 황철이 일부러 잡아 가두었다가 물에 던져 없앴다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을 해치는 악한 것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0. 대망 (대망 大蟒: 커다란 구렁이 같은 뱀이라는 말, 홍량거부 鴻梁巨桴: 이것의 크기를 비유할 때 쓴 말로 큰 기둥이라는 말, 이무기)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거대한 뱀 모양으로, 길이는 사람 키의 수십 배이고, 굵기는 집의 큰 기둥 만하다고 한다. 뭍에서는 산짐승을 잡아먹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무게도 매우 무거워서 이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도랑이 생기고 온 산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한편 이것은 매우 둔해서 함정에 걸리기 쉽다. 이것의 몸 속에 진주처럼 기이한 보석이 생기는데 이 보석은 크기도 큼지막하고 색깔도 영롱해서 만약 이것을 잡아 그 배를 가르고 꺼내면 진귀한 보물이 된다. 조선때 한 화포장이 외딴 무인도에 남겨졌다가 이것을 발견했는데, 함정으로 이것을 잡은 뒤 보석을 꺼내서 갑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용이 아니라 뱀의 모습인데 크기는 보통 뱀보다 훨씬 큰 괴물에 관한 이야기는 그 숫자가 매우 많으며, 최근에도 종종 “학교를 세웠을 때 수위가 큰 뱀을 죽였더니 소풍 때마다 비가 온다”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뱀과 같은 모습이지만 한 입에 사람을 먹을 수 있고 집이나 배를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큰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하나의 항목으로 편성해 보았다. 이런 커다란 뱀은 흔히 “이무기”라고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무기”라는 말의 어원은 알려진 것이 없어서 “아주 큰 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 이외에는 특징을 정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 항목에 대한 원전의 이야기를 보면 물에서도 이 것이 잘 지낼 수 있고 잘 다녔다고 되어 있으므로, 물 속에서 살 수 있는 형태의 몸을 갖고 있다거나 지느러미 같은 것이 몸에 약간 나 있다거나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이목(璃目)”이라는 용의 아들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무기”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이야기에는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이 있다거나, 하늘로 승천 한다거나 하는 말도 나오므로, 흔히 현대에 퍼져 있는 이무기가 비를 내리게 한다거나 용으로 승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하는 전설과 통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이목”은 모습이 커다란 뱀이라는 묘사나 용은 아니라는 묘사는 없고, 오히려 작은 연못에서 살았다고 되어 있으며, 침상 아래에 숨기도 했다고 되어 있으니 크기는 작은 쪽에 가깝다. 이 밖에 "용천담적기"에 채록된 설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뱀은 또한 특이한 점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도 움직이면 산이 진동하는 듯할 정도로 거대한 굵기의 뱀이 등장하는 데, 이 뱀들은 가족, 무리를 이루어 굴 속의 둥지에서 살며 사람을 물어 뜯어 혈기를 빨아 먹고 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데, 만약 정월 첫 해일에 만든 콩기름을 얻어 끓인 것을 낫자루 구멍에 바른 뒤에 울타리에 꽂아 놓으면 죽게 된다고 한다.


31. 도피사의 (倒被蓑衣: 도롱이옷을 이상하게 둘렀다는 말)

(영험약초언해 삽화)
도롱이옷을 거꾸로 입은 사람의 모양인 듯한 것이다. 둘 씩 무리지어 다니며, 사람의 말을 한다. 신비로운 힘으로 사람이 열병을 앓게 하여 죽게 만든다. 어떤 계획에 따라 한 집안 사람들을 모두 죽게 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사람을 잘 알아 보고, 도망친 사람을 찾아내는 재주도 있다. 사람의 미래나 사람의 자질을 알아 보기도 한다. 조선 때 권벽이 열병에 죽은 사람이 많은 동네에서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는 전염병에 걸린 친구 집에 갔는데, 자다 말고 친구가 어딘가로 도망치고 권벽만 남아 있게 되었는데, 이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애초에 친구의 집안을 모두 병으로 몰살시키려고 하였는데, 친구는 그것을 알고 권벽을 자신 대신 죽게 하려고 권벽이 잘 때 몰래 자신만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런 사실을 알아 채고, 다른 먼 곳에 숨어 있는 친구를 결국 찾아 내어 죽게 만든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이때 이 것은 권벽을 “권 정승”이라고 부르는데, 이 것을 보면 권벽이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될 지 미리 알아 보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둘 씩 무리지어 다니는 중에 하나가 권벽을 보고 착각하여 도망친 사람을 찾았다고 하는데 다른 하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는 성격이 급하고 사람 보는 재주가 부족하고 나머지 하나는 성격이 치밀하고 사람 보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 것이 나타날 때 곧장 담을 넘어 왔다고 되어 있는데, 잘 뛰어 다니고 몸을 잘 솟구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정한 바에 따라 꼭꼭 병에 걸려 죽게 만들고, 그 사람을 못 찾으면 굳이 찾아내서 죽게 만드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에 따라 움직이는 저승사자 비슷한 것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2. 소여구아 (小如狗兒: 강아지처럼 작다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나무로 된 작은 말 모양의 기계이다. 크기는 작은 강아지 만했으나, 제법 그럴듯하게 잘 움직이며 사람을 잘 따라다녔다고 한다. 다만, 작은 크기에 맞춰 처음부터 꾸미기로 했던 것이라, 실제로 작업이나 군사와 싸움을 위해 쓰려고 크게 만들면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때 이성석이 제작했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에는 애초에 중국 고전의 제갈량이 만들었다는 목우유마를 흉내내어 만든 것이라고 되어 있다. 큰 쓸모는 없지만 나무로 만들어 놓은 것이 움직이는데 사람이 재미 삼아 데리고 다니는 개나 고양이 같은 비슷한 것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3. 백어 (白魚)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피부가 눈과 얼음처럼 보이는 하얀 커다란 물고기, 혹은 고래 같은 것이다.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가 먹으면 온통 몸이 하얀 특이한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눈동자가 옅은 노랑색이고 두 발이 하얗고 온 몸이 마치 옥처럼 영롱한 모습의 사람이다. 머리카락까지 흰 색인 경우도 있다. 이 사람은 지혜로운 편이다. 조선 대 이현배가 진주 땅에서 어부가 잡아 진상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이것을 먹게 되면, 고기 속에 있는 무엇이 몸으로 들어 오는 것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된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을 잡아 먹은 것에 대해 저주를 내리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라서 그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는 이야기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어난 사람의 모습은 피부색이 흰 색으로 다른 사람의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과장되고 왜곡되어 이상한 전설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색깔이 나타내는 방위에 대한 음양오행론의 생각으로 이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음양오행에 따라 전쟁이나 난리의 징조로 생각해서 근심거리로 여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자신을 불길한 징조, 전쟁의 징조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갈등을 겪고, 그런 생각에 대해 반대하는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4. 은불 (銀佛, 백의승칠인 白衣僧七人: 흰 옷 입은 승려 일곱 사람이라는 말)

(법화경언해 삽화)
하얀 색의 옷을 입은 승려 행색의 사람 모양이다. 일곱이 한 무리가 되어 밤에는 사람과 비슷한 모양으로 움직이며 뛰어다니고, 낮에는 대나무 숲속의 흙 속에 들어가 은으로 된 일곱 개의 불상의 모양으로 가만히 있다. 사람이 지르는 커다란 소리를 들으면 도망치고, 한편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해친다. 낮에 은으로 된 불상의 모양일 때 녹이면 그대로 은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이 밤에 돌아 다니는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다. 조선 때 김뉴가 좋은 집이지만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흉가를 사들였는데, 그곳에서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오래된 물건이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거나 묻혀 있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이 나와서 그것이 도깨비 같은 일을 한다는 형태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특히 사람 모양으로 만든 인형, 석상이나 짐슴 모양이 조각되어 있는 그릇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생긴 경우가 많다. 흔한 사례인 빗자루에 붙은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등의 이야기에 비해, 이 항목의 경우에는 불상과 같은 색을 가진 승려가 밤에만 나온다는 점이 특색이 있다.
원전에 이것 때문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은 모두 죽게 되었다는 말이 있으므로, 이것이 사람을 해치는 짓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김뉴가 소리를 지르자 바로 도망쳤다는 말이 있으므로, 사람이 지르는 커다란 소리를 두려워 한다거나 큰 소리를 무서워한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5. 출목축비 (出目縮鼻: 이것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의 첫부분으로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오그라들었다는 말) *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돌탑 등의 구멍 속에서 사는 것으로 크기가 상당히 크며, 네 발 짐승의 형체이다.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찌그러졌으며 입꼬리는 귀까지 닿아 있고 귀는 늘어지고 머리카락은 솟아 있으며, 양 날개가 활짝 펼쳐진 듯한 모양이며, 몸은 붉고 푸른 빛으로 알록 달록 하다. 고약한 악취를 풍긴다고 한다. 밤에 슬그머니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고 겁먹게 하는데, 사람이 모른 척 딴청을 부리고 있거나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면 덤벼들지는 않는다. 조선 때 정백창이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원전의 이야기에서는 정백창이 이것이 구멍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요사스러운 괴물인 것을 알고 태연히 원래하려던 공부만 계속하자 이것도 그냥 가만히 있을 뿐 더 행패는 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도로 들어가자 정백창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을 홀리거나 그 모습이 무척 무섭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상상해 보자면, 관심을 기울이고, 일부러 쳐다 보고, 두려워하면 그럴수록 더 힘을 얻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보면 볼수록 더 잘 보이고, 있다고 여기면 여길수록 더 선명히 있게 되지만, 반대로 보지 않으면 보지 않을수록 힘을 잃고, 없다고 여기면 없는 것처럼 별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6. 삼대봉 (三大蜂)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땅속 돌 밑에 사는 데, 세 머리의 거대한 벌 모양이다. 크기는 주먹 만한 크기로 셋 씩 짝지어 다닌다. 그 침으로 공격하면 한 번의 공격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조선 때 소세양이 보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37. 비유설백 (肥腴雪白: 살이 눈처럼 희다는 뜻)

(속삼강행실도 삽화)
사람 여자 형체의 하얀 물고기로, 머리칼을 풀고 있으며 피부가 매우 희다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커다란 호수 같은 곳의 물 깊은 곳에서 살며,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이것이 있는 곳 근처에 있는 쓴 맛이 나는 나무 열매가 독을 지니고 있는데 그 나무 열매를 물에 비비면 독이 나와 물의 색이 변하고 물 속에 사는 것들이 죽게 된다. 조선 때 김회천이 지금의 영광 땅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김회천은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서 연못에 독을 풀어 물고기를 연못의 모든 물고기를 한 번에 다 잡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 때 이것의 죽은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그러자 호수 위로 구름이 일고 비바람과 번개가 몰아치더니 캄캄해져서 수십일 동안 걷히지 않았다고 하며, 김회천은 곧 사망했다고 한다.

* 독약을 마지막까지 버틴 것을 보면 무척 강하고 오래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맨 마지막에 나타났다가 죽은 후에는 호수에 온통 비바람이 몰아쳤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것이 호수 전체를 지키거나 호수를 다스리는 신령 같은 것이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호수 위에 구름을 드리우고 비바람을 몰아치게 하는 일이나 호수의 물고기들을 죽인 사람을 죽게 만드는 정도의 신기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38. 괴외촉천 (魁嵬觸天: 우뚝하니 높아서 하늘에 닿을 듯하다는 말, 거인)

(영험약초언해 삽화)
머나먼 바다에 살고 있는 거인으로, 키가 높은 언덕이나 작은 산에 이르는 정도로 아주 거대하다. 사람을 공격해 섬 근처에 다가오는 배를 뒤집어 버리려 하는 등 난폭하며, 바다 속으로 잘 걸어다니며, 산으로도 단숨에 뛰어올라간다. 무기나 도구를 사용할 줄은 모르는 듯하며, 도끼 등으로 팔다리를 공격하면 멈칫한다. 조선 때 이수광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들이 빠른 바람으로 조선에서 7일거리의 섬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이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거인은 언덕이나 산의 높이로 비유되어 있어 특별히 가장 거대한 편이다. 거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거인” 항목에서 따로 정리한다.


39. 양육각 (兩肉角: 머리에 솟은 뿔 같은 두 살덩이라는 말)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머리에 뿔모양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살덩이가 있는 사람으로, 태어난지 수 개월만에 수염이 나는 정도로 빨리 자란다. 용모가 빼어나고 재능이 비범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어린이라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없애려고 하면 목숨을 앗을 수 있다. 용과 비슷한 신령스러운 것이 사람을 임신시키면 이것이 태어난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커다란 비바람이 몰아쳐 천둥치는 소리가 세상을 뒤흔 들 때에 자고 있던 종을 무엇인가가 끼고 갔고 큰 불꽃이 앞을 가로질러 가고 검은 색이 바다를 끊어 치고 있고 푸른 파도가 아래에 보이다가 별안간 돌아 왔다고 한다. 조선 때, 지금의 고흥땅에서 유충서의 종이 낳았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현대 한국민속문학에서 말하는 “아기장수” 형태의 이야기로, 종의 자식이 너무나 뛰어나고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영웅이 될 사람으로 보여, 나중에 너무 큰 사건을 일으키면 집 안에 해를 끼치기도 할 까봐 어릴 때에 집안 사람들이 몰래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원전에 실린 이야기의 결론이다.
원전의 이야기는 용이 종을 잠시 데려 갔다가 내려 주었고 그 후에 종이 비범한 사람을 낳은 사연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그래서 용이 싸우다가 한 마리 용이 죽어 떠올랐는데 그 용의 뿔을 얻었더니 희기가 옥 같았다는 내용이 덧붙어 있다. 그렇다면, 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의 뿔 모양도 옥처럼 밝고 영롱하거나 아주 흰 빛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용이 종을 데려 가는 장면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면 무엇인가가 종을 데리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온 모양인데, 검은 것과 불꽃이 보인 것을 보면 회오리 바람에 휘말린 듯한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원전의 묘사만 옮겨 보면, 앞 부분은 커다란 불꽃 모양으로 빛나고 그 뒤는 검은 색으로 된 짐승인데 요란하게 바다를 날아 다니면서 대단힌 비바람과 천둥번개를 일으키는 것이고, 이것이 가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한다고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0. 인어 (人魚)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삽화)
헤엄칠 때의 모습을 보면, 거북이와 비슷한데 사람과도 닮은 것이다. 앉아 있는 앞모습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하며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금발과 흑발이 섞인 모양이고 눈동자의 색깔도 황색계통으로 밝다고 한다. 피부색은 붉은 색이 감도하는 하얀색이며, 등에는 검은 무늬가 엷게 있다. 잡히면 구슬피 우는 모습이 매우 처량하고, 흰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래서 오래토록 보고 있으면, 애절한 마음 때문에 놓아줄 수 밖에 없게 된다. 사람처럼 남녀가 있으며, 어린 모습에서 다 자란 사람처럼 성장한다. 기름을 짜내어 먹어보면 매우 맛있다고 하는데, 상하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고래기름보다도 더 좋은 귀한 것으로 친다고 한다. 조선때 김담령이 지금의 통천땅에서 어부가 잡은 것을 보았고, 빼앗아 놓아주었다고 한다. ”어우야담”에 나와 있다.

* 중국 고전 속에서 널리 언급되는 인어와 비슷한 이야기로는 교인(鮫人)이란 것이 있는데, 이 항목은 교인에 관한 이야기와는 확연히 다르며, 직접 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름도 “인어”로 되어 있다. 한편 중국 고전에 나오는 교인 계통의 이야기 중에는 교인이 신비로운 옷감을 짠다는 것이 유명한 편이다. 그런 이야기 중에 당나라에서 사치로 유명했던 “원재”가 자신이 사랑하는 “설요영”에게 아주 신비한 옷을 입히기 위해 교초를 구해 왔다는 것이 있는데, 이때 공교롭게도 교초를 신라 사람에게 구해 왔다고 이야기가 있다. “태평광기”에 실린 “전당시주” 출전의 이야기인데, 아마 장보고 시기를 전후로 해서 신라 사람들이 바다를 넘나들며 활발히 진귀한 물건을 사고 파는 인상이 퍼져서 생겨난 이야기로 보인다.


* 아래는 재검토 결과 괴물로서 별도의 항목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삭제하였습니다.

삭제8. 견집오각 (堅執吾角: 내 뿔을 꼭 잡으라 라는 뜻)
이백고라는 사람이 용으로 변신한 것. 사람을 태우고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다. 사람은 용의 머리 쯤에에 앉고, 그 커다란 뿔을 잡고 있게 된다. 이 용이 사는 고향은 매우 풍경이 아름답고 기이한 땅으로 커다란 강으로 둘러쌓인 이상향 낙원이다. 조선 때 진일선생이 꿈에서 보았다고 한다.

삭제9. 함은합 (銜銀?: 은으로된 함을 물었다는 뜻)
은으로된 함을 입에 물고 다니는 기이한 까마귀. 함은 단단하게 봉해져 있고, 함 안에는 함을 여는 사람에 관련된 어떤 예언이 적혀 있다. 함 바깥 벽면에 예언에 대한 주의사항이 적혀져 있다. 신라의 소지왕 때 이 까마귀를 만난 일화가 매우 유명하며, 이 까마귀를 소지왕은 기특하게 여겨 까마귀가 나타날 때 마다 까마귀에게 먹일 독특한 과자를 제조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약밥의 시초라고 한다.

삭제21. 각백여옥 (角白如玉: 뿔이 옥처럼 희다는 말)
뿔이 옥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용으로 바다에서 살며, 용끼리 주도권을 놓고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우는 용렬한 습성을 갖고 있다. 조선 때 유충례가 이 용의 뿔을 용 사체에서 얻었다가 유인서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고 한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핑백

덧글

  • 원한의 거리 2014/04/19 00:27 # 삭제 답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자료 잘 보았고, 또 애써 이런 귀한 글을 써주신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 게렉터 2014/04/19 22:10 #

    감사합니다. 이번 자료는 7년전에 올렸던 자료의 참조 그림만 바꾼 자료라서, 언젠가 시간이 나면 내용도 틀린 부분, 부족한 부분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 역사관심 2014/04/19 01:40 # 답글

    이번 판이 역시 훨씬 좋습니다. 게렉터님 덕분에 사료를 찾아볼 동기부여가 된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두억시니니 여러 지괴류 이야기를 싣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소개할 글도 저장되어 있는게 꽤 됩니다만, 짧은 소개대신 사료와 함께 나름대로 길게 풀어 쓸 예정입니다). 언젠가 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

    아참, 삽화의 경우 제가 찾은 이 그림도 도움이 되실까 하여 링크를.
    http://luckcrow.egloos.com/2431775
  • 게렉터 2014/04/19 22:12 #

    자료 감사합니다. 저도, 전체 여러 괴물 이야기 중에 특별히 좀 더 긴 사연으로 이야기 해 보고 싶을 만한 괴물을 좀 뽑아서 새로 글을 좀 써서 올려 보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난번 자료들에서 한자로 된 원문 부분을 잘 밝혀서 정리해 두었으면 출처 찾아 보기가 더 쉬우실텐데, 언젠가는 작업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14/04/19 10:21 # 삭제 답글

    한국에도 이런 그림이 있었네요.
    한국사람들 말로만 전통 찾고 한국적인거 찾는데 실상은 아는것도 없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죠.
    게랙터님같은 분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게렉터 2014/04/19 22:13 #

    불경이나 도교 계통의 그림들은 제가 보기에는 중국 서적의 그림을 모방해서 따라 그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한글로 나와 있는 조선시대 서적에 실린 삽화라 예전의 엉뚱한 유럽계 옛 그림 보다는 또 어울리는 면이 좀 느껴질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 눈떼굴 2014/04/29 21:25 # 삭제 답글

    9번 함은합 항목에 까마귀를 문 까마귀라고 써져있는데 상자를 물었다가 맞는거 아닌가요?
    뒤에 "함"이라고 써져있으니 문맥상 상자가 맞는거 같습니다.
  • 게렉터 2014/05/01 00:14 #

    말씀한 것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꾀죄죄한 이누이트 2014/10/09 01:41 # 답글

    귀중한 자료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좀비 같은 것도 있고.17번 연처위사는 상사 같은 느낌이 드네요. 보통 전설에 나오는 상사는 실연을 당한 여성이 구렁이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붙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남자를 압사...시켜버린다고...;;그런데 특이하게도 여기에서 나온 건 남성이네요
  • 게렉터 2014/10/11 06:58 #

    구전으로 돌다가 "이게 전설이다"라고 최근에 인터넷으로 퍼진 것과 실제로 옛 기록에 남아 전해 오는 것들 중에 초점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례이지만, "구미호"는 어째 한국의 대표적인 괴물처럼 이야기 되는 경우가 많지만, 19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글로 기록된 전설에 구미호 등장하는 경우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 역사관심 2016/05/18 01:38 # 답글

    게렉터님 혹시 여기 나온 삽화들을 제가 정리해서 다른 용도로 (그림에 집중해서) 올려도 될런지요. 감사합니다.
  • 게렉터 2016/05/19 20:05 #

    블로그 포스팅으로 올리실 것이라면 쓰시고 언제 어디에 쓰셨는지만 여기 덧글로 알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역사관심 2016/05/19 22:34 #

    네 올리고나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7/08/08 04:16 #

    두 분 모두에게 알려드려야할 것 같아, 이곳에 답글을 남깁니다. 불교, 도교 텍스트에 등장하는 뇌공의 모습을 찾으면서 게렉터 님의 포스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http://inuitshut.egloos.com/1925471)
  • 우용곡 2016/05/29 21:30 # 삭제 답글

    수일이참대에서 漸은 '참'이 아니라 '점'이라고 읽지 않나요?
  • 게렉터 2016/05/30 20:33 #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수정하였습니다.
  • 염둥이 2016/11/24 13:42 # 삭제 답글

    게렉터님
    우연히 자료조사하다가 너무유용한 게렉터님의 블로그를 보고 댓글 남깁니다.
    제가 대학원 논문을 준비중인데 여기삽화와 내용을 발췌해도 괜찮을런지요.
    전통설화에 바탕이된 귀신의 형태를 연구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음... 2017/09/24 02:55 # 삭제 답글

    매우 예전에 올리신 글이 구글링검색되었는데...... 태상감응편도설언해에 올라와있는 삽화 다수가 관련 없는 설명과 함께 올라와있습니다.
  • 게렉터 2017/10/23 20:04 #

    본문 위에 밝힌 바 대로, 그냥 분위기에 맞는 그림으로 골라 실은 것입니다: "괴물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민화 풍의 예스러운 그림으로 그 형상을 그려서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조선시대의 서적 삽화를 발췌해서 분위기를 깔아주는 느낌으로 같이 실었습니다. 이때 삽화는 본래 괴물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책에서 가져온 것은 전혀 아니며, 삼강행실도, 속삼강행실도, 한글본 천수경, 한글본 부모은중경, 영험약초언해, 천수경언해,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천로역정 등의 여러 책에서 뽑았습니다"
  • 최민수 2017/11/24 21:25 # 삭제 답글

    비유설백의 속삼강행실도 삽화는 어떤 편의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 삽화인가요?
  • 게렉터 2017/11/28 20:45 #

    저도 너무 예전이라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누군가 가족이 물에 들어가려고 해서 말리는 이야기든가, 물에 일부러 빠지는 이야기든가,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건지려는 이야기든가 그렇습니다.
  • 먼지 2017/12/21 09:58 # 삭제 답글

    실례합니다. 형화만실 항목에 등재된 괴물의 경우 이름이 사람 머리 뼈의 가루라는 뜻이라고 적혀있는데, 이 괴물의 실명은 무엇인가요? 이리저리 취미로 글을 적는데 자료를 참고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자료가 많아서 너무 유용하고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
  • 익명 2018/03/18 22:16 # 삭제 답글

    게임의 몬스터 디자인에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동 2018/05/02 22:40 # 삭제 답글

    우연히 박재식님의 괴물백과사전이 있다는걸 알게돼어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혹시 책으로 출간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펀딩같은거라도 진행하면 참 좋겠어요. 여의치 읺으면 전자책같은거라도요. 만약 책으로 니오면 꼭 소장하고 싶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