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노란 실크 숄 (Sette scialli di seta gialla, Crimes of the Black Cat, 검은 고양이의 범죄, 1972) 영화

영어권에서는 “검은 고양이의 범죄”라는 제목으로도 개봉된 "7개의 노란 실크 숄"은 1972년에 나온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로 당시 비슷한 부류를 일컫던 “지알로 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영화 입니다. 내용은 어떤 패션모델 기획사 사람들이 계속 연쇄살인되는데 이상하게도 항상 노란 실크 숄을 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누구를 죽이고 협박하고 하는 모의를 우연히 술집에서 엿들은 영화 음향기술자가 살인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지 않나 싶어 하는데 안타깝게도 음향기술자는 시각장애인이라 그 사람들을 추적하는데 실패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포스터)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이고 만든 기술이 세부에서 조금씩 부족한 데가 있습니다만, 의외로 지알로 영화의 정석을 잘 따라가면서 참신한 점도 드러낸 평균 이상에 속하는 영화였습니다.

일단 영화가 시작할 때 처음 대뜸 등장하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이상한 망토 두른 여자부터 그 으스스한 분위기가 그만이었습니다. 분명히 현실 세계의 현실적인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이 사람이 그냥 걸어 다니는 것 하나만으로 귀신이나 마녀에 관한 이야기 분위기가 감돌게 되어 있었습니다. 얼굴을 한참 동안 보여 주지 않고 괜히 뒷모습만 보여 주면서 조마조마하게 뒤를 따라 가는 형식 하며, 얼굴을 보여 주면 보이는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화장하며, 송곳니나 핏자국 같은 노골적인 소재가 전혀 없는데도 무서운 분위기를 드리우는 것이 훌륭했습니다.


(흰 망토를 두른 뒷모습)

게다가 군데군데 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하는 연출도 재치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화면 앞에 흉칙한 시체가 훅 하고 드러났는데도, 주인공은 시각장애인이라 보이지 않으니 전혀 놀라지 않습니다. 관객이 대신 그것을 보고 먼저 놀라는 것입니다.

영화 매체에서 관객은 이야기의 앞뒤를 모두 다 알고 있어서 뻔히 보이는 사실이 있는데, 영화 등장인물은 그것을 모르고 있어서 관객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연출은 영화다운 맛을 살리는 것일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순간순간에 그런 재미를 확확 살리고 있었습니다.

같은 소재를 쓴 먼저 나온 "꼬리 아홉 달린 고양이 (Il gatto a nove code, The Cat o' Nine Tails)"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작으로 훨씬 더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만, 이 영화가 이 소재 활용은 더 나아 보였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언급하게 되는데, 결말도 분위기에 잘 맞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처음에 가장 범인 같아 보였던 바람 피우다가 들킨 남자는 “가장 범인 같아 보이는 것으로 나온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라는 이탈리아산 연쇄 살인마 영화의 공식에 따라 역시 범인이 아닙니다. 그러고 나면, “출연료는 범인은 알고 있다” 원칙에 따라, 출연료를 많이 주었으므로 주요 배역으로 배정할 수 밖에 없는 배우가 맡은 역할이 범인이 된다는 틀대로 범인이 도출되는데, 역시 그 사람이 범인 맞습니다.

그러니까, 범인의 정체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왼쪽의 희생되는 피해자와 오른쪽의 사건을 듣고 추적해 나가는 시각장애인)

바람 피우다가 들킨 남자의 부인이 범인이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바람 상대를 먼저 살해했고, 그 살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상에 접근한 다른 사람들도 죽였다는 것입니다. 이때, 자기가 직접 죽이지 않고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 안 준다고 협박해서 그 사람에게 죽이게 했습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분위기 무시무시한 사람은 마약에 찌든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해 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명이 합작으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알리바이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점차 영화에 빠져 들어 보다 보면, 부실한 기술은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됩니다. 촬영된 구도가 이유 없이 안정감이 부족한 것이 많다든지 편집을 할 때 필름을 끊는 것이 깔끔하지 않게 한 박자씩 빠지는 것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분명히 부실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다 보니 그런점은 점차 별 신경쓰지 않게 될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이 침입할 수도 없는 곳에서 특별한 흉기도 큰 상처도 없이 사람이 죽는데, 죽을 때 마다 노란 숄을 두르고 있는 신기한 살인이 자꾸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마녀가 저주로 죽인 것 아닌가 싶게 분위기를 잡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이하게 죽는 장면이 나올 때 갑자기 놀란 희생자의 얼굴을 여러번 반복해서 확대하면서 “와아아아앙”하는 배경 음악이 나옵니다. 이것 역시 많이 투박합니다. 그렇습니다만, 투박하면 투박한대로 어떤 수법인지, 그렇다면 누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지 관객이 궁금해하고 직접 추리할 수 있도록 내용을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범죄 수법의 진상은 이렇습니다. 작은 고양이를 훈련시켜서 노란 숄의 냄새만 맡으면 달려들어 할퀴게 만들어서 반입시키고 고양이 발톱에는 맹독을 발라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선물로 온 옷을 걸쳐 보다가 노란 숄을 두른 후에 무심코 고양이를 마주치면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게 진기하면서도 좀 웃길 정도라서 역시 대강 잊고 넘어 갈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촬영이 아주 잘 된 편인 마지막 희생자의 모습이 조금 어긋난다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희생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와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공격 당합니다. 그런데 이때 특수효과가 “싸이코”와는 달리 아주 자극적이고 선명하게 화면에 잡혀 피가 튀기게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절정에 걸맞도록 강도를 높인 것이지 싶었는데, 사실적인 특수효과가 너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헐렁했던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비해 지나치다 싶었습니다.


(바람난 남편 부인은 기획사 사장이기도 했습니다)

결말은 이탈리아산 공포 영화 답게, 최후를 보여 주자마자 바로 끝내 버리고 그 어두운 느낌 그대로 막바로 그 위에 끝나는 자막을 올리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격투 끝에 부유하고 아름다운 줄로만 알았던 살인범이 사실은 얼굴과 팔다리를 제외한 부위에 사고로 생긴 흉칙한 상처가 있었음이 드러 납니다. 그리고 바람난 남편 탓에 열등감이 정신병적으로 심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면서 범인의 맛이 간 얼굴 표정과 행동을 비추며 끝을내는데 역시 이 시기 영화 다웠습니다.


그 밖에...

주인공 음향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는 영화 장면이 중간에 잠깐씩 나오는데, 그것도 공포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 영화 장면이 실제 본 영화보다 더 특수효과가 잘 되어 있고 촬영 기술도 더 깔끔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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