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야승 괴물열전 (17~45) 기타

*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올린 것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이전의 그림들이 참고로 곁들여져 있습니다. 유럽권 그림을 이용한 과거 버전의 글은 여기 http://gerecter.egloos.com/3269744 에 있습니다.



셋째. 닭, 매, 기러기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17. 두생일각 (頭生一角: 머리에 뿔이 하나 돋아 났다는 말)

(민화 황계도)
닭과 같은 것인데, 머리에 뿔이 하나 크게 돋아나 있는 것이다. 뿔의 크기는 엄지 손가락 길이 보다 좀 작은 정도이며, 단단하고 날카롭다. 뿔의 색깔은 검은 색이다. 발견된 것은 암컷 뿐인데 흉한 징조이다. 1684년 논산 은진땅에서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숙종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조선 시대의 모양이 이상한 닭에 관한 기록은 다양하다. 실록에 자주 나오는 사례로는 암탉이 점점 수탉 모습처럼 변하고 수탉 습성까지 가지게 되는 경우를 꼽아 볼만하다. 이것을 당시 조정 사람들은 종종 여자의 행동이 문제임을 나타내는 하늘의 불길한 징조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금의 부인이나 어머니의 권세가 강해지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특히 자주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보다 횟수는 적지만 이외에는 다리가 셋인 닭이 나타났다거나 행동이 이상하다거나 하는 사례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이 숙종 시기 뿔난 닭의 사례는 가장 독특한 편으로, 이 닭이 뿔로 다른 것과 싸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8. 호문조 (虎紋鳥)

(인선왕후영릉산릉도감의궤 삽화)
바닷가에 사는 커다란 새로 크기는 사람의 몇 배 정도인 사나운 새이다. 머리가 특히 커서 커다란 항아리와 같이 크고, 날개도 몸집에 어울리게 큼직한데, 날개에는 호랑이와 같은 얼룩 무늬가 있다. 대체로는 붉은 색을 띈 부분이 많다. 덩치가 커서 매우 느리고 무겁게 움직이는 편이지만, 하늘로 마음대로 날 수 있다. 사람을 잡아 먹어 삼켜 버릴 수 있는데, 사람에 맛을 붙이면 자주 잡아 먹는다. 바다를 종횡으로 멀리 날아다니고, 쉴 때는 섬의 숲 속에 깊이 들어와서 땅에 엎드려 있는다. 보통 무인도 같은 고즈넉한 섬에 들어와 쉬는데, 사람이 탄 배를 공격하기도 한다. 듣는 재주가 뛰어난데 비해, 보는 것이나 냄새를 맡는 재누는 별로 좋지 않은 듯 하여, 사람이 그물이나 멍석 같은 것으로 몸을 가린채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조용히 있으면, 가까이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지만, 일단 소리를 듣고 알아채기 시작하면 사람을 해치기에 이 새에 대해 알던 선원들이 두려워 했다고 한다. 지금의 서해안 홍도 근처의 무인도에서 목격된 일이, 이덕무가 쓴 "양엽기"에 기록되어 있다.

* 원전에서 머리가 크다는 것을 항아리 같다는 말로 비유해서 설명했는데, 머리가 항아리와 닮은 점이 있다고 보면, 그 모습도 둥글고 묵직하니 거대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9. 침중계 (枕中鷄)

(경기대 소장 민화)
매우 작은 닭과 같은 것인데, 너무나 작기 때문에 침대 안이나 베개 속에 둥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평생 살도록 키울 수 있을 정도 이다. 그래서, 대나무나 나무 판자로 베개를 만들고 그 베개 안에서 이것을 기르는데, 그러면 자명종처럼 아침에 닭이 울게 되므로 아침에 잠을 깨우기에 매우 편리한 것이 된다. 그래서 무척 귀한 것으로 친다. 이것이 항상 이렇게 작은 것은 아닌데, 날씨가 쌀쌀할 때 서리를 맞으며 부화하면 어미에 비해 훨씬 작게 자라나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희귀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덕무가 쓴 “양엽기”에 기록되어 있다.

- 이덕무가 채집한 당시 청나라에서 떠돌던 소문에 가까운 이야기로, 새가 알을 낳는데 부화하는 시각을 잘 조절하여, 대대로 이어가면서 서리를 맞으며 계속 자손이 태어나게 하면, 3,4대 만에 매우 작은 크기의 침중계를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절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베개 속에 넣어서 살게하면서 자명종으로 사용할 정도로 작은 새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얻은 작은 새도 무척 귀한 것이 된다.


20. 족여서족 (足如鼠足: 발이 쥐의 발 같다는 말)

(조선시대 그림)
털이 별로 없는 새 종류인데, 날개도 크지 않은 이상한 동물이다. 발이 새 같지 않은데, 발톱이 있기는 하나 쥐의 발처럼 작다. 때문에 나무가지에 새처럼 앉을 수도 없다. 이 새는 먼 바다에서 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 둘 갑자기 바다 저편 동쪽을 향해 하염없이 계속 날아가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이유 없이 날아 가는 것은 무리 사이에 삽시간에 번지는 듯 한데, 때문에, 이 새들은 매우 많은 숫자가 떼거리로 함께 몰려서 계속 한 방향으로 끝없이 날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때가 되면 하늘에서 픽픽 떨어져서 떼로 죽어버린다. 1633년에 연안에서 떼로 떨어져 죽은 일을 이야기한 것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나와 있다.

- 해안 가의 철새 이야기와 닮은 점이 보이는 것인데, 만약 새들이 날아 가다가 힘이 다해 죽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들의 무리가 한 방향으로만 미친듯이 날아가는데 휩쓸리게 되면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직 한 방향으로 날아 가는 것만 하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죽을 듯이 온 힘을 다 쓰게 되면 한 군데에서 모두 죽어 버리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상한 미친 기세에 많은 무리가 휩쓸려 다들 죽고 망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는 데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이야기가 된다.
한편 짐승이나 새가 이렇게 떼죽음하는 이야기는 보통 난리가 나거나 큰 재해가 일어나는 것의 징조로 당시에는 많이 받아 들인 편인데, 그렇다고 보면, 이 새들이 난리나 재해의 두려움을 미리 눈치채거나 느낄 수 있고, 그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이상한 일을 할 정도가 된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1. 오색란연 (五色爛然: 다섯 색깔이 번쩍거리어 눈부시게 빛난다는 말)

(경기대 소장 민화)
몸의 크기가 이상한 새이다 자라서 알을 낳을 때 쯤의 크기는 몸길이가 사람 손가락 크기 보다도 작다. 버들잎처럼 작다고 되어 있으므로 크기가 작고 길쭉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새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어린 새는 큼직한 늙은 갈가마귀 만한 크기로 제법 크다. 빛깔은 다섯 가지 색깔로 찬란하게 빛나서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불길한 새로 친다. 어느날 문득,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떠나간다. 임직왜란 전 선산에서 목격된 일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 임진왜란 직전의 불길한 징조로 나타난 새로 언급된 것이다. 어미는 작은데 새끼는 크다는 점에서 잘 늘어난다거나 혹은 몸의 크기가 이상하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새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보통 새들과는 반대로, 태어났을 때는 큰데, 자라날 수록 점점 작아지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화려한 색깔도 자라면서 볼품없이 변한다는 이야기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2. 마명조 (馬明鳥)

(민화 봉황도)
제비와 비슷하게 등은 검고 배는 희며, 작은 무늬가 하나 있는 새인데, 꼬리가 매우 가늘고 길어서 몸통 길이의 10배 이상이다. 거센 바람에 약한 연약한 새인데, 잘 날지 못한다. 이름이 "마명 馬明"으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동물인데, 정확한 유래나 이름의 뜻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동물을 목격하는 것 역시 들판과 산 사이에 가끔 있긴 한데 무척 드물다고 한다. 운산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고 안산에서 오랫동안 지낸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24. 해중조 (海中鳥)

(민화)
꿩보다 약간 작은 새인데, 한 번에 수천만 마리가 몰려 다니는 어마어마한 떼거리로 이동한다. 발은 살쾡이와 고양이처럼 생겨서 나무에 앉지 못한다. 강한 바람과 함께 나타나는데 그러다가 땅에 나려와 앉아서 곡식의 뿌리를 쪼아 먹는다. 보통 때는 바다에서 사는 새이다. 왜인이 이 새의 이름을 알았다고 하므로 대체로 남해, 동해에서 살 것이다. 영남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이륙이 쓴 "청파극담"에 기록되어 있다.

() 발 모양에 대한 원전의 이야기를 보면 새 이지만 발은 오히려 걷기에 알맞아 땅에서 살기에 유리하고 살쾡이처럼 사냥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몰려다닐 때 바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이 새의 떼가 바람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워낙 무리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일제히 움직이는 것이 바람을 일으키고 그 기세가 회오리 바람처럼 강하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해중조"라는 이름으로 상상해 본다면, 바다 위를 긴 시간 떠돌면서 사는 새 혹은, 아무것도 없는 망망한 바다 위에 무리지어 떠 있거나, 바닷물 속에서 살아 가는 새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5. 화소기미 (火燒其尾: 그 꼬리에서 불이 타고 있다는 말)

(무위사 극락전 벽화)
아름다운 빛깔의 커다란 새 같은 것으로 봉(鳳) 즉 난새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늘로 높이 솟구칠 때 꼬리에서 불이 타면서 하늘로 솟구친다. 내려 와 머물 때에는 사람이 만든 성벽 위나, 높다란 누각 위 같은 곳에 내려 오기도 한다. 그러면 보통 근처의 텃새들이 이것을 싫어 하는 듯 하여, 까마귀 떼의 괴롭힘을 받는다. 까마귀 떼가 몰려와 한꺼번에 괴롭히면 견디지 못하고 떠나서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아름답고 멋진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귀한 새로 아끼고 좋아하며, 좋은 징조로 여긴다. 과거시험에 관한 이야기로 1563년생인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 봉황, 혹은 난새에 대해 조선시대 사람의 꿈 이야기에 나온 모습이나, 조선시대 사람이 갖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본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 오른다는 것이 과거에 합격해서 고귀한 자리에 오르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 이것이 까마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은 소인배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넷째. 뱀, 거북이, 개구리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26. 인어사(人語蛇, 또는 다리에서 사는 대망 大蟒)

(민화)
"고려사"에 실린 영리한 뱀 이야기로는 1258년 위도의 누런 뱀 이야기를 꼽을 수 있는데, 사람처럼 말하는 뱀으로 사람 보다도 더 생각이 깊고 사람에게 미래의 일에 대한 충고를 해 준다. 그 크기는 기둥만할 정도로 크다.
다른 사례로 다리를 지을 때, 거기에 드는 돈을 다루는 일 등에 관여 하는 이상한 뱀의 예도 있다. 그 크기는 제법 커서 길이는 사람 키의 두 배를 넘으며, 그렇게 지은 다리를 집으로 삼아서 그 안 에서 살아가며 지낸다. 부하인 작은 뱀들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본래 사람인데 악한 마음을 먹은 탓에 모습이 커다란 뱀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이 다리에 살 때에는, 다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반대로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것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것이 지은 다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 다리를 피해서, 다리가 있어도 그냥 강물로 건너간다. 이것이 깨달음을 얻거나, 인생을 마칠 때가 되어야 되었다고 느끼면, 스스로 불구덩이 속에 뛰어 든다. 이 때 부하인 작은 뱀들은 같이 따라 들어가서 같이 타 죽는다. 1643년생 홍만종이 쓴, "순오지"에 나와 있다.

* "인어사"라는 이름은 사람 말을 하는 뱀이라는 뜻으로 "대동운부군옥"의 항목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순오지”의 이야기는 불교 승려가 제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기이한 일을 보여주고 해결하는, 불교 계열의 이야기로 따라서 그 유래가 중국이나 인도의 불교계 문헌에 있을 수 있다.


27. 육절이굴곡 (六節而屈曲: 여섯 마디이면서 구불구불하다는 말)

(전주지방 수집 농기)
뼈가 구불구불한 등을 가진 용과 비슷한 커다란 동물이다. 그러나 용과 달리 뿔은 없어서 중국 고전의 이룡(螭)과 같다. 잡아 죽여서 살을 헤집어보면, 뼈가 희고 눈에 뜨인다. 강물 또는 강물의 모래 속에 사는 것으로 짐작된다. 등 쪽으로 튀어나온 뼈 돌기는 여섯개인데, 이 여섯개의 돌기 안에 아름다운 구슬이 생긴다. 그래서 이 동물이 죽을 때 쯤이 되면, 이 구슬은 복숭아 씨 정도의 크기로 커진다. 뼈는 단단하므로 톱으로 썰어서 갈라 보면 이 구슬을 구할 수 있다. 이 구슬은 매우 값비싸게 팔리는 보물 중의 보물로 친다. 이화종이 중국을 여행하다가 고우 물가에서 발견한 이야기가, 허균이 쓴 "성옹지소록"에 기록되어 있다.


28. 백룡 (白龍)

(민속공예품 부채 그림)
흰색의 용으로, 강에서 산다. 강 밖으로 튀어나와 이동할 때에는 사방에 비바람을 일으키고, 번개와 천둥, 구름과 안개를 가득하게 한다. 이렇게 요란하게 다닐 때는 그 흰 색 비늘이 몸에서 떨어져나와 사방에 흩날리는데, 아름답게 하늘에서 반짝인다고 한다. 특히 바람을 일으키는 힘이 매우 강하여, 사람과 물건을 이웃 마을 밖까지 날려 보낼 정도이다. 익산의 여산 땅에서 1596년에 나타난 일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 원전은 회오리 바람을 흰 색 용으로 착각한 예로 보인다. 여러 색깔의 용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나, 색깔이 다른 용이 서로 대립한다는 이야기는 “황룡”과 “흑룡” 항목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였다.


29. 인갑여전 (鱗甲如錢: 비늘 딱지가 돈과 같다는 말)

(충주 부흥당 용신도)
연못에 사는 거대한 뱀 모양의 짐승으로 사람의 키와 견주어야할 정도로 크기가 크며, 뱀이면서도 이상하게 두 귀가 튀어나와 있다. 물 속에 있을 때는 안개와 풍랑을 일으켜서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정도이다. 비늘 하나하나가, 조그마한 동전과 비슷한 모양이고, 실제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허물을 벗을 때는 물 밖으로 나와서 돌위에서 허물을 벗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허물의 비늘을 진귀하게 여긴다. 이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조정에까지 보고 되어, 권극화를 보내어 조사하게 했는데, 연못을 배를 타고 탐사하던 도중,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더니 간 곳을 영영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영월 땅에서 1431년에 발견된 일이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 위 이야기에서 이무기나 용의 비늘이 값진 것으로 거래된다는 다른 이야기의 내용에서 부연하였다. 그렇다면 이것의 모양은 몸이 돈으로 뒤덮혀 있는 짐승에 가깝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영월 인근에는 “용마” 전설도 있는데, 이것이 용마 전설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면, 이것이 물밖으로 나와서 말과 새끼를 낳게 되는 수가 있고, 이렇게 해서 태어나는 말의 새끼는 매우 빠른 말, 즉 용마가 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 이외에 용 같은 것이 남겨둔 비늘, 허물이 귀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사례가 있어서, “중종 실록” 1531년 6월 11일 기록에는 궁전 안의 창고에 용의 비늘을 대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박곤에 얽힌 밀양 어변당, 적룡지 전설에는 박곤의 효심에 감동한 잉어가 용으로 변하면서 비늘을 남겨 두었는데 그 비늘을 말 안장에 장니로 붙이고 다녔더니 항상 전투에서 이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중종 실록”의 기록은 용의 비늘이라고 하던 것을 꺼내서 살펴 보니 사실은 대모(玳瑁) 즉, 거북이 껍질이었다는 것이다.


30. 관비산란 (官婢産卵: 관청의 노비가 알을 낳았다는 말)

(국립민속박물관 용태부인 무신도)
어떤 것이 사람에게 크고 작은 알을 낳게 한다. 알의 크기는 큰 것은 손가락 하나 정도 작은 것은 그 절반 정도이며, 사람의 배가 크게 부를 정도로 여러개가 한꺼번에 차있다가 낳게 되므로, 부피로 수십 리터 정도에 달하는 매우 많은 양을 낳게 된다. 사람이 낳은 이 많은 알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는데, 뱀과 같은 동물로, 태어난 직후의 크기는 손가락 마디 하나 둘 정도의 작은 길이이다. 영흥 땅에서 1129년에 발견된 일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 이 작은 뱀과 같은 떼거리들이 사실은 사람을 어머니로, 알 수 없는 어떤 이상한 것을 아버지로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뱀과 같은 떼거리들이 그 어머니나 아버지를 잘 따른다거나, 보호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알 같은 것 또는 뱀, 벌레 같은 것을 낳게 된다는 다른 전설과 엮어 볼 경우, 사람이 먹는 음식이나 물 같은 곳에 자라날 씨가 될만한 것을 심어 놓는데, 이것을 무심코 여자가 먹으면, 몸속에서 자라나게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덧붙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1. 인수사신 (人首蛇身: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이라는 말)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그림)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꺼비, 개구리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무리로 볼 수 있다. 흉하고 악한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것을 낳고나서는 숨기려고 한다. 충주 땅에서 1223년에 발견된 일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 “고려사”의 “오행지”에는 1220년대 무렵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것이 태어 났다거나, 사람으로부터 두꺼비, 뱀, 개구리가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한 줄 씩의 짤막한 기록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사실을 나타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형체를 옛 사람들이 요사스러운 것으로 여길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듯 하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작가 허균(許筠)은 “장산인전”이라는 글에서,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괴물이 사악한 것이며, 누군가의 집에 들어 오게 되면 그 집에 원래 있던 부엌의 신, 문의 신을 두렵게 하고 괴롭힌다고 묘사했다. “장산인전”에서는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괴물이 뜰에 있는 홰나무 밑둥에 살고 있으며, 크기가 크고 번쩍거리는 눈빛을 갖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한웅(張漢雄)이 이상한 물을 뿌리는 주술을 사용해서 죽여 버렸다고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중국 신화 속에서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여와(女媧)가 인간을 창조하고 결혼제도를 만든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와는 반대로 이것이 선하고 현명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록도 없는 것은 아닌데, 이때는 원효 이야기와 같이 나오는 불교계 설화의 "사복" 이야기와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겉모습이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에 대한 생각을 넘어서 달관한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2. 금섬 (金蟾)

(시왕도 중 발췌)
금두꺼비. 바위 속에 있는 두꺼비 같은 동물로 색깔은 빛이 나는 금색이다. 크기는 상당히 커서 커다란 거북이와 비슷한 정도이다. 사람에게 행운을 주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한 번 이 동물로 인해 행복을 얻은 사람은, 이 동물과 멀어지면, 죽어버린다. 안주의 양덕 땅에서 심눌이라는 사람이 발견한 일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 바위 속에 금두꺼비가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상상해 보자면, 추측하기에 바위 속을 녹이고 파고들거나, 바위를 갉아 먹으며 들어갈 수 있는 재주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바위 속에 들어가 사는 것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이 세상이 지금처럼 생기기 전 아주 아득한 먼 옛날에 지금과는 다른 또다른 세상이 있다가 그것이 모두 없어지고 지금 세상이 다시 생겨 났다는 생각이 돌기도 했는데, 이러한 이야기에 빗대어 보자면, 바위 속에서 나타난 금두꺼비는 이 세상이 지금처럼 생기기 전의 시기에 살다가 바위 속에 굳어 들어간 아주 먼 옛날의 짐승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계통의 이야기로 "응천일록"의 기록도 있는데, 이것은 꿈 속에서 이상한 금두꺼비를 만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사람은 꿈에 금두꺼비가 천녀(天女)들과 나타나서 어떤 신비한 어린 아이를 주는 것을 보았는데, 이후 이상한 것이 이 사람의 뱃속에 태아 형태로 자라고 있게 되었고, 그것이 뱃속에서 들어 있는 채로 계속 신비로운 말을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금두꺼비를 "금섬"이라고 쓴 말 자체는 시에서도 가끔 쓰던 것인데, 이야기에서 사용된 사례로는 위의 "응천일록" 기록을 꼽을 수 있다. "지봉유설" 기록에서는 풀어서 "금색섬서"라는 말을 썼다.


33. 별이절대 (鼈而絶大: 자라인 듯 하나 아주 크다는 말)

(인선왕후영릉산릉도감의궤 삽화)
자라처럼 생긴 동물인데, 자라보다 훨씬 크며, 밧줄로 묶은 뒤 사람의 힘으로 들어올리려 할 경우 수십명의 힘이 필요할 정도로 크기가 크고 무겁다고 되어 있다. 이마 한 복판에 구슬이 박혀 있는데, 밤이 되면 아름답게 빛이 난다. 따라서 이 동물의 머리를 쪼개면 그 구슬을 뽑아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또 그 껍질도 빛깔이 곱고 광택이 있으며 재질도 강해서 좋은 보물이 된다. 물에서 멀어지면 겁을 먹어서 머리를 땅에 쳐박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면서 무서워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혜가 있는 영험한 동물이라서, 이 동물을 해코지를 하면 관련된 사람들이 몰살당한다고 하여 사람이 오히려 조심하기도 했다. 장흥 근처의 바다에서 발견된 일이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 쉽게 붙잡을 수도 있고 팔면 값어치도 많이 나가는 것인데, 그렇다고 붙잡으면 큰 화를 당한다는 것은 함정 같은 면이 있다. 매우 겁이 많지만, 막상 잘못 대하면 상대방이 몰살 당하는 짐승이라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인 성격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4. 소귀여동전 (鼈如銅錢: 작은 거북이가 동전 같다는 말)

(보인소의궤 삽화)
아주 작아서 동전 하나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거북 내지는 자라와 비슷한 동물로 물에서 산다. 그런데, 개미처럼 떼로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에, 수백 마리 수천 마리가 몰려 다닌다.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나면 일일이 없앨 수가 없기 때문에 빗자루로 쓸어서 몰아내야 할 정도이다. 이것이 사람 사는 곳에 나타나면 흉조로 여긴다. 원한 같은 것을 기억 하는 것인지, 자라를 잘 잡아 먹는 사람에게 복수하려고 떼로 몰려 가서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의 종로 땅에서 발견된 일이 "송와잡설"에 기록되어 있다.


35. 묘아두 (猫兒頭: 고양이 새끼 머리라는 말)

(민화)
바위 구멍 속에 사는 뱀과 비슷한 생물인데, 머리 내지는 머리쪽 부분은 고양이 새끼 머리처럼 생겼다. 푸른색 연기를 내뿜고 다니는데, 특히 비 올 무렵에 내뿜는다. 새들이 이 뱀을 따르거나 겁내기 때문에 한 번 바위 구멍 밖으로 나오면, 까마귀가 짖어대고 새들이 모여 들어 그 주위를 맴돈다. 이것이 내뿜는 푸른 연기는 병을 퇴치 하고, 몸에 힘을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병이 걸린 사람이 이 동물이 사는 바위 구멍을 찾아내어 그 푸른색 연기를 쐬려고 노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주는 음식도 잘 받아 먹으며, 사람들이 신성시 여겨서 섬기는 것을 즐긴다. 장단의 진서 땅에 있는 화장사(花藏寺)에서 발견된 이야기가 이덕형이 쓴 "송도기이"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뱀을 숭상해 폐해가 큰 것을 보고, 박 만호라는 사람이 이 동물에 화살을 쏘아 죽여 없애 버렸다고 한다.


36. 백사 (白蛇)

(시왕도 중 발췌)
흰 색 뱀으로, 돌에 구멍을 파고 돌 속에 들어가 산다. 물을 타고 헤엄칠 수 있는데, 홍수가 나면, 그때를 틈타 세상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끼친다. 반대로 이것을 사람이 잡아서 약으로 먹을 경우에는 산삼과 같은 아주 효과가 좋은 영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도 죽산 땅의 정배산에서 당시 사람들이 이 동물이 산다고 생각한 장소가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 백사는 영약이라는 소문 때문에 현대 까지도 흰색 물감 따위로 칠한 뱀을 속여 파는 사기꾼들이 왕왕 있었는데 이런 가짜 백사와 진짜 백사의 차이나, 다툼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돔, 메기, 피라미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37. 약입토 (躍入土: 뛰어서 땅 속에 들어 갔다는 말)

(경기대 소장 유리도)
땅으로 올라와서 통통 튀어 다니는 물고기이다. 몸 색깔은 파랑색과 노랑색이 섞여 있으며, 빠르게 튀어 다닐 수 있다. 길이는 한 두 뼘 정도이다.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세종 실록"에 기록 되어 있다.

* 잘 튀어 다녔다고 하는 것을 보면 동글동글한 모양일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흙속으로 파고 땅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보면 물 속이 아니라 흙 속에서 살아 가는 물고기라고 상상해 볼 만도 하다. 뒤이어 그 흙 속에서 동그란 돌이 나왔다는 기록이 원전에서 이어져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흙 속으로 들어간 뒤에 몸을 바꾸어 동그란 돌처럼 바꿀 수 있었다거나 혹은 돌 모양의 알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 동그란 돌은 기러기 알과 비슷하며 색깔은 꿩 알과 비슷하다고 하며, 알의 크기는 지름이 사람 손가락 크기 정도였다고 한다.


38. 병화어 (病化魚: 병이 나더니 물고기로 변했다는 말)

(경기대 소장 해상군선도)
사람과 거의 같은데, 서서히 물고기로 변하는 것이다. 보통 나이가 80세에서 90세 정도로 노인이 물고리로 변하는 것이다. 변할 때에는 물이 필요하므로 물가로 가야 한다. 혹은 대야나 항아리에 물을 담아서 몸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우선 피부가 미끈미끈해지고, 털이 없어지고, 비늘이 생기며, 지느러미가 돋아나는 등,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몸 끝에서부터 물고기로 변해간다. 보통 하체가 먼저 물고기로 변하고 나중에 온몸이 물고기로 변한다. 농어로 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홍어, 가오리로 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 시체가 되어 죽은 줄 알았는데, 물가에서 물이 닿자 서서히 물고기로 변한 뒤에 물로 헤엄쳐 물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의 정체가 농어, 홍어로 변신하는 이 동물임을 알게된 그 자손들이, 효심 때문에, 혹시나 아버지가 잡혀 올라갔을 까봐, 잔칫상에서도 농어나 홍어는 결코 먹지 않는다는 류의 이야기도 있다. 용강 땅에서 목격된 일이 임방 이 쓴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다.

* 물고기로 변하는 중간 과정의 모습이 눈에 뜨이게 되면 하체는 농어이고 상체는 사람인 것의 모양으로 보일 수도 있고, 하체는 홍어이고 상체는 사람인 것과 같은 모양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39. 탄주어 (呑舟魚: 이 내용이 소개된 글 항목의 소제목)

(경기대 소장 군어도)
엄청나게 거대한 고래와 같은 것으로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에 달려 들면 한 번에 세 사람 정도를 씹지도 않고 입 안으로 삼킬 수 있는 크기이다. 입 속 내지는 뱃속에는 독한 액이 괴어있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빨리 들어갔다 나온다 하더라도 화상 비슷한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털이 나지 않아 대머리가 되거나 한다. 이익 이 쓴 "성호사설"에 나온다.

* “탄주어”라는 이름 자체는 "장자"등의 중국고전에 나오는 " 呑舟之魚 "라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서 변형한 것이다. 이 말은 “성호사설”에서 동해에서 발견한 고래에 대한 소문을 설명하는 항목의 제목이다.


40. 어화인봉(魚化麟鳳: 이 내용이 소개된 글 항목의 소제목)

(경기대 소장 연지쌍리도)
바다에 사는 물고기인데, 번데기가 된 뒤에 허물을 벗고 나오면, 노루나 코뿔소와 비슷한 육지 동물이 되는 것이다. 물고기 허물은 턱 밑에서 부터 찢고 나오며, 물고기일 때는 크기가 사람 키의 한 두 배 정도로 육지 짐승일 때보다 더 크기가 큰 편이다. 육지 짐승일 때는 대개 뿔이 하나가 있는 사슴 정도 크기의 온순한 것이다. 보통 섬 지역에 살다가 튀어 나오는데, 육지 짐승이라도 몸 이곳저곳에 물고기일 때의 비늘이 조금씩 남아 있는 모양이 된다. 제주와 다른 섬 지역의 사슴을 예로 든 이야기가, 이익 이 쓴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 원전의 제목인 “어화인봉”은 물고기가 변해서 기린이나 봉황 같은 신비로운 것으로 변한다는 말인데, 원전의 내용은 그와 비슷한 경우에 대해 들은 바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41. 가사어 (袈裟魚)

(경기대 소장 어락도)
크기는 한 뼘에서 두 뼘 정도인데, 전체적인 색깔은 붉은 색이며 송어와 닮은 면이 있다. 그런데 이 물고기를 내려다 보면, 무늬, 지느러미, 몸체의 모양이 묘해서 이상하게도 꼭 천을 두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특히 불교 승려들이 입는 붉은 색의 가사를 두른 모습과 아주 비슷한 모양이다. 폭포를 안전하게 뛰어내리는 재주가 있고, 또 폭포 속의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재주도 있다. 봄에는 폭포 위에서, 가을에는 폭포 아래에서, 살면서 폭포를 아래 위로 오르내리는 듯 하다. 한 지역에 머물러 살지만 1년에 한 두 번 정도 밖에 볼 수 없다. 잡아서 먹을 경우 맛이 대단히 좋다고 한다. 지리산 반야봉 아래의 샘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42. 어탄독물 (魚呑毒物: 물고기가 독살스러운 것을 삼켰다는 말)

(경기대 소장 극채설화고사도)
깊은 산속의 연못이나 샘 같은 곳에 숨어 사는 물고기인데, 크기는 사람 키의 두 배에서 다섯 배 정도이다. 이것이 밤에 움직인 이야기가 전해 지는데, 가만히 밤중에 숨어 있다가, 물 위로 머리를 내밀어 물가에 나타난 짐승을 해친다. 물을 마시러 온 짐승을 해칠 때는 순식간에 씹지도 않고 한 입에 꿀꺽 삼켜버리는데, 호랑이 같은 무서운 짐승도 먹히게 된다. 성주에서 발견된 이야기가 이륙이 쓴 "청파극담"에 기록되어 있다.


43. 고산나봉 (高山螺蜂)

(경기대 소장 어락도)
소라와 조개의 종류인데, 물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속의 땅에 있는 것이다. 겉모습은 소라와 비슷하지만 산 속에서 사는 다른 것이다. 크기는 나팔 같은 악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이다.. 잡아서 속을 발라낸 뒤에, 악기를 만들어서 불면 듣기에 좋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악기를 만들 때 재료가 되는 소라 껍질 등에 관한 이야기로, 1681년생인 이익 이 쓴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 산에서 나오는 물에서 사는 것의 화석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는데, 원전에서 인용된 주자의 이야기가 여기에 가깝고, 이익은 악기를 만들 때 재료가 되는 산 속의 소라라는 것은 물의 소라와는 다른 것으로 소라와 모습만 닮은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라 모양이지만 산 속에서 살기 좋도록 산짐승을 잡아 먹거나, 산짐승, 나무, 풀 따위를 먹거나 거기에 붙어 다닐 수 있다거나, 몸의 색깔이 바위나 돌과 잘 구분되지 않는 색깔이라서 몸을 숨길 수 있다거나 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특별히 군대에서 사용하는 악기에 사용한다는 것을 보면, 악기로 만들었을 때 그 소리가 특별히 크거나 군대의 사기를 높이거나 적을 두렵게 하거나 소리를 들은 군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의 제목인 “고산나봉”은 높은 산에 있는 소라와 조개라는 말이다.


44. 해추 (海鰌)

(경기대 소장 성룡도)
어마어마하게 거대하여 한 나라 전체의 크기나 여러 나라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의 메기 또는 고래이다. 이 것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매우 거대한 구멍이 바다 속 깊은 곳에 있는데, 이것의 움직임에 따라 밀물, 썰물이 일어 난다고 한다. 이것이 가끔 난동을 부리며 몸부림을 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큰 파도가 치고 나아가 해일이 생긴다고 한다. 물은 머리에 있는 구멍으로 빨아들이거나 내뿜고 물을 머리 속에 집어 넣어 둔다. 제주도 사람들이 믿던 것으로, 17세기에 이태호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쓰인 "탐라지"에 언급되어 있는 것이다.

* 중국 고전 "수경주" 등에서 언급되어 조선 시대 시인들도 흔히 알고 있었던, 해추(海鰌)가 거의 그대로 전래된 것이다. 직역하면 바다의 미꾸리라는 것인데, 거대한 물고기의 비유로도 자주 쓰였다. 그런데 중국 고전의 흔한 묘사와는 달리 조선시대 다른 글에서는 "해추"를 고래처럼 묘사하는 사례가 있어서 이쪽의 이야기를 따랐다. 19세기의 기록인 서유구의 “전어지”에서는 고래의 다른 이름을 “해추”로 설명하면서 밀물, 썰물에 해당하는 물을 뿜고 담을 수 있는 구멍이 머리에 있다는 것과 그 물을 뿜으면 비가 내리게 된다는 것, 물결을 치면 천둥소리가 나게 된다는 것 등을 언급했고, 새끼를 낳을 때 온갖 작은 물고기들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위와 장을 먹으려고 하면 죽게 된다는 이야기도 남겼다.


45. 범어 (梵魚)

(경기대 소장 어하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하늘에서 사는 물고기이다. 물고기의 색깔은 빛나는 금빛으로 크기는 잉어 정도의 크기이다. 땅으로 내려올 때는 다섯색깔의 신비로운 구름을 타고 땅으로 내려온다. 산 꼭대기, 높다랗게 솟은 커다란 바위에 고여있는 물 속에서 잠시 노닐다가 또 날아가곤 한다. 부산의 동래땅 금정산에 이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믿었다는 것이, 1481년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이 물고기가 내려온 산을 "금정(金井)산"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 물고기를 기려서 678년에 세운 불교 사찰을 "범어(梵魚)사"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 하늘의 구름 사이를 다니는 것을 물 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하는 물고기였다고 상상해 볼 수 있으며, 불교 설화에서 신령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니 삶에 대한 깨달음을 갖고 있거나 매우 지혜로운 물고기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삭제23. 해면을 예언하는 올빼미
올빼미의 일종인 새인데, 몹시 기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갑자기 대낮에 직장의 일터에 나타나, 나무가지에 앉아서 어떤 한 사람을 보면서 운다. 그리고 표표히 날아가는데, 그러고나면, 반드시 그 사람은 직장에서 해면, 해고, 파면, 면직 된다고 한다. 매우 정확하게 눈치를 채고 예언하기 때문에, 이 새가 한 번 울고가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수군수군 거리며 걱정하고 근심할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안변 땅에서 목격된 일이 1563년생인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 "지봉유설"에 실린 이야기에 따르면, 안변의 군수로 이수광 자신이 부임하여, 군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날아와 울었다고 합니다. 이수광은 주위 사람들에게 새가 우는게 괴이한게 아니라, 이런 뜬소문이 괴이하다고 사람들을 타일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수광은 정말로 곧 해면되어 버려서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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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4/04/24 01:18 # 답글

    기다렸습니다- 새 삽화버젼~. 잘 읽고 갑니다. 세번째 그림 (나주대조에 삽입된 민화)는 정말 특이하군요.
  • 게렉터 2014/04/24 21:31 #

    말씀 읽고 최대한 그림들에 대해서도 달 수 있는만큼 출전을 달아 보았습니다. 참조 부탁드립니다.
  • 역사관심 2014/04/24 23:05 #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 아니스 2014/04/23 22:25 # 답글

    침중조... ... 가지고 싶네요.
  • 게렉터 2014/04/24 21:31 #

    원전에서도 부유한 사람의 특별한 애완동물처럼 묘사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품종의 새가 다소간 과장되어 실린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비밀의 정원 2015/08/02 16:37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거 찾고 있었는데 도움이 될것 같아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 괴물들의 이름의 한자도 알 수 있을까요?ㅜㅜ 다른데엔 다 한자있는데 여기만 없어서요..
  • 게렉터 2015/08/13 20:33 #

    저도 이 부분 한자를 못 달아서 아쉽습니다. 시간 날 때 꼭 마저 작업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것이,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각 항목의 "제목"이지 괴물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던 말을 써 놓은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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