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야승 괴물열전 (46~70) 기타

*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올린 것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이전의 그림들이 참고로 곁들여져 있습니다. 유럽권 그림을 이용한 과거 버전의 글은 여기 http://gerecter.egloos.com/3271517 에 있습니다.


여섯째. 벌, 거미, 지렁이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46. 향랑 (香娘)

(경기대 소장 민화)
사람과 닮은 데가 있는 꽤 큰 지네나 노래기류의 벌레이다. 혹은 사람이 변한 것, 사람으로 변한 것이나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입에 독침이 있고, 그 독을 연기처럼 내뿜을 수도 있다. 크기에는 보통의 지네 크기 벌레 부터, 사람 키의 열 배 스무 배에 이르는 거대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는 장소는 외딴 동굴에서부터, 민가의 지붕 속, 구들장 아래 등등 다양한데, 사람 사는 건물 속에서 사는 것은 흔히 "향랑각시(香娘閣氏)" 라는 이름으로 여성으로 지칭해 부른다. 뚜렷한 적이 없는 벌레라서 가축이나 사람을 죽이기도 할 정도이지만, 뱀, 지네, 독개구리 따위와 그 독을 겨루다가 죽는 수도 있다. 서울에서 음력 2월 1일이 되면, 대청소를 마친뒤에, 사람들이 목조 건물에 사는 노래기 벌레를 쫓기 위해, "향랑각시야 천리밖으로 어서 도망가거라(香娘閣氏速去千里 향랑각씨속거천리)" 라고 붉은 글씨로 쓴 부적을 써서 건물에 거꾸로 붙여 놓았다고 한다. 이러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유득공이 쓴 "경도잡지"에 기록되어 있다.

- 지네나 노래기의 모습을 한 괴물 이야기를 엮어 본 항목이다. "송천필담"의 오공원 두꺼비 이야기에 나오는 지네는 사람을 잡아 먹는 지네 이야기이고, "경도잡지"의 내용은 지네나 노래기를 의인화하여 "향랑 각시"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의 내용에 따르면 영천에서는 “항랑”대신 “복성(福成)”이라는 말을 써서 “복성각시”라고 부르기도 했고, 청도에서는 “고동”이라고도 했으며, 사천에서는 “강남”, 김해, 보령, 공주에서는 “노래”, “노내”, “노랑”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면, 지역에 따라, 향랑, 복성, 고동, 노랑 같은 조금씩 다른 모습, 다른 성격을 한 것이 있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의 내용을 참고하면 냄새가 지독한 벌레라는 특징에서 번어적으로 이 벌레를 주술적으로 높여 부르기 위해, “향랑”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징그러운 벌레라는 특징에서 반어적으로 이 벌레를 “각시”라고 불렀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좀 더 내용을 상상해 보자면, 겉모습은 오히려 아름답다거나, 아름답고 추한 모습을 오가는 벌레라거나, 자신의 모습을 추하다고 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벌레라거나 하는 내용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9세기 기록인 “임하필기”에는 돌 속에 사는 커다란 지네에 대한 이야기가 “영남지괴(嶺南志怪)”라는 소제목으로 나와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바위 속에 사람 키의 몇 배가 넘는 커다란 지네가 들어 있으며, 그 지네가 바위 속에 들어 있는 자국이 선명하게 새긴 것처럼 남아 있어 머리, 꼬리, 입, 눈까지 알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바위의 무늬 때문에 생긴 전설로 보이는데, 이 이야기에 따르면 온 몸이 돌을 녹일 수 있는 지네가 있어서 그것이 바위 속으로 들어 갔다는 내용이 된다.
현대에 채록된 지네 괴물 전설 중에는 지네가 사람으로 변신했다가 정체를 드러낸다는 부류가 있는데, 흔히 “지네 각시”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한국민속문학사전”에는 “지네와 구렁이의 승천 다툼” 항목에 대표적인 사례가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는 삶의 의욕을 잃은 남자를 어떤 여자가 구해 주고 융숭하게 대접해 주어 같이 살게 되는데, 사실 그 여자는 지네가 변신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지네에게 밥알이나 담배 침을 뱉으면 모습을 드러낸다거나, 구렁이가 지네의 적으로 경쟁자라거나 하는 이야기가 흔히 덧붙으며, 사실 이 지네 괴물은 하늘 위 세계의 신령스러운 같은 것이었는데 죄를 받거나 저주를 받아서 그런 모습으로 지내게 되었다는 결말로 흔히 이어진다.
그렇다면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의 사람 형체가 지네나 노래기 모습으로 변하는 형태의 괴물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텐데, 이런 경우에는 그 중간 단계에서 몸의 한 부분은 지네인데 한 부분은 사람인 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손 발이 지네인 사람, 상체는 사람인데 하체는 지네인 것, 사람의 머리를 갖고 있는 커다란 지네와 같은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47. 거잠 (巨蠶)

(불화 중 발췌)
커다란 누에이다. 크기는 소나 말 만큼 크다. 크기만큼 아주 많은 뽕잎을 먹는다. 누군가 이것을 죽일 경우에 세상 각지의 누에들이 이 누에가 죽은 것을 슬퍼하고 그 후예를 잇기 위해 이 누에가 죽은 장소로 몰려든다. 따라서, 만약 이것을 발견하게 되면, 자기가 관리하는 뽕나무 밭으로 끌어 들인 뒤에 잡아 죽이면, 수많은 누에가 모이게 되어 매우 많은 누에 고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신라 때에 방이라는 사람의 발견한 일이 "태평광기"등 중국계 설화집에 편집 되어 실렸고, "동사강목"등에도 재인용 되어 있다.

- 거잠이 나오는 방이의 이야기 특히 “태평광기”의 “신라” 항목에 편제 되어 있는 것으로, 신라의 대표적인 괴물 이야기라고 같은 시대 중국에서 받아 들였던 것으로 볼 수 있을 만한데,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귀신들이 몰려 와 요술 방망이를 쓰는 이야기로 이어지므로, 도깨비 이야기의 원천으로도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48. 의충폐해 (蟻蟲蔽海: 개미가 바다를 덮는다는 말)

(경기대 소장 민화)
개미이면서도 물 위를 다닐 수 있고, 날 수 있는 종류도 있다. 가끔 어마어마한 숫자가 바다를 까맣게 덮을 만큼 많이 몰려온다. 이것이 해안가에 와서 마치 전쟁을 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바다 건너에서 적들이 침입해 오는 전쟁의 징조로 이야기되었다. 1591년에 양양, 삼척에서 발견된 일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 갑자기 바다에서 나타났다는 것을 보면 바다 건너에 사는 개미인데 물을 건널 수 있는 것 혹은 물속에서 사는 개미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가끔 날아다닐 수 있는 종류도 섞여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것들이 다른 개미들을 이끌고 장군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을 하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보면, 물 위도 건너 다니고 날아 다니는 무리도 있는 매우 많은 숫자의 개미들을 날아 다니는 장수 개미들이 이끌고 다니며 싸움을 거는데, 그 움직임이 정연하고 다양한 진형을 갖추기도 하여, 온갖 짐승이나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49. 주견사 (蛛罥蛇: 원전의 소제목으로, 거미가 뱀을 옭아 매었다는 말)

(경기대 소장 초충도)
뱀을 잡아 먹는 거미이다. 거미 자체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닌데, 그래도 뱀을 잡아 먹는 것을 보면 거미줄을 매우 크게 치고, 거미줄의 질긴 정도가 매우 강한 것으로 짐작된다. 거미줄을 친 뒤에 거미가 걸리는 것을 기다릴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뱀에게 갑자기 거미줄을 토해내는 것으로 덤벼들기도 한다. 한번 뱀이 끈끈한 거미줄 때문에 귀찮아 한다 싶으면, 집요하게 계속 거미줄을 뿌려서 결국 뱀을 단단하게 얽혀지도록 꼼짝 못하게 거미줄로 뒤덮어 버린다. 그런 뒤에는 이빨을 뱀의 몸에 박아 넣은 뒤, 온몸의 진액을 빨아먹는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잘 먹는 부분은 다름아닌 뱀의 독이다. 그래서, 사람이 맹독을 가진 뱀에게 물렸을 때, 재빨리 이것을 구해서 그 자리에 갖다 놓으면, 뱀의 독을 다 빨아먹어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치료가 된다고 한다. 운산, 안산에서 오래 산 이익 이 쓴 "성호사설"에 한 시골 사람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다.


50. 식인충 (食人蟲)

(경기대 소장 인물풍속도)
작은 벌레로 고운 망사 모양의 껍질에 쌓여 있다. 잡아서 껍질을 쪼깨고 보면, 매우 가늘고 길다랗고 흰 색의 실 같은 것이 중심에 있다. 이 중심은 꼭 말의 갈기털 같이 생겼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 비처럼 수없이 많은 숫자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벌레는 사람 몸에 들어 가서 사는 벌레이면서 독기를 가진 덩어리여서, 이 벌레가 닿은 음식이나 물을 먹게 되면, 지독한 병에 걸려서 죽게 된다. 이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조심한다면 직접 이 벌레를 먹는 일은 피할 수 있겠지만, 물에 떨어진 이 벌레를 우연히 삼킨 생선을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게 된다. 즉 이 벌레는 물고기에게 삼켜진 후에 죽은 물고기 속에서 버티다가 사람 몸 속으로 들어 와도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 벌레는 그 흰색 중심을 사람의 살갗 속에 꽂은 뒤에 사람의 살을 조금씩 녹여서 직접 빨아 먹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는 몸 속으로 깊숙히 파고들어가서 창자나 간을 빨아 먹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 사람을 무수히 괴롭히고 죽게 만들며 퍼져나가므로, "식인충"이라고 불렀다. 파즙을 뿌리면 죽는다는 약점이 있다. 1246년 개성 지역에서 발견된 일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51. 교전지상 (交戰之狀: 서로 싸우는 모양이라는 말)

(조선대 소장 삼국검무도)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병사나 장군의 형상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 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날아다니는 벌레가 수없이 많이 모인 것이다. 매우 많은 숫자의 벌레들이 뭉쳐서 일제히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그 덩어리가 마치 무예를 익혀서 싸우고 창칼을 휘두르며 활을 쏘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갖는 것이다. 벌레는 날아다니는 개미와 같이 생겼다. 홍성의 월산령(月山嶺))에 사는 사람이 본 일이, “속잡록”에 나와 있다..

* 군인이나 병졸 모양으로 날아다니는 벌레 떼가 움직였다는 것까지가 원전의 기록인데, 이야기를 좀 더 상상해 보자면 그렇게 해서 날 수 있고, 모양을 바꿀 수 있고, 여러 조각으로 갈라질 수도 있는 벌레가 모인 형태의 병졸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데 뭉쳐 하늘을 날아 다니는 제법 커다란 형체이면서도 칼이나 화살을 맞아도 갈라져 피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싸우려고 들어서 짐승이나 사람을 헤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꾸며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2. 청색구인 (靑色蚯蚓)

(경기대 소장 민화)
발이 없는 길다란 지렁이 같은 벌레로 색깔은 푸른색이다. 비에 섞여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도 있고, 또 비가 올 때 활발히 활동한다. 사람들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숫자가 많고 모양이 징그러우며, 위험한 것을 사람들이 꺼려 피해 다닌다. 어느 정도 숫자가 모이면 서로서로 얽혀서 실타래나 천과 같이 이상한 모양을 이루며 뭉치고 엉킨다. 1221년, 1227년 등 여러차례 개성 땅에서 나타난 일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53. 종 (䗥, 또는 종충 從虫)

(경기대 소장 금운비조도)
작은 벌과 같은 벌레인데, 말이나 소의 위장 속에 산다. 입을 통해 안팍으로 출입하면서 지내는데, 둥지를 말이나 소의 위장에 짓는 것이다. 애벌레일 때는 위장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는데, 자라나서 벌 모양이 되면 바깥으로 드나들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자라서 소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면, 다른 말이나 소에게 알을 낳으려고 간다고 짐작되는데, 이 때에는, 위장 속에서 입으로 뜯어 물어 구멍을 판 뒤에 살을 뚫고 가죽에 구멍을 만들며 튀어 나온다. 운산, 안산에서 오래 산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당시에 유행해서 사람들 사이에 당연하게 여긴 일로 기록되어 있다.

- 원래 "종 䗥 "은 나나니벌 등의 기생충을 가리키는 말인데, (원문에는 위 제목의 글자가 아니라 좇을 종자와 벌레충자가 위아래로 놓여 있는 글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하지만 짐승의 배 속에서 살아 간다는 점이 다르며, 구멍을 뚫고 나올 때에는 그 소나 말이 무척 아파할 것이라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벌레가 살기 시작한 지 한참 시일이 지나야만 갑자기 이렇게 아프게 되거나 죽게 되는 것이므로, 만약 이 벌레를 일부러 남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독약처럼 먹인다면, 먹인 후에 한참 지나서야 아프거나 죽게 되므로 누가 언제 독약을 썼는 지 알아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곱째. 빛, 불, 별 따위와 닮은 무리들:

(고려 도자기)


54. 완전전요 (宛轉纏繞: 뱅긍뱅글 돈다는 말)

(경기대 소장 작묘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높이가 사람 키의 여섯 일곱 배 정도의 이상한 것인데, 호리병 모양으로 위가 뾰족하고 아래가 커다랗고, 색깔은 붉은 색이다. 그 붉은 빛의 자국을 붉은 색 천처럼 길게 남긴다. 불타는 듯한 빛을 내며 움직일 때 대포 소리처럼 커다란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매우 커서 땅을 뒤흔드는데, 이어져서 소리가 울려서 북 치는듯 요란하게 울릴 때도 있다. 흰 구름과 같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질 수도 있고 두 조각으로 나뉘어 질 수도 있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속도도 매우 빠르며 날아다닐 때 뱅글뱅글 돌면서 움직인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수대야처럼 생긴 빛나는 물체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세수대야 모양의 크기는 사람 정도이고, 가운데가 파란색으로 빛을 내뿜고 좌우는 빨강색과 흰색이다. 강원도 땅 일대에서 1609년에 목격된 일이, 실록의 "광해군일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비슷한 사건이 몇 건 더 보인다.

- 현대의 로켓이나 미사일, 제트전투기에 대한 목격담과 비슷하며, 현대의 UFO 목격담과도 비슷하여, 대표적인 "조선시대 UFO"로 불리우는 이야기이다. 그 형태가 호리병 형태이며, 움직일 때 폭음이 났다는 사실이 언급되어 있는 것은 특히 재미있다.


55. 청목형형 (靑目熒熒: 푸른 눈이 빛난다는 말)

(경기대 소장 당채대후불탱화)
멀리서 보면, 땅을 굴러다니는 사람 키 절반 정도의 둥근 불덩어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불덩어리 속에 조그마한 사람 같은 것이 있다. 이것은 노란 색 머리카락에 푸른눈을 하고 있으며, 손에 낫같이 구부러진 칼을 들고 있다. 불로 된 공이 굴러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움직이며, 움직일 때는 커다란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눈동자를 굴리며 사방을 노려보는 모습이 무서워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사람을 해치거나 하지는 않고, 소나기나 폭풍우 때문에 낮인데도 갑자기 어두워졌을 때 주로 사람의 눈에 뜨인다고 한다. 여주, 이천 근처에서 농사 짓고 있던 이순몽이 목격한 일이, 박동량이 쓴 "기재잡기"에 기록되어 있다.


56. 빙탁지성 (氷坼之聲: 얼음 깨지는 소리라는 말)

(경기대 소장 민화)
하늘에 나타나 날아다니는 것으로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온몸은 불덩어리처럼 밝은 빛을 낸다. 날아다니며 움직일 수 있는데,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내고 속도를 낼 때에는 파도치는 소리나 물살을 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천둥이나 번개와도 관련이 있다. 전쟁을 다스리거나, 전쟁을 상징하는 어떤 신령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온성 땅에서 1588년에 나타난 일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전쟁의 징조로 생각했다.

*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말에 대해 상세한 내용은 원전에 나타나 있지 않지만, 활과 화살 모양만 날아다니는 형체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활과 화살을 들고 그것을 쏘는 사람 모양의 형체가 날아다니는 것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들고 있는 화살을 쏘거나 하면, 천둥 번개가 쏟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7. 명주단원(明珠團圓: 밝은 구슬이 동글동글하다는 말)

(시왕도 중 발췌)
달걀 크기의 구슬 만한 것으로 매우 밝은 빛을 낸다. 밤에 돌연 큰 벼락이 이는데 비는 오지 않고 바로 개인 후에 이것이 떨어진 것을 알게 된다. 어디에 두더라도 주변을 대낮처럼 환하게 해 준다. 사람에게 좋은 운을 가져다 주는데, 이익이나 장사에 대한 행운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이나 성격을 바꾸는 힘을 내뿜는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곁에 두고 있으면, 정확한 영문은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은 점차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부자가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주 땅에서 발견된 일이 서거정이 쓴 "필원잡기"에 기록되어 있다.

*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서 부자가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는데, 아마도 알리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거나, 알리기 곤란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재물을 얻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조 실록” 1463년 6월 28일자 기록이 경주에 대한 것으로 대단히 비슷해서 이 일을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록에는 구슬이 거위 알 만한 크기라고 되어 있고 보라색을 띈다고 되어 있다.



여덟째. 무리를 짓기 어려운 것들:

(고려 도자기)


58. 가면소수 (假面所祟: 가면이 재앙의 빌미가 된 것이라나는 말)

(궁중기록화 중 발췌)
수많은 괴물 중에서도 가히 가장 이상하다고 할만한 종류의 괴물이다. 우선 이것은 버섯의 종류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얼굴에 쓰는 가면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가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것의 빌미가 되는 가면을 집어 가게 된다. 그 가면은 나무로 만든 가면과 같다. 이것을 갖게 된 사람은 얼굴에 이 가면을 써보면서 놀게 되는데, 그런데, 이것을 가까이 두거나 닿으면, 병에 걸리고 괴로움을 얻게 된다. 한번 가면을 쓰는 사람이 병에 걸리면, 그 주변사람도 병에 걸린다.
사람이 눈치를 채고 이것을 버린다거나 하여, 오랜 시간 가만히 놓여 있으면 그때는 이 가면이 썩으면서 온통 버섯이 생겨 기둥과 삿갓이 나타난다. 이 버섯은 사람이 먹을만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 이 버섯을 먹게 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지며 웃음이 나오는 등 먹은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혼란시킨다. 그래서 깔깔거리며 웃고 즐거워하게 된다. 하나 둘 계속 먹게 되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나 노래하고 춤을 추고 싶어져서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버섯을 먹은 사람들이 다같이 춤을 추게 된다. 이렇게 추는 춤은 매우 격렬하여 마치 제 정신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고 한다. 경기도 광주 땅에서 발견된 일이 "청파극담"에 나와 있다.


59. 적색일괴 (赤色一塊: 붉은 빛 한 덩어리라는 말)

(경기대 소장 송록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밥그릇 모양의 거대한 해파리 같은 것인데 크기는 사람 키의 열 배 정도이다. 색은 붉은 색과 흰색으로 왔다갔다하며 변하는데 비단처럼 윤택이 나고, 너울너울 천처럼 펼쳐질 수 있다. 너울너울 움직일 때는 몸이 마음대로 구부러져서 온몸이 몇 번씩 굴곡을 이루게 된다. 머리와 발을 숨기고 있는데, 머리를 내밀면 그 모습은 용과 같은 짐승에 비할 만한 무서운 모습이라고 한다.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가는 일이 목격된다. 1701년에 부산의 동래 땅에서 나타난 일이 "숙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60. 귀봉변괴 (鬼棒變怪: 이 이야기의 제목으로 실려 있는 것으로 귀신 들린 방망이의 해괴한 일이라는 말)

(부안 수성당 당화)
형상은 끝이 뭉툭한 나무 몽둥이 같은 것이고 길이는 한 뼘을 넘는 정도이다. 꼭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데,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다. 평소 때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나무 방망이 처럼 가만히 있는데,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라고 말을 하면, 갑자기 날듯이 움직이면서 달려들어, 엄청나게 맹렬한 기세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말한 사람을 희롱한다. 매우 힘이 강하여 결코 막아내기는 어렵다. 이때, 마치 건장한 더벅머리 청년이 설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그 후에는 다시 그저 나무방망이 같은 모양으로 돌아간다. 망치로 내리치고, 불로 태우거나 뜨거운 물로 삶으려 해도 어떠한 손상도 입지 않는다. 강희맹이 쓴 "촌담해이"에 기록되어 있다.


61. 취생 (臭眚: 냄새 나는 재앙이라는 말)

(경기대 소장 북새선은도)
아주 고약한 비릿한 썩는 냄새를 풍기는 안개와 같은 것이다. 안개가 서서히 뭉쳐서 덩어리가 되면 키가 사람의 두 세 배 정도가 되는 커다란 형체가 일정치 않은 괴물이 된다. 다만 빛을 내뿜는 번쩍이는 두 눈만은 사람의 눈이 달려 있음직한 위치에 달려 있다. 사람을 자주 죽이곤 한다. 안개 같이 생긴 괴물이지만, 칼로 공격하면 다치게 되고, 이것이 죽을 때에는 벼락과 같은 커다란 소리를 낸다. 죽고나면, 안개가 흩어지고 냄새도 바로 사라지면서 아무 흔적이 남지 않는다. 함경북도 일원에서 목격된 일이 임방 이 쓴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다.


62. 복기 (腹飢: 이 괴물이 한 말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배가 고파요"라는 말)

(경기대 소장 기명책갑도)
나무 뭉치처럼 생긴 것인데, 검정색 보자기 같은 것을 옷이나 모자라도 되는 듯이 덮고 있는 이상한 모양이다. 보통 세 마리가 한 무리가 되어 움직이고, 날쌔게 움직인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 항상 배고파 하며, 사람을 보면 "배가 고파요"라고 말한다. 사람을 죽이려고 들 때에는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지만, 굳이 흉폭하게 날뛰며 사람을 보자마자 죽이려 들지는 않는다. 서서히 사람에게 다가온 뒤에 세 마리가 동시에 사람을 밀어 붙여 누르려고 한다. 아마 사람을 해칠 때에도 그와 같이 눌러서 해치는 듯 보인다. 겁이 많아서 소리치며 무섭게 대하면 두려워하고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다. 별해 땅에서 이만기가 목격한 일이 임방 이 쓴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다.


63. 착착귀신 (斲斲鬼神)

(경기대 소장 효행고사도)
바람의 형태인 괴물이다. "착-착-" 하는 기묘한 바람 소리로 이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무엇인가 모양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나, 어두운 밤에 문득 나타나 갑자기 사라지므로 결코 정확한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 급격히 움직이면서 사람에게 덤벼들면 대단히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을 소리를 지르게 하고 울게 하기도 한다. 비가 올 때 주로 나타난다고 하며, 전쟁이 난리가 나는 것의 징조와 상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소문으로 퍼졌으며, 1637년에 충청, 경상, 전라 일원에도 널리 이야기 되면서 한동안 세상에 이야기거리가 되었던 것으로,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 “무고경주” 항목과도 매우 비슷하며, “탁탁귀병”과도 뿌리가 같은 것으로 보이는 것인데, 바람과 비로 나타난다는 특징과 정확한 이름이 있어서 다른 항목으로 구분 해 보았다.


64. 천우인 (天雨人: 하늘이 사람을 비처럼 뿌린다는 말)

(조선대 소장 삼국검무도)
사람의 머리와 똑같이 생긴 우박이다. 눈, 코, 입 등도 선명하고 정확하게 모양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땅에 떨어진 그 자리에서는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 우박이 우수수 쏟아지면, 그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죽는 무서운 일이나, 큰 난리, 참혹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1625년, 창성 땅에서 발견된 것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65. 천량 (天糧: 하늘이 내린 먹을 것이라는 말 또는 쌀바위)

(경기대 소장 독선인도)
구멍이 하나 뚤린 바위의 모양이다. 가끔 그 구멍에서는 이상한 국물 같은 것과 건더기가 쏟아져 나온다. 국물 같은 것은 술과 비슷하고, 건더기는 떡과 비슷하여 제법 맛이 있다. 서울의 숙청문 인근에서 바타난 일이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천량암에 대한 이야기로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도 있다.

*"주천(酒泉)“ 등의 이름으로 물이 아니라 술이 나오는 샘물에 대한 전설도 여러 곳에 퍼져 있다. 덩어리진 음식 또한 같이 나오는 경우로는 숙청문 앞의 쌀 바위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 선명하다. 쌀이 나오는 바위에 대한 이야기, 즉 쌀바위 전설 또한 전국에 널리 퍼져 있어서, “한국민속문학사전”의 “쌀 나오는 바위” 항목에는 항상 쌀이 조금씩 나오는 바위가 있는데 욕심을 부려서 쌀을 더 많이 캐내려고 쌀 나오는 구멍을 쑤셨더니 피 같은 물이 나오고 이후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유형의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소개 되어 있다. 한편 “동국여지승람”에는 천량암이라는 곳에서 원효가 머물 때에 바위 사이 구멍에서 쌀이 항상 나왔기 때문에 그곳의 이름이 “천량암”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바위에서 얻을 수 있는 먹을 것을 “천량”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상상해 보자면, 바위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람이 먹을 음식과 같은 것을 조금씩 뿜어내는 바위 모양의 이상한 짐승 같은 것이었다는 이야기로 꾸며 수도 있을 것이다.


66. 면괘어리 (面掛於籬: 얼굴이 울타리에 걸려 있다는 말)

(경기대 소장 팔사품도)
높이나 너비가 사람 키의 두 세 배를 넘어가는 거대한 사람의 머리통이다. 머리만 있을 뿐, 몸의 다른 부분은 없이 그냥 꾸물꾸물 거리며 움직인다. 사람의 말을 할 줄 알고, 장난을 치거나 농담도 주고 받을 만한 것으로 보인다. 손이나 다리도 없으면서 그 커다란 나무나 울타리 위로 기어 올라가는 일도 잘한다. 특별히 잔인하거나 악독하지는 않아서, 사람이 싫어하고 내쫓으려 하면 별 불만 없이 물러간다. 주로 서울에서 살았던 송희규가 본 일이, 권별이 쓴 "해동잡록"에 기록되어 있다.

* 원전에 나와 있는 이야기에서는 늙은 할머니의 머리 모양으로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몸이나 발이 없는데도 울타리를 잘 올라갔다는 점으로부터 상상해 보자면, 아마 달팽이나 지네 따위처럼 빨판 같은 것이나 작은 다리들이 머리 밑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67. 공주산 (公州山)

(시왕도 중 발췌)
걸어다니는 산이다. 주로 밤을 이용해서 걸어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보지 않을 때에만 몰래 걸어다니는 습성이기 때문에, 사람이 산이 걸어다니는 것임을 알아보고 쳐다보면, 그대로 주저 앉아 굳어서 보통 산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러 곳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군산 땅에서 공주산에 관한 이야기로 예부터 사람들이 믿어온 것이, 1481년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 울산 바위 이야기를 비롯해서 비슷한 산이 걸어 다닌 이야기가 있는데, 초기 기록으로 명확하게 남아 있는 "공주산"을 대표로 해서 항목을 만들어 보았다. “한국민속문학사전”의 “울산바위” 항목에 이와 같이 걸어 다니는 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먼 옛날 먼 곳에서 걸어 왔다가 멈춘 산이므로, 지금 사람이 보기에는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산으로 보이지만 매미 같은 작은 벌레나 짐승들은 원래 그 산이 있던 지역에 있는 것이 알아 보고 찾아 와 깃든다는 식의 전설도 같이 현재 전해진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68. 근화초 (槿花草)

(경기대 소장 화접도)
단 하루만에 싹을 틔우고 잎이 자라난뒤, 나무 줄기를 뻗고 마침내 꽃을 피우고 다시 씨를 맺은 뒤 죽어버리면서 급하게 자라나는 꽃이다. 자라나 꽃을 피우고 지는 이것을 날마다 반복한다. 꽃은 잎이 다섯이고, 색깔은 분홍 혹은 흰색으로 아름다운 편이다. 1563년생인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다.

* 근화초는 현대에도 한국을 상징하는 꽃으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무궁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 항목은 무궁화의 습성이 와전되어 "산해경"을 비롯한 중국 고전에 괴이한 모양의 과장으로 기록되었던 것이 다시 전해져서 문헌에 남은 것을 소개해 본 것이다. 무궁화 자체를 한국 지역의 상징으로 스스로 사용한 것은 기록이 남아 있는 것만 봐도 신라 말 무렵부터이고, "무궁화"라는 한국식 이름도 고려 때부터 그 어원을 따져본 기록이 보인다.


69. 부석 (浮石)

(경기대 소장 해상군선도)
사람 키의 스무 배, 서른 배 정도의 커다란 바위로 되어 있는 것인데, 공중을 높지 않은 높이로 살짝 떠다니고, 물살을 가르며 물위를 빠르게 떠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모양은 거북이나 용과 비슷하다. 이것은 착하거나 학식이 높은 사람를 열렬히 흠모한다. 다른 이야기에서 용이나 고래 같은 것들이 풍랑을 일으키거나, 비를 내리는데 비해서, 이것은 그런 것과는 관계 없으며, 오히려 사람의 배를 물속에서 떠받쳐 주어서 안전하고 삐르게 바다를 떠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신라 때, 의상법사를 흠모한 선묘라는 용이 이것의 모습으로 의상법사를 따라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영주 땅의 부석사에 그 조각이 남아 있어서 부석사의 이름이 되었다. 이긍익이 쓴 "연려실기술"에 기록되어 있다.

* 먼 바다를 배를 타고 지나 다녀야 하던 일이 많던 신라 사람들을 용이 바다에서 보호해 주었다는 부류의 이야기는 여럿 있는데, 이 역시 그러한 계통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배를 보호해 주던 것이 공중에 떠 있는 돌이라는 형태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배를 떠받치고 가기에 어울리게 생긴 용이면서 나중에 머물 때는 바위의 모양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공중에 떠오른다는 점에서 상상해 보자면, 싸워야 할 때는, 그 돌과 같은 재질과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서 몸으로 부딪히고 찧는다. 하늘 위로 떠올랐다가 땅에 있는 상대를 짓밟거나 찍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70. 선비화 (禪扉花)

(경기대 소장 수복신선도)
꽃나무인데 사람이 들고 다니는 나무 지팡이이기도 한 것이다. 나무 지팡이로 들고 다니던 것을 땅에 꽂아두면, 다시 자라나 뿌리를 내리며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면서 꽃나무인 것처럼 살아간다. 모래땅 같은 곳에서도 살 수 있고, 물이 거의 없어도 꽃나무로서 잘 자라날 수 있다. 햇빛조차 별로 비치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씨를 맺곤 한다. 나무가지는 가늘고 꽃은 보통 작은 노랑색 꽃으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신라 때 의상법사의 지팡이가 꽃나무로 자라난 일이 유명하며, 영주 땅의 부석사에 있는 것으로 널리 소문이 났다.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 나무 지팡이를 꽂았더니 그것이 나무로 자라 났다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널리 퍼져 있는데, 여기서는 구체적인 기록이 선명하고 특별한 이름도 있는 영주 부석사의 사례를 대표로 항목을 꾸며 본 것이다. 비가 없고 햇빛이 비치지 않아도 잘 살고, 지팡이였다가 다시 나무로 자라난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면, 이것이 대단히 목숨이 끈질겨서 토막내고 깎아내고 굶기고 그런 모습으로 수십년을 여기저기 돌아 다니게 해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가 다시 제대로 심으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가서, 신령스러운 힘을 받아서, 목숨을 다시 잇는 것,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나타낸다거나 그런 힘이 있는 꽃, 나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주 부석사에 있는 선비화라는 꽃은 그냥 골담초 입니다. 담장 아래에 자주 심는 사람 키 정도로 자라는 꽃나무인데, 여기저기 한약재가 되기도 해서 전국 각지에 꽤 많이 있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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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4/04/24 23:23 # 답글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경기대에 소장되어 있는 민화가 꽤 많네요~.
    부유광이야기와 악취무기는 한번 알리려고 저장해둔 참이라 반갑습니다. 꽤 신기한 이야기라 ^^

    가면역이야기는 얼마전에 한번 다뤄봤습니다 (그리고보니 게렉터님 이야기를 댓글로 나눴군요).
    http://luckcrow.egloos.com/2463484
  • 게렉터 2014/04/25 22:45 #

    경기대 소장 자료가 민화의 숫자가 많기도 많지만 비교적 해상도가 높은 그림이 많은 편이라 더 고를 것이 많았습니다. 국보, 보물 지정 그림에 대해서만이라도, 문화재청이 초고해상도 스캔 및 무료 공개 작업을 포털사이트 같은 곳과 함께 협력해서 하는 것도 의미있는 사업 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 역사관심 2014/04/26 00:26 #

    동감입니다, 언제 건의라도 해봐야겠네요.
  • 맛난당근 2015/01/25 19:37 # 답글

    66번은 저번글에는 대면두라고 나와있는데 여기는 울타리를 오르는 할머니 머리통이라고 나와있네요. 정식명칭은 대면두인가요?
  • 게렉터 2015/02/10 00:19 #

    대면두는 한문으로된 원전에서 발췌했던 것인데, 처음 사전 만들때만해도 대충 제가 가진 자료 정리한다는 정도여서 자료가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한문 원전이 어디였는지 잘 못찾겠어서, 일단 찾을 때까지 특별한 제목을 안쓰고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설명한 내용을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 MUUN 2015/07/13 22:26 # 삭제 답글

    여기 나오는 괴물들의 이름들은 직접 지으신 건가요?
  • 게렉터 2015/07/13 22:52 #

    사전 첫머리 http://gerecter.egloos.com/5228625 에 써놓은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괴물의 이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억지로 "뭐뭐 귀鬼" 라든가 "천天 뭐뭐", "선仙 뭐뭐" 하는 식으로 한자를 조합해 이름을 짓는 일은 피했습니다. 대신에, 책 원문에 나와있는 괴물을 묘사하는 한문어구를 그대로 발췌해서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유의해야 할 것이, 이런 경우에는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단지 항목의 제목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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