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영화

2017년 개봉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 영화 “라스트 제다이”는 크게 세 줄기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다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는 저번편 말미에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 간 강력한 포스의 젊은이인 레이가 포스, 전설, 악의 편, 선의 편, 갈등, 제다이에 관한 고민을 하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핀과 로즈가 엉성한 재주이지만 애써서 일종의 특수 첩보 작전 같은 것을 펼치는 모험 입니다. 세번째는 추격해 오는 퍼스트 오더를 피해 도주 하는 저항군 함대의 이야기였습니다.


(포스터)

화면을 살펴 보자면, 환상적인 외계 행성의 도시나 건물을 보여 주는 부분은 조금 적었습니다만, 막판 무렵에 나오는 피처럼 붉게 변하는 소금 사막 풍경은 아름다웠다고 느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외계 동물들은 다들 보기 좋은 편이었지만, 영화 내용에 어울린다기 보다는 그 자체로 귀엽고 보기 좋게 꾸미는데 치중한 쪽 아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해, 악당 두목의 옥좌와 그 주변의 경비병들은 구식으로 꾸며진 것이기는 해도 은근히 옛날 악마 숭배나 사악한 이교도 느낌을 풍기면서 음산한 맛이 잘 어울렸습니다.

대체로 우주 전투를 묘사한 장면들은 훌륭했습니다. 특히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펼쳐지는 전투는 “이래서 스타워즈를 보러 오지”라는 생각이 들만했습니다. 다양한 특징을 가진 환상적인 우주선들이 그 모습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움직이며, 화려하고 현란하고 웅장한 것들이 온통 난리를 치면서 움직이는데도 그런 모습들이 눈에 다 잘 들어 옵니다. 신나는 우주 비행의 호쾌함도, 전투의 처절함도 잘 살아 있었습니다. 음악도 아주 좋아서 작곡도 녹음도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바그너 오페라의 유도 동기 수법을 연상시키게 하는 영화 음악 선율은 비슷한 영화에서 종종 보던 것이지만 이 영화만큼 잘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전투 이외의 이야기는 전투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구체적인 갈등을 화면에 보여 주는 장면이나 어떤 행동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적은 편이고 그에 비해 가만히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장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습니다. 화가 났다고 괜히 벽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 같이 상투적인 연출도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전쟁 쪽 이야기는 “자꾸 격추되네, 이러다 대패하면 어쩌나”, “전멸하면 어쩌나”, “포위되면 어쩌나”하면서 계속 아슬아슬하게 몰고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쫓기고 밀리는 것을 눈으로 보게 해 주면서 그런 위기감을 계속 불어 넣습니다. 그에 비해 주요 인물이 고뇌하는 내용은 싱거운 말싸움을 하거나 또 무슨 환상 속에서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니 마니 그런 거였습니다.

억지로 갈등의 절정과 결말을 갖다 붙이는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스타워즈 세계에는 제임스 본드 영화 같은 것이 없는지, 하고 많은 옛 영화 속 악당들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악당이 주인공을 붙든 뒤에 바로 죽이지 않고 친절하게도 자기 음모를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길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연히 그러다가 주인공들에게 기회를 줄 뿐입니다. 그런 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상이나 나오는데, 그 중 하나에서는 심지어 20세기의 유물로 잊혀진 줄 알았던 “쉽게 죽일 수는 없지. 고통스럽게 죽여야 하니 바로 죽이지 말고 뜸을 들이자. 그러면 그 틈을 타서 저놈들이 아슬아슬하게 탈출하고 역으로 우리를 박살내겠지?”라는 진행도 나옵니다. 정말 “쉽게 죽여줄 수는 없지, 고통스럽게 죽이자”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는, 저도 상투적인 표현입니다만,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 할리우드 대작 제작사라고 해서 무조건 저런 대사를 쓰면 원고를 내던지는 것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고.

그 외에도 주인공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벗어 나는 방법이 한 두 가지 방식을 반복하는 것도 눈에 뜨였습니다. BB8 같은 기계는 인기가 많고 장난감 팔기도 좋다는 것은 공감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게 초강력으로 활약하는 것이 아닌지?

인물의 성격을 연출하는 대목도 몇몇 대목은 너무 흔한 수법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때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장렬한 인물의 전사 장면을 감상적인 음악과 함께 부각하는 장면이 몇 차례 되고, 그 중에 두 번 정도는 카미카제 공격을 치장해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한 번은 실패하기는 합니다만. 영웅적인 행동, 전쟁의 희생을 보여 주는 방법이 이런 것 밖에 없을까, 고민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퍼스트 오더 쪽 군대의 모습은 대함대의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나, 전투의 심각함이 필요한 것보다 덜 표현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신에 간간히 해괴하게 실 없는 농담이 나오는데, 아예 웃기지 않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전체주의 군대다운 모습의 무거운 느낌을 충분히 묘사하지 못했다고도 느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멋지거나 굉장히 잘 어울리거나 하는 쪽이 많았습니다. 너무 위대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옛 배우들 보다는 지난 번 영화 이후로 새롭게 등장한 배우들이 좋았습니다.

벤 솔로의 애덤 드라이버나 레이 역의 데이지 리들리는 재미 없는 대사가 많고 현실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배역인 것치고는 잘 해낸 편이고, 포 역의 오스카 아이작이나 도둑역의 베니치오 델 토로는 잘 어울렸습니다. 핀 역의 존 보예가는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매우 훌륭해서 인물의 감정을 가깝게 관객이 느낄 수 있으면서도 항상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흘러 가게 만들어 주고 있었고, 새롭게 등장한 로즈 역의 켈리 마리 트란은 가장 눈에 뜨였는데 대사가 나쁘지 않나 싶은 장면이 많은 데도 나올 때마다 눈길을 잡아 끌만큼, 영화 속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둘의 비중이 조금 더 많기를 바랄 정도였습니다.


(로즈 티코)

은하계의 운명을 걸고 수십억, 수백억 종족의 목숨이 달린 결전을 벌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왕족 어머니, 아버지, 아들, 아들 애인, 아들 애인 친구 등등 몇몇 인간들이 서로 고집 부리면서 소리지르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던 시리즈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거기에서 벗어 나기 위한 몇 가지 변화가 일어 납니다. 아예 그런 성향을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상징적으로 극복하려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동기나 행동에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저는 전편 보다는 이 영화가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나왔다고 하기에는 아직 건너가는 느낌이라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인물 모습과 연기가 재밌어 보인다고 했던 핀과 로즈는 정작 좀 한심한 이야기에만 소비 되고 끝까지 보면 그 이야기의 역할이 더 허탈한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여전히 그 보다는 레이와 벤 솔로가 심각한 얼굴 표정만 화면 가득 보여 주며 감상적인 대사를 속삭이는 것이 은하계의 역사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 밖에...

옛 스타워즈 시리즈의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이 몇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아련하게 그 추억에 빠지면 그 영화와 그 영화를 보던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도 같이 아련하게 옛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 한 두 장면은 충분히 와닿을 법 하게 부드럽게 들어 가 있었습니다.

BB8을 그다지 귀중품으로 여기지도 않는 분위기인데 이런 드로이드를 한 100대 쯤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퍼스트 오더에 사이버 공격을 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이 R2D2와 C3PO라는 주인공 답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보고 이 둘이 우연히 엄청난 우주전쟁의 핵심에 휘말리며, 두 평범한 인물의 눈으로 전쟁과 영웅을 바라 보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본영화 “숨은 요새의 세 악인”과 비슷해지는데, 저는 이런 틀로 이야기를 꾸민 것이 영화에 생동감 있는 질감과 독특한 운치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스타워즈 영화가 또 나올 가능성은 아무래도 없는 것인지 안타까웠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만큼 영화를 발표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고 보장되는 시리즈도 없을 텐데, 과감하게 돈을 무지막지 하게 때려 넣어서 정말로 듣도 보도 못했던 환상적인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터미네이터2”나 “쥬라기 공원”의 화면을 봤을 때 충격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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