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기동 수사대 수뇌부의 변태 폭로 (So Sweet, So Dead, 1972) 영화

1972년작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인 “특수 기동 수사대 수뇌부의 변태 폭로”(Rivelazioni di un maniaco sessuale al capo della squadra mobile, 이렇게나 달콤한 만큼 이렇게나 시체 같은, So Sweet, So Dead)”의 주인공은 형사 입니다. 영화가 시작 되자 마자 이 영화는 형사가 수사하고 있는 현장의 시체부터 등장 시키고 이 시체를 천천히 보여 주는 강한 장면을 던집니다. 그런 즉 이 당시 비슷한 부류를 묶어 부르는 “지알로 영화”에 속한다고 할만한 영화 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바람 피우는 여자들만 찾아 내어 공격하는 연쇄살인마가 매번 바람 피우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사진들을 시체에 뿌려 두면서 그것이 “응징”이라고 하고는 표표히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지알로 영화라지만 제목이 이렇게 긴가)

구도를 보면 1년 먼저 나온 “독거미의 검은 배(The Black Belly of the Tarantula)”와 아주 비슷합니다. 바람 피우는 여자들만 골라서 공격하는 살인마라는 소재부터가 똑같고 주인공이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라는 것도 같습니다. 바람난 여자의 오쟁이 진 남편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 들어 있는 것도 같고, 막판에 주인공 형사의 아내까지 살인자의 목표물이 된다는 것마저도 같습니다.


(주인공 형사 -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 주인공이었던 팔리 그레인저 입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을 꼽아 본다면, 일단 이 영화가 좀 더 헐렁한 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가 진행 되면서 뭔가 점점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중요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그냥 맥 없이 살인마에게 희생 당해서 차례대로 하나 하나 퇴장하고 그러고 맙니다.

아나벨라 인코트레라, 니에비스 나바로(수잔 스콧)같은 이 바닥의 멋진 배우들이 등장해서 나름대로 특징도 있는 배역으로 나옵니다. 아나벨라 인코트레라는 바람난 변호사 부인이고 변호사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평판을 생각해서 눈감아 주는 관계로 나오는데 알고 보니 그 변호사도 바로 옆집에 사는 니에비스 나바로 바람이 났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니에비스 나바로의 남편은 하반신을 못쓰는 사람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이 이야기 전체 흐름에 별 영향을 못 미칩니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살인마에 대해 단서를 추가로 주는 것도 없고,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없습니다.


(바로 옆집 남자와 바람난 니에베스 나바로)

가장 심한 것으로는, 중간에 꼭 비중 있는 조연처럼 나온 10대 소녀가 수잔 스콧을 공격하는 살인마를 멀리서 목격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꼭 이 10대 소녀도 공격 목표가 되는 이야기로 이어지거나, 이 사람의 목격담 때문에 중요한 힌트를 발견해서 추리에 도움 될 것 같은 장면 아닙니까? 어지간한 영화였으면 마지막으로 살인마가 이 10대 소녀를 공격하러 왔다가 주인공에게 걸려서 폭삭 망하는 결말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10대 소녀는 뭔가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자주 등장하고, 중요한 단서인 것처럼 목격 장면이 나오는데, 뒷이야기로 전혀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거나 말거나 아무 뒷이야기 없이 그냥 대충 다 없는 샘 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 가 버립니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인물처럼 나오지만 계속 보면 어물쩍 그냥 없다치고 넘어가는 10대 소녀 인물)

“독거미의 검은 배”가 70년대 유행의 도시 모습을 여러 가지로 담아 내며 재미난 구도의 화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비하면, 이 영화는 특징 있는 화면도 좀 부족한 편입니다. 음악도 덜 재미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즉 손꼽을 만한 지알로 영화라기 보다는, 그 시절 유행에 따라 쏟아져 나온 평균 정도에 걸치는 영화로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다만 볼 것이 없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특징 있는 화면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이 시절 이탈리아 영화의 현란함의 기본은 하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햇빛을 등지고 등장한 살인마가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장면을 정체 불명의 마귀처럼 찍어서 보여 줍니다. 그러면서 이 살인마가 다가 오고 희생자가 도망치는 모습의 배경으로 묘한 재즈 음악을 깔아 넣었는데 이게 몽롱하니 악몽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시체의 멍한 눈을 특히 강조하면서 하얀 피부색을 강조하는 분장과 촬영 방법을 쓴 것도 섬뜩한 효과가 났습니다. 송곳니나 썩은 살 같은 전형적인 공포 영화 분장을 쓰지 않고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무서운 분위기를 주고 있었습니다.


(괜히 아름다운 해변에서 느린 동작으로 재즈에 맞추어 뛰어가는 게 살인 장면입니다.)

게다가 결말도 “독거미의 검은 배” 보다는 나았습니다. “독거미의 검은 배” 결말이야 워낙 대충 때우는 결말이니 그 보다 낫다고 해도 별 대단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야기해 볼만은 합니다. 결말을 다 드러내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중반에 주인공은 수사 중에 검시의와 대화를 합니다. 검시의는 철저히 증거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똑똑한 인물이고, 희생자들이 바람 피우는 사진을 잘 찍은 것으로 보아 상류사회에 잘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며, 뭔가 변태스러운 취향을 항상 가까이서 느끼려고 하는 인물일 거라는 추리를 합니다.

그런데 검시의와 대화하는 중에 그 조수인 장의사가 그 옆에 서 있습니다. 이 장의사가 어디로 보나 변태스러운 사람 입니다. 일단 배우가 뭔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연기를 하고 있는데다가,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인데 시체 다루는 일에는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장의사는 상한 시체를 잘 분장시켜서 장례식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이도록 고치는 일이 주업무인데, 그렇게 자기가 잘 고치고 꾸며 놓은 희생자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작품”이라느니, “너무나도 아름답다느니”하면서 넋을 잃고 감탄하는 인간 입니다.

그러나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절대 범인이 아니다”라는 이 시절 이탈리아산 연쇄살인마 영화의 법칙에 따라 이 조수 장의사는 물론 범인이 아닙니다. 좋은 붉은 청어, 나쁘지 않은 추리물의 가짜 범인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정신 나간 표현이 잘 되어 있어서 시선을 잡아 두는 덕분에 더 중요한 단서인 검시의의 추리를 잠시 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검시의의 조수)

중간에 자기가 범인이고 불륜에 대한 도덕적인 처단자라고 주장하면서 유명해지려고 하는 맛이 간 놈이 등장하기도 하고, 범인은 분명히 똑똑한 놈일 테니 일부러 언론에 범인이 바보라고 발표해서 범인을 짜증나게 해서 이끌어내자는 수법도 나오고 합니다. “수정 깃털의 새”에 나온 뒤로 대유행한 전화에 녹음된 배경 소음을 듣고 범인의 집을 추리하는 방식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범인을 밝혀 내지는 못합니다. 범인은 결말에서 그냥 범인의 복면이 잘못해서 찢기는 방식으로 우연히 정체가 드러납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중간에 나왔던 그 검시의였습니다. 중간에 한번 나오고 말았고 아무 단서도 없었기 때문에 이게 뭐냐 싶습니다만, 그래도 아귀가 맞는 면이 있었습니다. 검시의가 자기 입으로 범인의 특징이라고 언급한 것에 다 들어 맞는 영화 속 등장인물은 바로 검시의 자신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결말에서 주인공 부인도 바람 피우다가 범인의 목표가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범인과 거의 동시에 부인 곁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부인이 바람 피우는 것에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범인을 막지 않고 구석에서 숨어 있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찾아 헤멨던 범인이 바로 자기 부인을 공격하는 것을 뻔히 손 놓고 지켜 봅니다.

이런 줄거리가 결말에 끼어 있는 것도 그래도 그저 썰렁한 결말인 “독거미의 검은 배” 보다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 도덕적 갈등과 인간의 꼬인 심성이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 같은 소재 아닙니까? 그렇지만, 워낙에 헐렁한 영화이다 보니, 이 역시 그냥 그 정도로 그치고 맙니다. 부인이 죽은 후 주인공은 권총을 꺼내어 범인에게 한방 쏘고, 마지막으로 슬퍼하는 주인공의 얼굴이 나오면서 그냥 휙 끝나는 영화였습니다.


그 밖에...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미국 배우인 팔리 그레인저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로프”,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주인공격으로 나왔던 그 배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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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지알로 영화 2016-06-23 18:5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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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6/06/23 17:50 # 답글

    이런 내용이면 제대로 리메이크하면 뭔가 괜찮은 게 나올 것 같습니다만...
  • 게렉터 2016/06/23 18:44 #

    중간에 추리를 말하는 인물이 나오고 그 인물의 추리에 딱 들어 맞는 인물을 걸러 보면 단 한 명 밖에 없는데 정말 그 인물이야 말로 범인이라는 아이디어는 꽤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 역시 대충 담겨져 있어서 이것은 이 영화를 두번째 볼때 오히려 더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뭐, 검시의가 범인이야?"라고 얼마나 허망했던지.
  • 명탐정 호성 2016/06/23 18:46 # 답글

    헐....
    부인이 죽는 걸 방조하다니...
    전설 아홉머리 달린 도적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주인공 아내가 괴물에게 납치되어서
    주인공이 구하러 가는데
    주인공이 괴물 죽이고
    NTR당한 아내도 죽인다는 충격적 이야기입니다.
  • 명탐정 호성 2016/06/23 18:46 # 답글

    근데 범인이 1발 맞고 죽었나요
  • 게렉터 2016/06/27 17:12 #

    한 발에 곱게 쓰러집니다. 그리고나서 바로 주인공 쓸쓸한 얼굴 보여주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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