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영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s)”는 1965년작 공포 영화로 5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하거나 감싸는 이야기로 앞뒤를 장식하고 있기 마련일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름 아닌 공포 영화의 단골 출연 배우인 피터 쿠싱이 타로 카드로 점을 쳐주는 재주를 갖고 있는 “테러 박사”라는 사람으로 나와서, 우연히 기차 한 칸에 같이 앉게 된 다섯 사람이 타로 카드 패를 뽑으면 그것으로 미래를 점 쳐 주며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사연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포스터)

무서운 이야기는 짤막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짧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 너무 짧아서 영화 상영 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형태의 영화들이 특히 공포 영화 중에 많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아미커스(Amicus) 영화사는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 형태 공포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던 곳입니다. 그 아미커스 영화사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입니다. 이 영화가 중저예산으로 왠만히 성공을 거두면서, 아미커스 영화사는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을 계속 만드는데, 뒤 이어 나온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등의 영화들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결말까지 모두 다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집 공사하러 가는 사람의 이야기
주인공은 건축가로 집을 넓게 쓰고 싶다고 리모델링 해 달라는 의뢰를 맡아 외딴 시골로 갑니다. 주인공이 맡은 집은 공교롭게도 주인공의 조상들이 살아 오다가 최근에 다른 사람에게 팔린 집입니다.

주인공은 리모델링을 위해 집을 조사하다가 집에 숨겨진 방이 있고, 그곳에 오랜 옛날 주인공의 조상에게 집을 빼앗겨 원한이 맺힌 원수가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불길한 예감을 감돌고, 그 원수가 늑대인간으로 되살아 난다는 전설까지 듣게 되자 주인공은 늑대인간을 물리치기 위해 은으로 된 총알을 만들어 늑대인간과 싸울 준비를 합니다.

주인공은 현재의 집주인인 여자가 공격 당하는 것을 보고 총을 쏘는데, 그 들개인지 늑대인지 모를 것은 도망칩니다. 그런데 그리고 났더니 집주인 여자가 “사실 내가 그 원수의 부인으로 일부러 널 죽일 기회를 만든 것이다”라고 말하더니 총알을 바꿔치기 했다고 말하고, 늑대인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긴 손톱이 튀어 나온 손이 덥쳐 오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공사 준비하다가 늑대인간이 잠들어 있다는 관을 발견)


2. 휴가 갔다 돌아올 사람의 이야기
주인공이 휴가를 갔다가 부인과 함께 돌아 오니, 집에 매우 빨리 자라나는 정체 불명의 덩굴 식물이 있습니다. 이 식물은 덩굴로 사람을 휘감거나 쳐서 공격하고 집을 집어 삼킬듯이 빠르게 자라 납니다. 겁먹은 주인공이 학자들에게 물어 보는데, 학자들은 식물이 새롭게 진화하여 지능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식물이 휘감긴 집에 갇힌 일행은 다행히 담배불을 붙이기 위해 불을 키자 식물이 두려워 하는 것을 보고 불을 휘둘러 집을 빠져 나갑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식물은 문명의 상징인 불에 대해서마져도 점차 익숙해져 가는 모습입니다.

(집을 감싼 식인 식물)


3. 서인도제도로 공연하러 갈 사람의 이야기
주인공은 트럼펫 연주자로 서인도제도의 클럽들을 돌며 신나는 음악을 연주 하게 됩니다. 그러다 이 지역 사람들은 부두교의 신비로운 의식들을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몰래 부두교 의식에 쓰이는 음악을 듣고 그걸 따 와서 자기 노래를 만들고 영국으로 돌아 와 연주합니다. 그런데 음악을 연주하자 괴상한 바람이 몰아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결국 그날 밤 주인공 앞에 괴상한 부두교 주술사 내지는 정령 같은 사람이 나타나 음악을 기록해 놓은 악보를 가져 갑니다.

당시 실제 영국에서 유명했던 가수가 출연해 주인공과 같이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고, 주인공이 겁을 먹고 도망치는 장면에서 배경에 바로 이 영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포스터가 보이는 장면도 있습니다.

(겁먹어 도망치는 음악가의 배경에 붙어 있는 이 영화의 포스터)


4. 미술 평론 하러 가는 사람의 이야기
드라큘라 시리즈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크리스토퍼 리가 주인공을 맡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미술 평론가인데, 한 추상 미술가에게 유난히 혹평을 가합니다. 추상 미술가는 주인공에게 기괴한 그림을 보여 주면서 그 그림도 평가해 보라고 하는데, 주인공은 독특하고 뛰어난 솜씨라며 호평을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그림은 침팬지가 마음대로 붓질을 한 결과로 나온 것으로, 괜히 어려운 말을 써서 복잡한 평을 하는 평론가를 조롱하려고 보여 준 함정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졸지에 침팬지가 막칠한 것이 훌륭한 추상 미술의 솜씨라고 평론한 사람이 되어 망신을 당합니다.

이후 추상 미술가는 주인공을 계속 조롱하고, 주인공은 괴로워하다가 몰래 미술가를 공격하여 미술가의 손을 잘리게 합니다. 미술가는 손이 잘려서 미술을 못하게 되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후 주인공은 자꾸 잘린 손이 혼자 기어 와서 공격하는 데 시달리게 되고, 그 손을 불에 태우기도 하고 상자에 넣어 물 속에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운전하고 있는데 손이 유리창에 나타나 주인공은 사고를 당합니다. 주인공은 목숨은 잃지 않았지만, 두 눈을 잃게 됩니다. 구급대원들은 “이 사람이 눈을 많이 쓰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텐데”라고 자기들끼리 말합니다.

(추상 미술 작품을 평론하는 크리스토퍼 리)


5. 신혼 살림 차리려고 가는 사람의 이야기
젊은 시절의 경력 초기, 도널드 서덜랜드가 주인공을 맡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은 프랑스 여자와 사랑에 빠져 급히 결혼하여 미국의 한 마을에 자리를 잡습니다. 주인공은 의사인데 목에 흡혈귀 이빨 자국이 있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부인이 밤마다 몰래 흡혈귀로 변하여 동네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주인공은 동료 의사의 말을 듣고 그 사실을 확신하여, 동료 의사의 조언대로 부인의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아 죽여 버립니다.

그런데 그러자 경찰이 도착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흡혈귀를 처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동료 의사에게 증언을 해달라고 하지만, 동료 의사는 시치미를 뚝 뗍니다. 주인공은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료 의사는 스스로 박쥐로 변신하면서 자신이 함정을 파서 경쟁자 의사인 주인공을 제거한 것임을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은 의사가 두 명이나 있기에는 너무 작은 마을이고, 흡혈귀가 두 명이나 있기에도 너무 작은 마을이지.”라고 혼잣말합니다.

(도널드 서덜랜드)


마지막 부분:
테러 박사가 타로 카드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미래를 점쳐 줄 때, 그때 마다, 그 미래를 오지 않게 하는 것이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뽑게 되는 카드가 하나 같이 “죽음” 카드입니다. 우연히 같은 기차에 올라탄 자기들 다섯 사람 전부에게 하필이면 “죽음”이 나타났다면, 혹시 이것은 기차 사고가 나서 같이 기차를 타고 있는 다섯 사람이 동시에 모두 죽게 되는 것은 아니냐고 주인공들은 두려워 합니다.

그렇지만 기차는 어딘가에 도착하고 다섯 사람들은 안도하는데, 그때 어딘가에서 날아온 버려진 신문 조각을 보니, 기차 사고는 이미 발생했고 다섯 사람은 이미 벌써 죽어 있던 상태였고, 기차는 저승으로 오는 기차로 도착한 곳은 저승이었던 것입니다. 테러 박사의 정체는 다음 아닌 저승사자, 곧 죽음의 신이었습니다. 다섯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로 천천히 저승의 저편으로 걸어 갑니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같이 앉게 된 다섯 사람과 테러 박사 - 모자 쓴 사람입니다.)


다섯 이야기 모두 사실 무섭다거나 짜릿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개중에서 괜찮은 부분을 꼽아 보자면, 첫번째 늑대 인간 나오는 이야기가 당시 유행했던 소위 “고딕 공포 영화” 분위기를 풍기면서 수수께끼의 집에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불길한 이야기를 살리는 맛은 있어서 분위기는 사는 편이었고, 결말에서 “늑대인간”하면 흔히 남자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늑대인간이라는 점이 의표를 찌르는 점이 있어서 결말도 구색은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흡혈귀 이야기는 “신혼생활을 하며 이제 점차 알아 가고 있는 나의 신부가 정말 흡혈귀일까?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을 이어 가면서, 흡혈귀에 물린 사람을 현대의 의사들이 진찰하게 된다는 점도 재미났습니다. 그 정도가 이 영화의 본론 이야기에서 괜찮은 면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두번째 식인 식물 이야기는 50년대의 공포물, 괴물 이야기 형식으로 미국에서 주로 유행했던 중저예산 SF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고, 식물의 공격으로 집에 갇히게 된 사람들의 모습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작인 “새”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정말 무섭고 흥미진진했던 “새”에 비하면, 이 영화의 식물의 모습과 움직임은 너무 가짜 같아서 약간 우스꽝스러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크게 재미날 것도 없고 진짜로 무섭지도 않지만 그래도 소재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소개 하는 것으로 몫을 다하는 정도의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를 감싸 놓은 아이디어는 도리어 이야기 하나하나 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고, 다섯 사람들은 점점 더 기이하게 여기는데, 알고 보니 진상은 다섯 사람들이 동시에 사고로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죽어 가면서 보는 환영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 환상으로 본 이야기라는 반전은 음침한 이야기 전체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 합니다.

“알고 보니 주인공들 스스로가 이미 죽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비로운 현상들은 죽음과 함께 겪는 환영이었다”는 이런 반전을 이 영화가 제일 먼저 써먹은 것은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그런 반전이 여기 저기에 퍼져 나가게 하는데 공을 세운 점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영화로 이런 반전을 표현한 것으로는 초창기의 사례에 속하는 편이고, 다름 아닌 이 영화를 제작한 아미쿠스 영화사가 만든 다른 앤솔로지 공포 영화들조차도, 이런 방식의 반전으로 이야기를 꾸민 사례들이 몇 더 발견 되니 말입니다.


그 밖에...
이 영화에서 테러 박사는 스스로를 본명이 “슈렉” 박사라고 소개 하고는 독일어로 “테러”라는 뜻이있다고 설명합니다.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에서 만든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은 7편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차례대로 소개 해보면,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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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a>를 필두로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로 된 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아미커스 영화사의 제작진 중에는 바로 한참 먼저 1945년에 나온 이 영화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떠올리며 짧은 이야기를 모아 놓은 공포 영화 형식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꽤 퍼져 있는 편입니다. (시골의 외딴 집에 가서 사람들을 만 ... more

덧글

  • rumic71 2014/11/11 16:13 # 답글

    포스터로는 마이클 고프와 버나드 리밖에 아는 이름이 없군요. (물론 커싱-리 커플은 예외...)
  • 게렉터 2014/11/12 22:34 #

    각본을 맡은 밀튼 서보츠키가 아미커스 영화사의 60,70년대 앤솔로지 형태 공포 영화에 작가로 계속 참여해서 그래도 알려진 편이고, 해머 영화사와 아미커스 영화사의 전형적인 60,70년대 영화에 감독을 많이 맡은 감독 프레디 프랜시스도 이런 영화들 보다보면 많이 마주치는 이름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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