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영화

“무덤 아래에서부터(From Beyond the Grave)”는 1974년작 공포 영화로 4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하거나 감싸는 이야기로 앞뒤를 장식하고 있기 마련일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름 아닌 이 시절 영국산 공포 영화의 단골 출연 배우인 피터 쿠싱이 골동품 가게 주인으로 나와서, 그 골동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간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사연들을 보여 주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무서운 이야기는 짤막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짧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 너무 짧아서 영화 상영 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형태의 영화들이 특히 공포 영화 중에 많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아미커스(Amicus) 영화사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를 필두로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 형태 공포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던 곳입니다. 그 아미커스 영화사의 영화들 중에서 후기에 나온 영화가 바로 이 “무덤 아래에서부터”입니다. 대체로 그다지 충격적일 것 없고, 크게 무서울 것 없는, 적당히 분위기만 잘 잡는 형태의 영화들인데, 지금부터 영화 전체의 결말까지 줄거리를 다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거울 가져 간 남자의 이야기
한 젊은 남자가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거울을 사갑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게 모조품이라고 속여서 정가보다 훨씬 더 싼 값에 사갑니다. 골동품 가게 주인인 피터 쿠싱은 속임수를 쓴 것을 간파한 듯한 눈치입니다만, 불길한 표정만 한 번 짓습니다.

이야기 본론은 이 남자가 이 거울을 걸어 놓은 방 안에서 친구들과 재미 삼아 귀신 부르는 놀이를 한 번 하고 나니까, 갑자기 거울 안에서 불길한 유령 같은 사나이가 나타나는 걸 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 남자는 점점 난폭해 집니다. 거울 안에 나타난 유령 같은 사나이는 수백년 전의 사람인데, 다시 삶을 얻기 위해서는 살육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홀린 것처럼 자기 방으로 사람들을 끌여 들여 살해 해 버립니다. 마침내 여럿을 살해하고 나니, 거울 속에서 그 수백년 전의 사람이 걸어 나와 이제 다시 살 수 있겠다고 말하면서, 남자에게 너도 우리와 같이 영원한 존재가 돼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가 사 간 거울은 또 다른 젊은이들에게 팔렸는데, 이 젊은이들이 마침 귀신 부르기 놀이를 하고 놀자 이번에는 거울에서 거울 안에 갇힌 것 같은, 유령처럼 변한 모습의 바로 그 남자가 나타납니다.

(거울 속에 보이는 형체)


2. 훈장 가져 간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는 가정에서 부인에게 무시 당하고 살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공손하게 대하며 존경심을 보이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잡상인으로 겨우 생계를 잇는 한 참전용사 뿐입니다. 남자는 그 잡상인과 점점 친해지게 되고, 자기도 전쟁 때 활약했다고 이야기 하기 위해, 골동품 상에서 훈장을 사서 자기가 딴 척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골동품 주인 피터 쿠싱은 증명서가 없는 사람에게는 훈장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남자는 훈장을 훔칩니다.

이후 잡상인에게 점점 더 존경을 받게 된 남자는 잡상인의 집에 초대 되어 갑니다. 그곳에서 남자는 잡상인의 딸을 만나는데, 딸은 나이도 좀 많아 보일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듯 분위기가 괴이합니다. 그렇지만 남자는 부인에게 계속 더 무시 당하는 한편으로 잡상인의 집안과는 자꾸 더 친근해져서 마침내 잡상인의 딸을 사랑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잡상인의 딸은 마녀 같은 사람으로, 남자의 부인을 인형에 저주를 거는 방식으로 죽이자고 하고, 남자는 고민 끝에 동의합니다. 이리하여 남자의 부인은 죽게 되고, 잡상인의 딸이 남자의 집에 안주인으로 들어 옵니다. 그러나, 결혼식날 남자의 아들이 결혼식 케익을 자르면서 케익에 장신된 남자 인형을 자르자 남자는 칼을 맞은 것 처럼 피를 흘리며 죽어 버립니다. 잡상인, 딸과 남자의 아들은 그런데도 모두 행복한 얼굴입니다.

(잡상인과 남자)


3. 보석함 가져 간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가 골동품 가게에서 보석함을 사려고 합니다. 그런데 싼 값에 사려고 더 싼 물건의 가격표를 떼어 내서 덧붙여 놓는 수법으로 가게 주인 피터 쿠싱을 속입니다. 역시 피터 쿠싱은 속임수를 쓴 것을 간파한 듯한 눈치입니다만, 불길한 표정만 한 번 짓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우스꽝스러운 말투의 괴상한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원소의 정령이 붙었다고 말하며, 잘못하면 그 정령 때문에 큰일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명함을 줍니다. 남자는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고 집에 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남자 근처에 있는 부인이 자꾸 공격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부인이 목 졸려 죽을 뻔한 일도 당하자, 남자는 괴상한 여자에게 연락하고, 정령을 쫓는 의식을 합니다. 의식을 하는 동안 집안의 가구와 집기들이 온통 날아다니고 부서집니다. 정령을 다 쫓았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돌아 간 후, 안심한 부인이 윗층에 올라갔다가 놀란 소리를 냅니다. 남자는 걱정하며 윗층에 따라가 보는데, 윗층에 가자 숨어 있던 부인이 갑자기 뭔가에 홀린 것처럼 남자를 공격하여 죽여 버립니다.

(정령을 몰아내는 의식)


4. 문짝 가져 간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가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문짝을 사 가려고 합니다. 남자가 거스름돈을 주고 급하게 떠나는데, 가게 주인 피터 쿠싱은 거스름돈이 안맞는 것 같은 예감을 느낍니다.

남자는 집에 가서 그 문짝을 벽장에 달아 놓는데, 나중에 그 문을 열자 벽장은 온데 간데 없고 괴상한 어둠의 세계가 펼쳐 집니다. 그곳에서 사악한 주술사가 남자와 남자의 부인을 공격하는 것을 맞닥뜨리고, 남자는 도망쳐서 다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그때 골동품 가게에 있던 피터 쿠싱이 돈을 똑똑히 세어 보니 거스름돈을 남자가 제대로 계산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남자와 부인은 무사히 도망치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보니, 이번에는 그냥 곱게 벽장이 있습니다.

(문짝 안의 어둠의 세계)


마지막 부분: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자꾸 골동품 가게 근처를 서성이던 한 수상한 남자가, 골동품 가게에 들어 옵니다. 남자는 강도인데, 총을 겨누며 가게 주인 피터 쿠싱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피터 쿠싱은 전혀 겁을 먹지 않는데, 남자가 피터 쿠싱에게 총을 쏘아도 피터 쿠싱은 끄덕 없습니다. 그러다 남자는 자빠져서 진열되어 있던 관 속으로 들어가고, 그 덥개가 덥히면서 그 안에 갇혀 죽게 됩니다. 피터 쿠싱은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바깥을 보면서 관객들을 향해, 가게를 선전하면서 사가는 물건 마다 놀라움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말하며 웃습니다.

(골동품 가게 주인 역의 피터 쿠싱)


첫번째 이야기가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처럼 모양을 갖추고 있고, 결말도 딱 옛날 귀신 이야기처럼 모양이 갖춰진 튼튼한 편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충실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느낌이 잘 났고, 으시시한 분위기도 꽤 살고 있었습니다. 대신에 너무 언제 어디서나 듣던 귀신 이야기 형태라서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다는 것은 단점이었습니다.

네번째 이야기는 벽장 문을 열었더니, 그게 마법의 세계로 통하는 입구더라, 하는 신비로운 느낌을 살리는 영화로 잘 꾸민 세트로 보여 주는 환상적인 맛을 내세우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요즘 보면 전혀 화려할 것이 없는 세트라서 별로 환상적인 느낌이 크게 살지는 않아서 재미가 덜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와 세번째 이야기는 줄거리만 보면 어딘가 좀 빈 느낌이고, 특히 결말은 별 좋은 결말을 낼 수법이 생각나지 않아 적당히 틀어 막듯이 끝낸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괴상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재미가 어느 정도 사는 영화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무시 당하고 있는 남편 역할이나 남편을 무시하는 부인 역할은 코미디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시에 불길한 분위기의 잡상인 딸도 과연 불길하면서 비밀이 뭔지 궁금하게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정령을 본다는 이상한 여자는 짐짓 우스꽝스러운 미친 사람 내지는 사기꾼처럼 나오면서도 어딘가 특이해 보이는 것이 신비스럽게 보이는 면도 있어서 이야기를 살려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네 이야기 중에는 두번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물들이 각자 뚜렷하고 초반에는 코미디 색이 보일 만큼 대화와 연기가 재미있고 중반에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하게 만드는 맛으로 흥미를 끌어 갔기에, 결말이 실망스러워도 보는 동안은 재밌었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체를 돌아 보면, 줄거리는 TV로 나온 환상특급 에피소드 시리즈들의 평균에 살짝 못미치는 듯 하고, 그렇다고 꾸며 놓은 연출이 화려한 것도 아니라서 크게 와닿는 다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영화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만, 도시 한 구석 작게 숨어 있는 가게를 둘러 싼,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사연들을 언뜻 꿈처럼 지나며 엿본다는 분위기로 느긋하게 본다면,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이면서도 이야기는 흥미 있게 이어 가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확연하게 보여 주는 스산한 느낌을 확 주는 70년대 연출이 즐길 법한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이 영화의 이야기들은 R. Chetwynd-Hayes의 단편 소설들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에서 만든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은 7편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차례대로 소개 해보면,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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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4/11/07 23:20 # 답글

    이런 느낌의 영화 좋아하는데, 구해 볼 길이 T.T
    리뷰로나마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게렉터 2014/11/08 00:37 #

    아닌게 아니라 이런 영국 영화 DVD가 좀 구하기 어려운 편인데, 영국에서 어떻게 구해도 NTSC방식과 PAL방식 차이 때문에 보기도 귀찮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운좋게 홍콩에 나온 지역코드3 DVD를 구하는 게 이런 부류의 영화 구해 보는 상책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해 주신 바 있으니, 비슷한 시기 비슷한 영화들에 대한 글을 한 두 편 더 올려 볼까합니다.
  • 역사관심 2014/11/08 00:49 #

    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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