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없는 여인 (A Lady Without Passport, 1950) 영화

1950년 MGM 제작, 조셉 루이스 감독작 "여권 없는 여인"은 당시 느와르 영화 유행에서 한 부류를 차지했던 어딘가 이국적인 이상한 지역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고 위험한 여자가 나타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국적인 장소는 쿠바의 하바나이고, 주인공은 하바나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하게 해 주는 업자와 다투게 됩니다.


(포스터)

옛날 느와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대놓고 범죄와 싸우는 탐정이나 경찰인 이야기 못지 않게, 탐정이나 경찰이 아니라 범죄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탐정, 경찰 이야기보다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보험조사원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가장 금방 떠오르고, 시체를 살펴 보는 의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든가 하는 이야기도 생각 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불법 체류자 문제를 조사하는 미국 이민국의 담당 요원입니다. 그래서 쿠바 하바나로 가서 살벌한 불법 입국 조직을 파헤치려고 하는 겁니다.

이야기 중심 구조는 느와르 영화의 흔한 틀 그대로 이고, 여기에 이 영화만의 배경에 해당하는 소재를 얹었습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정체를 숨기고 범죄 조직에 자기도 범죄에 가담할 것처럼 잠입하는 “무간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이민국 요원이 자기도 불법 입국을 하려고 하는 사람인척 하고 악당에게 접근을 한다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주인공은 악당들의 밀거래 수법을 잘 알고 있고 뒷골목 세계에 밝은 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 느와르 영화에서 재즈 클럽의 가수가 흔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라틴 음악을 연주하는 하바나 술집의 댄서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다가 당연히 그 과정에서 위험한 여자를 만나고, 주인공은 자신이 검거해야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한 여자와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뭐 그런 이야기로 흘러 갑니다.


(문제의 여권 없는 여인. 처음 하바나에서 주인공을 만났을 때에는 헝가리 상류층 집안의 자식이라고 소개합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그렇게 느와르 영화의 기본 뼈대에 이 영화만의 배경을 얹은 것,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뭐가 그 이상 특별히 더 신기하고 재미 있는 것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제목에 해당하는 역할인 "여권 없는 여인"을 헤디 라마르가 맡아서 연기하고 있는데, 헤디 라마르의 주특기인 신비롭고 위험한 여자 역할을 잘 보여 주고는 있습니다만, 특별히 하는 행동 없이 그냥 남자 주인공과 악당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역할이 전부입니다. 심지어 대사도 별로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헤디 라마르는 한쪽 팔에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의 일련 번호가 찍혀 있는 도망친 유대인 난민 출신 불법 입국자로 나오는데, 그런 이야기 거리가 별로 활용되는 것도 없습니다.


(하바나의 댄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74분 밖에 안 되는 영화라서 크게 빠지는 구석 없이 그 표준 틀대로 해야 하는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도 지겹거나 모자란 느낌은 안 난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 와중에 그럭저럭 참신한 배경이 장식은 되어 줍니다. 하바나의 풍경, 음악, 더운 열대의 밤 분위기, 불법 입국 이야기이니 자동차 추격전 대신에 비행기 도주 이야기가 끼어든다든가, 미국의 대도시에서 멀지 않지만 정글의 야생 분위기가 오묘한 플로리다 습지를 배경으로 해서 안개낀 새벽의 추격전을 보여 준다든가, 그런 장면장면들은 개성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존 호디악이 맡았는데, 존 호디악의 대표작 중에는 "Mission Over Korea"가 있습니다. 한국의 김포 비행장에 주둔하는 미군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 중인 조종사 역할로 나옵니다.

핑백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