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극장 (지그펠드 걸, Ziegfeld Girl, 1941) 영화

1941년 MGM사 제작, 로버트 레오너드 감독작 "미인극장 (지그펠드 걸)"은 한 세대 전 쇼 비즈니스에 대한 찬사의 형식으로 4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만든 쇼 비즈니스에 대한 영화입니다. 원 제목인 "지그펠드 걸"이란 뉴욕 브로드웨이 쇼비즈니스 업계의 거물이었던 지그펠드가 자기 쇼에 출연시키는 여자 출연자들을 일컫는 말로, 당시 뉴욕의 많은 젊은 여성들이 지그펠드 걸이 되어 단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꿈을 꾸었던 배경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현대 한국 대형 기획사의 걸그룹 아이돌의 20세기 초 미국판이라 할 만한 말이 "지그펠드 걸"인 것입니다.


(헤디 라마르의 모습으로 종종 요즘에도 자주 나오는 이 모습이, 이 영화 속 무대의상 모습입니다.)

내용 구성을 보면, 요즘 자주 상연되는 뮤지컬 중에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무대이기도 하거니와, 별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던 사람들이 지그펠드의 부하들에게 캐스팅 되어 화려한 쇼에 출연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연을 겪는다는 골자도 닮은데가 있습니다. "브로드웨어 42번가" 보다 줄거리는 조금 더 헐렁한 편으로, 라나 터너, 주디 갈란드, 헤디 라마르, 세 배우가 연기하는 세 명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라나 터너의 비중이 제일 크고, 비중은 그보다 조금 작지만 출연 시간은 못지 않은 주디 갈란드가 그 다음이고, 헤디 라마르의 비중이 확연히 제일 적습니다.


(라나 터너와 제임스 스튜어트)

쇼 무대에서 친구가 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엮였다 풀렸다 하며 진행 됩니다. 라나 터너는 엘리베이터 안내원인데 우연히 발탁되어 쇼 무대에 서게 된 사람이고, 주디 갈란드는 작은 무대에 서던 어린 연기자였는데 지그펠드에게 발탁된 사람이고, 헤디 라마르는 바이올린 연주자인 남편을 따라 왔다가 우연히 발탁된 사람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연기자들의 속된 모습, 성실한 모습, 우아한 모습을 잡아 내기도 하고, 각각 쇼 비즈니스에 발을 들였다가 쾌락과 방탕에 타락해서 망하는 이야기, 성실하게 노력해서 거장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너무 이상하게 흘러 갈 때 즈음 깔끔하게 손 씻고 은퇴하는 이야기 등등을 보여 주면서 여러 면면을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주디 갈란드)

(한국에서 1948년에 개봉된 기록이 있고, "미인극장"은 당시 번역 제목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무난하고, 세 이야기가 동시에 있어서 다채로움도 있고, 한 세대 전 브로드웨이 쇼의 흥취를 꾸며 준다는 느낌은 괜찮습니다. 대신에 그냥 성실한 이야기는 너무 싱겁고, 타락하거나 타락할 뻔 하는 이야기는 또 너무 전형적인 틀대로 흘러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신 망한 뒤의 연기자가 우연히 극장의 계단을 걸어 내려오다 말고, 자신의 주특기인 멋있게 무대 위의 계단 내려오는 장면을 혼자서 상상해 보고는, 마지막으로 한 번 흉내 내어 보며 상념에 젖는 장면처럼, 복선, 연출, 연기가 잘 겹쳐서 구구한 설명 없이도 극적으로 꾸민 장면을 화면으로 보여 주는 몇몇 대목들이 있습니다. 그 덕에 그런대로 괜찮은 이야기라는 느낌은 주고 있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쇼)

타락해서 망하는 이야기가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화려한 쇼와 기회에 도전하는 청춘의 밝고 열띤 느낌 위주로 구성 되어 있고 웃긴 대사도 간간히 많은 영화 입니다. 게다가 지루한 영화라거나 심심한 영화와도 거리가 멉니다. 극중극으로 나오는 쇼 장면은 지그펠드 걸들이 과거 보여 주던 쇼를 실제 이상으로 보여 준다는 흥을 갖고 나오는 것이라 거창하고 화려한 맛에 많은 연기자들을 동원해 부려 놓은 옛날 MGM 뮤지컬 영화의 저력이 그득합니다. 라나 터너, 헤디 라마르 같은 그 시절 배우들이 전성기시절 모습을 마음껏 뽐내고 있고, 주디 갈란드에 주목해 본다고 해도 한참 재능을 폭발시키던 시기 주디 갈란드의 춤, 노래를 그대로 지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입니다.


그 밖에...

흑백 영화입니다만, 화려한 쇼 장면을 보면 컬러였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인공 배역 중 하나로 나오는 것처럼 포스터에 나오는데, 주인공은 아니고 조연입니다. 라나 터너 배역의 애인인 트럭 운전 기사로 나오고, 라나 터너의 성공과 방종을 지켜 보며 갈등을 빚는 역할로 나옵니다. 사실 트럭 운전 기사라는 느낌은 거의 나지 않아서 딱 맞는 역할은 아닌데, 그래도 가난하고 건들거리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사는 느낌을 표현하는데는 부족함이 없고, 막판에 라나 터너를 달래 주는 장면은 제임스 스튜어트가 착한 모습을 보여 주는 연기의 정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헤디 라마르의 배역은 클래식 연주자인 남편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재즈라도 연주해 보겠다며 극단에 오디션을 볼 떄 따라오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괜히 남 따라 극단에 온 것일 뿐인데도 처음 나타나는 순간 너무나 아름다워서, 연기자들로 가득한 좌중이 갑자 모두 할 말을 잃고 쳐다 보는 역할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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