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의 그 감촉 (That Touch of Mink, 1962) 영화

1962년작 코미디 영화 “밍크의 그 감촉”은 한국 연속극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명랑한 여자 주인공과 갑부 남자 주인공의 연애를 신데렐라 이야기로 뽑아낸 틀을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 답게,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첫 만남은 다툼으로 시작 됩니다. 비 오는 날 남자 주인공의 차가 길을 걷는 여자 주인공에게 물을 확 튀기고 지나 간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이런 이야기 틀 대로 남자 주인공은 별 이유 없이 여자 주인공에게 반하고,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화려하고 부유한 세계를 시청자의 눈에 가까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고 겪으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야구를 보러 가는 데, 남자 주인공이 워낙 거물이라 실제 야구 선수들 옆에서 야구를 봅니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요기 베라 선수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카메오로 출연 해 남녀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결혼할 상황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은 좀 껄쩍지근하게 생각한다는 것까지 요즘 한국 연속극 모양과 다르지 않습니다.

전체 내용도 적당히 그런 수준에서 마무리 되는 영화였습니다. 발랄하고 명랑하면서 힘찬 여성 연기에서는 당시 비슷한 코미디 영화에 무더기로 출연했던 도리스 데이가 솜씨를 잘 보여 주고 있고, 갑부 남자 주인공 모습은 영화 속 멋있는 남자 배우의 갖가지 다양한 모습을 지겹게 연기해 본 캐리 그란트가 진짜 갑부 남자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도 잘 들어 맞습니다.

6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지금 한국연속극에서도 반복되는 틀이, 이 영화 이전에 거의 다 완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 영화가 나온 해에 태어 났다면, 2017년에 이르러 55세가 되도록 이 틀대로 되어 있는 사랑 이야기만 보면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비행기를 타고 오게 하기 위해서 비행기의 모든 좌석을 다 여자 주인공을 위해 예약해 놓은 남자 주인공)

요즘 한국 연속극의 틀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첫째로 캐리 그란트가 “성격 더럽고 특이한 갑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캐리 그란트는 부유한 회사의 회장이고 그런 역할에 걸맞는 인품과 예절을 겸비한 좋은 사람으로 나옵니다. 무례하게 소리 지르는 것이 재미난 개성인 것처럼 나오는 한국 연속극의 갑부 남자 주인공을 계속 보다 보면 이것이 오히려 신선해 보입니다. 계속 닥쳐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멋쟁이 신사가 어떻게 부드럽게 넘어 가는 지 하는 모습이 오히려 지금 보면 흥미진진 해 보이는 것입니다.

둘째로 60년대 할리우드 사랑 이야기 코미디의 유행을 따라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결혼을 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에 오래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결혼 하지 않고 애인 관계로만 머물면서 같이 다니며 세상을 여행하자는 제안에, 호텔 방에서 보수적인 성격의 여자 주인공이 긴장한다는 것을 코미디로 엮어서 뽑아 냅니다. 별 대단히 재미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집안의 반대와 그 반대를 이용한 회사 내부의 적이 공격하는 이야기로 허구헌날 이어지는 요즘 연속극에 비하면 역시 차라리 신선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요즘 연속극이면 딱 주인공 배신해서 공격할 것 같은 회사의 2인자는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로 계속 남아 있으며, 오히려 오해를 당해서 몸 개그와 영구짓으로 웃기는 역할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 줄 뿐입니다.


(주인공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수다스럽고 좀 더 험하게 사는 주인공 친구 조연도 어김 없이 나옵니다)

그런 60년대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 코미디 영화의 한 유행에 맞는 영화입니다. 이 시절 영화에서 남용된 코미디 요소들은 이외에도 군데군데 서려 있었습니다.


그 밖에...

이 시절 유행에 맞게 시작 장면에서 제작진 이름이 나올 때 만화로 표현 된 그림이 같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이 영화 속 비 오는 배경에 걸맞게 빗물 웅덩이에 비친 모습이 흐려졌다 맑아지는 것으로 연출되어 나오는 데, 아름답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컴퓨터 그래픽도 없던 시기에 어떻게 만들었나 모르겠습니다.

덧글

  • rumic71 2017/06/12 22:17 # 답글

    업계의 표현을 빌자면,사람 손으로 못 만드는 건 없지요. 비싸게 먹힐 뿐.
  • 게렉터 2017/06/13 21:01 #

    그래도 맨손으로 완전 수작업 애니매이션으로 그리기는 정말 너무 어려울 것 같은 화면 전환 효과였는데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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