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험을 하는 동기가 되는 물체, 즉 맥거핀을 보여 주면서 시작합니다. 다들 이 맥거핀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싸우고 쫓고 쫓기고 모험을 합니다. 맥거핀을 찾아 악당들은 공격을 시작하고, 전쟁을 다룬 영화의 전형적인 악당들이 매번 그러하듯이 양민학살을 하며 악당 티를 냅니다. 그러고 나면 악당 군대에서 회의를 느끼고 탈영한 남자와 그 남자와 우연히 만난 넝마주이 비슷한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여자가 엮여 문제의 맥거핀 물체를 파헤치는 모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맥거핀 곁으로 “스타워즈” 세상의 유명한 영웅들이 하나 둘 엮여 듭니다.


(포스터)

일단 재미난 점을 꼽아 보자면, 크게 늘어지는 구색 없이 재미난 장면, 선명하게 성격이 나뉜 인물들, 보기 좋은 신기한 영상들이 차곡차곡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배와 성격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는 인물은 저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화면을 다채롭게 해 주고 있었고, 특히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도 있는 억지로 짜맞춘 장면의 대사도 배우들이 다 잘 소화하고 있어서, 성실한 모습으로 괜찮게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장면이 늘어짐 없이 조금씩은 재미난 편이었고, 악당이 포스를 쓰는 장면 연출 몇 가지라든가, 우주선 움직임의 속도감, 가속도 묘사처럼 이런 환상적인 배경을 무대로 하는 어울리는 소재가 보기 즐거운 대목도 찾아 보면 꽤 있었습니다.

음악과 음향이 좋은 편이었다는 것도 다른 비슷한 영화와 비교해 보면 더 선명해지는 장점이었습니다. 유명한 스타워즈 주제곡이 생각 보다 많이 활용되지 않았던 것은 안타까웠지만, 새로 작곡된 음악도 듣기 좋았습니다. 바그너나 말러 시대의 교향악과 비슷한 느낌으로 금관악기 소리가 장엄하게 울리는 데, 곡 자체도 좋았고, 밀려드는 X윙 전투편대의 물결과 함께 음악이 나오는 등등의 장면에서 화면과도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소리를 울리는 다양한 효과음도 훌륭했는데, 특히 조마조마한 장면에서 저음을 팍팍 살려서 살려서 극장 관객들에게도 떨리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음악과 함께라면 좀 더 재밌음)

그렇습니다만, 못지 않게 재미가 약해진다 싶은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일단 초장부터 끝까지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동기를 주는 소재, “맥거핀”이 영화를 이끌어 가기에 너무 약하게 쓰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과 비교해 보자면, 그 영화의 맥거핀인 R2D2가 숨겨둔 메시지는 영화에서 활약하는 주인공 중 하나인 공주를 만나게 해 주는 열쇠이고, 나중에 이것은 연결되어 영화의 마지막 시련인 “데스 스타”와 정면 대결 장면을 그려 내는 역할까지 이어 집니다. 그 와중에 맥거핀을 전달하는 R2D2 자체도 끝까지 그 소동의 중앙에서 역할을 하고 말입니다.

그에 비해 이 영화의 맥거핀은 그 정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하기는 하지만, 왜 중요한지, 그래서 그걸 찾아 가면 뭐가 어떻게 되어서 모든 문제를 풀어 주는지 안 알려 줍니다. 모르는 상태로 “그냥 중요하다고 하니까 중요하겠지 뭐”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그나마 맥거핀을 전달하는 BB8이 재밌게 묘사되어 있어서 아주 망해먹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이 영화의 마지막 결전이나 주요 인물의 운명과도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정말 이야기를 뭉쳐서 끌고 가기 보다는 그냥, 이러저러한 새로운 인물을 보여 주고, 옛날 영웅들을 끌어내서 보여 주기 위한 핑계로 한 번 들이밀고 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물에 잡힌 BB8)

다른 것으로는 인물 간의 비중 배분이 영화를 식상한 쪽으로 조금 빠뜨린 것 아닌가 싶었다는 점도 생각 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핀”의 비중이 점점 작아진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부류의 영웅서사시 영화에서는 위대하게 전쟁을 이끄는 영웅들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혼란한 전쟁의 와중에서 수십만, 수백만 병사 중에 그냥 하나로 목숨 걸고 싸운 병사1, 병사2의 이야기는 들어갈 틈이 없기 쉽다고 생각 합니다. 게다가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하면서, 폭격에 희생 당하는 민간인의 이야기를 굳이 결합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초반에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탈영한 병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런 상당히 독특한 시각을 모험의 중심으로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똑같아 보이는 투구를 쓰고 있어서 병사들은 서로 구분되지 않는 모습인 상황인데, 주인공은 투구에 피가 칠해지게 되어 화면으로 이 인물만은 구분되어 보이게 해 놓은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술수 같이, 화면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가 되면,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같은 유명 배우들이 연기하는 무게가 넘치는 인물이 등장해서 그 쪽으로 비중이 실리기 때문인지 점점 핀의 역할은 줄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거창한 서사시 모험담의 속편에서 늘상 자주 그러는 것처럼, 다들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 누구의 스승, 제자 같은 식으로 혈연, 학연으로 엮인 인물들이 숙명적인 역할로 나오기 때문에, 그 관계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무명의 병사1역할인 “핀”의 위치는 점점 밀려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영웅과 초능력자로 그득그득한 이 이야기에서 핀이라는 역할은 평범한 관객의 시각에 가장 가까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밀려나가는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핀)

신비로운 우주 무기나 그에 걸맞는 신기한 작전에 비중이 실리지 않고, 대신에 인물들의 내면 갈등, 고뇌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일부는 좀 싱거웠습니다. 그런 갈등이나 고뇌도 독특한 것이기 보다는 “아버지 미워요”라든가 “엄마 보고 싶어요” 같은 너무 많이 보던 옛날 청소년, 가족 연속극에 단골 소재에 가까운 것이라서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액션 속에 밀어 넣는 방식도, 친구가 얻어 맞는 것을 보자 “분노해서 더 괴력을 발휘한다”라든가, 영웅 두 명이 결투를 할 때에는 “다른 조무라기들은 그냥 구경하고 서 있는 걸로 하자”라는 식이어서, 썩 매끄러운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 조차도 과거 에피소드의 오마주려니 할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끝도 없이 드넓은 악당 기지에서 너무 쉽게 구출해야 인물을 만난다든가, 수백억 민간인의 무게가 걸린 절체절명의 작전과 친구를 구한다는 개인적인 이유 사이의 갈등이 어물쩡 대충 넘어 가고 있다든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인물들이 만나게 하기 위해 악당 기지에서 나왔다가 들어 갔다가 좀 구구하게 반복을 한다든가, 등등으로 영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그렇다치고 넘어가기”가 많아졌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더 유쾌한 모험 영화였다면 그런 농담 같은 장면도 웃고 지나치기 좋겠지만, 고뇌와 운명, 마음의 아픔과 극복을 진지하게 강조하면서 보낸 상영시간도 많은 영화다 보니 헐렁한 느낌이 덧붙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무게가 무거워진 인물들을 또 써먹어야 하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시절에는 날건달이지만 우연히 악의 제국과 싸우는 영웅 역할을 하게 되어 갈등하는 한 솔로나, 평범한 시골 소년이었다가 우주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 가는 루크 스카이워커, 흰 옷을 입고 우아하게 걷는 귀족이었지만 제국과 맞서 야전에서 총질을 해야 하는 공주의 다채로운 갈등의 면모가 있었지만, 그 모습이 이제 더 써먹을 수 없이 영웅으로 고정 되어 버렸고, 다들 엄청난 위인이고 영웅이라는 멋에 갇혀 있는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넝마주이, 탈영병, 천재적인 솜씨를 가진 파일럿, 장군, 악당 사령관, 악의 총두령까지 전쟁에 휘말린 각계 계층의 사람들이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는 배경 틀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가운데에서 가운데에 있는 탈영병과 파일럿 쪽의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쪽에 가까운 동기와 영웅 서사시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었던 대목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노년의 한 솔로)

한편, 익숙한 등장인물이 나올 때, 눈에 뜨이고 멋지게 한 단계 한 단계 펴보이듯이 선보이면서 반가움을 더하는 구성은 시리즈물의 장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잘 해내는 것이 어찌 보면 이 영화의 최우선 목표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 그건 대충 달성했다고 봅니다. 그러고 보면, 유명한 영웅 역할이면서도, 본래의 우주 날건달 역할 모습도 어느 선까지는 살려 낸 해리슨 포드의 연기가 그래서 더 재밌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밖에...

음향이 좋고, 지루한 장면은 없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소리로 괜히 사람을 놀래켜서 긴장감을 강제로 높이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SF나 우주 모험담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놀라운 구경거리가 되는 풍경, 기계, 외계동물이 신선한 것 보다는 보아 오던 것 위주라는 점도 약간 아쉬웠습니다. “스타워즈” 초기작에서 거대한 우주 전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커다란 크기가 놀라워 보였던 느낌이나, 네 다리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공룡 같은 로봇이 처음 나타날 때의 매력 같은 맛은 부족했다고 생각 합니다. 우주선을 싸돌아다니는 촉수 괴물 같은 게 나와서 소동이 일어나는 장면이 있기는 한데, 그 보다야 주인공이 물 마시는 장면에서 잠깐 옆에 물 마시며 몇 초 나오고 마는 하마 비슷한 외계 생물이 훨씬 재밌어 보였습니다. 굳이 하나 꼽아 본다면, 산처럼 거대한 우주 전함이 사막에 추락해 있는 풍경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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