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마담 (天使行動, 천사행동, 포리스 마담, 1987) 영화

“예스 마담” 이후로 시작된 여성 주인공이 다 부수고 싸우면서 악당들을 엎어 버린다는 이야기들은 1980년대말에 한국에서 크게 유행 해서, 이런 영화들이 마담 시리즈, 마담 물, 마담 액션이라고 불리우게 됩니다. 그러니 나중에는 “예스 마담”과 별 비슷한 면이 없어도 그냥 대충 비슷한 느낌이 있는 장면만 좀 있으면 마담 액션으로 포장할 지경이 됩니다.


(포스터: 홍콩 영화지만 일본판 비디오 테이프 표지라서 주인공 중 한 명일 뿐인 사이조 히데키를 크게 강조했습니다.)

바로 이 홍콩 영화 “폴리스 마담”은 그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이 영화는 특수 작전을 하는 “천사”라는 사설 비밀 팀이 있어서 그 팀이 초대형 마약밀매조직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팀 중에 여성 팀원이 둘 있어서 싸우는 장면이 꽤 나오니까 대충 이것도 마담 액션으로 몰았던 겁니다. 그리고 기왕 마담 액션으로 모는 김에 확 더 몰아 붙여서 아예 제목에서부터 “폴리스 마담”이라고 “마담”자를 박아 넣은 것입니다.

그러니 따져 보자면, 제목은 “폴리스 마담”이지만, “폴리스”와도 상관 없고 “마담 액션”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폴리스 마담”이라는 제목도 이상한 것이 이 영화입니다.

원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예스 마담”은 “Yes, Madam”이라는 대사가 제목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경찰 반장에게 그 부하들이 예의를 갖추어, “예, 반장님!”이라고 대답하는 말을 제목으로 삼은 것입니다. “Yes, Sir”하고 같은 뜻인데, 주인공이 여성이니까 “예스, 마담”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쩌다 보니, “예스라는 별명을 가진 어떤 여성 인물”을 일컫는 무슨 호칭처럼 되어서, 주인공의 별명이 “예스마담”이다라는 식으로 이해되게 되었고, “예스 마담”에서 극중 양자경의 배역을 “저 사람이 바로 ‘예스마담’이다”이라는 식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배급사에서 내 건 광고물에서도 아예 그런 식으로 선전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인데, 제목에 “프랑켄슈타인”이 있으니 꼭 이야기 속 괴물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제목이 “예스 마담”이니 제목에 나오는 “예스 마담”이라는 말이 주인공의 칭호라고 무심코 여기게 된 느낌입니다.

“땡큐 마담”이라는 제목이 나왔을 때만 해도, 역시 “Thank you, Madam”이라고 주인공의 제자들이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를 옮긴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땡큐 마담”만 해도 그나마 원래 “예스 마담”과 비슷한 방향을 지키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 “폴리스 마담”에 이르면, 에라 모르겠다, 뭐 다들 양자경은 예스마담, 호혜중은 땡큐마담이라고 하는 판에 이 영화에도 여자 주인공이 싸움 하는 장면이 나오니 무슨 마담이라고 하고, 요즘에 “폴리스 스토리”이런 거 유행하는 거 같으니 “폴리스”라는 말 앞에 달지 뭐. 좀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인 듯 합니다.

“폴리스 마담”이라는 제목과는 정 반대로 이 영화는 인터폴과 경찰 조직에서 범죄 조직을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게 되어, 경찰이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 주는 비밀 사설 조직에 연락을 취하고, 그 비밀 사설 조직의 활약을 보여 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무슨 마담 한 명이 아니고 남녀가 섞인 이 팀의 팀원 여러 명입니다. 이 비밀 사설 조직은 단장이자 작전을 세우는 대장 배역을 강대위가 맡았고, 실제 작전의 중심이 되는 부하들은 천사 1호, 천사 2호 라는 식으로 별명을 붙여 두고 일이 있을 때마다 소집해서 팀을 꾸려 활동하는 방식입니다.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활동 하는 비밀 대원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총 세 명의 대 명 중에 두 명이 여성이니, “찰리의 천사(Charlie’s Angels)”라고 대원들을 불렀던 미국 TV시리즈 “미녀삼총사”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실제 이 영화 속 대원들의 활동은 “미녀삼총사” 보다는 “A특공대”에 좀 더 가깝습니다. 대장이 직접 등장하여 같이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이라든가, 경찰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두둑한 돈을 받고 해 준다든가 하는 방식은 분명 “A특공대” 느낌입니다. 작전 방식도 변장이나 잠입으로 좀 조용히 해결을 보는 방식 보다는 기관총을 발사하고 수류탄을 던지며 펑펑 터뜨리는 방식이라 좀 더 “A특공대”에 가깝습니다.

“제 5전선” 그러니까 “미션 임파서블”과 닮은 면도 좀 있습니다. 팀원들이 모이는 장소가 대장의 고급 아파트라든가, 정부 당국의 부탁으로 일을 진행한다든가, 팀원들이 각자 평소에는 자기 생업에 종사하다가 일이 생기면 모인다든가,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좀 단정하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다닌다든가 하는 점은 또 “미션 임파서블” 느낌입니다. 그런 식으로, 적당히 이런저런 비밀 팀 이야기를 섞은 것으로 해서, 악당의 음모를 알아내고, 악당의 기지를 추적하고, 악당의 기지를 습격하고,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차근차근 이어지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비밀 조직 천사들의 모임. 왼쪽이 이새봉, 중앙이 여소령, 오른쪽이 대장 강대위 입니다.)

전체 이야기가 긴밀히 찰싹 달라 붙게 연결 되는 느낌까지는 아닙니다. 명작이라면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고, 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앞의 복선이 피어나며 감동을 주는 법일텐데,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그냥 이야기가 부드럽게 잘 흘러 간다는 정도 입니다. 조금은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엮기 위해서, 괜히 악당이 “너는 어차피 풀지도 못할 거야, 낄낄낄”이라면서 암호를 괜히 알려 준다든가,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사실 체력이 아주 좋아서 살아 있었다”고 우기면서 넘어가는 흠도 있기는 합니다. 특히 기껏 고생고생해서 탈출시켜 놓은 인물이, 몇 장면 지나자 용감하게 비밀을 알아내겠답시고 대뜸 다시 악당을 찾아가는 장면은 허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 장면장면 하나 씩은 또 어지간히 볼만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몇 십만 달러짜리 토끼 인형을 거래한다는 기록을 보면서 무슨 사연이 있는 거래인지 영화 속 등장인물과 관객이 같이 궁금하게 하는 대목이라든가, 악당과 관계 있는 회사에 잠입하기 위해 홍콩 고층빌딩 숲을 몰래 지나가다가 경비의 눈을 피해 맨몸으로 높은 곳에 매달려 몸을 숨기는 장면이라든가, 클럽에서 여유를 부리며 대화를 하는데 사실은 악당이 바로 곁에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이라는 점을 보여줄 때 역설적인 아늑한 재즈 음악을 배경에 들리게 한다든가, 암살을 하기 위해 칼을 들고 덤벼드는 악당들이 검은 옷에 검은 헬멧을 쓰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려 드는데 그 모습이 만화 속에서 붕붕 날아서 덤벼오는 닌자 같은 느낌을 준다든가, 고층 빌딩이 가득가득하고 사람과 차들로 붐비는 거리, 그 수많은 간판 아래를 지나갈 때 자동차 유리에 그 복잡한 풍경이 비치게 해서 홍콩 거리 그 특유의 감상을 보여 주는 장면, 짧게 그냥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보기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으로 소란한 도시의 한 구석에서는 악당과 특수조직의 추격전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는 흥취를 주었습니다. 악당이 자동차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서 중간에 옆 차로 몰래 옮겨 탄다든가, 단추가 많은 옷의 단추 하나하나가 집어 던질 수 있는 무기라든가 하는 잔잔한 아이디어도 재미난 것들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큰 덩어리로 밀고 있는 자동소총 탄환을 후련하게 퍼붓는 큰 싸움 장면들도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화려하게 펼쳐진다거나 놀라운 연출이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만, 세 명의 팀원이 뛰어 들어서 악당 수십명과 함께 온통 총알 폭풍을 만들어 내는 장면은 어느 정도 볼 거리는 충분히 되어 줍니다. 줄잡아 한 40명쯤 되는 악당들이 온갖 방향에서 몰아 닥치며 주인공을 공격하는데 주인공은 그 많은 총알을 한 발도 안 맞고, 주인공은 대충 자동으로 쏘아 대면 악당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80년대 총격전 특유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뭐 어처구니 없기는 해도, 총을 쏘는 방향, 방식, 간간이 추임새처럼 끼어드는 폭파 장면 등등이 잘 배치 되어 섞여서 리듬감 있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는 이야기와 동시에 전쟁터처럼 자동소총 총알 수천발을 퍼부으며 건물을 펑펑 부수고 싸우는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을 특징으로 노린 영화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하면 아름다운 들판의 꽃밭 풍경을 보여주는데, 좀 자세히 보면 그 꽃밭이 사실은 양귀비 꽃밭이라서 마약 밀매 조직의 근거지라는 점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줍니다. 그렇게 해서 대사 한 마디도 없이, 80년대 태국 당국이 악명 높았던 마약 밀매 조직의 근거지 “골드 트라이앵글”을 습격해서 격렬한 전투를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 당한 보복으로 악당 조직의 급진파가 경찰, 인터폴에 대한 보복으로 도시에서 암살을 펼친다는 이야기가 연결 됩니다. 본론으로 이어지기 전, 주인공도 안 나오는 도입부치고는 좀 장황하기는 한데, 그래도 또 그게 그런대로 지겹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 어떤 싸움 장면이 나오겠다는 점을 잘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새봉)

그런 식으로 적당히 돌아 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팀원들이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차분한 주인공 느낌의 사이조 히데키는 중심으로 괜찮고,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고 미모를 과시하는 역할을 떠 맡은 여소령도 개성이 뚜렸했습니다. 진지한 표정이 가득한 사이조 히데키와 대조적으로 여소령은 모든 것이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어떤 게 재밌는지, 어떤 게 얼마나 돈이 되는 지 하는 이야기만 농담처럼 여유 있게 말하는데, 이런 인물은 팀의 개성을 다양하게 하는 한 축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소령의 배역은 다른 사람인 척 하면서 악당을 속이는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역할도 재밌는 것이 있어서, 좀 더 비중이 확 컸으면 훨씬 더 좋지 않겠나 싶을 만큼 멋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 “마담”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게 한 장본인인 이새봉(문 리)가 있습니다.

이런 마담 액션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런 기막힌 역할을 많이 맡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이새봉은 독특한 멋을 자랑합니다.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 영화배우 모습인 양자경이나, 또 싸움 장면을 멋지게 해 낼 수 있는 분위기의 양리칭 같은 배우와 비교하자면, 이새봉은 사실 몸집도 유난히 작아 보이고 얼굴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순박하고 어린 모습이 강해서 기관총 쏘고 발차기 하는 이런 영화에 금방 바로 떠오를 느낌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이새봉이 돌변해서 싸우기 시작하면 기막히게 멋지게 싸우는 겁니다. 특히 안 싸울 때의 그런 모습 때문에 싸울 때는 더 열심히 더 온 힘을 다해서 싸우는 느낌이 납니다. 관객들로서는 더 쉽게 이새봉 편에 서서 “지면 안되는데”하고 아슬아슬하게 응원하게 됩니다. 이새봉이 그런 연기를 아주 잘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막판 공장에서 벌어지는 결전에서는 공장 바닥에 굴러다니는 쇠파이프를 잡아다가 그것을 소림사의 봉술처럼 쓰면서 수십명의 악당과 겨루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순간은 그야 말로 최고라서, 몇 초 사이에 관객을 완벽히 사로 잡으며, 왜 이새봉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장면이 더 안 나오냐는 아쉬움을 깊게 불어 넣어 줄 정도였습니다.


(회사원으로 보통 때는 지내고 있는 이새봉)

영화 속 이새봉은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의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동료가 무슨 서류나 볼펜을 달라고 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휙 집어다 던지는데 기막히게 정확하게 그 물건이 날아 갑니다. 바로 그 솜씨로 수류탄과 단검을 던지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겁니다. 소림사의 주방장이 그릇 닦는 것으로 손아귀 힘을 길러서 권법을 수련한다는 이야기를 80년대 홍콩의 빌딩 숲으로 옮겨온 모양 아니겠습니까?


그 밖에...

당시 흔히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어 “대도유가리”라고 부르던 오시마 유카리가 악당으로 나옵니다. 너무 전형적인 더럽기만 한 악당 인물이라서 좀 한심하고 재미는 없는데 꾸준히 보고 있으면 그런 더러운 악당 역할을 배우가 썩 잘해내고 있습니다. 막판에 이새봉에게 귀신 같은 기새로 덤벼드는 장면은 아주 잘 해냅니다.

한국 배우인 황정리가 마약 밀매 조직의 두령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좀 제 정신인 인물로 나와서 오시마 유카리와 대립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비중은 적지만, 아주 잘 어울리며 연기도 좋고, 전성기가 좀 지난 시절 찍은 영화지만 격투 장면도 말끔했습니다. 황정리는 홍콩 영화에서는 주로 악역으로 많이 나왔고, “흑룡강” 같은 일부 한국 영화에서는 멋진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처럼 악당과 선한 편에 슬쩍 걸쳐 있는 인물이야말로 가장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 듯 보입니다.

팀원 중 한 명으로 나온 사이조 히데키는 지난 봄에 별세했습니다. 70, 80년대 일본의 대표적 아이돌 가수 중 한 명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연기도 좋은 편입니다. 극중에서는 평소에 가라데인지 유도인지 비슷한 전통 무술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다가 팀이 소집되면 작전에 뛰어드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황금 수송 트럭에 숨었다가 악당의 계책으로 트럭 통째로 땅에 묻혀서 콘크리트로 봉인되는 위기를 겪는데, 이때 구출될 때까지 오래 버티기 위해 트럭 안에서 마음을 비우며 명상을 합니다. 잘못 연기하면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인데, 제법 진지하고 그럴싸하게 보여 줍니다.

이 무렵 홍콩영화에서 제목의 "행동"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영어 "Action"의 번역으로 종종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천사행동"이라는 제목은 "Angel Action"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목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영화입니다. 한자로 표기하는 정식 제목은 “천사행동”이고, 영문 제목은 “Angel”인데, 아무래도 “Angel”이라고 하면 너무 썰렁하기 때문에 영문 제목으로는 “Iron Angels”이나 “Midnight Angels” 혹은 “Fighting Madam”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나왔을 때에는 통상 “포리스 마담”이라고 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표기를 바꾼 “폴리스 마담”으로 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속편부터는 제목이 더 복잡해 지는데 그 이야기는 또 차차해 보겠습니다.

최근 이새봉이 겪고 있는 스캔들 소문과 소동을 보면 참 세상 모를 일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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