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자리 (Desk Set, 사랑의 전주곡, 1957) 영화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화제인 요즘입니다만, 이 문제를 중심에 놓고 다룬 영화가 이미 60년전인 1957년에 할리우드에서 나왔으니 바로 이 영화 “사무실 자리(Desk Set, 사랑의 전주곡)” 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 회사의 “참고 자료 부서”에 나타나서 이상한 것들을 조사하는 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참고 자료 검색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설치하려는 IT 전문가라는 것입니다. 지금에야 검색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전화기 하나로 해결될 일 입니다만.


(포스터)

이 영화의 초반은 도대체 이 사무실에 나타난 괴짜 남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뜸을 들이다가 점차 정체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반은 이 남자가 “참고 자료 부서”의 여자 직원들과 어울리며 서로 알아 가고, 사무실에 컴퓨터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크리스마스도 지나가고, 결말 즈음이 되면, 컴퓨터가 도입되어 수작업으로 자료를 찾던 직원들이 해고 되냐 마느냐 하는 이야기로 넘어 갑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1957년의 인공지능 컴퓨터)

배역들이 엇나가 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뜨이는 영화 였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지식에 관해서는 천재적인 인물인데, 연애 대상인 다른 부서의 상급 직원이 애매하게 관계를 끌고 있고 오래도록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탓에 안달이 난 인물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꼭 일은 아주 잘하고 똑똑하고 차가우면서도 규칙을 잘 따르지만 인간 관계에는 서툰 순진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전형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안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 배역을 캐서린 헵번에게 맡겼는데, 캐서린 헵번은 캐서린 헵번 답게 이 모든 것을 여유있고 흥겹게 즐기는 느긋하고 농담 잘 하며 당당하고 멋드러지기 그지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핵심은 조금 불투명해진 듯도 하지만, 인물은 아주 독특해졌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업과 여성의 직장 생활 문제를 정면으로 걸고 넘어 간다는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묘하게 웃음 가득한 느낌을 계속 유지하는 효과도 생겼습니다.

남자 주인공도 비슷하게 어긋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 공대의 IT 전문가 역할이니, 흔히 보는 수줍고 우스꽝스러운 학생 부류의 전형적인 인물로 표현하기 쉬울텐데 대신, 소탈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중늙은이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오히려 개성도 살고 입체적인 인간다운 느낌도 더 살아 나고 있었습니다.


(참고 자료 부서의 사무실 풍경과 직원들)

(뉴욕에 있는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남녀 주인공)

결말까지 가고 보면, 그저 모든 일이 사랑으로 즐겁게 풀려 나가는 옛 할리우드 영화의 낙천성에 묻혀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럴 수록 어긋나 있는 배역들 덕택에 아주 뻔한 이야기가 색다른 느낌으로, 너무 흔한 이야기가 그래도 경쾌하고 멋드러진 감각으로 꾸며져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밖에...

결말을 밝혀 보자면, 주요 인물들이 모두 다 해고 되는데, 알고 보니 그 해고 통보를 한 것 자체가 컴퓨터 오작동의 결과 였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애초에 컴퓨터를 설치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해고할 계획은 없었고 컴퓨터가 완벽하지 않으며, 직원들은 컴퓨터와 함께 더욱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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