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erminator Genisys, 2015) 영화

“리부트”라고도 하지만 적당히 터미네이터 5편이라고 해도 통하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다름 아닌 터미네이터 1편의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미래 전쟁을 하는 군인들의 입장에서 보여 주는 것으로 출발 합니다. 그래서 이후로 1편 줄거리 대로 이야기를 진행 합니다. 하지만, 막상 카일 리스와 터미네이터가 1980년대에 와 보니 1편처럼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발단 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의 재미난 점을 둘만 꼽아 본다면 우선은 시간여행 SF의 이야기 거리를 적어도 중반까지는 계속해서 던진다는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 가서 현재를 바꾼다든가,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이것저것 계속 나옵니다. 그런 시간여행 SF의 짭짤한 소재들을 계속 던져서 지루할만하면 예상 못한 상황이 튀어나오게 하고, 문을 열면 상상 못했던 사람이 짜잔 하고 등장하면서 “어떻게 왜 여기에 이 사람이 나올 수가 있지?” 하면서 시선을 붙잡습니다.

터미네이터 1편도 좀 그랬지만, 2,3,4편이 “로봇이 싸우는 SF”에 많은 재미를 붙여 놓은 것에 비하면 5편의 재미는 그보다는 확실히 시간여행 SF 소재가 재미난 것들이 많았습니다. 양으로 볼 때 5편에 로봇 싸움이 덜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시간 여행 소재쪽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클라이막스의 싸움도 로봇 싸움 보다는 인공지능과의 싸움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사라 코너를 보호하러 온 카일 리스)

두번째 재미거리는 역시 터미네이터, 그 중에서도 원조로 칭송 받고 있는 1,2편을 인용하는 장면들이 잔뜩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하면 떠오르는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그 시절에 비해 너무 늙었다는 것을 이용하는 내용부터, 1,2편에 벌어진 사건을 활용하는 사연들도 많이 나옵니다. 옛날 영화를 돌이키며 흐뭇해 할만한 장면들도 많고, 유명한 명대사들도 괜찮게 잘 살아 있었습니다.


(터미네이터)

부족한 것을 꼽자면, 시간여행 SF 소재가 지루함을 버는 용도로 계속 나오기는 했지만, 정작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핵심이 되지는 못하고 있었다는 것부터 기억 납니다.

계속해서 진귀한 SF 소재가 나오면서도 그게 영화의 핵심과 항상 엮여 있는 “토탈리콜” 같은 영화에 비하면 부족한 점은 역력 했습니다. 결말도 뭐 그냥 다함께 힘을 합해 열심히 싸우면 다 된다는 식이라서 그간 쌓아 올린 시간여행 소재들과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복잡한 시간여행의 꼬인 상황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식의 재치 있는 줄거리 대신에 조금 해결법이 복잡해진다 싶으면 그냥 적당히 대강 “그렇다치고” 넘어 가야 어떻게든 결말을 낼 것 아니냐는 식으로 얼렁뚱땅 때우는 대목이 많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라 코너의 인물이 끝으로 갈 수록 힘이 빠지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1편에서는 사라 코너가 조연처럼 출발했고 전형적인 “남자주인공이 구출해 줘야 하는 여자주인공”으로 시작했는데도 결말에 가면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며 선명하게 주인공의 위치로 나아 갑니다. 그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여전사”로 나오지만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죽으려고 할 때 애타게 소리 지르는 장면이 더 중요하게 잡혀 있는 적당한 조연 위치에 묶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라 코너)

싸움과 폭파 장면은 신나는 축이었습니다. 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압도적인 대목은 없어도 특색 있는 것들이었고, 액체인간의 활약은 발랄해 보였습니다. 터미네이터 영화 답게 괜히 벽을 부숴 대며 싸우는 장면들도 운치가 살아 있었습니다.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춰 즐긴다면 그런대로 그만큼은 하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다 보고 나니, 터미네이터 시리즈 배경을 그대로 쓰면서 존 코너나 사라 코너가 안나오는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게 차라리 더 신선하게 갈 수 있는 해답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누구 말마따다 아무리 존 코너가 미래 세계의 영웅이라고 해도 큰 전쟁이 벌어지는 판에 좀 다른 인물도 사연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존 코너랑 상관 없이 미래의 기계 군단이 로봇을 한 100대 정도 현재로 보내서 아예 그 병력만으로 현재의 세계를 정복하려고 하고 미군 부대가 요즘의 탱크나 전투기를 동원해서 막아 보려고 한다는 식의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무적의 탱크 테무진(테크노폴리스 21C)" 비슷해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것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덧글

  • 더카니지 2016/06/22 17:30 # 답글

    보고 너무나 실망한 작품. 저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터미네이터4에서 이어지는 미래세계 속편이 더 나았을거라고 생각해요
  • 게렉터 2016/06/23 18:46 #

    저는 어쩐지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였던 4편 보다는 약간 더 재밌게 봤습니다. 3편에 비해서도 3편 보다 개성은 덜하고 이야기가 말이 잘 들어 맞는 느낌도 부족했지만, 그래도 중간까지 계속 내던진 시간여행의 신기함 때문에 확 쳐지지는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 풍신 2016/06/22 18:16 # 답글

    개인적으론 재밋게 봤습니다. 액션을 즐긴다는 면에선 최고였고요. 아쉬운 것은 후속작 염두했는지 여러가지를 밝히지 않은채로 넘겨버렸고 (특히 누가 POP을 과거로 보냈나 라던지...), 시간 여행도 미래로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딱 사건이 터질 시간에 맞춰서 시간이동을 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D 데이의 1~3년 전에 와서 전부 준비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굳이 존 코너를 침식해서 보낸 것도 그렇게 좋게 보이진 않더라고요.
  • 게렉터 2016/06/23 18:47 #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간여행 이야기에서 무슨 바뀌는 미래와 안 바뀌는 미래가 있고, 시간 가지가 갈리는 분기점으로 중요한 날이 있고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복잡한 규칙을 그때그때 자꾸 들이대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영화도 수습이 안되니까 대강 그런식으로 때워 버린 것 같았습니다. 수습할 것 생각하기 전에 막 이것저것 던질 때는 재밌었습니다만.
  • rumic71 2016/06/22 18:36 # 답글

    카일 리스도 존 코너도 너무 못생겼습니다. 존 코너는 여기서 악역이라 그랬다 치더라두요.
  • 게렉터 2016/06/23 18:48 #

    그래도 젊은 아놀드 슈월츠제네거와 늙은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결투하는 맛이 배우 보는 맛의 재미도 건사해 주었다고 느꼈습니다.
  • 아쉽네요. 2016/08/20 16:29 # 삭제 답글

    정말 재미없더라구요. 뜬금없이 존 코너를 악당으로 만든 설정도 이해가 안 가고, 터미네이터 역할 자체가 1,2,3편에서처럼 매력이 없고 그저 병풍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솔직히 스토리라인도 미래 과거가 바뀌었다 뿐이지 전편들과 차이가 없어 식상함 그 자체구요. 식상함을 존코너가 악당이 되는 설정으로 숨기려고 한 것으로밖에는 안 보였습니다. 어떤 분 말처럼 4편을 시작으로 또다른 미래전쟁을 그리는 게 식상함도 덜고 더 좋았을 것 같네요.
  • 게렉터 2016/09/02 09:28 #

    저는 존 코너 등장 직전까지만 해도 대충 어찌되나 싶어 볼만한 정도는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말씀하신 내용과 거의 같은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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