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최고로 꼽는 취미? (Man’s Favorite Sport?, 1964) 영화

1964년작 “남자가 최고로 꼽는 취미(Man’s Favorite Sport?)”는 발랄하고 경쾌한 코미디 영화로, 록 허드슨이 연기한 자신만만하고 건장한 남자 주인공이 재치있고 장난기 많은 여자 주인공 두 명에게 걸려 고생한다는 내용으로 차 있었습니다. 60년대에 나온 티격태격하는 사랑 이야기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는 만한데, 특징은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배경이 뉴욕 도심이 아니라 낚시 용품 판매점과 낚시터라는 것입니다.


(포스터)

생기 넘치는 이야기를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내용인데, 영화가 시작된 지 30% 정도가 지나면 반전 하나가 나옵니다. 이 영화 소동의 중심이 되는 내용인데, 밝혀 보자면 이렇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여러 낚시꾼들이 매우 믿음직스럽게 여기는 낚시 용품점의 직원으로 낚시의 달인으로 유명하여 낚시 책까지 낸 사람입니다. 연기한 배우가 록 허드슨이니 덩치도 크고 키도 훤칠하며 항상 든든한 모습이기까지 하여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실제로는 낚시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낚시 용품점에서 장사하려고 이 말 저 말 하다 보니까 낚시의 달인처럼 보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책까지 낸 것일 뿐이었습니다.


(텐트 조립하는 거 왜 이렇게 어렵지?)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들은 홍보 행사 담당자들로 낚시 회사를 선전하기 위해서 1주일 후에 열리는 낚시 대회에 유명한 낚시 대가인 주인공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추진합니다. 이러니 주인공은 난처해 집니다. 입낚시 밖에 할 줄 모르는 주인공이 실제 낚시 대회에 참가해 뭘 하겠습니까? 주인공은 고민 긑에 모든 것을 고백하는데, 그러자 여자 주인공들은 주인공에게 1주일 동안 낚시 특별훈련을 시키자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1주일만에 낚시 배우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든든한 남자 주인공과 장난스럽고 발랄한 여자 주인공을 대비시키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순진한 사람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 주인공 역시 수많은 아저씨들에게 낚시 용품을 끝없이 팔아 제낀 수완 좋고 영리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이 남자는 장난끼 넘치는 두 여자에게 끝없이 당합니다.

처음에는 두 여자와 말 실랑이를 하다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걸리는 상투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만, 곧이어 조롱 당하고, 놀림 당하고, 어찌저찌하다가 애벌레를 먹게 되고, 비를 맞고, 물에 빠지고, 나중에는 전기톱에 팔을 들이 대는 일까지 겪습니다.

이 영화가 즐겁고 신나는 대목은 바로 이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록 허드슨이 워낙 든든해 보이기 때문에 두 여자 주인공이 온갖 이런 장난으로 주위에서 깨작거려도 어느 한 쪽으로 확 넘어 가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계속 흘렀습니다. 무슨 제임스 본드처럼 폼을 잡으며 맨스플레인의 황제처럼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이, 사실은 낚시는 물론 캠핑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두 여자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쩔쩔맨다는 구도 역시 이야기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여기에 60년대 이런 영화 특유의 관능적인 느낌도 살짝살짝 들어 가 있습니다.


(오해 받기 좋은 상황)

그에 비해 막판 30% 정도의 이야기는 조금 재미가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옛날 할리우드의 행복한 결말로 나아가기 위해 남녀 주인공이 맺어지는 내용으로 줄거리를 뽑아 내는데 그러다 보니 인물이 좀 무너지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경쾌한 모습으로 즐겁게 남자 주인공에게 장난을 치는 여자 주인공이 문득 “애교 부리면서 눈물로 호소하는 여자 주인공”으로 둔갑해 버리고, 억지로 로맨스를 잡아 빼는데, 별로 재밌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연기가 출중하고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야기를 꾸미고 있어서 앞 부분의 재미를 망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의 귀여운 대사” 중에서도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아 저 사람과 키스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정말 많이 생각했는데 막상 키스해 보면 아닌 거 같고 후회될 때” 같은 대사는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 밖에...

영화가 시작될 때 주제곡이 나오는데, 가사는 “남자가 최고로 꼽는 취미가 무엇일까? 바로 여자 아니겠는가”하는 껄렁한 것입니다.

음악은 헨리 맨시니가 맡았습니다.

하워드 혹스 감독작으로, 몇 십년 앞서 나온 캐리 그랜트, 캐서린 헵번이 나오던 스크루볼 코미디를 오마주 하는 느낌으로 구상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떠돕니다.

결말을 얘기해 보자면 결국 주인공은 낚시 대회에서 1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100% 행운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가 곰이 나타나서 도망가다 보니까 우연히 낚시대를 잘 잡아 당기게 되어 큰 물고기를 낚는다든가 하는 식이었던 겁니다. 주인공은 결국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회사에서도 해고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모든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이런 왕초보조차도 이 회사 낚시 제품을 이용하면 1위도 할 수 있다”고 선전할 수 있다는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다시 회사에 채용된다는 것으로 끝납니다.

덧글

  • rumic71 2017/05/25 15:31 # 답글

    요즘 리메이크한다면 낚시 대신 뭐가 될 지 흥미롭군요.
  • 게렉터 2017/05/26 21:43 # 답글

    요즘도 낚시는 전형적인 아저씨 취미로 통하니 그대로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배우가 요즘 배우로 바뀌면 그것이 보는 맛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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