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베스크 (Arabesque, 1966) 영화

평범한 사람이 어마어마한 음모나 첩보전에 휘말리는 내용은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겠습니다만, 비슷한 시기 스탠리 도넌도 비슷한 영화를 감독 했습니다. 잘 알려진 사례가 “샤레이드”라면, 좀 덜 알려진 예가 바로 이 영화 “아라베스크”일 것입니다.


(포스터)

이 영화의 평범한 사람 역할은 그레고리 팩이 연기한 고대 이집트 문자 학자인 영국의 대학 교수입니다. 아라비아에 있는 한 나라의 운명이 달린 종이 쪽지를 해독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데, 이 나라에는 여러 계파가 서로 암투를 벌이고 있어서 주인공은 납치, 감금, 추적, 살해 위협 등등에 시달리며 모험을 합니다.

그 와중에 소피아 로렌이 연기한 의문의 여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 여자 주인공은 도대체 주인공 편인지 주인공을 속이고 이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엎치락 뒤치락 계속 반복합니다. 그래서, “도대체 진짜 정체는, 진짜 본심은 뭘까”하는 생각으로 재미와 긴장감을 당겨 주는 것이 내용입니다.


(소피아 로렌)

이 영화의 특징은 느긋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하고 “이러다가 들키면 어떡해”하는 느낌으로 조마조마한 비슷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작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유난히 설렁설렁 넘어 가는 여유로운 느낌입니다. 무적의 첩보원이 아니라 대학 교수이지만 주인공은 제임스 본드에 가까운 느낌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농담이나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느긋한 분위기에 어울리게 이리저리 기울어지거나 비치는 장면을 이용한 장난스러운 화면 구도도 듬뿍 들어 가 있어서 구경거리로 즐기기 좋았습니다. 특히, 악당이 주입한 약물에 취한 주인공이 하하하하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 사이키델릭 유행에 걸맞기도 하면서, 옛 영화면서도 21세기에 유행한 넋나간 코미디 느낌도 슬쩍 전해 줍니다.


(대학교수가 테러리스트랑 싸우다 보면 말타고 추격전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옥수수 밭 비행기 기관총 장면을 대놓고 모방한 밀밭의 헬리콥터 기관총 장면 등등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작 영화의 모방이 넉넉히 들어 있었던 것도 재미를 꽤 주워 담아 주는 힘은 있었습니다.


그 밖에...

결말을 밝히자면, 이런 영화의 “맥거핀” 답게, 이 영화에 나온 쪽지에 적힌 내용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쪽지에 찍혀 있는 점 하나가 “마이크로 도트”여서 그 점을 몇 백배로 확인해 보면 암살 음모를 아주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은 것이었습니다.

덧글

  • rumic71 2017/06/14 18:52 # 답글

    그러고보니 묘하게 샤레이드의 남녀를 바꾼 듯한 구성이군요.
  • 게렉터 2017/06/30 20:38 #

    맞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샤레이드도 보다도 훨씬 더 헐렁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듯한 오락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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