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윈도우즈 (Open Windows, 2014) 영화

“오픈 윈도우즈”의 이야기는 한 연예인 웹사이트 운영자가 그 연예인과 만나는 이벤트에 초대 되었다가 그 연예인을 스토킹하는 사건에 점차 휘말려 간다는 것입니다. 내용 보다 훨씬 재미난 것은 그 형식인데, 이 영화는 모든 내용이 그 사람의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일로 꾸며져 있습니다. 영상 통화를 하거나, 중계 동영상을 보거나, CCTV 영상을 보거나 하는 것이 화면에 나오고 그 화면 자체가 바로 영화가 되는 것입니다.


(포스터)

그러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진행 되는 영화입니다. 이 형식은 내용에도 잘 달라붙게 어울렸다고 생각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이창” 이후로 많이도 나왔던 엿보다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아 내기에, 남의 사생활을 캐고 이야기 거리로 삼는 인터넷은 착 달라 붙는 소재였다고 생각 합니다. 아예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영화로 담아 내니 소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또는 더 생생한 느낌도 배로 살아 나는 감이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창”과 비슷한 소재의 영화 몇 편을 감독한 것으로 유명 한데, 화면을 분할 해서 두 가지 상황, 두 가지 시점을 동시에 보여 주는 구성을 쓴 것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장기로 화제가 된 것을 돌이켜 보면 이 영화의 형식은 또 재미난 점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두 가지 장면을 화면을 분할해서 보여 준다든가 하는 방식도 컴퓨터에 두 개의 윈도가 떠 있는 모양으로 더 재미나게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화변 분할 - 놀라운 장면과 그 장면을 보고 놀라는 모습 동시에 보여 주기)

게다가 이 영화는 이런 모든 일들이 천재 해커의 놀라운 기술과 엮여서 이뤄진다는 뒷 배경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니 컴퓨터 화면을 영화 내용으로 삼는 방식이 내용을 잘 전달해 주기에도 더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소재 덕분에 재미있게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자꾸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자꾸 신비롭게 등장하면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중반을 지나치면 이런 장점은 서서히 사그라 들었습니다.

일단 후반으로 갈 수록, 윈도우 하나만을 크게 확대해서 전체 화면처럼 잡아서 보여 주는 장면이 너무 오래 나옵니다. 그러니 이 형식의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보다 보면 그냥 영상을 보는 것 같아 보이지 컴퓨터 화면의 일부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듭니다. 초기에 진기해 보였던 두 가지 장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장면도 점점 안 나옵니다. 영상과 글자나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정보가 화면에 동시에 담기면서 수수께끼를 만들어 가는 재미난 연출도 없어 집니다.

대체로 평가하자면 진기한 상황을 제시하고 갈 수록 꼬이는 상황으로 점점 몰아 가는 데까지는 제맛이었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풀어 나가는 부분은 부족한 이야기라는 정도로 요약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수수께끼 같은 일을 벌이는 내용인만큼 결말 근처에는 반전도 하나 있는데, 뭐 그냥 반전 없으면 안될 것 같으니까 나오는 정도 였습니다.


(대화)

해킹이 아주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영화인만큼, 해킹 기법이나 해킹, 보안에서 중요한 요소를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살려서 풀어 놓았으면 어떤가 싶었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방식을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목도 더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극적인 순간에 블루스크린이 떠 버리면서 낙심하게 한다든가, 배터리가 부족하다면서 컴퓨터가 꺼진다든가, 갑자기 리부팅 화면이 나온다든가 하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써먹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 밖에...

사샤 그레이와 일라이저 우드가 주연으로 나옵니다.

예전에 PC통신 시절에 제가 올렸던 유치한 소설 중에 그런 게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에 간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다음 화면으로 넘어 가는 명령인 “F”를 입력하지 말고 이야기를 그만 읽는 “P”를 누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걸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 읽어서 끝까지 내용을 보면 사실 극중의 범인은 컴퓨터 화면에 프로그램을 연결시켜 놓고 있고 만약 누군가 PC 통신에서 어떤 글의 어떤 부분을 읽고 있다면 자동 장치가 작동해서 희생자가 한 명이 더 죽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 집니다. 그런데 바로 그 극중 범인이 연결해 놓은 문제의 글이 바로 올라 온 그 소설 자체라는 겁니다.

이걸 써 놓고, 추리소설의 성배라고 할 수 있는 다 읽고 나면 다름 아닌 독자가 범인인 것으로 드러나는 반전을 드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구현해 냈다고 좋아 했는데, 요즘 이런 부류의 영화들처럼 이 영화에도 엇비슷한 게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훨씬 덜 중학교 2학년스럽게 잠깐 가볍게 다루고 맙니다.

덧글

  • 2016/06/15 15: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6/19 13: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리퍼 2016/06/15 15:25 # 답글

    PC통신 소설 내용이 나중에 나온 영화 "킬위드미"의 전개와 비슷하네요
  • 게렉터 2016/06/19 13:41 #

    그렇습니다. 나중에 보니 비슷한 소재를 사람들이 이리저리 잘 써먹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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