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 2017)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미지의 섬을 수색하러 나선 탐험대들이 거기에 살고 있는 킹콩을 비롯한 괴상한 괴물을 만나 한 바탕 모험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말도 안되는 거대한 괴물이 피터지게 싸우는 공상적인 내용이지만, 거기에 묘하게 진지한 느낌도 잘 배합되어 슬며시 깔린 것이 나쁘지 않게 어울리는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포스터)


(지옥의 묵시록 포스터)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고 느낀 것은 영화 배경을 1970년대로 해 두고, 이 영화에 나온 탐험대의 일부를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 중인 미군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당시 시대상을 상당히 분명하게 해 두고 이야기를 펴 나가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서 당시 시대를 보여 줄 수 있는 소재, 시사적인 풍자, 정치적인 소재를 많이 집어 넣어 이야기에 엮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태평양 한 가운데의 알 수 없는 신비의 섬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대와 장소가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계속 주고 있는데 이런 점은 썩 잘 먹혔던 듯 합니다.

게다가 인물의 집착과 이야기의 결을 두텁게 하는데에도 베트남전 시대 배경은 괜찮았다고 느꼈습니다.

베트남전에 발을 들였다가 게릴라전의 수렁에서 헤매게 된 미국의 역사는, 함부로 알 수 없는 섬에 폭탄을 날리며 탐사를 시작했다가 이 섬의 무시무시한 괴물들에게 당하는 탐험대의 모습에 서로 비교되면서 어우러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괴물에 두려움을 느끼는 병사들의 모습은 그대로 전쟁터에 떨어진 병사들의 모습과 연결되어, 진지한 감상을 더 높여 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린이용 영화에서 자주 다루던 괴물들의 결투 장면을 중심에 둔 영화인데도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의외로 좀 끔찍한 장면이 들어 가 있습니다. 그런 두 가지 내용을 섞어 주는 국물 역할을 베트남전 소재가 해 내고 있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지옥의 묵시록” 같은 베트남전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당시 일부 미군의 광기를 괴물 섬에서 겪는 일의 미쳐 갈 것 같은 분위기에 엮어 넣은 것도 잘 맞아든 장면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역할을 해낸 사무엘 L. 잭슨의 연기도 과도함 없이 깨끗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가 그 덕분에 재밌어졌다고 해서, 이런 것이 정말로 베트남전이라는 역사를 잘 조명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몇몇 할리우드 베트남전 영화처럼 이 영화에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많으 쓰면서도 베트남 사람은 주요 인물로 거의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태평양전쟁 소재를 영화에서 잠깐 다루지만 그래도 일본군은 약간의 비중을 넣어 등장시킨 것에 비하면 좀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포스터)

괴물의 싸움 장면은 이런 이야기에 모자람 없이 훌륭했습니다. 정글 안에서만 괴물들이 날뛰고 있어서 다채로움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괴물들의 등장 장면은 초장부터 뜸들임 없이 선명하게 나왔고 또 많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킹콩 이외에 다른 괴물들도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무게나 크기도 잘 느껴지게 잡혀 있었습니다.

특히 괴물끼리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규칙도 권법도 없이 마구 매달려 뒹구는 동물들 간의 어지러운 싸움 같은 느낌이 드러나 있어서 꽤 신선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

탐험대 일행 중에 주인공스러운 착한 인물들이 유난히 재미 없고 밋밋한 영화였습니다. 그나마 톰 히들스턴은 밋밋한 뻔한 주인공 역할 정도라도 하고 있습니다만, 경첨(징텐)은 너무 심할 정도로 역할 없이 그냥 “중국 회사가 돈 투자한 영화임을 밝히기 위해 서 있는 역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역할이 요즘 영화에 종종 눈에 뜨이는데, “중국 장승”이라든가 하는 무슨 용어가 필요하지 않나 싶을 정도 였습니다. 개중에서도 이 영화에는 심한 편이었습니다.

덧글

  • 더카니지 2017/06/30 21:13 # 답글

    예쁜건 맞는데 해골섬의 난장판 와중에도 꼬박꼬박 화장이라도 하는건지 너무 깔끔해서 굉장히 이질적이고 어색하더군요. 말씀대로 하는 역할 없이 중국 시장을 위한 장식이고요. 작가님의 원더우먼 리뷰도 기대되네요~
  • 게렉터 2017/07/11 21:40 #

    원더우먼, 언제 보게 될 지 모르겠지만 보면 꼭 리뷰 올리겠습니다.
  • rumic71 2017/07/01 23:55 # 답글

    묘하게 '돈 많이 들인 저예산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게렉터 2017/07/11 21:41 #

    하기야, 이 정도로 섬에서만 떨어져서 괴물을 가장 핵심에 둔 영화라면, 정공법 블록버스터 보다야, B+나 A-급 배우들을 이용한 여름 가족 영화 정도로 꾸미는 느낌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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