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니코 (Above the Law, 1988) 영화

스티븐 시걸 주연의 “형사 니코”는 특수 요원이었던 니코가 손을 씻고 시카고 경찰로 복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니코는 뭔가 괴상한 큰 범죄가 계획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채고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특수 요원 출신 다운 뛰어난 무술 솜씨로 깝쭉대는 불량배들과 한바탕하면서 단서를 찾아 가는데, FBI가 니코를 저지하기도 하고, 가족이 위협 받기도 하는 가운데에서도 계속 니코는 비정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며 싸운다는 겁니다.


(스티븐 시걸 표정)

스티븐 시걸의 첫 주연 영화로 여러 편이 나온 스티븐 시걸 주연 영화의 원형이 된다고 할만한 영화입니다.

내용 중심은 몇 년 먼저 나온 척 노리스 주연 영화와 비슷합니다. 뭔가 굉장한 과거나 실력을 갖고 있는 거친 형사가 있는데, 악당 부하들과 싸우며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고 그러면서 단서를 수집해서 마지막에는 악당 두령과 결전을 펼친다는 겁니다. 중간에 당국 상부의 제지를 받는 장면이나, 가족이 위협 받는 장면이 들어 가기도 하고, 안 어울릴 듯 하지만 재미있는 동료와 같이 돌아 다니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 영화 “형사 니코”에서는 스티븐 시걸이 제작과 각본도 일부 맡았으니, 아마 하고 싶은 것을 대강 잘 꾸려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티븐 시걸은 영화 속에서 비정하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 얼굴에 이상하게 장난끼 어린 느낌이 서려 있는 당시 유행한 몇몇 영화들 특유의 향취가 이미 이 첫 영화에 완성되어 있습니다. 이게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인지 연기를 잘못한 것인지, 원래 사람이 그렇게 생긴 것인지는 참 알기 어려운데, 이런 얼굴이 또 이런 영화에는 어울리는 면이 있긴 했습니다. 특히 이 시절의 스티븐 시걸은 날렵하고 키가 크며 어깨가 넓어서 열심히 무술을 연마한 성실한 사람과 한심하고 비열한 날건달 사이에 있는 그 오묘한 인상이 잘 살아서, 도시 거리의 악당들 사이를 싸돌아 다니는 장면에 경쾌하게 잘 맞았습니다. 살짝 어둡고 진지한 듯 하지만 사실은 껄렁하게 싸우는 것 이외에는 허술한 점이 많은 이런 부류의 영화에 잘 들어 맞는 느낌이라는 겁니다.


(스티븐 시걸 표정)

이 영화는 그래도 그 중에서 비교적 진지한 느낌을 갖춘 편입니다. 진짜 진지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카고 뒷골목 갱들은 정말로 80년대 미국 대도시의 범죄율에 걸맞는 듯한 사실주의 느낌도 약간은 갖추고 있으며, 미국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과거의 죄악을 소재로 삼는 것은 영화 본론과는 크게 관련은 없지만 80년대 레이건 정부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 분위기도 나름대로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와 성당, 신부와 성당에서 숨겨주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 소재로 나오는 것은 당시 유행한 홍콩 느와르 영화의 운치도 느껴지는 편입니다.

이 영화 본론에서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로운 형사입니다. 그러니 범죄자가 주인공 중의 한 축을 맡는 경우가 많은 홍콩 느와르 줄거리와는 많이 다른 편이긴 합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는 조명이 화려한 밤 장면이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대낮에 잘 보이게 싸우는 장면 중심이라는 점도 다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날쌔게 뛰어다니며 총탄을 퍼부으면 악당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모습이라든가, 유리창 깨고 나가는 장면을 성실히 화면에 담아낸 것, 껄렁하고 비정한 사람들이 폼 잡는 모습을 너무 어둡지도 않고 너무 장난스럽지도 않게 적당히 잡아낸 모습은 분명히 당시 홍콩 느와르 영화들과 가까운 느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이런 약간은 진지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데는 스티븐 시걸의 파트너 형사로 나온 팸 그리어의 연기가 세운 공이 아주 컸다고 생각 합니다. 70년대에 B급 액션 영화나 소위 “흑인 액션물”의 간판 스타였던 팸 그리어가 이 영화에서는 스티븐 시걸을 보완하는 지적이며 제 정신인 형사 역할을 맡았는데, 역할에 아주 잘 녹아 들어 있어서 중심을 잡는데 제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중이 작아서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리드미컬한 대사에는 잔재미도 꽤 있었습니다.


(팸 그리어)

싸움 장면도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대로 화려한 싸움 장면은 부족한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일단 스티븐 시걸의 주특기인 손가락을 꺾고 팔에 골절상을 입히는 수법은 여러 장면에 걸쳐 잘 나와 있습니다. 싸우는 내용도 다채로워서, 말 좀 껄렁하게 한 것 이외에는 별 잘못도 없는 술집의 한량들을 정보를 얻고 싶다는 미명하에 무더기로 쓰러뜨리는 장면에서 칼 싸움, 총 싸움 장면도 눈에 잘 들어 오게 촬영 되어 있습니다. 총 싸움 장면에서 묵직한 총성이 잘 녹음 되어 있고, 막 나가는 스티븐 시걸이 FBI 간부를 붙잡아서는 “이제 바지 벗고 바닷물 속에 들어 가”라고 명령한 뒤 그 틈에 도망간다는 등의 웃긴 장면도 틈틈히 잘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없으면 아쉬울 약간 한심한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도 양념처럼 눈에 잘 뜨입니다. 여러 악당들이 스티븐 시걸의 자동차를 향해 자동 소총으로 수백발의 총알을 퍼붓는데, 스티븐 시걸은 잠시 엎드리고 있으니 한 발도 안 맞고 다 피한다든가, 스티븐 시걸이 힘겹게 동료를 잃은 슬픈 연기를 한참 했는데 곧바로 동료가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무사하다는 소식이 나오자 갑자기 “헤헤헤”하면서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 준다든가, 그런 것 말입니다.

마지막 결전까지 이런 것은 빠지지가 않습니다. 밝혀 보면 이렇습니다.

마침내 악당 두령에게 붙잡혀 약물로 고문을 당한 스티븐 시걸. 스티븐 시걸은 넋이 나가 얼빠진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알고 보니 이것은 얼빠진 척 한 것으로 스티븐 시걸은 아직 제 정신이었습니다. 스티븐 시걸은 방심한 틈을 타 악당들을 다 쓰러뜨립니다. 이게 이 영화의 끝내기 싸움인데, 왜 스티븐 시걸이 약물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인지는 그냥 용맹하게도 확 안 가르쳐 줘 버립니다. 스티븐 시걸이 열심히 잘 참았다는 것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 가 버리는 느낌인데, 모를 일입니다. 고문용 약물의 분자 조차도 스티븐 시걸의 혈관 속에서는 두려움을 느기는 것인지.


그 밖에...

추적 끝에 밝혀 내는 악당들의 목적은 CIA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폭로하려고 하는 상원의원을 CIA가 암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작전을 위해 시카고의 여러 악당들을 동원 해 일을 벌인 것이고, 그러다가 옛 CIA 요원이기도 했던 니코에게 걸려든 것입니다.

영화 처음에 “주인공은 어려서 동양에서 살게 되어 무술에 빠져 무술을 열심히 연마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때 화면에 나오는 것은 실제 스티븐 시걸의 어릴 적 모습입니다.

샤론 스톤이 스티븐 시걸 부인 역할로 나오는데, 거의 얼굴도 몇 번 안 나올 정도로 비중은 적습니다.

이상하게 웃긴 것도 아니고 안 웃긴 것도 아니고 멍청한 것도 아니고 안 멍청한 것도 아닌 그런 대사들이 꽤 나오는 영화인데,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렇습니다.

옛 CIA 동료가 스티븐 시걸에게, “상원의원을 없앨 거야”라고 하자, 스티븐 시걸은 “우리가 왜 우리 상원의원을 없애는데?”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못 할 건 뭐야. 옛날 로마인들도 그랬는데”라고 대답합니다. 스티븐 시걸은 그러자 제법 진지한 말투로 대답하는데, 뭐라고 하냐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로마인이 아니잖아.”

덧글

  • rumic71 2017/11/06 21:20 # 답글

    이 영화 설정이 시걸형의 실제 배경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었지요. CIA출신이니 뭐니 하면서...
  • 게렉터 2017/11/20 21:15 #

    그건 좀 심해 보입니다. 스티븐 시걸의 실제 배경과 삶 같은 것은 결코 훌륭하지 않은 면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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