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의 미스터리 (72년판, Tales from the Crypt, 1972) 영화

“납골당의 미스터리(72년판, Tales from the Crypt)”는 1972년작으로 5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하거나 감싸는 이야기로 앞뒤를 장식하고 있기 마련일 겁니다. 이 영화는 우연히 깊은 지하 납골당에 들어 온 사람들이 안내자들을 따라 미로 같이 생긴 통로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거기서 괴이한 납골당지기를 만나게 되고, 그 납골당지기가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돌아가며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흔히 무서운 이야기들 중에는 짤막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짧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 너무 짧아서 영화 상영 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형태의 영화들이 특히 공포 영화 중에 많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아미커스(Amicus) 영화사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를 필두로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로 된 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던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바로 5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저렴한 공포 만화책에 나오던 이야기들을 소재로 해서, 그 내용을 모아서 영화로 꾸며 본 것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납골당의 미스터리(Tales from the Crypt)” 역시 바로 대표적인 50년대 미국 공포 만화책 시리즈에서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이 영화는 짤막짤막한 진기한 이야기들을 여럿 보여 주는 재미로 인기를 끌었고, 특히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앤솔로지 시리즈들은 짧게 만드는 내용들을 모아서 꾸미는 것이라서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었고 또 저예산으로 만들기 위해 제작사에서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짧은 이야기 중 하나에라도 유명 배우를 출연시키면 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선전도 할 수 있으니, 출연료를 아끼면서도 배우의 이름은 빌리는 묘수를 부릴 수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미커스 영화사는 이 영화 개봉 후에 또다시 50년대 미국 공포 만화책에 나오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이라는 영화를 바로 만들기도 했고,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상당수 참여해서 1980년대에는 좀 더 만화 같은 느낌이 진하게 나는 비슷한 앤솔로지 영화인 “크립쇼”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크립쇼”시리즈를 거쳐서 90년대 TV 공포물의 한 획을 그은 “납골당의 미스터리(Tales from the Crypt)” TV시리즈가 나왔으니, 중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가 나름대로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친 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50년대 원작 만화 시리즈 표지 중 하나)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결말까지 모두 다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남편 죽이는 여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평소 싫어하던 남편을 살해 합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로, 남편은 주인공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며 사랑한다고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주인공은 가차 없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여러 영화들과 TV연속극 "다이너스티"로 유명한 조안 콜린스가 맡았습니다. 주인공은 남편의 시체를 처리하려고 준비 중인데, 때마침 산타클로스로 변장하고 돌아 다니는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의 집에 침입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은 경찰에 신고하여 구해 달라고 하고 싶지만, 자기가 죽인 남편 시체가 집에 있는 통에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가까스로 집안 문을 잠그고 살인범으로부터 숨으려고 하는데, 철 모르는 주인공의 딸이 산타클로스가 나타났다면서 문을 열어 주는 바람에 주인공 앞에 살인범이 웃으며 나타나고, 주인공은 절규합니다.

(주인공과 연쇄살인마)

(같은 이야기를 다룬 90년대 TV판 에피소드의 주인공)

(원작인 50년대 만화책 "공포의 지하실" 35호/3월호 표지)


2. 부인을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
남자는 부인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만, 사실은 바람난 여자를 만나 야반도주하려는 길이었습니다. 야반도주하는 길에 조수석에서 졸고 있던 주인공은 갑자기 악몽을 꾸었다면서 소리를 지르며 깨어 나는데, 그 얼마 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납니다.

주인공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자 화면에는 주인공이 보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즉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해 하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다들 주인공을 보고 놀라는 것 같고, 주인공의 집에 가서 부인을 만나자 부인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칩니다. 주인공은 마지막으로바람난 여자를 찾아 가는데, 그녀는 놀라지 않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어 주인공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때 사고로 나는 눈을 잃었고, 주인공은 죽었는데 무슨 영문이냐며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놀라서 거울을 보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흉칙한 시체의 모습입니다.

주인공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꿈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여전히 야반도주하는 차의 조수석에서 자고 있다가 깬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꼭 꿈에서 본 것처럼 그대로 반복되어 얼마 후 똑같이 교통사고가 벌어 집니다.

(교통사고로 불타는 자동차)


3. 옆집 할아버지를 괴롭히는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이웃집에 사는 노인의 땅을 빼앗기 위해 노인을 마을에서 쫓아 낼 궁리를 하는 냉철하고 영리한 사람입니다. 이웃집 노인 역할은 이 시절 영국 공포 영화의 간판 배우였던 피터 쿠싱이 맡았습니다. 아내를 잃고 동네 어린이들과 놀아 주며 소일을 하고 있는 노인에 대해 주인공은 안좋은 소문을 내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노인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에는 마을 사람들 각자의 명의로 발렌타인 데이 카드를 보내는 데, 기대하던 노인이 카드를 열어 보자, 모든 카드에는 다 노인을 놀리거나 욕하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노인은 크게 좌절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주인공은 노인의 땅을 빼앗게 되어 기뻐합니다만, 노인은 무덤에서 시체인 채로 돌아와 어느날 밤 주인공에게 다가 갑니다. 다음날, 주인공은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데, 그 앞에 노인이 주인공에게 보낸 발렌타인 데이 카드가 있고, 그 카드에 “너는 하트(heart, 심장)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하트를 그릴 부분에 주인공의 진짜 심장을 뽑아다가 던져 놓았습니다.

(독거 노인 역할을 맡은 피터 쿠싱)


4. 빚쟁이에게 몰린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빚이 너무 많아서 파산할 위기에 놓인 상태입니다. 주인공은 집에 모아 놓은 골동품이라도 처분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는데, 그 중에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신선 모습의 중국 도자기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부인은 돈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재미 삼아 소원을 말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차를 타고 가다가 죽음의 신이 환상처럼 눈에 보인 이후 교통사고가 납니다. 주인공은 죽은 채로 발견되고 부인은 그 생명보험금을 받아 돈이 많아 집니다. 부인은 돈이 생겼으니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인공의 죽음에 슬퍼합니다. 부인은 다시 소원을 비는데, 주인공이 교통사고가 나기 전의 몸으로 다시 돌아 오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에 죽음의 신을 보고 놀란 후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여전히 죽어 있는 상태로 관에 담긴 시체로 부인 앞에 배달 됩니다. 부인은 마지막 소원을 비는데,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되살아낸 시체가 영원히 따라 다닌다는 식의 반전을 너무 많이 봤다면서, 자기는 그렇게 되지 않게 영리하게 소원을 빌거라고 하더니, 주인공이 산사람으로 되살아 나서 영원히 생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몸 속에 장의사가 시체를 보존하기 위해 방부액을 집어 넣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주인공은 생명이 돌아오자 미친듯이 괴로워 합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을 보고 부인은 주인공을 다시 죽음으로 보내게 하기 위해 칼로 여러번 마구 찌릅니다만, 주인공은 영원히 생명을 이어 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영영 끝없이 고통을 느끼기만 합니다.

(부부와 가운데에 있는 문제의 도자기상)


5. 시각장애인 보호소 재소자들을 고통 받게 하는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가난한 시각장애인들이 모여서 지내고 있는 보호소에 새로운 소장으로 옵니다. 주인공은 자기는 호의호식하고 자신의 개는 아주 잘 대접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소자들은 추위에 떨고 굶주리게 합니다. 참다 못한 재소자가 항의를 하며 덤벼들면 무서운 자신의 개를 내세워 위협합니다.

병든 시각장애인이 죽는 일이 발생한 이후, 참다 못한 재소자들은 힘을 모아 소장과 그 개를 납치합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지하실 독방에 가둔 후 나오게 합니다. 소장이 독방에서 나오자 그 앞에는 재소자들이 만들어 놓은 좁은 통로가 있고, 그 통로에는 촘촘히 면도칼이 박혀 있습니다. 소장은 통로를 겨우겨우 지나가느라 면토칼에 베여 온 몸에 상처가 납니다. 통로를 다 지나가 보니 거기에는 굶주린 소장의 개가 기다리고 있고, 피냄새를 풍기고 있는 소장은 개에게 공격 당합니다.

(면도날 박힌 통로 지나가기)


마지막 부분:
납골당지기에게 사람들은 이게 다 무슨 이야기냐고 묻습니다. 사람들은 이게 자신들의 불행한 미래를 예언해서 들려 주는 것이냐고도 묻는데, 따져보면 이것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과거를 들려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 마침 한 사람이 화를 내며 자신은 여기서 나가겠다고 떠나는데, 그러자 그 밖에는 지옥불로 떨어지는 낭떠러지가 있어서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 집니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고 저승에 가는 길에 있는 사람들로, 자신이 죽을 때 지은 죄와 관련된 이야기를 돌아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저승 저편을 향해 걸어 가고, 납골당지기는 고개를 돌려 관객쪽을 보면서, “다음 사람은 누구입니까? 당신입니까?”라고 말합니다.

(납골당 나가는 문이라고 뛰어 나갔더니, 거기에는 지옥)


비슷한 부류의 60,70년대 앤솔로지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이 영화는 재미난 편에 속했습니다.

산타클로스 살인마가 나오는 첫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입으로 말하는 대사가 거의 없으면서도 라디오 뉴스, 집 안에 있는 남편의 시체, 집 밖에서 공격하려고 기회를 엿보는 산타클로스 복장의 살인마 등등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 주는 것만으로 딜레마, 갈등을 확실히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대사가 없는 대신에 배경으로는 영화의 상황과 오히려 상반되는 평화로운 캐롤 음악이 느릿느릿 은은하게 계속 깔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생기는 주인공의 처지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환상적인 느낌도 생기는 그 스산한 분위기는 볼만한 것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싶다는 주인공 딸이 잠깐 나타나는 복선도 괜찮은 데다가, 그것이 주인공이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성공하느냐, 살인마가 쳐들어 오는데 성공하느냐 하는 팽팽한 겨루기의 결판을 내는데 딱 맞아 떨어지게 연결되며 끝을 맺기 때문에 줄거리도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주인공의 심정과 상황을 바로바로 눈에 들어 오기 보여 주는 연출도 뛰어 났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꽝 하고 큰 소리의 배경 음악을 내서 쓸데 없이 사람 놀래키는 장면이 몇 번 나올 법한 내용인데, 그런 괜히 놀래키는 잡스러운 술수 없이 그렇게 해서 줄 수 있는 재미는 줄 수 있었습니다.

바람나서 야반도주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두번째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에 비하면 단순한 상황을 다루는 이야기 였습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진기한 이야기 구조도 신비스러운 데다가, 주인공의 1인칭 시점과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보여 주는 3인칭 시점, 과거, 미래, 현재의 시간이 오가는 구성 때문에 이야기를 보는 것이 다채로웠습니다. 핵심만 빼놓고 보면 사실 그냥 "내가 귀신이었다니"라는 반전을 이용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를 끝맺음이 마땅치 않으니 순환 구조를 만드는 잔재주를 부려서 이야기를 틀어 막듯이 결말을 냈다고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 짧은 이야기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묘한 느낌이 잘 사는 부분이 살아서 재미있었고, 덕택에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도 느낄만 했다고 생각 합니다.

흉측한 꼴의 시체가 걸어 다니며 말을 거는데, 주인공과 바람난 여자만은 시각장애인이라 놀라지 않는다는 구성도 수수께끼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중심 인물이 수수께끼의 해결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잘짜인 이야기로 이끌고 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가지 소원을 소재로 하는 네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세가지 소원을 빌지만 역으로 소원 비는 사람에게 딱히 좋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구조의 수없이 많은 옛날 이야기, 전설, 전에도 영상화 되었던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꾀를 부려 보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소원을 빌었더니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시체로 다가 오더라"하는 이야기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 손" 소설을 내용 중에 등장인물들이 언급하면서, 나는 그 소설처럼 되지 않겠다고 궁리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내용이 한 단계 밖에서 올라 서서 펼치는 느낌이 있었고, 메타 픽션 요소도 있었으며, 그 덕택에 언제나 써먹을 만한 흥미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부한 점에서는 빠져 나올 수 있는 노력이 엿보이는 이야기였다고 생각 합니다.

결국 또다시 “소원을 빌었도 불행한 결말”이라는 틀에서 그대로 갇히는 이야기였습니다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같이 고민하고 따져 보면서 지켜 보는 재미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시각장애인 재소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다섯번째 이야기는, 약자들이 힘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고 지배자를 벌한다는 충분히 복잡할만한 사연을 두고 펼친 이야기 였습니다만, 막상 영화 내용은 결론이 간단하고 뻔한 편이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엉성하게 나무판자를 모아 만들어 놓은 함정 통로가 있고 거기에 촘촘히 면도날을 붙여 만들어 놓은 함정이 드러나는 순간만큼은 눈에 뜨였습니다.

독거 노인을 따돌려 죽음으로 몰고 가는 네번째 이야기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복수로 귀신이 돌아와 죽인다는 어찌 보면 가장 별것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에서 피터 쿠싱의 불쌍한 노인 연기는 기가 막혔습니다. 피터 쿠싱은 강인한 의지를 가진 철저한 사람이나 냉혹하고 날카로운 역할들을 공포 영화에서 전문으로 맡아서 유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늙어 가면서 점점 외로워하지만 작은 일에 즐거워 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는 가운데 집단 따돌림에 희생되는 가련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심지어 대사도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는데, 그걸 연기하는 피터 쿠싱의 모습은 모든 수준을 뛰어 넘어 관객에게 바로 와닿을 수 있게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피터 쿠싱이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 보기에, 이 영화에서의 외톨이 노인 연기나, 비슷한 앤솔로지 영화인 “정신 병원(Asylum)”에서 괴상한 아버지 역할은 손에 꼽아 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납골당지기를 문득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불길한 느낌의 납골당에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구성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의 운치를 살린 느낌이었고, 영화가 펼쳐지는 이곳이 이미 이 세상이 아니라는 결말 역시 몽환적인 느낌을 살려 줘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알고보니, 주인공들이 시작할 때 부터 산 사람이 아니더라”는 막판 반전은 같은 아미커스 영화사의 60,70년대 앤솔로지 영화 시리즈의 첫 영화인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에도 다른 형태로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90년대의 TV시리즈 “납골당의 미스터리”에서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맨 처음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맨 처음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긴 일을 다룬 것입니다. TV판은 로버트 제멕키스가 감독을 맡았는데, TV판도 괜찮은 편입니다만, TV판은 만화 느낌이 더 많이 나고, 재미를 주고 웃겨 보려는 대목이 약간씩 더 많이 들어간 편이었습니다. 저는 더 조용하게 가면서도 은은하게만 역설적인 썩은 웃음의 느낌을 깔아 놓은 이 영화판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글 제목인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90년대 TV시리즈 "납골당의 미스터리"가 국내에 비디오로 소개 되었을 때 붙었던 제목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에서 만든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은 7편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차례대로 소개 해보면,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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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존다리안 2014/11/16 18:20 # 답글

    납골당의 미스터리 시리즈 만화는 미국 만화탄압시절의 빌미였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워낙 잔혹한 장면이 많아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랬었다는데....
  • 게렉터 2014/11/18 20:13 #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 "무서운 이야기 책" 같은 것 처럼 미국에서도 애들이 유난히 좋아했는지, Shock SuspenStories 복간본 1권을 보면 추천사를 써준 사람이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습니다.
  • rumic71 2014/11/16 18:38 # 답글

    그러고보니 면도날 통로는 일본의 지옥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로군요. 거기서는 통로가 점점 좁아지지만...
  • 게렉터 2014/11/18 20:14 #

    이 영화에서는 재소자들이 최소한의 구할 수 있는 도구로 함정을 만든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제 면도하기 위해 지급되던 면도날로 저런 함정을 만들었다는 점이 좀 강조되어 있는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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