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4, Kingsman: The Secret Service) 영화

“킹스맨”의 이야기는 점점 환상적인 것이 되어 가는 첩보 오락물 상황을 재미거리로 활용해서, 웃기게 펼쳐보는 코미디 첩보물의 틀을 줄거리로 갖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른 중요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집어 내 보면, 황당하지만 지구를 위협하는 음모를 펼치는 악당이 나오고, 평범한 젊은이가 특수 요원으로 발탁되어 에피소드를 겪으며 훈련을 한 뒤에, 특수 무기를 가지고 악당의 비밀 기지로 가서, 악당 기지를 다 박살내고 마지막은 미녀와 함께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들어 가서, 개성이 확 살아난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사실 줄거리나 영화의 틀만 놓고 보면, 어린이 영화로 만든 “스파이 키드”나, 적당한 수준으로 만든 코미디 첩보 영화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F학점 첩보원”과 비슷한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F학점 첩보원”보다 공상적인 면이 더 강했고, 평범한 사람에서 첩보원이 되는 젊은이 역할만 놓고 보면 “스파이 키드”쪽 보다도 이 영화가 도리어 특징이 더 약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줄거리만 보면 다른 많은 코미디 첩보 영화들에 비해 크게 뛰어난 점이 없을 법도 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 한계를 일단 한번 넘어 서는 첫번째 특징은 이 영화의 연출에 과격한 내용들을 자유롭게 퍼부어 넣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장면들은 조금만 방향을 틀고, 약간만 편집을 하면 정말 어린이, 청소년 영화로 꾸미기에도 충분할 정도였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표를 더 팔 수 있는 길을 포기하면서, 싸우는 장면에 피가 좀 튀는 장면이 필요하면 피를 튀기고, 말을 할 때 욕을 할 필요가 생기면 욕을 확 다 해버리게 이야기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풍자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묘사가 격하게 가면 재밌을 만할 때에는 격하게 갈 수 있는 만큼 훅훅 밀고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묘한 색이 살았다고 느꼈습니다. 옛날식 제임스 본드 영화, 코미디 첩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긋하게 공상적인 이야기를 즐기는 가벼운 흥취가 살아 있으면서도, 싸우는 장면의 폭발력이나 살벌한 장면의 진지함은 그때그때 살아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무술 액션 영화의 흥취를 그대로 갖고 가지만 무겁게 갈 때는 얼마든지 무겁게 가는 “킬 빌” 같은 영화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이 영화는 “킬 빌”보다도 훨씬 더 가볍게 꾸밀 수 있는 줄거리였는데도, 필요한 장면에서는 “킬 빌”만큼 갈 수 있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싸움 장면에서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당백 싸움 장면은 “킬 빌”의 운치에 좀비 영화의 파괴력을 섞어 버무리면서 한바탕 큰 싸움 장면이 힘차게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다 썰어 버리는 악당: 가젤)

이 영화의 두번째 특징은 스파이의 개성에서 영국 첩보물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어벤저”를 따라 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 “아벤저” http://gerecter.egloos.com/3693423 라는 이름으로도 방영되었고, 속편 시리즈가 "전격 제로 작전"이라는 제목으로도 방영되었으며, 1998년에 영화판으로 “어벤저”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한 영국 TV물 “어벤저”에는 스티드라는 정장에 우산을 든 차림의 특수 요원이 나와서 여유롭고 정중하게 걸어 다니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어벤저”의 바탕은 세상 모든 일을 농담처럼 묘사하는 환상적인 코미디이지만, 이 TV물에서도 공포물이나 SF물로서 이야기가 무거워질만한 소재를 확확 끌어 와서 사면서 블랙코미디도 아닌 것이 무겁기만 한 것도 아닌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소재 구성이 “어벤저”를 따라 가는 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 보다는 “영국 신사”다운 특징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첩보원의 모습, 특징이 “어벤저”를 계승한 면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래서, 정장 옷차림, 구두, 우산 같은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지난 세대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에서, 대체로 여유롭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세계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등장인물들 패션쇼를 보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 되어 버렸던, 바로 그런 점들을 오히려 대놓고 끌어 와서 활용하는 재미거리가 되는 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요즘 제임스 본드 영화는 여기에서 약간 벗어나려는 듯도 합니다만.

이야기의 풍자 구도는 어느 정도 입체적인 관점이 흥미를 돋우는 면이 있었습니다. 자수성가한 미국의 흑인 백만장자와 다리가 없는 장애인 악당이 세상의 지도층만 사람으로 취급하는 시각으로 지구를 엎어 버리려고 하는데, 영국 귀족들의 조직에서 선택해서 키워낸 평민 계층의 자손이 영국 신사스러움을 중시하는 ‘선택 받은 자들의 조직’의 일원이 되어 지구를 지킨다는 것입니다. 서로 계층이 교차하면서, 엘리트주의 시각에 대한 여러 관점을 담아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풍자 만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의 머리들이 줄줄이 즐거운 음악에 맞춰 폭발하는 장면은, 일부러 흥겨운 음악을 깔아 놓은 만큼 풍자적인 의미가 세 질 수 밖에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핵심을 놓고 보자면, 사회 비판이나 풍자로서 의미 보다는 황당하고도 환상적인 장면으로 한 번 웃어 보자는 느낌이 더 먼저 드는 대목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장면이 장면인만큼, 풍자 요소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런류의 장면에서는 흥겹게 엮여드는 음악도 무척 듣기 즐거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의 상류층들에 대해서 한바탕 비아냥거려 주는 줄거리로 몰아 가고 싶은데, 제작진이 어릴 때 즐겨 보았던 “어벤저”의 요원 같은 주인공들을 보여 주고 싶기도 하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영화처럼 엉뚱한 재미가 사는 영화가 나온 것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액션 장면 한 장면 못지 않게 공을 들이는 구두 패션에 대한 설명 장면)

태런 애거튼이 다른 비슷한 배우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표준형 주인공의 모습을 연기하는 정도였던데 비해, 신사 다운 모습을 과시하듯이 보여주며 움직이는 콜린 퍼스는 아주 돋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사무엘 잭슨이 특유의 재치로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도 인물이 너무 평범한 제임스 본드 영화 악당 두목 같아서 좀 죽고 있었던 반면에, 사무엘 잭슨의 부하로 나오는 소피아 부텔라는 독특한 싸움 방식을 개성으로 잘 소화하면서 인상을 확 주었습니다.


그 밖에...

제임스 본드와 같은 뿌리의 영화에서 이런 걸 너무 따지는 것은 반칙이겠지만, 문제의 “흉터”를 굳이 그렇게 다 눈에 뜨이게 할 수 밖에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수술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다른 핑계를 대고 파스라도 붙이고 다니면 안되는 것인지?

이 영화에서 사무엘 잭슨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줄줄 꿰고 있는 악당으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당이 괜히 주인공을 바로 안죽이고 길게 설명을 한 다음에 천천히 죽이려고 하다가 망하는 내용을 스스로 조롱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러는 본인조차도 성격과 배경은 그 궤를 충실히 따라가는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악당이었습니다. 이런 점은, 잔재미로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덧글

  • rumic71 2015/03/16 20:18 # 답글

    콜린 퍼스와 둘이서 주고받는 고전 스파이 방담은, 사실 그 장면이 진짜 핵심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지요.
  • 게렉터 2015/03/17 19:32 #

    제작진의 의식이 겉으로 막 드러나는 대목이었다는 생각 납니다. 요란한 이야기인 와중에 잠깐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가는 부분이라 더 눈에 뜨였기도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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