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마담 (皇家師姐, 황가사저, 1985) 영화

양자경이 경찰 반장으로 나와서 악당들을 다 두들겨 패고 쓸어 버린다는 홍콩 영화가 1985년에 나왔으니 바로 “예스 마담” 입니다. 이 영화는 인기 돌풍을 일으켜서, 몇 년간 홍콩에서 여자 주인공이 화려하게 싸움을 벌이는 오락 영화가 쏟아졌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예스 마담”의 속편이거나 속편을 가장하거나, 혹은 “땡큐 마담” 같은 비슷한 어감의 제목으로 소개 되었고, 그 결과 80년대 후반에는 “마담 시리즈” 내지는 “마담 영화”라고 불리우는 여자 주인공이 다 두들겨 패 버리는 홍콩 영화를 한 무더기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영화들을 당시에는 마담 시리즈, 마담물, 마담 액션이라는 식으로 불렀는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이 영화 “예스 마담”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포스터)

그 출발에 충분히 어울릴만하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양자경은 싸움 장면에서 대단히 뛰어 납니다. 몸을 내던지면서 열심히 싸우고 날렵하게 움직여서 화려한데다가, 시원시원한 발차기와 뛰는 동작은 그냥 봐도 힘이 확확 전해 옵니다. 원래부터 무술을 꾸준히 연마한 사람인 건지, 어떻게 저렇게 싸우는 연기를 잘 하나 궁금할 정도 였습니다. 싸우고 맞는 동작의 힘을 터뜨리는 표정이라든가 뜸들일 때의 기세 같은 것도 잘 연기를 하고 있어서, 비슷한 시대 최고의 싸움 장면을 보여 주던, 성룡이나 원표에 비해서도 그다지 많이 모자라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가 양자경에게 확실히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마이크로 필름을 빼돌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악당이 있는데, 우스꽝스러운 좀도둑들이 우연히 그 마이크로 필름을 중간에서 뭔지도 모르고 다시 훔쳐 가면서 생기는 소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초점을 사건을 추적하는 양자경에게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이 우스꽝스러운 좀도둑들과 이 사람들이 벌이는 코미디 장면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 좀도둑들 이야기가 아주 재미 없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 사람의 좀도둑들은 서로 특징과 성향이 나뉘어 티격태격하는데다가, 세 사람의 관계나 세 사람의 주특기 같은 것들이 복선으로 사용되는 이야기 구조는 따라 가는 재미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당시 홍콩 코미디 영화 특유의 왁자하고 시끌벅적한 느낌과 합해지면, 좁아 터진 집에 온갖 물건을 쌓아 놓고 작업실을 꾸민 이 별 볼 일 없는 무리들의 모습도 그럭저럭 당시 홍콩 소시민의 모습의 일면을 비추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좀도둑들의 코미디가 정말로 이야기를 살리는 재미거리가 되기에는 아무래도 웃기는 방식이 고리타분 합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소재가 그냥 “웃자고 하는 짓”이라는 이름으로 잘도 나오는 장면이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의 잔잔한 코미디들은는 아무래도 시간 보내기에 가까운 것이지 정말 영화 전체를 흔들며 재밌게 해 주는 핵심이 뚜렷한 대소동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양자경의 싸움 영화니 말입니다.


(걸리면 끝내 주실 분들)

좀도둑들의 코미디 말고도 양자경의 싸움 장면 분량을 빼앗아 가는 것은 또 있습니다. 옛날에는 나부락(羅芙洛)이라고도 부르던 신시아 로스록이 런던에서 특별히 파견된 동료 경찰로 나와서 나름대로 액션 장면을 일부 벌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양자경과 신시아 로스록이 파트너 비슷한 관계인 것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처음에는 서로 성향이 안 맞아서 티격태격하던 경찰 파트너들이 같이 일을 해 가면서 정이 들고 그래서 서로 장점을 합쳐서 멋지게 힘을 합친다는 “리쎌웨폰”식 경찰 영화 틀을 따릅니다. 그런데, 이게 잘 풀리지 않은 것입니다.

일단 양자경과 신시아 로스록이 호흡을 맞추기 보다는 각자 혼자서 화려하게 빛나는 장면이 많아서 서로 갈등을 빚고 갈등을 풀고 어쩌고 할 기회가 적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 좀도둑 코미디에도 비중을 빼앗기고 있어서 둘 사이의 이야기가 잘 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극중의 신시아 로스록 배역은 괴상하게 사람 패고 고문하는 일만 잘 할 뿐 아무 호감 갈 것이 없는 인물로 나오고 있어서 재미는 더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신시아 로스록의 싸움 장면은 부족할 것이 없었습니다. 양자경이 한 명 더 있다고 할 만큼 신시아 로스록의 싸움 장면은 괜찮아서, 막판 대결전에서 두 사람이 수십명의 악당들과 열심히 싸우는 장면은 이 시절 마담 시리즈 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것을 충분히 보여 주었습니다. 악당 집에 쳐들어 가서 기물을 부수거나 피하고 뛰어 넘으며 싸우고 봉, 칼들까지 이용해서 긴박한 싸움을 길게 펼칩니다.

갈피 잡기가 좀 애매한 영화라서 결말도 감정이 산뜻하게 정리된다기 보다는 좀 대충 잘라 끝내는 느낌입니다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양자경의 멋진 발차기 만은 기억에 남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양자경은 요즘에는 강인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개성으로 보여 주면서 자주 나오는 배우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개성이 훨씬 덜한 좀 더 전형적인 미인상에 가까운 젊을 때의 모습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래서인지 싸움 장면은 언제보다도 더 강인하고 위엄 있게 보였습니다.


그 밖에...

좀도둑 3인조 중에 한 명으로 서극 감독이 배우로서 출연 합니다.

“예스 마담”은 “Yes, Madam”이라는 대사가 제목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경찰 반장에게 그 부하들이 예의를 갖추어, “예, 반장님!”이라고 대답하는 말을 제목으로 삼은 것입니다. “Yes, Sir”하고 같은 뜻인데, 주인공이 여성이니까 “예스, 마담”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쩌다 보니, “예스라는 별명을 가진 어떤 여성 인물”을 일컫는 무슨 호칭처럼 되어서, 주인공의 별명이 “예스마담”이다라는 식으로 이해되게 되었고, “예스 마담”에서 극중 양자경의 배역을 “저 사람이 바로 ‘예스마담’이다”이라는 식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배급사에서 내 건 광고물에서도 아예 그런 식으로 선전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인데, 제목에 “프랑켄슈타인”이 있으니 꼭 이야기 속 괴물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제목이 “예스 마담”이니 제목에 나오는 “예스 마담”이라는 말이 주인공의 칭호라고 무심코 여기게 된 느낌입니다. 이후로 1980년대 후반 여자 주인공이 나와서 악당들을 다 박살내는 홍콩의 활극 영화들을 두고 "땡큐 마담", "폴리스 마담(포리스 마담)" 등의 제목을 붙이면서, 이런 부류의 영화들을 일컫는 말도 마담 시리즈, 마담 물, 마담 액션 등으로 정착되게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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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8/08/09 21:31 # 답글

    이름은 들어 봤지만 보진 못한 영화군요. ^^ 케이블 같은데서 하면 봐야겠네요
  • 게렉터 2018/08/10 21:15 #

    양자경 싸움 장면만 뽑아보면 1편이 훌륭한데, 전체적으로는 2편이 좀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3편도 1,2편에 비해 나쁠 것 없고 더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더카니지 2018/08/09 21:41 # 답글

    영국령 홍콩 시절의 홍콩 영화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가 그립네요. 그러고보면 성룡, 이연걸 주연의 80~90년대 홍콩 영화는 케이블에서 자주 해주는데 예스마담 같은 여성 주연 영화는 거의 안해주는 느낌이에요.이소룡-성룡, 이연걸, 원표, 홍금보, 견자단 이후 홍콩 액션 스타의 계보가 사실상 끊겼는데 홍콩 여성 액션 스타는 더 심한듯. 임청하, 양자경 이후 생각나는 분이 없네요.
  • 게렉터 2018/08/10 21:16 #

    케이블TV에서는 VOD로 보기 힘든 영화들 위주로 좀 틀어 주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떨이로 왕창 방영권 사왔던 영화 중에 케이블로 틀어서 밤에 우연히 걸려 보면 제법 재미난 영화 있을텐데 하는 생각 종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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