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정원 (Torture Garden, 1967) 영화

“고문 정원 (Torture Garden, 1967)”은 1967년작으로 4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하거나 감싸는 이야기로 앞뒤를 장식하고 있기 마련일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한 테마 파크에 “고문 정원”이라는 이름의 고문 도구를 소재로 한 일종의 “유령의 집”이 있는데, 어느날 저녁 그곳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안내자가 “특별히 더 무서운 비밀 전시관이 있다”면서 구석의 방으로 안내하고, 그곳에서 운명의 여신 전시물 앞으로 손님들을 한 명씩 안내하면 손님이 돌아 가면서 각자 환상 같은 것을 보게 되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무서운 이야기는 짤막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짧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 너무 짧아서 영화 상영 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형태의 영화들이 특히 공포 영화 중에 많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 말입니다.


(놀이 공원에 있는 유령의 집을 구경하러 가는 저녁)

그 중에서도 영국의 아미커스(Amicus) 영화사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를 필두로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 형태 공포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던 곳입니다. 아미커스 영화사의 그런 영화들 중에서 초기에 나온 편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결말까지 모두 다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대머리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한량입니다. 주인공은 쇠약한 노인인 부자 삼촌을 찾아 가서 돈을 어디에 숨겨 둔건지 캐묻습니다. 삼촌은 위험한 비밀이 있는지 대답을 하지 않고 불안해 합니다. 그러다 삼촌이 발작을 일으켜서 약을 달라고 하는데, 주인공을 약을 손에 쥔 채 주지 않고 돈 숨겨 둔 곳을 알려주면 약을 주겠다고 협박합니다만, 삼촌은 대답을 않고 죽어 버립니다. 주인공은 돈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지다가 돈을 찾습니다만, 돈이 있는 곳에서 동시에 괴상한 검은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주인공은 그 고양이에 씌인 악령 같은 것이 말을 한다고 느끼게 되고, 그 말을 듣고 살인을 저지릅니다. 남자는 살인의 죄로 경찰에 검거되어 가면서 "저 고양이에 악령이 있어서 나한테 시켰다"고 말합니다.

(고양이 보고 홀린 남자)


2. 흑발 여자의 이야기
연예계에서 성공하고 싶은 주인공은 인맥을 만들기 위해 친구를 속여서 항상 한결 같은 멋진 모습으로 유명한 배우와 저녁 먹을 기회를 차지 합니다. 그 인연으로 여자는 영화에서 배역을 얻는데, 그러면서 보니 그 배우의 주변 사람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거나, 그 배우가 총을 맞아 죽은 것 같은데도 다음날 보니 멀쩡해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주인공은 따지다가 배우를 할퀴게 되는데, 할퀸 피부 밑에 금속재질이 숨겨져 있습니다. 알고보니 한결 같은 멋진 모습으로 유명한 연예계 인물들은 한결 같은 모습을 위해 인조인간으로 개조된 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이 비밀을 안 이상, 너도 우리처럼 되어야 겠다고 하는 일당들에게 주인공은 잡혀 가고, 주인공은 싫다고 발버둥 칩니다만, 끌려 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멋진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유명 연예계 인물로 나타납니다.

(동경하던 배우를 만난 여자)


3. 금발 여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집니다. 피아니스트는 유터피라는 이름을 붙인 커다란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이 피아노는 혼자 소리를 내는 등 이상해 보입니다. 피아니스트는 주인공과의 사생활에만 신경을 쓰며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한다고 매니저 등과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피아노 자체에 의식이 있어서 주인공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느 밤 피아노 앞에 오게 되자, 피아노는 스스로 움직여 주인공을 밀치고, 결국 주인공은 움직이는 피아노에 밀려 고층 건물 유리창을 깨고 떨어져 죽게 됩니다.

(스르륵스르륵 혼자 미끄러져 사람을 들이 받는 피아노, 유터피)


4. 콧수염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에드거 앨런 포 마니아로, 못지 않은 다른 고수 마니아를 만나 감동합니다. 이 고수 마니아 역할은 60, 70년대 영국 공포 영화의 간판 배우인 피터 쿠싱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고수의 수집품을 구경하려고 그 집에 가서 온갖 물건들을 보고 감탄하는데, 그 중에 에드거 앨런 포의 미공개 작품인데 최근에 나온 종이에 씌여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합니다. 주인공은 고수가 숨기고 있는 비밀 물건을 뒤져 보고, 말리는 고수를 때려 눕힌 뒤, 몰래 지하실에 가보는데, 거기에 에드거 앨런 포 마니아의 궁극의 수집품이 있습니다. 즉 죽음에서 되살아 난 에드거 앨런 포 본인이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경악하면서도 에드거 앨런 포에게 새 작품을 출판하게 하자고 제안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안식을 취하고 싶다고 하고, 모든 것은 불길에 휩싸이게 됩니다.

(고수 수집가의 수집품을 보고 감탄하는 남자)


마지막 부분:
마지막 손님은 운명의 여신 앞에서 환영을 보는 것을 거부 합니다. 그래도 안내자가 강요하자, 손님은 난동을 부리다가 안내자를 칼로 찔러 버립니다. 그 모습에 손님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칼에 찔려 죽은 줄 알았던 안내자가 다시 일어 나는데, 알고 보니, 마지막 손님과 안내자가 손님들을 놀래키기 위해 서로 짜고 죽이는 척, 죽은 척을 한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안내자는 문득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쪽을 향해, "저는 제 시설에서 빠져나갈 기회는 줬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 보시겠습니까?"라고 말합니다.

(안내자의 마지막 모습)


이 영화 속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영화들과 비교를 해봐도 아쉽게도 모자란 축에 속한다고 느꼈습니다. 고양이에 붙은 악령을 만나는 첫번째 이야기는 삼촌을 협박해서 비밀을 알아내는 초반부가 어떻게 될 지 흥미를 돋우는데 비하면, 후반은 난데 없이 고양이 귀신이 나오더니 그저 "살인까지 하게 되지롱"하며 끝이 나는 것으로 너무 단순하고 맥없이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피아노가 주인공을 공격하는 세번째 이야기는 무서운 음악에 맞춰 피아노가 혼자 뒤뚱거리며 움직이는데 주인공이 비명을 무섭다며 지르는 것이, 무섭거나 신기하다기 보다는 어째 우스워 보이는 느낌도 심했다고 생각 합니다.

마지막 이야기인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나는 이야기는 줄거리 자체로 재미를 주는 것 대신에, 에드거 앨런 포의 몇몇 유명한 이야기의 요소들을 뽑아 와서 한 이야기 속에 부려 놓는 패러디의 느낌이 강해서, 그걸 재밌게 보면 재밌기는 하지만, 그 정도에서 멈추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두번째인, "유명 연예인들은 사실 인조인간이다"라는 이야기는 연예계에 대한 풍자적인 느낌도 있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숨겨진 비밀이 뭘지 궁금하게 하는 맛도 있어서 비교적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너무 흔히 보던 것을 특징 없이 보여 준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틀을 보면, 독특한 매력을 과시하는 인상적인 배우의 멋을 보여 주기에도 좋은 기회였고, 인조인간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특수효과나 특수분장으로 신기한 장면을 보여 주기에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배우의 개성도, 특수 분장도 볼만한 것들이 없어서 모자라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정말로 무서운 비밀 전시관을 체험시켜 주겠다면서, 무서운 이야기의 환상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안내자)

재미 거리를 찾아 본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전체로 묶어 놓아서 생기는 분위기였다고 생각 합니다. 각각을 흩어 놓은 것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놀이공원의 신기한 전시물 중에 진짜 신비한 것이 있다라든가, 유령의 집에 진짜 악마가 있다라는 이야기는 항상 환상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비한 세계로 가서 한 번 체험을 해 보게 한다는 놀이 공원에 신기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 유령의 집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 그런 내용들을 소재로 해서, 색색깔 전구가 불을 가득 밝힌 놀이 공원의 밤에 서커스 음악 같은 어디선가 멀리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어쩐지 스산하게 들려올 때, 그 꿈 같은 느낌을 살리고, 우리가 사는 넓디 넓고 복잡하디 복잡한 도시 한 켠에 모르고 지나칠만한 숨겨진 곳에 기이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그 맛도 사는 느낌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버기스 메레디스가 귀신의 집을 소개하는 안내자로 나옵니다. 버기스 메레디스는 60년대부터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등의 기이한 이야기 TV시리즈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한 배우이고, 이 영화 같은 "악마" 비슷한 역할도 몇 번 했지 싶습니다. 비교적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은 것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록키 시리즈에서 록키의 코치인 미키 역할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도대체 당신은 정체가 뭐요?"라고 물어 보자, "제 이름은 '디아블로'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싸이코"의 작가로 아마 가장 유명할 로버트 블록이 각본을 맡은 영화입니다. 아미커스 영화사의 60,70년대 앤솔로지 형태 영화들 중에는 로버트 블록이 각본을 맡은 것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에서 만든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은 7편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차례대로 소개 해보면,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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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4/11/13 18:03 # 답글

    팔란스옹의 모습이...
  • 게렉터 2014/11/14 22:44 #

    맞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초고수 마니아인 피터 쿠싱을 보고 동경과 감탄을 금치 못하는 마니아 역할로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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