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의 세 사람 (Le Cercle Rouge, 1970) 영화

1970년작 “암흑가의 세 사람”은 이제 막 형기를 다 살고 출소한 전과자, 우연한 기회를 노리고 호송 중 탈출한 범죄자, 망한 경찰 세 사람이 어찌저찌하다 보니 서로 얽히게 되고, 결국 한 팀이 되어 커다란 보석 절도를 벌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진짜처럼 실시간으로 거의 몇 십분 동안 진행되는 보석 절도 장면이 유명한 영화로, 한 탕을 위해 뭉친 세 사람의 과묵한 모습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포스터)

흥미진진한 소재는 충분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극적인 내용으로 별로 살리지 못하는 점이 몇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는 초장에 출소를 앞 둔 알랑 들롱에게 간수가 접근해서 범죄를 제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죄인은 손을 씻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간수가 범죄를 제안하다니 기구한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그냥 “참 별일도 다 있네”하고 나오기만 할 뿐 더 이상 그 특이한 구도를 별로 살리지는 않습니다. 마찬 가지로, 협박해 보려는 의도로 이유도 없이 누구 아들을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우연히도 그 아들이 진짜로 죄가 있었다는 류의 묘한 사연도 있습니다. 사연이 나올때는 기구하고 신기하지만 더 이상 아귀가 맞는 다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도둑 일당)

이런 것이 단점만은 아닙니다. 살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이야기 거리가 다 절묘하게 하나의 사연으로 맞아 들기만 한다면 그거야 말로 꾸며낸 이야기 같을 것입니다. 이렇게 곁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저 곁가지 이야기로 남기만 하는 모양은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진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 합니다. 세 사람이나 되는 범죄자들의 사연을 나누어 보여 주는데, 애초 별 대사도 없고 과묵하게 분위기 잡으며 묵묵히 범죄만 하는 내용아닙니까? 그렇다 보니, 이렇게 중심이 흩트러진 모양이 지켜보며 따라갈 핵심을 자꾸 놓지게 되고, 지겨워질 수도 있을만하다고 생각 합니다. 게다가 꽤 복잡하게 천천히 쌓아 나간 이야기였는데, 정작 경찰이 쓰는 방법은 “장물애비 단속하기”라는 보석 절도범 잡기의 ABC 같은 수법에 그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사실적이라면 사실적이겠지만 재미는 빠졌습니다.

군데군데 기억에 남는 장면은 꽤 많은 영화였습니다. 무슨 관계인지 말해 주지는 않지만 한 여자의 사진을 곱게 간직하고 있다가 나중에 사진을 버리는 것만으로 예전에 사랑했지만 지금은 배신 당했겠거니 관객이 짐작하게 만드는 것은 짭짤했습니다. 사진이라는 간단한 소도구를 몇 초 정도 적당한 시점에서 서로 다르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 상황에 대해 온갖 상상을 다 하게 만듭니다.


(알랑 들롱)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지만 배신 당해 총 맞지나 않을까 의심해야 하는 긴장 상황을 묘사하는 돈 빌리는 대목하며, 알콜 중독에 빠진 주인공이 온갖 징그러운 짐승이 몰려 오는 환각을 보며 괴로워한다든가, 사방에 포위한 총탄이 날아 오는데 부질 없이 보석이 든 가방을 찾으며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안타까운 모습도 정석대로의 연출이라 잊혀지지 않을 만 합니다.


그 밖에...
영화 상영 시간을 뭉텅 할애해서 과감하게 보석 터는 장면을 차근차근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다 보여주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대목인데, 전문가의 보석털이 장면이지만 화려하거나 놀라울 것 없이, 그야말로 천천히 차분차분 진행합니다. 춤을 추듯 몸매자랑을 하는 “엔트랩먼트”의 케서린 제타 존스나, 노래에 맞추어 흥겹게 도둑질을 하는 “허드슨 호크”의 브루스 윌리스에 비하면 이 영화의 도둑질 장면은 그야말로 불과 얼음처럼 다릅니다. 그 긴 시간 별 대사도 없이 그냥 꾸역꾸역 온힘을 다해 열심히 훔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 꾸준히 나옵니다. 다 보고 나면 효과는 괜찮았지만 저는 보는 동안에는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지루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장 피에르 멜빌 감독, 알랑 들롱 주연으로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에 나온 3편의 영화 중 두번째로 나온 영화입니다. 저는 셋 중에서는 제일 재미 없게 봤습니다. 예전부터 앞뒤를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으면서도, 그래도 그 유명한 보석 도둑질 장면 즈음이 되면 견디지 못하고 졸곤 했습니다.

덧글

  • 명탐정 호성 2018/08/24 22:45 # 답글

    장센(이브 몽탕)과 마테이 경감(주인공을 추적하는 형사)은 경찰 학교 동기인데 일단 아는 사이이긴한데 떡밥으로 남았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