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백과 사전 증보편 1~10 기타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이전에 정리하지 못한 괴물들을 추가로 정리한 증보 1~10편 항목으로 올리는 한국의 괴물 들입니다.

괴물을 정리한 기준은 이전과 같습니다. 즉, 기록과 기록자, 기록시기가 분명한 18세기 이전에 확인된 각종 괴물들만을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19세기 이후에 기록된 괴물, 작자가 불분명한 문헌에 기록된 괴물,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 기록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괴물 등등은 모두 뺐습니다.

비슷한 괴물들끼리는 기록을 합쳐서 하나의 보다 묘사가 풍부한 괴물로 정리했고, 반대로 이름이 같은 괴물이라도 현격히 모습과 습성이 다른 경우에는 다른 괴물로 분리해서 싣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괴물에 대한 설명은, 책에 언급된 그대로의 설명을 옮기는 것에 더하여, 다른 기록에 나오는 비슷한 괴물의 묘사, 비슷한 전설, 비슷한 괴물의 그림, 공예품의 모양 등등을 참조하여 덧붙인 것들이 있습니다.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설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하고, 시대 상황을 파악하는 상징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토론하거나 주석, 해설을 달아볼만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아쉬운대로, 일단은 일부에만 간단한 주석을 달았습니다. 대신 모든 괴물들의 그 기록 출전을 밝히고, 언제 어디서 목격되었는지를 최대한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괴물의 이름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제가 임의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피했습니다. 대신에 원전에서 괴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발췌해서 옮겨 쓴 것을 항목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가능한 한 한자도 같이 표기했습니다.

이 자료에 괴물들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그림을 곁들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조선시대 이전의 유물들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하게 맞는 부분 일부를 발췌하여 참고해 볼 만한 자료로 같이 실었습니다.


1. 수승지앵(數升之罌: 여러 되 크기의 병이라는 말)

(죽림리 석장승)
몇 되의 물이 들어갈 정도 되어 커다란 병으로 보일만큼 거대한 소라이다. 이것은 소리 내어 울 수도 있어서, 겉모습은 소라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소라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 갈대가 많은 외딴 섬에 살고 있으며, 보통때에는 물속이나 뻘 속에 들어 있으므로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으로 짐작 된다. 주로 밤에 소리를 내어 우는 등의 활동을 하며, 우는 소리는 소의 울음 소리와 비슷하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이 잡아서 먹기에 좋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보통 소라 보다는 먹기가 훨씬 더 좋은 것으로 칠만하다. 1699년생 정운경이 지은 "탐라문견록"에 어느 제주도 사람이 표류하다가 도달한 섬에서 본 이야기가 나와 있다.


2. 금완연(金蜿蜒)

(경회루 출토 청동상)
바다에서 사는 황금빛의 거대한 뱀 같은 것으로 굵기는 커다란 항아리와 비슷하고 길이는 십수명이 타는 배를 괴롭힐 수 있을 정도이다. 그 모습은 지렁이나 발없는 벌레와 비슷한 점도 많다. 황금색인데, 단순히 색깔이 금색일 뿐만 아니라, 빛을 내뿜는다. 이렇게 내뿜은 빛은 안개나 먼지처럼 빛 덩어리가 주변에 묻어 나고 흩어져 퍼져 있을 수도 있는 기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사람에게 방해 받는 것을 싫어하는 듯, 배가 가까이 가면 덤벼들지만, 실제로 사람을 잡아 먹거나 포악한 성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저 사람을 위협해서 물러나게 하고는 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1699년생 정운경이 지은 "해산잡지"에서 제주도 인근의 뱃사람이 목격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3. 처우담중(處于潭中: 샘물 속에 머물고 있다는 말)

(경복궁 영제교 석상)
바다에서 사는 것으로 용을 닮은 도마뱀 모양인 듯 하다. 바다에 살 때는 이것이 머무는 곳에는 주변이 유난히 파란 빛깔을 띄면서 색이 맑고 아름다워 보이게 된다. 4년이나 5년에 한번씩 육지의 민물로 기어들어 와서 샘물이나 연못 같은 곳에 기어들어가서, 몇 달씩 머무르곤 한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습성인 듯 하다. 이때 몸에서 독액을 내뿜는데, 이렇게 되면 주변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람의 식수를 못 쓰게 만드는데 그 외에 특별히 직접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1699년생 정운경이 지은 "탐라기"에서 제주도 취병담(용연)에 대해 당시 제주도민이 들려준 이야기로 실려 있다.


4. 백갑신병, 흑갑신병(白甲神兵, 黑甲神兵)

(가산리 석장승)
흰 콩과 검은 콩을 은으로 된 그릇속에 넣고 주술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만드는 콩과 같이 작은 병사들이다. 흰 콩으로 만들어낸 병사들은 흰 색 갑옷을 입고 있어서 백갑신병이라고 부르고, 검은 콩으로 만들어낸 병사들은 검은 색 갑옷을 입고 있으므로 흑갑신병이라고 부른다. 매우 작은 병사들인데, 주로 사람 몸 위나 사람 목 솜에 들어가서 싸움을 벌인다. 보통 사람몸에 씌여 괴롭히는 귀신이나 사람에게 붙어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 괴물 따위와 전투를 치른다. 백갑신병이 좀 더 위험하지 않고 만들어내기 쉬우므로 자주 사용되나, 그것만으로 힘이 부족하면 더욱 강한 흑갑신병을 함께 보내어 같이 힘을 모아 싸운다. "삼국유사"에 승려 혜통이 당나라의 공주 몸 속에 용과 비슷한 종류의 괴물이 들어가 병이 나자 그것을 쫓으려고 사용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5. 백악산야차 (白岳山夜叉)

(원서천리 당산 남원진서대장군)
사람의 삼분의 일보다도 작은 사람과 비슷한 것이나 그 모습이 매우 추하여 똑바로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얼굴이 아주 크고 둥글며 넙적하며, 입이 유난히 빨갛고 크다. 옷은 새의 깃털로 짠 옷과 비슷한 모양이나 매우 더럽고 남루해 보인다. 머리에는 찌그러진 삿갓과 같은 이상한 것을 쓰고 있고, 구멍 난 까만 신을 신고 있다. 비린내가 심하여 그 냄새를 견디기 어려워서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 성격이 급해서 마음에 안드는 일을 보면 매우 답답해 하여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모습이 흉하고 보통 나쁜 장난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에 대해 친근한 면도 있어서, 인간이 큰 재앙을 당할 것 같으면 밤애 몰래 나타나 알려 주기도 한다. 이항복이 임진왜란을 경고하는 말을 하러 온 것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송천필담"에 나와 있다.

- “야차”라는 이름으로 언급 되어 있지만, 묘사와 성향이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악귀, 마귀와 같은 모양으로 흔히 나타나는 야차와는 확연히 다르고 이야기 주제도 불교와도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산도깨비나 사나운 모습의 산신령 같은 것에 관한 이야기인데, 마땅히 한자로 옮길 이름이 없어서 흔히 무서운 모습의 괴물로 통용되던 불교의 “야차”라는 이름을 끌어 와 쓴 것으로 보입니다.


6. 오공원(蜈蚣院) 두꺼비

(청자 퇴화문 두꺼비 모양 벼루)
큰 두꺼비의 일종으로 울타리 아래의 구덩이 같이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살며, 사람이 버리는 음식 따위를 먹고 산다. 크기는 자라 크기 정도까지 커지며, 수명은 매우 긴 편이다. 사람이 길들일 수 있을 정도로 순하며, 자신에게 밥을 준 사람의 은혜를 알기도 한다. 다른 짐승을 제압하기 위해 흰 색의 빛을 내뿜는 연기 같은 것을 쏘아 낼 수가 있는데, 모락모락 피어나온 것이 퍼져나가는 것은 마치 하얀 비단 천을 펼쳐 놓는 듯 하다고 한다. 이것의 위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라서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위력이 강한 짐승도 이 두꺼비가 몰아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것은 사람이나 보통 짐승에게는 해가 없거나 반대로 해독을 하는 효과가 있고, 독을 가진 벌레나 짐승, 괴물에만 해를 입힌다고 볼 수도 있다. 지네 괴물이 악명을 떨친 오공창, 오공원이라고 불리운 곳에서 지네에게 제물로 바친 여자를 이 두꺼비가 구했다는 이야기가 "송천필담"에 나와 있다.

-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은혜 갚은 두꺼비" 이야기가 가장 풍부하게 보존 되어 있고 정확하게 기록 되어 있는 곳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현재의 충북 청원 오창 일대로 추정되는 오공원의 지네와 두꺼비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오공원 두꺼비는 바로 이 이야기 속의 두꺼비를 나타낸 것입니다.


7. 차귀(遮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상여 장식)
많은 뱀 머리와 꼬리가 어지럽게 있어서 많은 뱀이 마구 엉켜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건물 속에 살고 있는데 보통 때는 몸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흉한 일을 할 때 가끔 지붕 사이나 벽의 틈바구니로 나타난다. 위력이 강하여 주위 사람들이 신령스럽게 모시고 있기도 하며, 이런 경우 사람이 사당으로 지어 준 건물에서 사는 듯 하다.사람들이 이 괴물에게 제사를 지낼 때 만족하여 흉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나타나지 않지만, 만약 모습을 드러내면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은 겁을 먹고 두려워 한다. 이 괴물에게 여자를 제물로 바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제주도 대정현에 차귀를 모시는 사당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다.

- 제주도 김녕굴의 뱀 괴물 설화와 연관되어 보이는 이야기 입니다. 김녕굴 뱀 설화는 18세기 이전 기록에서 나타나지는 않으나, 19세기의 “탐라지” 기록에는 현대 “한국민속문학사전”등에 실린 “김녕사굴”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서련”이라는 사람이 괴물을 물리친 설화로 나타납니다. 괴물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곳에서 괴물을 퇴치하는 설화의 전형적이고도 풍부한 형태가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8. 회음(誨淫: 음란한 것을 배우게 된다는 말로, 이 이야기가 실린 책의 항목명입니다.)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
깊은 물속에 사는 원숭이와 비슷한 괴물로, 물 밖으로 튀어 나오면 햇빛에 눈이 부시어 앞을 잘 보지 못한다. 깊은 산의 연못 같은 곳에서 사는데 갑자기 물 바깥으로 치솟아 튀어 오를 수 있고, 머리와 얼굴이 잘 구분되지 않는 모습이나 눈은 빛을 내뿜고 있어서 분명히 보인다. 물 바깥에서는 오래 있을 수 없는 듯 하며, 넓은 범위는 아니지만 비를 뿌리듯이 폭풍우 같은 것을 만들어 내고 번개를 치게하고 주변을 어둡게 만들며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 연못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 같은 것을 소중하게 여겨서 그것을 나무꾼이 베어 간다거나 하면 화를 내며 쫓아 오기도 한다.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기도 하여 박연폭포 앞에서 미녀가 몸을 씻느라 가슴을 드러낸 것을 보자 미칠듯이 흥분하여 갑자기 이것이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호사설"에 기록되어 있다.

* 남녀간의 정분에 관한 박연폭포의 괴물, 귀신 이야기는 이외에도 "송도기이" 등의 다른 곳에도 많이 보입니다. "송도기이"에는 미남 소년으로 묘사 되어 있습니다. 박연폭포에 용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와 연결되어 용의 자손인 사람이 물 속에 살고 있다거나, 용의 자손인 여자가 나타나 남자를 홀려 데려 갔다거나 하는 기록도 보입니다.


9. 봉두귀물(蓬頭鬼物)

(고성탈박물관 소장 하회 할미탈)
풀어 헤친 머리, 쑥대머리를 한 모양의 사람 비슷한 형상으로 주로 비가 내리는 밤에 혼자 있는 사람에게 슬며시 말없이 나타나 겁을 먹게 한다. 멀리 있을 때는 불꽃과 같이 빛을 내어서 멀리서도 보이고, 천천히 사람을 찾아 가까이 다가오는데, 가까이 와서 빤히 쳐다 봐도 사람이 겁을 먹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난다. "송자대전"에 송시열의 고모가 보고 쫓아낸 일을 묘사하는 대목에 기록 되어 있다.

- 송자대전에 우암 송시열의 고모가 귀신을 만나고도 태연했다는 일이 나와 있는데, 쑥대머리 귀신을 만났더라는 소문을 들은 것과 도깨비불 같은 것을 만났더라는 소문을 들은 것, 두 가지가 같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두 이야기를 혼합해 묘사해 봤습니다. 쑥대머리 귀신 대목은 현대의 전형적인 긴머리 귀신 이야기 느낌과 거의 같습니다.


10. 강길(羌吉)

(영암 도갑사 목조 동자상)
사람 키의 두 세 배 정도 길이가 말꼬리처럼 길게 흩날리는 모양인 이상한 것으로, 비바람을 타고 날듯이 움직인다. 움직일 때는 바닥에 있는 것이나 앞에 가로 막는 것을 마치 톱으로 썰어서 부수듯이 하면서 치고 나가며 이동 한다. 주변에 물건을 날려 보내는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이것이 마을에 나타나면 집을 모조리 부수며 다니게 되고 근처의 사람은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하게 된다고 한다. 숲에 들어가면 나무와 풀을 모두 부수고 뽑아 버려서 지나가고 나면 숲이 황무지처럼 변한다. 화룡(火龍)이라는 별명도 있었다고 한다. 1656년 의주, 용천 일대에서 이것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 이야기가 "연도기행"에 실려 있다.

-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던 강철(꽝철, 꽝처리, 깡철, 꽝철, 깡처리)과 비슷해 보이는 괴물로, 강철이 용이나 발달린 짐승에 가까운 형상을 한 것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서 이 괴물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모양과 비슷하게 나와 있습니다. 아마 "강길"은 후대에 강철로 정착하기 이전 단계의 묘사로 보입니다. 아마도 중국이나 북방 계통의 재해를 일으키는 독룡, 화룡에 관한 전설이 있었는데, 이것이 점차 조선으로 전파 되면서 중간 단계에는 의주의 "강길"로 나타나고 나중에 완전히 정착된 후에 전국적인 강철 전설이 된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괴물 백과 사전 글 목록으로 돌아 가는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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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4/05/23 01:11 # 답글

    오랜만에 우리 사진들로 보니 더 새록새록합니다. 항상 이야기지만 누군가 민화나 전통동화책풍과도 (혹은 완전히 현대식그림체와도) 다른 지괴류에 걸맞는 삽화를 제대로 그려주면 좋겠습니다.
  • 게렉터 2014/06/20 06:55 #

    저도 여러 가지 화풍으로 그린 여러 삽화를 구경하면 좋겠다는 생각 종종 해 봅니다.
  • 존다리안 2014/05/23 10:08 # 답글

    회음은 라이트노벨이나 만화에 조연급 개그캐로 나오면 딱일듯... 온천에서 여자 엿보러 다니다 얻어맞는다든가...
  • 게렉터 2014/06/20 06:55 #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약간 무섭게 묘사되어 있기는 한데, 원전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런 느낌입니다.
  • 타누키 2014/05/23 12:19 # 답글

    괴물인데 먹기 좋다니 ㅠㅠ
  • 게렉터 2014/06/20 06:56 #

    여기서는 괴물을 "겉모습이 괴물 같은 것"으로 정의해서 모아 봤기 때문에, 좀 이런 괴물들도 섞여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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