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드래곤 (Double Dragon, 1994) 영화

“더블 드래곤” 영화의 시작은 뭔 마력을 가진 목걸이가 있는데 그게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봉인해 뒀는데 어쩌고 하는 내용을 나래이션으로 줄줄 말해준 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기 딱 좋은 엉성하게 만든 “중국의 어느 마을” 세트를 악당들이 습격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본론은 미국 LA에 사는 빌리와 지미라는 무예를 열심히 연마한 형제가 LA를 반쯤 장악하고 있는 어느 사악한 갑부 악당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포스터)

부실한 영화입니다. 일단 영화의 출발부터가 방향이 어긋나 있었습니다.

갑부 악당에 맞서서 두 형제 무예가들이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면 어떤 것이 당연한 방향이겠습니까? 도시 이곳저곳 무대를 바꿔 가면서 여러 가지 특색과 무기를 갖고 덤벼드는 수없이 많은 악당들을 단 두 사람이 맨주먹으로 끝도 없이 물리친다는 줄거리 정도면 무난하지 않겠습니까? 뒷골목, 술집, 지하철 안, 고층건물 내부, 쇼핑몰, 빌딩 옥상 정도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 주면 괜찮을 것이고, 그런 곳의 지형지물이나 그곳에서 나오는 다양한 소도구가 무기가 되면 재밌을 것입니다. 식칼, 야구 방망이, 자전거 체인 같은 것을 무기 삼아 휘두르거나 사과궤짝 같은 것을 던지면서 싸우는 내용이 나와도 좋을 것입니다.


(게임 "더블 드래곤" 속 린다의 모습. 가운데 금발이 린다입니다.)


(가운데가 영화 속 린다로, 중요한 등장 인물처럼 자주 나오지만 제대로 싸우는 장면이 거의 없고 매우 허탈하게 무기를 휙 빼앗긴 뒤 끝장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방향으로 안 갔습니다. 이 영화에는 기가 막히게도 무예에 능한 두 주인공이 화려한 격투 기술을 보여 주면서 싸우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옵니다!

아예 빌미조차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격투 대회기 때문에 출발할 때 잠깐은 나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런 시원한 발차기, 빠른 주먹질 싸움 장면이 많이 나오겠거니 살짝 기대는 하게 해 줍니다. 그런데 그래 놓고 무슨 사람 놀리듯이 무술 장면이 안 나오는 겁니다. 악당들이 극장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중 하나가 대결하는 장면이 약간 무술 다운 무술을 보여 주는 듯도 한데, 그래 봐야 다 합쳐서 전체 영화 중에 몇십초 되지도 않을 겁니다.

심지어 마지막 결전조차 “악당은 뭘 싫어해~”하는 약점을 이용해서 마법 비슷하게 때우면서 끝이 날 뿐 화려한 싸움 장면이 아닙니다. 이 결전 장면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악당 부하들이 악당 두목이 맞고 있는데도 늘어서서 구경만 하고 있기만 하는 허무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 악당 부하들도 영화가 너무 황당하게 내용을 때우고 있어서 의욕을 잃어서 그냥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악당 두목)

대신에 이 영화는 마법적인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더블 드래곤”이란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는 목걸이입니다. 그리고 그 목걸이의 한 쪽은 “마음의 마법”, 다른 한 쪽은 “몸의 마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영화 시작할 때 장황하고 중후하게 늘어 놓은 뒤에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온 이런 이상한 마법과 그 마법을 이용해 도시를 지배하는 악당의 기묘한 계획 같은 것을 이야기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그런데, 이런 마법적인 이야기도 나오다가 만다는 것입니다. 중국이라고 하면서 뭔가 괴상한 “동양의 신비”스럽게 이야기를 꾸미는 것부터가 사실 좀 지겹고 답답한 내용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잔뜩 요란하게 나온다면 “빅 트러블” 같은 영화 같은 재미라도 있을 겁니다. 도시의 기계 문명과 현대 관료제의 배경 속에서 옛 마법과 신비가 빛을 발하는 이야기면 구경거리, 흥미거리는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그나마도 아니라는 겁니다.

일단 그 문제의 신비로운 중국스러운 느낌이란 것도 그 실망스러운 첫 시작 부분의 “중국 장면” 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결말 장면에서 갑자기 죽었던 사람의 혼령이 머리만 허공에 뿅하고 나타나서 “스타워즈 에피소드6”처럼 무슨 덕담을 해주는 게 나오기는 한데, 정말 누추하고, 안 그래도 시큼털털한 이 영화에 그야 말로 막판에 더 초를 쳐 주는 느낌일 뿐입니다. 영화 끝나면 망칠 기회도 없어지니까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더 망치려고 그런 것인지.

심지어 가장 중요한 소재인 마법의 목걸이조차 별로 활용을 안 합니다. “마음의 마법”은 몸이 사라지고 마음만 남아서 그림자 같은 형태로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되며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도 침투할 수 있는 것이고, “몸의 마법”은 맞아도 몸이 안 다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있다, 하면서 보여줘 놓고 별 활용을 안 합니다.

“마음의 마법”은 그래도 여러 번 나오기는 합니다. 악당이 주특기로 써먹는 기술이고, 맨 마지막 결말 장면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진짜 위협적으로 제대로 쓰는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마법이 있다면, 대통령의 몸 속에 들어 가서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뒤바꾼다거나, 교도소나 금고 안을 마음껏 들락거리는 침입 마법으로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활용하지 않고, 그냥 도망칠 때나 좀 활용할 뿐입니다. “몸의 마법”은 더욱 심해서, 아예 그게 뭔지도 영화의 90% 동안 가르쳐 주지도 않아서 쓸 기회가 안 나오고, 드디어 마지막 결전에서 뭔지 깨달은 후에도 10초에서 15초 정도 쓸까 말까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써 봤자 뭔가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부실해 보이는 중국의 어느 마을 장면)

그러니, 이 영화 줄거리를 버티고 있는 것은 괴상한 잡코미디 장면 뿐입니다. 코미디라고 해 봐야, 눈을 얻어 맞은 악당에게 다른 악당이 “호오 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든가, 위급할 때 두 배우가 서로 쳐다 보고 입을 크게 벌리며 비명을 지른다는가 하는 정도의 병든 소 트림하는 소리 같은 것 뿐입니다. 이런 건 “액셀런트 어드벤처” 같은 데에서나 조금 재밌었을까 말까 했던 것이지, 무예에 뛰어난 두 사람이 나온 이야기지만 무예는 거의 없고, 마법의 목걸이가 나왔지만 마법도 거의 없는 불행한 이 영화에 어울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의 이야기 거리들 이외에, 이 영화에는 전혀 별개로 SF물 이야기가 잔뜩 들어 가 있습니다. 이 SF 배경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이야기인데, 괴상하게도 꽤 묵직한 비중을 차지하고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SF 배경은 이런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서 한번 박살이 났고, 아직도 여진이 일어나고 있어서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고 모든 집들이 일상적으로 조금씩 부서지는 것을 감내하며 사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지진 때문에 옛 도시는 파괴 되어 고층 빌딩이 바다에 잠긴 곳이 허다한가 하면, 그런 와중에 폭동과 무질서가 난무해서 도시의 위험 구역에는 갱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세계 입니다. 그러는데 가끔씩 여진이 일어나 사람들을 놀래킵니다.

경찰은 고민 끝에 치안 유지를 일정 정도 포기하기로 하여, 통금시간을 정해 두고 낮에는 치안을 유지하지만 밤에는 범죄를 방치해 놓는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은 TV에서 오늘의 통금시간은 언제인지를 가장 중요한 뉴스로 지켜 보고 있는 세상이며, 경찰이 없는 밤을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 범죄자들을 두들겨 패는 자경단이 운영되고 있어 논란 중이기도 하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SF 이야기 거리들이 꽤 많은데, 영화 본론에서 뚝 잘라 내도 줄거리에 아무 영향을 안 미칠 배경입니다.

정말 부조리한 것은 이 SF 소재들만은 의외로 꽤 재밌고 잘 표현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멀리 바다 저편에 물에 잠긴 부서진 빌딩의 윗 부분 스카이 라인이 보이는 해변 장면이라든가, 할리우드의 대로가 강물이 흐르는 곳이 되어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고 다니며 관광을 한다든가 하는 장면들은 상당히 깔끔하고 아름답게 잘 촬영 되어 있었습니다. 휘발유가 없어 개조한 자동차에는 폐지를 집어 넣으면 제트 엔진 같은 것이 움직이며 달린다든가 하는 장면이나, 지진에 집이 자꾸 기울어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거기에 대비하는 상품을 파는 홈쇼핑 광고가 나온다든가 하는 장면은 진짜 풍자 코미디가 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이 영화 “더블 드래곤”은 “커트 러셀의 코브라 22시” http://gerecter.egloos.com/5325766와 “로보캅”의 재미난 SF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SF 장면 조금과 그래도 몇 십초 나와 있는 무술 장면 때문에 괴상하게도 굳이 가끔 한 번씩 또 찾아 보고, 왜 내가 또 이 영화를 볼까, 후회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그 밖에...

“더블 드래곤” 게임이 원작인 영화입니다. 원작은 80년대말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라서 그냥 별 대단한 줄거리 없이, 악당들이 주인공 애인을 납치해 갔으므로, 애인을 찾기 위해 악당들을 따라가며 도시에서 싸우고, 막판에는 우리편 끼리도 싸운다는 것 정도가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간단한 원작 내용조차도 거의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아직 주인공 애인이 아니고, 납치 당하지도 않고, 악당을 찾아가면서 싸우지도 않습니다. 원작과 영화의 관련은 그냥 주인공이 무술 잘하는 남자 두 명이라는 것 외에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90년대 초에 방영된 “더블 드래곤” 애니매이션판의 내용과도 상관이 적습니다. 그나마 게임에 비하면, 관련이 없지는 않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어떤 마법적인 것이 있다든가 하는 소재나 아버지의 원수 비슷한 소재는 약간 반영 되어 있는 편인데, 그래도 둘이 상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더블 드래곤" 만화책판이 있는데, 그쪽과 영화가 조금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염치 없는 코미디 장면들이라든가 어른 악당이 성난 어린이들에게 둘러 쌓인 뒤 우스꽝스럽게 겁먹는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있는 것을 보면, 어린이용 영화로 만든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비장한 자폭 장면이라든가, 자경단이야 말로 소중한 것이라며 그 가치를 열렬히 설파하는 장면 등등 분위기에서 어긋나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게임의 악당 중 한 명인 악당, “아보보”가 꼭 중요한 악당일것처럼 등장은 합니다. 심지어, 강력해지기 위해 인공적으로 근육이 강해지는 시술을 받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거울을 보며 괴로워 한다는 SF 내용에도 엮여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를 밝혀 보자면, 영화 내내 아보보가 주인공들과 제대로 격투하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막판에 뭔가 큰 싸움을 한 판 할 것처럼 나오기도 합니다만, 해괴하게도 심지어 끝까지도 안 싸웁니다. 주인공에게 “악당 두목은 빛에 약해!”라고 소리 한 번 질러 주는 게 역할의 끝입니다.

앨리사 밀라노가 여자 주인공으로서, 경찰의 딸이면서, 사실은 경찰과 대립 중인 자경단의 주요 단원이라는 역할로 나옵니다. 그래서 큰 갈등이 벌어질 것처럼 하면서 나오는데, 역시 막상 갈등 장면은 아버지와 8초 정도 “또 이 이야기 시작해야 겠냐?” 운운하며 대화하는 대목 외에는 없습니다. 주인공은 마크 다카스코스와 스콧 울프인데, 각각 지미와 빌리 역할입니다. 이 역시 그나마 무술 장면이 좋은 편인 마크 다카스코스의 비중이 확연히 적어서 더욱더 힘이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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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고 뛰어든 것입니다. 지진으로 군데군데 물에 가라 앉은 LA가 악당 소굴이 되었다는 것이나, 그곳에서 가끔씩 사람들이 여진을 겪는다는 이야기 등등의 소재는 몇 년 앞서 나온 “더블 드래곤”과 약간 겹치는 점이 있습니다. 아마 그 무렵 있었던 실제 지진 공포나 LA폭동 등의 사건이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안티 히어로”라는 말처럼, 주인공이지만 착하고 영웅적이 ... more

덧글

  • 풍신 2017/08/22 21:02 # 답글

    이걸 보고 나중에 젝키찬의 메달리온을 보고, 헐리우드 사람들은 왠지 중국 관련으로 뭔가 마법적인 힘을 가진 문장 두개 합쳐지는 메달리온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게렉터 2017/08/23 20:11 #

    이 영화에서는 정말 목걸이 모양으로 할 필요도 없었는데 왜 저럴까 싶었습니다. 만화책판에 등장하는 소재인 것인지 뭔지.
  • 나인테일 2017/08/22 22:21 # 답글

    이 설정이 아마 격겜판 더블드래곤으로 나왔던가....
  • 게렉터 2017/08/23 20:11 #

    이 영화와 조금 더 가까운 내용의 게임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저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 rumic71 2017/08/23 11:46 # 답글

    DVD구입은 해 놓고 몇년째 안 틀어본...
  • 게렉터 2017/08/23 20:12 #

    안 틀어보셔도 유감은 없으실 영화입니다.
  • dennis 2017/08/23 18:43 # 답글

    헐 미국판 아이언 쉐프 버젼에 나오신 회장님 젊을시절 아직 머릿털이 무성하던 시절이군요...
  • 게렉터 2017/08/23 20:12 #

    "크라잉 프리맨" 몇몇 영화에서는 꽤 그럴듯한 모습을 잘 보여주기도 했었지요. 개성도 풍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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