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목격한 이야기들 (Tales that Witness Madness, 1973) 영화

“광기를 목격한 이야기들 (Tales that Witness Madness)”은 1973년작으로 4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하거나 감싸는 이야기로 앞뒤를 장식하고 있기 마련일 겁니다. 이 영화는 한 특수 정신 병원의 의사가 정신병자들을 연구하다가 환상적인 발견을 해 냈다고 해서, 그 의사의 동료가 정신 병원을 방문하여 설명을 들으면서, 그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병자들이 겪은 이야기를 돌아가며 듣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무서운 이야기는 짤막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짧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 너무 짧아서 영화 상영 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짧은 이야기를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형태의 영화들이 특히 공포 영화 중에 많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도 공포 영화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아미커스(Amicus) 영화사는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Dr. Terror's House of Horror)"를 필두로 60, 70년대에 이런 여러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형태의 앤솔로지로 된 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던 곳입니다. 이 영화는 아미커스 제작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 유행에 따라 한 자리 끼어든 영화로 볼만합니다. 실제로 제작진 중에는 아미커스 영화사의 앤솔로지 영화들에 참여 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결말까지 모두 다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어린이 정신병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부모가 걸핏하면 싸우는 집에서 살고 있는 한 어린이 입니다. 주인공은 상상 속의 친구로 “타이거 선생”과 대화를 하며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가 심하게 다툴 때, 부모는 문제의 타이거 선생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을 보는데, 타이거 선생(Mr. Tiger)은 다름 아닌 진짜 호랑이였습니다. 부모들은 호랑이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주인공)


2. 젊은 남자 정신병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골동품점에서 19세기에나 쓰일 법한 구식 자전거와 그 시절 아저씨의 초상화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초상화는 표정이 스스로 움직이는 등 이상해 보입니다. 주인공은 두 물건의 마력 때문인지 갑자기 집 안에서 그 자전거에 올라타게 되고, 그러자, 19세기로 가서 자신이 그 시절의 아저씨가 되어 아저씨가 사랑했던 여자를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초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저씨는 그 모습을 불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체험이 너무 괴상하여 거부하려고 하는데, 그러자 집안의 물건이 날아 다니고 주인공의 애인은 칼에 찔려 죽어 버리고 불이 납니다. 19세기로 이동한 상태에서도 불길에 휩싸이는데,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그림 속의 아저씨는 그림이 불에 타면서 얼굴이 불탄 모습으로 변하고 주인공도 얼굴 한 쪽에 화상을 입습니다.

(자전거와 아저씨)


3. 중년 남자 정신병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식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꼭 사람 모양의 괴상한 고목 같은 것을 가져다 거실에 놓는데, 이 고목은 주인공의 부인과 남자를 두고 질투를 하며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부인은 나무와 겨룬다는 것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고 남자를 침실로 유혹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부인은 나무를 견디다 못해 잘라 부수어 버리려고 하고, 주인공은 그렇게 다투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다”며 다시 숲에 묻어 주려고 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시 침실로 들어 가는데, 침대에는 부인 대신에 나무가 있습니다. 즉, 주인공이 숲에 다가 묻었던 것은 나무가 아니라 주인공의 부인이었던 것입니다.

(식물과 부인)


4. 중년 여자 정신병자의 이야기
주인공은 한 이국적인 나라에서 온 작가를 흥행시키려고 하고 있는 부자 에이전트로, 한편으로는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주인공 역할은 다름 아닌 킴 노박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딸도 작가를 좋아하는 듯한 눈치입니다. 그러나 사실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서 그 나라 특유의 괴상한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딸을 몰래 살해 한 뒤에, 주인공이 개최한 파티에서 이국적인 춤을 보여 준다면서 사실은 의식에 필요한 행동을 하고, 바베큐 파티의 일환인 척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에게 고기를 한 점 떼 와서 먹입니다. 그 고기는 주인공의 딸의 시체에서 잘라온 것임이 암시 되어 있습니다.

(얼떨결에 의식에 참여하는 주인공)


마지막 부분:
의사는 이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이 사람들의 정신력은 이 모든 일을 현실을 바꾸어 모든 것을 사실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의사는 이 사람들을 한 실험실에 모아 두고 관찰하는데, 과연 그러자 이야기 속에 나왔던 나무, 자전거 등이 나타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동료의 눈에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동료는 의사가 정신병자들을 너무 깊이 연구하다가 스스로도 미쳤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불러 와서 의사를 잡아 가게 합니다.

그런데 동료는 우연히 실험실에 들어가 보자, 방금전까지 자기 눈에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안보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동료는 그제서야 온갖 괴상한 것이 일어나고 있는 의사가 본 것이 진실이고, 자신이야말로 정신이 잘못되어 “의사가 미쳐서 엉뚱한 것을 보고 있다”는 자신의 관념에 빠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환상을 본 것임을 알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어린이의 이야기에 나왔던 “타이거 선생”, 호랑이가 나타나 동료를 공격 합니다.

(영화에서 뭔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일단 뭔가 약품 보글보글하는 화학 실험실에서 일하는 게 영화 세계의 정석)


이 시절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대략 평균 내지는 평균에서 약간 모자란 정도를 달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첫번째 어린이의 상상 속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가끔 섬뜩하기 마련인 “상상 속의 친구”라는 소재를 이용한 전형적인 간단한 이야기였습니다. 그에 비해, 세번째 나무와 부인이 서로 질투하는 이야기는 나무를 질투한다는 작지만 기괴한 소재를 정석대로 잘 표현한데다가 슬쩍 웃긴 느낌을 걸고 넘어 가는 막판 반전이 깔끔하게 잘 어울리게 들어가 있어서 이런 짤막한 이야기의 재미를 살리는 맛이 있었습니다.

네번째 이야기인 인간 희생의 주술을 걸려는 이국적인 지역 출신의 작가 이야기는, “이국적인 지방 사람들은 괴상하고 무서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더라”하는 외국인 공포증, 이방인 공포증스러운 경향만 가져 와서 재미 없게 흐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줄거리는 평이한데 괜히 상영시간은 다른 이야기 보다 긴 편이고, 사람을 죽인다, 사람 고기 같은 끔찍한 소재만 들이 밀어서 억지로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어색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킴 노박의 연기가 장점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자기만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고 베어나오지만 딸을 질투하는 중년 여자를 표현하는 킴 노박의 모습은 매우 그럴싸해 보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 넘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야기 본류와는 별 상관 없는 잔대사, 자잘한 헛농담 같은 것들이 재미가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가장 실망스러웠는데, 옛날 물건이 열쇠가 되어 그 물건이 활약하던 시대로 시간 여행을 간다는 소재는 이런류의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라 기대할만 했던 시작에 비하면, 이야기 중후반은 망가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여간 주인공이 망하는 걸로 결판 내자”라고 대충 때워 버리는 결말하며, 복선도 날려 먹고, 이어지는 장면에 대한 이유도 없어서, 툭툭 그냥 “끝날 때 됐으니까 죽는 장면도 한 번 넣고”라는 식으로 난잡하게 이야기를 모아 놓은 듯했습니다.


(정신병자 연기 중인 킴 노박)

첫번째, 세번째 이야기가 평균은 되고, 네번째 이야기는 상영시간에 비해 이야기가 모자랐고, 두번째 이야기는 평균 이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조금 더 있었습니다. 전체 이야기를 묶어 놓은 형식과 마지막 부분의 내용은 담겨 있는 개개의 이야기들 보다도 더 재미난 편이었습니다.

우선 정신병원에 가서 기괴한 사람들을 둘러 본다는 형식은 몇 년 먼저 나온 아미커스 영화사의 “정신병원 (Asylum, 1972)”을 그대로 따라한 것입니다만,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훨씬 더 극적이고, 정신병자들의 미친 망상을 다루는 이야기라든 이 영화의 핵심과도 그대로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라서 무척 재밌었습니다.

그 외에도 정갈한 하얀 색깔이 가득하게 꾸민 첨단 병원의 모습과 원근법 구도를 많이 쓰는 화면들도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샤이닝” 같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지나치게 정갈하고 아무것도 없는 복도와 방의 모습이 꿈 속을 향해 점점 붕붕 떠오르면서 사람이 미치는 느낌과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앤솔로지 영화들은 흔히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드니 부담없이 빨리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 수가 있고, 그러면서도 그 중에 한 두 이야기에는 유명 배우를 출연시켜서, 배우를 짧게 나오게 해서 출연료를 아끼면서도 나름대로 주인공급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물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고 선전하기도 좋아서, 경제적으로 짭짤한 재미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목표를 위한 밑천으로는 괜찮게 완성된 영화였다고 돌아 봅니다.


그 밖에...
이 영화의 두번재 이야기에서 죽었으면서도 산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고 못 이룬 사랑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라도 이루려고 하는 그림 속의 “아저씨” 역할은 잭 호킨스가 맡았는데, 이 영화를 촬영한 직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나무 이야기인 세번째 이야기에서 부인 역할은 나중에 나중에 "다이너스티"에서 나온 모습으로도 친숙한 편인 조앤 콜린스가 맡았습니다.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 영화들과 비슷해서 이 영화도 종종 아미커스 영화사 영화로 착각되는 일이 잦습니다만 아닙니다. 참고로 60.70년대 영국 아미커스 영화사에서 만든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영화들은 7편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소개 해보면, 테러 박사의 공포의 패 (Dr. Terror’s House of Horror, 1965), “고문 정원(Torture Garden, 1967)”, “피를 흘린 집(The House That Dripped Blood, 1970)”, “정신병원 (Asylum, 1972)”, “납골당의 미스테리(Tales from the Crypt, 1972)”, “공포의 지하실(The Vault of Horror, 1973)”, “무덤 아래에서부터 (From Beyond the Grave, 1974)” 입니다.

덧글

  • 견자밤마 2014/11/22 00:56 # 답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로만 보면 꽤 재미있을거 같은 영화네요. ^^
  • 게렉터 2014/11/24 19:53 #

    개개의 이야기는 적당히 볼만한 편이고 감싸고 있는 액자 이야기는 꽤 잘만든 환상특급, 기묘한 이야기 에피소드 수준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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