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이집트 (Gods of Egypt, 2016) 영화

이집트인 배우는 거의 아무도 안 나오는 영화인 “갓 오브 이집트”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편 신이 있고 악당 신이 있는데, 악당 신이 마왕 역할을 하며 사악한 지배자가 되자 우리편 신이 그와 맞서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난하지만 밝고 용기 있는 우리의 주인공 꾀돌이 인간이 별 볼 일 없는 신분이면서도 우리편 신을 이끌고 돕는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포스터)

얼핏 보면 요 몇 년 전에 심심찮게 나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와 비슷한 줄기에서 나온 영화 아닌가 싶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런 영화들 보다 훨씬 더 가벼운 흥취로 가는 영화였습니다.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 영화라면 몸 좋은 남녀가 신이나 영웅으로 나오고, 그러면서 엄청나게 심각한 번뇌와 삶의 의미에 대한 대사를 읊고, 우중충하고 어두운 곳을 헤메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피 튀기는 장면이나 칼질하는 장면이 험하게 나오는 것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 영화에는 그런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잠깐 태양신 라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 비슷한 심각하고 뭔가 중후해 보이는 대사를 약간 하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전체적으로 활극 모험담의 밝디 밝은 분위기에 영화가 잠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틀은 옛날에 나온 아라비안 나이트 모험담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70년대에 나온 “신밧드의 대모험 호랑이 눈알” 같은 영화 말입니다. 이런 영화에서는 영화 제작자가 생각하는 이국적인 느낌을 두툼하니 발라 놓은 화려한 사막 가운데의 신비로운 옛 도시가 있는데, 거기에 왕과 부자도 있고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는데, 주인공은 그 중에서는 관객이 쉽게 같은 처지에 감정을 놓을 수 있는 가난한 길거리의 사람이기 마련입니다. 흔히 “바그다드 최고의 소매치기” 같은 인물이 꼭 주인공 아니었겠습니까?

아닌게 아니라 이 영화에서도 인간 주인공은 가난하게 살지만 훔치는 재주에 대한 자부심은 있는 도둑 젊은이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 나오는 “이집트의 신들”이라는 것들은 별로 신령스러운 “신”스럽지 않고 그냥 다른 환상물의 마법사나 신비로운 거인 종족 정도로 보아도 별 상관 없는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이런 옛날 모험담 구도 대로 이야기를 꿰어 맞추기에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저런 신기한 지역을 돌아 다니며 모험을 계속하고 함정을 돌파하고 괴물과 싸우고 성격이 다른 동료들을 만나고 신비의 보물을 얻는 이야기대로 흘러 가는 겁니다.


(이집트의 도둑)

좋은 점을 꼽는다면, 그런 자주 반복 되던 이야기를 하면서 온갖 고대 이집트 디자인, 고대 이집트 상징, 고대 이집트 무늬 같은 디자인을 듬뿍듬뿍 퍼넣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이나 종교관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그런 것에 대해 19세기 이집트 고고학의 유행기에 나온 요란한 선전 자료에서 대충 신기한 것만 따온 느낌이라 이래도 되나 싶기는 했습니다만, 덕분에 다른 영화와는 다른 뚜렷한 개성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약간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집트 세력 선택했을 때 모습 같기는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썼던 “미이라” 같은 영화보다도 치장은 훨씬 독특했다고 느꼈고, 이집트 고고학하면 떠오르는 고대 이집트의 저승과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을 주요 이야기 거리로 곳곳에 활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별반 줄거리에 멋지게 활용이 된 편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만, 지금 대충 꾸려져 있는 것만 해도, 없는 것보다는 재미었다고 생각 합니다.


(피라미드 소재로 하는 놀이공원 같은 데서 자주 볼 법한 이집트풍 인테리어)

사실, 부족한 점들이 가려지지는 않는 영화였습니다. 이야기 구도는 한 세대 전에 이미 여러 번 쓰였던 줄거리를 재탕하는 정도의 내용이었고, 인물들의 모습도 제 잘난 맛에 흠뻑 빠진 남자들 중심이라 조금 밋밋 했습니다. 마지막 결전 역시 멋드러진 클라이막스라기 보다는 “그냥 열심히 싸웠더니 이기더라”는 식이어서 재미가 빠졌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군데군데 깨끗하지 못한 데가 있어서 큰 화면으로 볼 수록 빠져 보인다는 것도 위험한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만, 환상적인 배경의 모험담 하면, 요즘엔 뭔가 대충 망한 미래 세계에서 서로 다른 소속의 애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싸우며 뛰어다니다가 자기들끼리 울면서 비장한 대사를 줄창 말한다는 식의 이야기만 워낙 진이 빠지도록 보고 있다 보니, 이런 헐렁한 옛날 모험극이 좀 다른 색칠을 하고 나온 것만으로도 즐거운 점이 있었습니다. 신들 틈바구니에서 맨날 무시 당하고 하찮은 취급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들러 붙어 다니면서 자기 존엄은 언제나 지키려 하는 주인공 도둑 브렌튼 스웨이츠의 모습은 그 와중에 꾸준히 눈길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그 밖에...

태양신 라는 우주선 같은 것을 타고 다니며 지구 바깥에서 인공위성처럼 머물고 있고, 그러면서 이상한 우주 괴물을 광선 무기 같은 것으로 물리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대 신화가 SF처럼 묘사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옛 신화 속의 신들이 사실은 당시 지구인이 보기에 신비로운 기술을 갖고 있던 외계인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이디어에 가까운 것인데, 옛날 80년대 “헤라클레스” 영화와도 닮은 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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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2016년에 글을 써본 것 중에서 최고의 영화들 2016-12-31 21:1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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