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 게임 (The Pajama Game, 1957) 영화

스탠리 도넌이 감독으로 참여했고, 도리스 데이가 주인공을 맡은 50년대 뮤지컬 영화의 제목이 “파자마 게임”이라면, 뭔가 파자마 파티를 하는 사랑 이야기 코미디일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파자마 공장 직원들의 노동조합 활동과 파업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분위기야 여전히 흥겹고 웃긴 코미디 분위기 입니다만.


(포스터)

1950년대 후반이면 냉전이 극에 달해가던 시기이고, 그 한 축으로서 미국이 큰 호황을 누리던 시기와 가깝습니다. 게다가 거대 영화사에서 만든 주류 대작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웃고 즐기는 쇼를 최고의 목표로 삼기 마련인 뮤지컬 영화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을 소재로 삼은 영화라니, 일단 소재 자체가 상대적으로 진귀한 맛이 있었습니다.

내용도 그럭저럭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회사쪽 입장과 노동조합쪽 입장이 교대로 나오고, 노동조합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다른 개성과 성격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친목을 다지는 야유회에서부터, 임금 인상 협상, 직원들이 회사에 저항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근무 태만을 하고, 일부러 불량품을 많이 만들고, 회사에서는 노조원 중 한 명을 배반시키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 파업에 까지 이르는 상황을 단계별로 순서대로 짚어 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와 노조의 대립이 강경론과 타협론 사이에서 어떻게 흘러 가는 지,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어떻게 협상이 이루어져서 결국 다시 조율이 이루어지는 지까지도 조금씩은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모든 이야기가 흥겹고 화려한 옛 뮤지컬 분위기로 즐겁게 흘러 가는 겁니다.


(미싱 공장이 뮤지컬의 무대)

다만 내용이 아주 재미있다거나, 줄거리에 대단한 흡인력이 있다고 할 만한 편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의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장과 회사측의 담당자가 사랑에 빠지는 절묘한 갈등으로 출발하기는 합니다만, 그 갈등이란 것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 팔목 붙잡고 소리나 지르는 것 정도로 때우고 있고, 그나마 그냥 영화 후반이 되면 대충 저절로 그 갈등도 풀려 버립니다. 흥분한 직원이 술취해서 단검(!)을 던지는 것도 그냥 대충 술주정이라고 넘어 가는 분위기는 좀 황당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등장한 여자 주인공을 적당히 “여자다움”에 붙들어 매는 몇몇 노래들은 따분한 느낌도 났습니다. 많은 노래 중에 특별히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영화의 연출과 화면 구성은 볼만 했습니다. 야외 촬영 장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공장 풍경과 미싱공들로 뮤지컬 무대를 엮어 내는 모습은 60, 70년대 영화의 도전이 시대를 앞서서 펼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복장, 다양한 직원들의 모습이 그대로 다채로운 뮤지컬 의상이 되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잘 사용된 것도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노래 중에도 중창의 재미를 살리는 재치 있는 것들은 꽤 있어서 잔재미는 충분했습니다.


(노동조합의 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인 주인공, 도리스 데이)

이러니, 공장 파업 뮤지컬이라는 독특함을 담아 내기에 대충은 건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노동 조합 결의 대회를 하면서 50년대 탭댄스로 흥을 돋구는 장면 등등은 21세기 쯤에 옛 할리우드를 풍자하며 만드는 패러디 영화와 필적할 만큼 미래스러운 느낌까지 났으니 말입니다.


그 밖에...
원작과 원작 뮤지컬이 있는 영화입니다. 원작의 제목은 “7과 ½ 센트”로, 극중 노동 조합에서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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