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또 살인하리 (The Killer Must Kill Again, L'assassino è costretto ad uccidere ancora, 1975) 영화

1975년작 영화인 “살인자는 또 살인하리”는 70년대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로 한 무리를 이루었던 지알로 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뼈대만 보면 사실 코미디에 훨씬 더 어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름대로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일을 벌이려고 하는데 자꾸 상황이 꼬여 가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대소동을 겪는다는 코미디에 들어 맞는 줄거리인데, 다만 그 계획이라는 것이 살인이었고, 연출에 몽환적이고 섬뜩한 느낌을 넣어서 당시 유행의 연쇄살인마 영화로 꾸며 놓은 것입니다.


(포스터)

살인자가 살인을 하고 시체를 없애 버리려고 하는데 일이 자꾸 꼬인다는 내용은 그 줄거리를 그대로 써도 엉망진창 소동 코미디로 꾸밀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아니지만, 체비 체이스가 나온 영화판 “Funny Money”는 비슷하게 시체 숨기며 일 꼬이면서 겪는 소동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라이어 시리즈쯤으로 적당히 바꾼 제목을 붙여 소극장 연극으로도 자주 상연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도 거의 그런 비슷한 내용을 그대로 갖고 갑니다. 그런데 거기에 음악을 스산하면서도 환상적인 70년대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 배경 음악 다운 음악을 썼고, 이 계속해서 꼬여 가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굳게 “무서운 살인마 표정”을 짓고 있는 살인자 역할의 배우 앙투완 생 존의 꿋꿋한 연기가 겹쳐져서 섬뜩한 영화 분위기가 그런대로 꾸며지게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환상적인 감각의 연출을 틈틈히 끼워 넣어서 어울리게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내가 살해 당하고 있는 장면에서 그 시각, 다른 곳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 주는데, 죽어 가는 아내의 얼굴과 웃으며 술잔을 쳐드는 남편의 모습이 이어지게 연출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아내의 죽음에 남편이 환호하고 있는 것 같은 악몽처럼 화면에 보였습니다.

꼬여 가는 사연을 결말까지 다 소개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70년대 최신 유행대로 생긴 고급 아파트)

우선 영화가 시작되면 이 영화의 중심으로 모든 일이 꼬여만 가는 사람인 살인마 남자가 나와서 한 아름다운 여자를 공격합니다. 살인마는 시체를 버리기 위해 자동차에 시체를 실은 채로 바다에 버리려고 하는데, 그 장면을 자기 부인을 너무나 싫어하는 어느 한심한 남자가 목격 합니다.

목격자는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발설하겠다면서 협박해서 살인마에게 기왕 살인한 김에 자기 부인도 좀 살해해 달라고 합니다. 살인마는 어쩌다 자기가 협박 받는 처지가 됐나 싶은지 고민하지만 계속 무뚝뚝하고 무서운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로 듣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그렇게 되면, 목격자도 공범인 처지가 되니까 확실히 자기가 저지른 사건을 발설하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인마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한심한 남자)

그리하여 살인마는 목격자의 부인도 죽입니다. 그리고 부인의 시체를 자기 차에 실어서 처리하려고 하는데, 잠깐 뒷정리를 하는 사이에 동네 양아치 한 명이 “훔치기 쉬운 차가 있다”면서 빈 차인 줄 알고 멋모르고 그 차를 훔쳐서 달아나 버립니다!

살인마는 하룻밤에 살인 두 건을 한 끝에 이제 겨우 완전범죄를 했나 싶은데, 나와 보니 시체를 실어 놓았던 차가 없어져서 당황합니다. 그래도 살인마는 계속 무섭고 무뚝뚝한 표정을 바꾸지 않고, 어떻게든 시체와 차를 되찾으려고 합니다. 살인마는 열심히 단서를 찾아서 차를 훔쳐서 도망친 양아치를 추적 합니다.

양아치는 그 차가 트렁크에 시체를 넣어둔 살인마 차인 줄도 모르고 좋다고 자기 애인과 함께 해변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트렁크를 열까 말까 하는 순간도 오고, 후미등이 고장난 것 같다면서 경찰이 다가 오는 일도 겪습니다. 트렁크에 시체를 숨기고 있는데 경찰이 사소한 고장 때문에 따라 붙는다는 이야기는 한 20년 앞서 미국 TV물인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에피소드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만, 핵심만 살짝 떼어 와서 이 영화 속에 끼워 넣어 중간 시간을 긴장감 있게 보내는 에피소드로 써먹고 있었습니다.


(양아치와 양아치의 애인)

곡절 끝에 양아치는 애인과 해변에 도착해서 한 빈집에 들어 갑니다. 양아치는 뭔가 후끈 달아 오른 상태인데, 애인이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뭘 일단 꼭 먹기부터 해야 겠다고 합니다. 양아치는 그래서 모든 것을 멈추고 약간 맥 빠진 태도로 먹을 것을 구하러 시내로 갑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살인마가 양아치를 추적해서 빈집에 도착하고, 살인마는 차는 찾지 못하고 빈집에 있는 양아치의 애인만 발견 합니다.

살인마는 아직도 차를 찾지 못해 환장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살인마는 양아치의 애인을 무참히 공격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봐도 코미디 줄거리 같은 내용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이 공격 장면은 좀 처참해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한편 양아치는 먹을 것을 구하러 갔다가 어떤 다른 금발여자와 눈이 맞아서 즉석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자기 애인이 기다리고 있는 빈집으로 돌아 옵니다.


(양아치의 애인)

빈집에 도착한 양아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살인마 입니다. 살인마는 양아치를 떡이 되도록 두들겨 팹니다. 그런데 살인마가 양아치를 패면서 보니, 양아치는 차만 훔쳤을 뿐 트렁크에 시체가 있다는 것은 그때가 되도록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하여 살인마는 괜히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그냥 차 도둑놈 혼내 준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자기 차를 찾아서 시체와 같이 떠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살인마가 나와 보니, 아뿔싸, 양아치를 따라 온 금발 여자가 심심해서 트렁크를 열어 보았다가 거기에 들어 있는 시체를 봐 버린 것입니다. 금발 여자는 겁에 질려 당황합니다. 살인마는 살인마 대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합니다. 해변의 차 대어 놓은 곳에서 금발 여자를 대 놓고 해친다면 들킬 가능성은 높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쫓아 와서 이제 모든 일을 마무리 지었나 싶은데, 엉뚱하게도 양아치를 따라 온 금발 여자에게 갑자기 시체를 들켜 버린 것입니다.

그 순간 살인마는 꾀를 떠올립니다. 살인마는 갑자기 신사적인 목소리로 자기가 형사인 척 합니다. 그리고 양아치가 진짜 나쁜놈이고 바로 그 양아치가 살인하고 시체 싣고 도주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붙잡은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기 빈집에 가서 금발 여자 역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조사를 받으라고 말 합니다.

급하게 떠올린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이 장면은, 이 이야기가 정말로 소극장 코미디 연극이었으면 아마 절정 장면으로 활용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그 뒤의 이야기는 역시 분위기가 좀 덜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빈 집에서 살인마는 금발 여자를 공격하고, 그렇게 다 처리한 뒤에 떠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다쳐 쓰러져 있던 양아치의 애인이 온 힘을 다해 칼로 살인마에게 반격을 가하여 살인마가 쓰러 집니다.


(살인마)

이야기의 결론은 살인마에게 부인을 죽여 달라고 했던 한심한 남자도 결국 붙잡히는 것입니다. 경찰은 일부러 시체가 실린 자동차를 한심한 남자의 집 앞에 갖다 놓는데, 그걸 보고 놀란 남자는 허둥지둥하며 그 자동차를 없애버리려고 자동차를 바다에 빠뜨리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경찰의 함정이었으므로 경찰이 따라 와 남자를 검거해 갑니다. 경찰은 남자가 행운을 가져오는 라이터라면서 선물 받았다고 둘러대던 라이터에 씌여 있던 이니셜이, 붙잡은 살인마의 이름과 같다는 것을 떠올려 남자와 살인마의 관계를 유추하고 함정을 판 것이었습니다. 절대 자기를 붙잡지 못할 무능한 경찰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앞에서 경찰은 “그 라이터가 행운을 가져온 것은 아니군요”라고 말 합니다.

몇몇 도전적이고 몽환적인 연출이 들어간 장면들을 빼면, 아무래도 코미디가 더 어울렸던 줄거리라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계속 쉴 새 없이 꼬여 가는 이야기에 비해 결정적인 살인 장면의 흉악한 분위기가 안맞아서 별로 경쾌하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출중한 살인마 연기에 힘 입어서 공포물 느낌이 이상하게 들어간 그런대로 개성이 있는 영화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을 보면, 현실의 세계가 아닌 악몽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유머도 무서움도 아닌 괴상한 감각이 되는 듯도 합니다. 몽환적인 느낌이 잘 사는 70년대 지알로 영화에서는 현실적인 범죄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꼭 악마나 마귀가 나와서 세상의 어느 구석을 돌아 다니고 있는 것을 언뜻 본 듯한 느낌이 감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도 그런 점이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심한 남자를 연기한 조지 힐튼 역시,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다양한 모습을 이무렵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에서 여럿 보여주었던 것 답게 좋은 모습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차를 훔쳐 도망치던 양아치는 연료가 떨어지자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자기 애인에게 주유소 직원과 말하는 동안 옆자리에서 괜히 옷 단추를 다 풀었다가 다시 잠그라고 합니다. 단추를 풀고 잠그는 애인에게 주유소 직원이 눈 팔려 있는 동안, 양아치는 주유소 직원이 돈 바꿔 준다면서 들고 있던 돈까지 빼앗아 들고 잽싸게 차를 몰고 튑니다. 한편, 나중에 쫓아 온 살인마가 주유소 직원에게 양아치 같은 놈 한 놈 들르지 않았냐고 물어 보자, 주유소 직원은 그 자식이 돈 들고 도망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살인마는 자기가 돈을 갚아 줄테니 다른 사람에게는 그 양아치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유쾌하게도 주유소 직원은 자기가 빼앗긴 돈보다 조금 더 높은 액수를 부릅니다.

양아치가 차를 훔쳐서 가다가 경찰에게 잡혔을 때, 경찰은 그 차가 양아치 소유의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때 양아치는 삼촌이 빌려준 차라고 둘러 댑니다. 한편 살인마는 또 양아치를 추적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양아치의 행적을 물어 보면서 “사고치고 돌아 다니는 자기 친척을 쫓고 있다”고 말합니다. 둘이 짜고 하는 것도 아닌데 더러운 놈들끼리 뭔가 묘하게 통하는 것이 눈에 뜨이는 이야기 거리였습니다. 아마 이것도 진짜 코미디 연극이었다면 묘하게 들어 맞은 우연이 엉망진창 소동을 더 꼬이게 하는 소재로 활용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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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지알로 영화 2015-10-07 22:0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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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나가다 2015/10/07 23:29 # 삭제 답글

    최근에 본 영화론 이선균이 나왔던 끝까지 간다가 왠지 비슷해서 생각나네요.

    이런 소동극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혹시 이런 비슷한 종류의 영화 몇편 더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 게렉터 2015/10/08 20:55 #

    많이 알려진 영화라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작인 "특근(After Hours)" http://gerecter.egloos.com/2923892 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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