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 (Cactus Flower, 1969) 영화

이 1969년작 코미디 영화는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의 대사 없이 이야기가 진행 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드러내는 시작 장면으로 출발합니다. 이야기를 조금 지켜 보면 이 영화 역시 주인공이 스스로 인생을 끝내려고 하는 극단적인 시작으로 눈길을 끌려는 영화 부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왜, 어쩌다가 저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해지게 되고 이야기에 빠지게 됩니다.


(포스터)

영화의 본론은 골디 혼이 연기하는 자유분방한 젊은 주인공이 월터 매소가 연기하는 중년 남자와 분륜 관계에 있고, 이 때문에 생긴 갈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관계에는 사실 숨겨진 반전이 하나 있는데, 그 반전 때문에 불륜이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 속임과 거짓말이 계속 불어나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월터 매소와 골디 혼)

시작 장면에서 눈길을 잡아 끄는 효과는 상투적인 수법이었지만 확실했고, 첫번째 반전과 그 반전 때문에 이야기가 꼬여 드는 것도 재밌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이야기가 꼬이다 보면 정말 오해와 거짓말이 엉망으로 쌓인 대소동의 웃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충 적당한 선에서 꼬인 오해는 풀리고, 적당한 선에서 평범하게 끝나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반전을 밝혀 보면서 좀 더 세세하게 살펴 보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실 월터 매소는 결혼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좀 더 안정감 있어 보이려고 결혼했다고 처음 거짓말 한 것이 해명을 못하고 계속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골디 혼과 월터 매소의 관계는 불륜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골디 혼이 거짓말을 너무 싫어한다고 하니, 월터 매소는 있지도 않은 결혼 생활과 불륜을 계속 가장해야 한다는 신세가 되고, 이혼까지 거짓말로 흉내내야 하고, 나중에는 자기와 함께 오래도록 같이 일해 온 간호사에게 부인 역할을 연기 해 달라고 부탁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록큰롤이 나오는 나이트 클럽에서 잉그릿드 버그만이 춤추는 장면도 나옵니다.)

괴상한 상황과 엉뚱한 농담, 꼬인 관계에서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넘칠만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이 이상의 괴상한 이야기 거리는 없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주요 배역의 모습은 역할에 대단히 잘 들어 맞았습니다. 치과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는 믿음직해 보이지만 연인 관계에 대해서는 비겁해 보이는 모습의 월터 매소도 좋았고, 다른 두 주연 배우도 좋았습니다. 다만, 골디 혼이 아주 잘 들어 맞는 연기를 잘 했지만, 주어진 역할 자체가 감정적이고 논리는 부족한 어린 사람이라는 틀에 박힌 모습에 갇혀 있는 것이라서 연기의 재미는 조금 덜 했습니다.


(잉그릿드 버그만)

대조적으로, 가짜 부인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간호사 배역의 잉그릿드 버그만이야말로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재미 없고 일 밖에 모르는 딱딱한 간호사 역할과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 속에 감정을 불태우는 모습의 부드러운 변화가 완벽하게 드러납니다. 배역에 맞는 모습을 그대로 잘 갖고 가면서도 순간순간 전설적인 고전 할리우드 시대의 명배우, 잉그릿드 버그만의 아름다움은 또 동시에 빛이 나고 있어서, 그야말로 멋진 모습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골디 혼은 이 영화가 사실상 데뷔작이었는데, 이 영화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바로 타버렸습니다.

2011년에 나온 제니퍼 애니스톤 영화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제목 “선인장 꽃”은 극중 잉그릿드 버그만이 키우고 있는 선인장을 말합니다. 메마르게 생긴 선인장이지만 그래도 가끔 꽃을 피우기도 한다는 것인데, 극중에서 잉그릿드 버그만의 인물 변화에 맞추어 꽃을 피웁니다.

결말을 밝혀 보자면,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되고, 월터 매소와 골디 혼은 깨진 뒤, 골디 혼은 같은 연배의 옆집 극작가랑 맺어지고, 월터 매소는 비슷한 연배의 간호사 잉그릿드 버그만과 맺어진다는 전형적인 것입니다.

덧글

  • 만보 2017/06/09 14:07 # 답글

    잉그릿드를 위한 잉그릿드의 잉여스러운 작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게렉터 2017/06/12 21:27 #

    그런데 비중 배분은 여러 배우들에게 골고루 잘 나뉘어져 있습니다. 초반 50%는 잉그릿드 버그만의 비중이 작기도 합니다.
  • rumic71 2017/06/09 17:09 # 답글

    Tulip의 동명 노래가 떠오르는군요. 가사 내용은 정반대 분위기이지만...
  • 게렉터 2017/06/12 21:27 #

    약간 꼬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 형태가 편안한 옛 영화 분위기 대로 가는 영화입니다.
  • msz006 2017/06/10 22:38 # 삭제 답글

    와, 이때의 골디혼은 정말 예쁘네요..
  • 게렉터 2017/06/12 21:28 #

    코미디로 일가를 이룬 가장 유명한 시절의 골디 혼과는 좀 다른 모습인데, 여전히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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