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2014)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배경은 “사랑의 블랙홀”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그런 신비한 경험에 절망하기도 하고, 초능력처럼 응용하기도 하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느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블랙홀”은 나오자마자 돈을 쓸어 담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착실히 인기를 끌어 모아 경지에 달한 영화였고, 다른 아류작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지게 해서, 요즘 일본에서는 “루프물”이라는 식으로 장르 이름까지 붙어버린 것 같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방향은 하필이면 그 반복되는 하루가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는 지상 최대의 작전이 벌어지는 하루라는 것입니다.


(포스터)

“사랑의 블랙홀” 아류작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사람이 “어차피 내일이 되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 갈테니까”라면서 고성방가를 하며 막 살다가 감옥에 갇힙니다. 그 사람은 감옥에 갇혀도 내일이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간다고 겁내지 않습니다. 경찰은 “당신은 초범이니까 하루만 가두어 두고 풀어 주겠다”고 부담 없이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감옥에 갇히고 나니 왜인지 갑자기 하루가 더 진행되어 그때부터는 감옥에 갇힌 채로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를 살게 된다는 겁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도 발단만 놓고 보면, 반복되는 하루가 하필이면 영국에서 프랑스로 상륙하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 그 격전의 날 하루라는 식이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싸우기를 유난히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나오고 있어서, 이런 운명이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막상 영화를 보면 재미는 그런 모순이나 주인공의 감정 보다는 다른 쪽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매우 어려운 싸움이 있는데, 그 싸움을 여러번 반복해서 경험하는 가운데 하나 둘 기술을 익히고 더 전진할 방법을 익혀 돌파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차근차근 진전시켜 나가는 내용이 재미거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디오 게임을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똑같은 판을 반복해서 계속 되풀이해서 시도 하면서 할 수록 점점 더 실력이 늘어서 다음 장면, 다음 판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표현은 신나고 멋진 점도 있고, 좀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신나는 점으로 꼽아 보자면, 이 영화의 미래 전쟁 장비인 외골격과 그것을 이용해서 싸우는 면면의 묘사가 신기하고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육중한 느낌이나 진짜 기계 같은 느낌도 있으면서, 화력이나 충격도 잘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좋은 소품, 좋은 효과로 잘 그려져 있었던 느낌이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지상 최대의 작전” 같은 뻐근하게 광대한 느낌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신에 신기하고 화끈한 장비로 싸우는 미래 전쟁 비디오 게임 같은 흥취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싸움 장면과 그 장비 묘사야 말로 SF물의 고전 “스타쉽 트루퍼스” 소설에서 보여 주려고 하는 것들을 그대로 살리는 감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군대 중심으로 재편되어 인류가 단결한 사회상에서 보병이 핵심이 되어 싸움을 하는데, 보병의 능력을 키워주는 옷처럼 입는 형식의 무기를 사용하고, 적은 벌레 같이 움직이는 외계인이라는 것이 이 영화만큼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는 영화도 없었지 싶습니다.


(주인공편의 무기)

부족한 점 쪽으로 생각해 보자면, 우선 “스타쉽 트루퍼스” 이야기를 한 김에 영화판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사회 풍자적인 이야기 거리, 코미디 거리들이 훨씬 부족하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사실 이 영화 전체의 구조가 꼭 사회 풍자를 담기에 유리한 방향은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겁쟁이 장교로 설정한 것이나, 처음부터 “천사”로 숭배되고 있는 여전사가 많이 언급된 점이라든가, 싸움의 전황이 이상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와 비슷한 것 등등 초장에 꼭 풍자거리로 활용할만한 건수가 많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을 요리조리 써먹어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렵니까?” 같은 안내문이 화면에 뜨는 미래 사회의 뉴스 화면 같은 걸로 사회 풍자를 하며 웃기는 이야기도 좀 더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군대에 입대하시오!)

다른 문제점으로는 이 영화가 이런 게임 진행 방식으로 전체 틀을 잡고 나가다 보니, 후반부로 가면 이야기에 실감이 떨어지는 억지가 좀 많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이야, 게임하는 사람이 공정한 규칙대로 즐겁게 게임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게임 세계 자체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도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갤러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외계 침입자를 수백, 수천을 물리치며 싸워도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천천히 날아가는 총알을 이용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어쨌거나 게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규칙으로 계속 해 나가야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보병 중심의 이야기로 보병들이 기관총 같은 것을 쏘면서 하는 이야기로 밀고 나가고 있는데, 끝까지 지켜 봐도 꼭 그렇게 해야만할 이유를 별로 안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반드시 파괴해야할 멀리 있는 목표물을 알아 냈다면,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든지, 융단폭격을 한다든지 다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힘들게 거기까지 보병들이 기어 들어 가서 수류탄을 던져서 없애 버려야 하는지 와닿게 표현 되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 합니다. 주인공이 혼란스러운 전쟁터에서 생사를 걱정하는 아슬아슬하고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출발해서 그 분위기를 살려 나가려면, 이렇게 진행해 나가면서도 나름대로 진짜 같고, 그럴싸하게 실감 나는 내용 구성이 필요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말은 너무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뭔 영문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잘 알려 주지도 않고, “하여간 외계인의 신비한 힘으로 다 바뀌어서 이렇게 됐음!”하고 그냥 확 갑자기 갖다 들이 대고 말아 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결말에는 이야기가 아귀가 맞는 통쾌한 느낌이나, 초점이 분명히 맞는 이야기에 모든 것이 모이는 짜릿함은 없었다고 생각 합니다.


(세계가 대충 망한 후...)

외골격 장비를 이용해서 기관포를 쏴대며 싸우는 장면들을 신나게 보여 주고, 그 와중에 세계가 외계인에게 점령 당해 가며 멸망해 가는 그 묵시록적인 느낌도 배경에 깔아 주는 것이 묘미였다고 생각 합니다. 사회 풍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했습니다만, 세계 멸망에 초점을 맞춘 영화에 종종 나오는 인간 문명이 멸망한 상황에서의 절망감이나 쓸쓸함, 그 가운데서 인물간의 감정 교류를 표현한 장면이 몇 군데 들어 가 있는 부분들은 꽤 살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저는 처음에 이 영화의 결말이 “사실은 이게 다 가상현실이었고, 이 모든 반복 과정을 통해서 톰 크루즈 너를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게 하는 훈련용 게임 프로그램이었다”일 거라고 혼자 생각했었습니다.

덧글

  • 울트라김군 2014/06/21 09:10 # 답글

    알파와 오메가라는 존재를 말하자마자 윗분들이 헛소리로 인식해서 강등까지 시키는 마당에 언제 설득시켜서 해당 위치에 핵무기를 떨굴까요...
  • 게렉터 2014/06/21 10:02 # 답글

    총사령관 사무실에 잠입해서 인질극 벌이고 비밀개발 무기를 빼앗아 유유히 탈주까지 할 수 있다면, 장거리 무기 하나 정도 발사하는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저는 생각 했습니다.
  • parma 2014/06/21 11:21 # 답글

    저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봤는데 계속반복되는 영상속에 잠이 스르르

    주인공과 같이 잠이 스르르,,.
  • 게렉터 2014/06/22 12:58 #

    결말 근처에는 약간 "어차피 알 수 없는 신비로구나" 싶어서 조금 맥빠지는 느낌을 저도 받긴 했습니다.
  • rumic71 2014/06/21 15:31 # 답글

    뭐 원작 소설에 맞추어야 하니까요... 이것저것 많이 뜯어 고치긴 했지만.
  • 게렉터 2014/06/22 12:59 #

    원작 소설은 또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류의 소설들이 대체로 시작과 전개가 신나고 호기심 생기는데 비해서 결말이 부족한 쪽을 좀 많이 봐와서 더 궁금합니다.
  • rumic71 2014/06/22 13:43 #

    원작에서는 루프를 빠져나오지 못해서 리타가 희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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