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야승 괴물열전 (1~16) 기타

*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올린 것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이전의 그림들이 참고로 곁들여져 있습니다. 유럽권 그림을 이용한 과거 버전 글은 여기 http://gerecter.egloos.com/3268552 에 있습니다.

고전 중에 뛰어난 것, 재미있는 것을 골라서 엮어 보는 일들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초에 편찬된 "동 문선"은 삼국, 고려, 조선의 여러가지 아름다운 글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고, 조선후기에 나온 "대동 야승"은 주로 역사와 관련된 여러 잡다한 이야기 거리가 되는 책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신라, 고려, 조선의 고전들 중에서 괴물 이야기들만 모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책들을 훑어서, 30여종의 책에서 약 100 종 정도의 괴물을 꼽아 보았습니다.

우선 모을 대상이 되는 괴물들은 책이나 문서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제한했습니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구비문학, 구전설화가 훨씬 내용이 방대하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이야기되었던 괴물인가?" "어떤 상황에서 유행하던 괴물인가?" 하는 괴물에 대한 사연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범위를 제한하려고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옛 책에 명확히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들은 배제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종교나 미신으로 믿는 사람이 있던 괴물이나, 꿈 이야기를 다룰 지언정, 작자의 순수창작임이 확실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도 뺐습니다.

같은 이유로, 설령 기록이 있다하더라도, 글쓴이나, 편찬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빼버렸습니다. 또 글쓴이의 이름은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글쓴이의 생애에 대해서 알 수 없을 때에도 역시 제외 했습니다. 글쓴이에 대한 유물이나 유적이 없어서 글쓴이가 실제로 있었던 인물임이 의심스럽다거나, 실제로 책을 쓴 것이 확실한지 알기 어려울 때도 간혹 있는데, 이것도 기록이 부실하고 정확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빼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순오지"나 "촌담해이" 같은 책에 실린 기록처럼, 포함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좀 애매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내용을 따져서, 그 특징이 개성있다거나, 후대에 끼친 영향이 생각할만한 경우에는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고려 도자기들)

또, 한편으로는, 1800년대 부터는 문화의 양상이 너무나 다양해지고, 문건의 숫자도 매우 방대해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이야기할 괴물들은 18세기 이전의 것으로 한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삼국사기" "삼국유사" "용재총화" "어우야담" 네 가지 책에 실린 괴물들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이상 네 가지 책에 등장하지 않는 괴물들만 실어서 좀 더 다양한 괴물들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괴물들 끼리는 기록을 합쳐서 하나의 보다 묘사가 풍부한 괴물로 정리했고, 반대로 이름이 같은 괴물이라도 현격히 모습과 습성이 다른 경우에는 다른 괴물로 분리해서 싣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괴물에 대한 설명은, 책에 언급된 그대로의 설명을 옮기는 것에 더하여, 다른 기록에 나오는 비슷한 괴물의 묘사, 비슷한 전설, 비슷한 괴물의 그림, 공예품을 참조한 것 등등을 참조하여 썼습니다.

괴물들은 "그 겉모습이 기이하여 괴물 같은 것"을 기준으로 선별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인간과 겉모습이 차이가 없는 단순한 귀신이나 유령, 신선이나 초능력자들은 모두 제외하였습니다.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설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하고, 시대 상황을 파악하는 상징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토론하거나 주석, 해설을 달아볼만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아쉬운대로, 일단은 일부에만 간단한 주석을 달았습니다. 대신 모든 괴물들의 그 기록 출전과 글쓴이를 밝히고, 언제 어디서 목격되었는지를 최대한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괴물들은 그 겉모습에 따라 종류별로 분류하여 내용이 소개 될 것입니다. 그 차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말, 소, 사슴 따위와 닮은 무리들
- 둘째. 개, 쥐, 고양이 따위와 닮은 무리들
- 셋째. 닭, 매, 기러기 따위와 닮은 무리들
- 넷째. 뱀, 거북이, 개구리 따위와 닮은 무리들
- 다섯째. 돔, 메기, 피라미 따위와 닮은 무리들
- 여섯째. 벌, 거미, 지렁이 따위와 닮은 무리들
- 일곱째. 빛, 불, 별 따위와 닮은 무리들
- 여덟째. 무리를 짓기 어려운 것들
- 아홉째. 사람과 닮은 무리들

이렇게 모은 100 종류 정도의 괴물들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그림을 곁들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조선시대 그림과 민화 중에서 뽑아서 참고 삼아 같이 실었습니다.

괴물의 이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억지로 "뭐뭐 귀鬼" 라든가 "천天 뭐뭐", "선仙 뭐뭐" 하는 식으로 한자를 조합해 이름을 짓는 일은 피했습니다.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붙이는 대신에, 책 원문에 나와있는 괴물을 묘사하는 데에 쓰인 한문어구를 그대로 발췌해서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여러 시대, 여러 가지 괴물들을 하나 둘 구경하면서, 괴물들 사이의 관계를 따져 보거나, 괴물이 펼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18세기까지, 문헌 자료가 있는, 모습이 괴물 같은" 괴물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누군가 "19세기 이후의 괴물들, 문헌이 없는 구전 괴물들, 모습이 사람과 같은 신선, 초능력자 종류, 소설속에 등장하는 괴물" 등등을 또다시 정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소개된 것들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모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이 블로그의 "별개시리즈" 카테고리에서 몇차례 더 이어집니다.)




첫째. 말, 소, 사슴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1. 추여묘 (雛如猫: 새끼가 고양이를 닮았다는 뜻)

(민화 기양동자도)
말과 비슷한데, 머리가 여러개 이고, 머리가 고양이 무리처럼 생겼다. 머리의 모양이 머리마다 서로 다르게 생겼는데, 비록 겉보기에는 여러개의 머리지만, 실제 기능은 모두 합해야 하나의 동물 머리 구실을 되는 듯 하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개의 머리가 각각 귀가 하나씩 밖에 없는 등 기능이 완전히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보통 말과 이상한 괴물과 잡종으로 태어나는 동물로 추정되며, 평범한 암말이 이것을 낳게 된다. 가평 땅에서 1627년에 발견되었다. "인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 이상한 모양으로 태어난 말에 관한 기록을 모아 본 것입니다. 머리가 두 개라거나, 다리가 여러 개인 말이 태어났다는 기록이 나타나는데, 보통 나라의 흉한 징조로 해석하여 실록 등지에 기록된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1627년 "인조실록" 사례는 그 중에 특이하여 새끼 말이 고양이 같았다는 것이라서 꼽아 보았습니다.


3. 박, 맥 (駁, 貘)

(계명대 소장 책거리 병풍)
사나운 동물로, 중국 고전에서 말하는 "박(駁)" 또는 "맥(貘)" 두 짐승과 비슷한 동물이나 두 짐승과는 다른 동물이다. 전체적인 모양은 말과 곰의 중간 형태인데, 코는 산돼지 같으며 산양처럼 긴 털이 자라나 있다. 발은 곰발바닥처럼 되어 있는데, 그런 큼직하고 두툼한 발에 호랑이처럼 날카롭고 강한 발톱을 갖고 있다. 말이나 큰 곰 정도 크기의 위협적인 크기의 동물이고, 사람을 공격하는 맹수이다. 총으로 공격하면 잡을 수 있기에, 군인들이 총을 쏘아 사냥한 뒤, 그 가죽을 조정에 보냈다고 한다. 평안도 일원에서 1747년 수차례 발견되었고, "영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 여기서 총은 임진왜란 후에 적극 도입했던 조총 류의 화승총입니다.


4. 천록벽사 (天祿辟邪)

(민화)
아주 작은 사슴 크기의 동물인데, 얼굴은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사나운 호랑이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나 있는데, 또 온몸은 비늘로 덮혀 있기도 하다. 발은 맹수 모양으로 사나운 형체이다. 모습은 그렇지만, 크기가 작아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도 아니다. 반면에 악한일을 저지르는 악당, 괴물, 귀신 따위를 맹렬히 공격해 물리치는 것이다. 경복궁 내부의 배수로인 어구에 누워 있는 돌조각이 바로 이 동물을 표현한 것이다. 경복궁 이외에 왕이 머무는 다른 곳에도 같은 조각상을 갖다 놓기도 했다고 한다. 경복궁의 조각상에 관한 이야기로 1741년생인 이덕무가 쓴 "이목구심서"에 기록되어 있다.

- 중국 고전에 언급되는 "천록", "벽사"와 같은 동물에 빗대어 알 수 없는 조각상에 대해 설명하는 이야기 입니다.


5. 옥기린 (玉麒麟)

(민화)
말과 비슷한 동물인데, 크지 않은 뿔이 돋아나 있고, 그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말과는 달리 보통 깊숙한 동굴이나 지하 토굴 속에서 사는데 하늘을 날 수 있기도 하며, 뛰어난 사람이라면,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다. 이 말이 날아오르는 것은 날개짓으로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것도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떠오른다. 평양 땅에 이것이 살았다는 기린굴이 있는데,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은 그곳에서 옥기린을 한 마리 길들였고, 그래서 타고 날아다닐 수 있었다고 사람들이 믿었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6. 양주의 호랑이 먹는 짐승

(민화)
말 정도의 크기인 사나운 동물로 호랑이와 표범을 식사거리로 잡아먹는 습성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매섭다. 중국고전에서 말하는 "박(駁)"과 비슷한 형태라고 분류하기도 하나, 색깔이 푸른빛이고 몸에 갈기가 길게 있다는 점에서 전체 모양이 다른 동물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상한 형태이다. 머리나 다리의 모양은 말을 많이 닮은 듯 하고, 사람 또한 공격해서 먹이로 씹어 먹는다. 가끔 너무 배가 고프거나 시기가 좋지 않으면 잡아 먹기 쉬운 인간을 공격할 때가 있는데, 이 때 사람들에게 많이 목격되었다. 양주 땅에서 발견되었으며, 1563년생인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7. 용마 (龍馬)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무신도)
주로 폭포아래의 맑은 물 깊숙한 곳에 사는 말모양의 동물로 보통 말보다는 상당히 크다. 추측해 보자면, 말이지만, 물속에서 살기 때문에 아마도 물 속에서 숨쉬고 다니기에 적합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물밖에 나와서도 잘 뛰어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달리고 뛰는 속도는 보통 말에 비해 월등하다. 단 그 기세가 너무나 맹렬하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고 물밖으로 나와서 나돌아다닐 때에는 주변을 짓밟아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반대로 사람이 길들이면 훌륭한 준마로 물밖에서 보통 말처럼 타고 다닐 수 있다. 물속에서는 파란 빛을 내뿜으며, 물밖으로 나와 말이나 다른 동물과 잡종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이렇게 태어난 잡종은 이것 못지 않은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다. 개성땅 박연폭포 근처의 마담 연못에 관한 이야기를 1607년에 들은 일이, 김육이 쓴 "천성일록"에 기록되어 있다.

- 물속에서 사는 용 같은 것이 튀어나와 말처럼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고전 뿐만아니라,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 이야기에도 조선 무렵에 기록된 이야기와 흡사한 것이 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경우에 물속에서 사는 말이면서, 물 밖으로 나오면 보통 말보다 외려 더 월등하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바다에 사는 해마 같은 동물이 이야기 상상력의 근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선 무렵의 이야기에는 장군이나 왕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 이렇게 튀어나온 말을 다스린다거나, 이렇게 튀어나온 말과 사람의 잡종으로 태어났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꽤 있습니다.


8. 강철 (强鐵), 말과 닮은 형태

(김희겸 작 석천한유)
늪 속에 둥지를 틀고 사는 망아지와 흡사한 동물인데, 얼굴은 사자나 용과 비슷한 점도 있다. 늪 밖으로 튀어나와 활동을 개시하면 주변을 뜨겁게 하는 뜨거운 바람, 연기 따위를 뿌리고 다닌다. 그 정도가 강하고 상당히 멀리 퍼져 나가는데다가 사방으로 날뛰며 사납게 덤벼들기에 사람에게 피해가 크다. 특히, 논과 밭을 헤집고 다니면, 그 뜨거운 기운 때문에 일대가 가뭄이 들고, 농사를 망칠 정도가 된다. 뜨거운 기운 때문에 항상 늪이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르고, 바다로 뛰어들어가면 바닷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에 이른다. "강철이 있는 곳에는 가을이라도 봄과 같다"라는 관용 표현이 생길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동물이었다. 이것은 가을에는 추수 무렵이 되어 곡식과 과일이 풍성해야할텐데, 강철이 날뛴 피해로 농사가 다 망하면, 이제 농사를 시작하는 봄과 다를 바 없는 황량한 꼴이 된다는 뜻이다. 김포에서 출현해서 농가 피해가 극심했기에,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강철을 바다로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1741년생인 이덕무가 쓴 "양엽기"에 기록되어 있다.


9. 강철 (强鐵), 소와 닮은 형태

(김식 작 수하모우)
연못이나 강 속에서 사는 소와 비슷한 동물인데, 얼굴과 피부의 생김은 용과 비슷한 점도 있다. 몸에서 이상한 연기, 바람 같은 것을 내 뿜는데, 이것이 폭풍과 번개, 우박을 일으킨다. 이것은 크기도 크고, 그 몰고다니는 번개와 폭풍의 피해도 극심해서 논밭을 심하게 부수어 농사를 망하게 한다. 그래서 이 동물이 끼치는 해악에 대해 "강철이 지나가는 곳에는 가을철이 봄처럼 된다"라는 속담이 널리 퍼졌을 정도이다. 이 동물이 뿌리는 우박의 피해가 특히 심한데, 정상적인 우박이 아니라서, 우박이 떨어진 곳은 풀이나 나무가 자랄 수 없게 황량해지고, 사람, 동물도 피해를 입는다. 서해안에서 낙동강 일원까지 끼친 피해에 대한 이야기가, 1681년생인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 강철은 "강철이 지나가는 곳은 가을도 봄처럼 된다"라는 속담으로 널리 퍼진 괴물로, 흉년을 상징하는 사악한 것으로 농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던 동물입니다. 20세기초에도 강철, 강철이, 강처리, 깡처리, 꽝처리 같은 이름으로 농촌에서 널리 회자되었으며, 강철을 내쫓는 행사나 의식을 하는 동네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강철"로 같지만, 묘사는 "양엽기"와 "성호사설"에 나오는 묘사가 서로 상반된다고 할 정도로 다릅니다. 따라서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서 썼습니다. 이것은 강철이 구체적인 동물이라기보다는, 단지 흉년의 상징일 뿐이었기에, 가뭄이 문제인 지역에서는 가뭄을 몰고오는 괴물로, 폭풍이 문제인 지역에서는 폭풍을 몰고오는 괴물로 굳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10. 반회반흑 (半灰半黑: 반은 회색이고 반은 검은색이라는 뜻)

(천로역정 삽화)
곰과 흡사하나 곰보다 훨씬 더 거대한 동물로, 흉폭하다. 전체적으로 배쪽은 회색, 등쪽은 검은색이거나 그 반대인 모양이다. 붉은색과 흰색의 줄무늬나 점박이 무늬 같은 것도 있다. 거의 발견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동물이라서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성격이 매우 흉폭하여 사람을 뜯고 씹어서 죽여버린다. 벽동 땅에서 1671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현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11. 사린(似麟: 기린을 닮았다는 뜻)

(계명대 소장 민화)
작은 망아지만한 동물인데, 색깔은 잿빛이면서 반질반질하게 윤이나는 아름다운 동물이다. 이마에 10센티미터 정도의 털이 보송보송 나 있다. 온순하고 즐거운 동물로 사람에게 친숙하게 군다. 이마에 나 있는 털을 헤쳐보면, 뿔 하나가 조그맣게 숨겨져 있다. 머리와 꼬리는 말과 같고, 눈은 소처럼 순하며, 발굽이 둥글다고 한다. 걸어 다닐 때 풀을 밟지 않고 사뿐사뿐하게 걸어다니며, 사람의 곡식을 함부로 먹지도 않는 평화로운 동물이다. 사람을 만나면 처음 보는데도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고 길들인 동물처럼 행동하는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평화와 좋은 정치에 대한 상징으로 생각될 수 있으며, 중국고전의 기린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묘사도 있다. 원주 땅에서 두 차례에 걸쳐 원우손이 목격했으며, 이를 조덕윤을 통해 보고하여 조정에 까지 알려졌다. "양엽기"에 언급되어 있고, 1793년에 발견된 일이 "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둘째. 개, 쥐, 고양이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12. 서입기혈 (鼠入其穴: 이것을 다룬 이야기의 소제목으로 붙여져 있는 말)

(경기대 소장 극채삼고초려도)
조그마한 쥐 종류의 동물이다. 그런데,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 사람의 자궁속에 들어가 지내는 습성이 있어서 낭패를 보게 한다. 움직인이 매우 재빠르고 능숙하며 익숙하기 때문에, 사람은 알아채기는 하지만 고통을 느낀다거나 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이것은 사람의 몸속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낼 수 있는데, 특별히 큰 고통을 주거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질은 예민한 편이라서, 자신이 위험할 때는 이빨로 무엇이든 깨물어 공격한다. 때문에 가끔 이것에게 당한 사람이나 주변사람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조선의 어느 시골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웃긴 이야기로, 1424년생인 강희맹이 쓴 "촌담해이"에 기록되어 있다.


13. 귀구 (鬼狗)

(경기대 소장 극채호렵도)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개와 닮은 동물이다. 눈이 빨강색이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보통 두 마리가 쌍으로 돌아다닌다. 개와 달리 짖거나 움직이는 일을 매우 자제하여 보통 때는 꼼짝않고 위엄있게 있으면서 가만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조정 관리의 의관을 갖춘 듬직한 남자의 모습인 신령스러운 존재가 부하로 거느리는 동물인데, 이 남자가 나타나거나 사라질 때는 그 조용하던 개가 갑자기 날뛰고 소리지르며 열렬히 환호하며 난동을 부린다. 사람을 공격하거나 싸우는 일에도 매우 신중하여 특별히 날뛰고 설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한번 내린 명령은 끝끝내 따르는 동물로, 의지와 끈기가 지독하다. 한 번 어느 집을 지키라고 명령하면, 밤마다 찾아가 소리 한 번 안내고 한자리에 꼼짝않고 버티며 온갖 일이 벌어져도 날마다 꿋꿋이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의 서울 필동에 있던 흉가에서 발견된 이야기가 1640년생인 임방이 쓴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다.


14. 노작저 (老作猪: 늙어서 돼지가 된다는 뜻)

(경기대 소장 당채호렵도)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데, 나이가 백살 정도가 되면, 어느날 갑자기 커다란 돼지로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이다. 사람일 때는 보통 사람과 아무 차이가 없고, 보통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사람이 걸리는 아무 병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노인이 되어 어느 나이가 되고 돼지로 변할 순간이 되면 스스로 그 변하는 느낌을 감지할 수 있다. 돼지로 변할 때의 몰골이 흉칙할 것으로 짐작되는데, 변신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피한다. 그러한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살며,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를 경우, 그 자손은 보통 사람과 같다. 일단 돼지로 한 번 돌변하고 나면, 사람일 때의 생각이나 사람으로서의 특징은 전혀 남지 않는 듯 하므로, 그냥 산돼지와 아무 다를바 없어진다. 따라서 인간으로서는 사실상 죽은 것과 같다. 조선의 김류가 그 친척 한 사람의 일을 전한 것이 1640년생인 임방이 쓴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다.

-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삶과 죽음, 인간의 자아라는 것이 기억이나 지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고민해 볼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자체는 늑대인간 류의 변신 인간 이야기와 흡사하기도 한데,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전혀 다른 존재로 바뀌고 그 연속성도 거의 없는 두 단계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큽니다.


15. 목요 (木妖)

(경기대 소장 당채호렵도)
커다란 썩은 나무 속의 공간에서 사는 작은 털이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그 모양은 고양이와 말을 섞은 듯한 모양으로 생겼다. 눈이 하나이고, 꿈틀 거리며 움직인다. 추측해 보자면, 어린 시절에는 나무 속에서 수액을 먹거나 작은 벌레를 잡아 먹으며 사는 것으로 짐작된다. 자라나면 훨씬 더 커지고 강해져서 날뛰고 설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 상태일 때는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되면 비실비실하다가 맥을 못추고 그냥 죽어버리고 만다. 나무 속에서 결국 자라나서 튀어나오면 사람이나 동물을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괴롭히고 공격하는 악랄한 것이 된다. 전주 땅에서 완성군 이만 이 발견한 이야기가 1681년생인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16. 도근천의 달구(獺狗)

(경기대 소장 민화)
물속에 사는 수달이나 족제비와 비슷한 동물인데, 물속 깊은 곳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아마도 아가미가 있다거나 몸 구조가 다른 점이 있는 듯 보인다. 물 한가운데 깊은 곳에 둥지를 만들 것으로 짐작된다. 보물과 보석을 좋아하여, 물속을 통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물속에 빠진 물건들을 모아서 쌓아 놓는다. 사람이 근처에 오면, 보물을 들고 보여주며, 자랑하는데, 사람이 다가가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려서 사람을 조롱한다. 아마도 이러한 일을 즐기는 듯 하다. 제주도의 도근천에 있다는 이야기가 1594년생인 이원진이 쓴 "탐라지"에 기록되어 있다.

- 원문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수달이나 족제비와 비슷한 무엇인가가 물 한가운데에 있는데, 사람이 보면 꼭 매우 희귀한 것처럼 보이기에, 사람을 물속으로 들어오도록 유혹하는 듯 하다" 라는 풀이가 더 맞도록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 소개된 진해 웅천 천자바위 설화에서는 수달이 사람처럼 행동하며, 사람을 잡아 가서 그 사이에 자식을 낳기도 하는 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닷속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삭제2. 상포이와 (相抱而臥: 끌어 안고 누운 채로 있다는 뜻)
머리 부분은 소와 비슷한데, 등이 고운 밝은 빛깔이고 나머지 부분은 붉은 빛이며 털이 없는 미끈한 모양이다, 그리고 다리가 마치 촉수처럼 여러개 뻗어나와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등과 촉수는 흐물흐물하여 자유롭게 변형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이것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래서 그 등과 촉수의 모양을, 떨어져서 살펴보면, 해괴하게도 마치 인간이 서로 끌어안고 누워 있는 듯한 조각과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색깔까지 흰 피부 색과 비슷하기에 매우 흡사하다. 이 동물은 몸의 일부분이 이렇게 흐늘거리기에 다른 모양을 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리는 여섯개 일곱개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은 편인데, 이 중 몇 개를 잘라내도 별 문제가 없다. 꼬리는 노루와 흡사하다. 상원 땅에서 1519년에 발견되었고, 이후 몇차례 비슷한 일이, "중종실록" "명종실록" 등에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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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4/04/20 02:00 # 답글

    역시 멋진 삽화본입니다. 각 파트를 분량을 늘려 제대로 된 삽화가와 함께 하루 빨리 단행본이 나오면 하기를 수년째 빌고 있습니다.
  • 게렉터 2014/04/23 21:10 #

    유럽권에 비하면 주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림 자료가 전체적으로 양이 부족한 편이라 아쉬운 편입니다만, 그러니 만큼 조금 있는 그림이라도 고해상도 스캔본을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문화재청이나 박물관에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오래토록 갖고 있습니다. 커다란 불교 탱화나 기록화류에는 갖가지 재미난 도상들이 조그맣게 여기저기 그려진 것이 많아서 고해상도 스캔본으로 확대해 가면서 들여다 볼 것들이 많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 역사관심 2014/04/23 22:27 #

    크게 동감합니다. 사실 김홍도 신윤복 선생등의 그림외에는 국민들에게 인지적으로 널리 알려진 민화류, 삽화류, 부조류, 탱화류의 그림이 많이 없는게 사실인데, 그 그림들에 문화컨텐츠로서의 풍부함을 더해줄 보석들이 많다고 저도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프로젝트야 말로 문화재쪽 관련기관에서 정부에 건의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해외문화재까지 포함해서 말이지요 .
  • 2014/06/11 22:4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렉터 2014/06/20 06:54 #

    감사합니다.
  • apono 2014/10/23 16:46 # 삭제 답글

    노작저는 치매환자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규정하기 위해 생긴 민담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사람이 아니라 노작저였다..하면서 유기하려고..
  • 게렉터 2014/11/08 00:33 #

    잘 보셨습니다. 사실 "순오지"에 나오는 털난 산에서 사는 괴상한 사람 같은 괴물 이야기는 그야 말로 알츠하이머 병자 같은 내용과 엮여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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