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마담3 (천사행동3 마녀미래, 天使行动3 魔女末日, 포리스 앤젤 마담, 1989) 영화

“폴리스 마담3”는 백주 대낮에 태국에서 외교 행사를 하는 가운데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대형 테러 집단이 정부 요인을 모조리 암살할 작전을 세우고 있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용은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설 특수 조직 대원들이 태국에서 대형 테러 집단의 음모를 막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초반은 그런대로 그럴듯한데, 중반 이후로 이상하게 어긋나 있는 영화로 흘러 갑니다.


(포스터: 재전천애 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곳도 있나 봅니다)

본론의 출발부터가 약간 불길합니다. 대원 중 한 명 역할을 맡은 방중신이 미국에 있는 정부 비밀 작전 기관 같은 것을 찾아 가서 임무에 대한 소개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이상하게 느릿느릿하고 장황합니다. “누구누구를 만나러 왔는데요. 어디로 가면 되죠? 아, 감사합니다.” “이쪽인가?”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는 누구누구인데요. 누구누구 계신가요?” 사무실 직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장면을 아무 이유 없이 한참 보여 주면서 시간을 끕니다. 임무에 대해 소개를 듣는 것도 좀 이렇게 뜻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작전이 시작되는 대목으로 넘어 가면 내용이 한 동안 재밌어집니다.

무대는 다시 태국으로 돌아 가서 이새봉(문 리)가 연기한 다른 천사 대원 한 명이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러 가고 있습니다. 이새봉은 여기서 물정 잘 모르면서 괜히 수다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사람 역할인 척 하는 것으로 가장한 특수 조직 대원입니다.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들과 특수 조직이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이새봉이 가장한 밝은 옷에 긴 치마는 꼭 옛날 빨간머리 앤 같은데 나오는 옛 선생님 같은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게 이새봉에게 참 잘 어울립니다.

이새봉은 너무 말이 많고 옆 사람에게도 말을 많이 걸어서 뭔가 불편하게 하는 사람인데, 코미디로 표현하는 이 모습이 아주 훌륭합니다. 거의 이새봉의 진정한 장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작전의 목표인 대상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방심하고 단 둘이 있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기차를 같이 탄 다른 승객인 목표물에 접근하자, 이새봉은 돌변하여 다트를 던지고 공격을 시작합니다.

80년대 후반 이후, 여성 주인공이 나와서 악당들을 다 박살낸다는 영화들, 그러니까 소위 “마담 액션”이 "예스마담" 이후 유행했을 때, 이새봉도 거기에 한 몫 끼었습니다. 그런데 이새봉은 유난히 작아 보이는 몸집에 어려 보이고 이제 막 학교 졸업한 것 같은 순박한 모습이 일견 이런 격렬한 싸움 영화에는 잘 안 어울려 보이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돌변하여 열심히 격투를 하면 그만큼 더 대단해 보이고, 관객입장에서는 더 아슬아슬하게 응원하면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이 대목은 바로 그런 대조감의 매력을 잘 살리는 장면이었던 것입니다.

첩보물의 한 장면으로도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관객도 이새봉이 왜 저렇게 멋모르고 엉뚱한 사람으로 나오나 싶어 사연이 궁금한데, 이새봉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놀라움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쌍절곤 이새봉)

이렇게 해서 격투 끝에 목표물이었던 사람을 제압하고 이새봉은 그 사람의 옷과 장신구를 빼앗아 그 사람으로 가장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사실 악당 조직에서 새로운 암살자로 영입했는데 이새봉이 그 새 암살자인척 가장하고 악당 조직에 잠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후의 이야기도 재미 있어서, 악당들이 이새봉을 맞이한 후에 들판 한 가운데 있는 움막에서 이새봉에게 옷을 모두 갈아 입으라고 해서 이새봉이 비밀무기나 발신기 같은 장비를 포기하게 하는 점, 악당들이 안내하는 작은 차를 커다란 트레일러에 태우고 그 트레일러를 닫은 후에 이동해서 어디로 가는 지 안 보이게 하는 점 등등은 신기하고, 거창하고 흥미로우며, 동시에 이새봉을 점점 위기에 빠뜨리는 느낌도 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새봉이 도착한 곳은 제임스 본드 영화에 자주 나오던 악당들의 기지입니다. 태국식 사원 모습으로 건설되어 있는 이 악당 기지는 커다란 궁전 같이 생겼고, 누가 다 디자인하고 주문생산 해 주었는지 재미난 유니폼을 입은 악당들이 일렬로 병사들처럼 도열해 있는 곳입니다. 이국적인 금발의 푸른눈을 지닌 여성인 악당 두령은 딱 제임스 본드 악당처럼 중앙의 왕좌 같은 곳에 앉아서 “하하하, 한번 실력을 테스트해 보실까” 어쩌고 하면서 역시 딱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악당 총두목 같은 대사를 읊습니다.

여기까지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럭저럭 제임스 본드 영화의 가벼운 아류작 흉내 정도는 흥을 따라 가는 오락 영화로 해 볼만한 장면이고, 악당 총두목 역할도 그럴듯하게 어울립니다. 특히 조그마한 새끼 악어를 애완동물로 삼아 쓰다듬는 것이 나오는데, 제임스 본드에서 흰 고양이를 쓰다듬는 스펙터 총두목을 따라한 것이지만 나름대로 개성 있고 신기한 모양입니다. 새로 고용된 암살자인 척 해야 하는 이새봉은 이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명의 부하들과 격투해서 모두 쓰러뜨립니다.


(악당 두목)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그런대로 평범한 영화가 되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이새봉을 고용할 시간이 부족했는지, 이 다음부터 영화는 엉뚱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새봉 이야기는 갑자기 확 끊어 버리고, 이새봉을 기다리고 있는 방중신과 다른 팀원들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포스터나 앞부분 30퍼센트만 보면 꼭 이새봉이 첩보물처럼 잠입해서 이상한 테러리스트 조직과 대결하는 영화인 것 같지만, 사실은 방중신과 그 친구들의 비중이 조금 더 큰 영화입니다. 놀랍게도 방중신과 그 친구들이 딴짓하면서 허송세월하거나, 자료 분석한다면서 이런저런 사무 작업을 하는 장면 등등을 보여 주면서 많은 상영시간을 보냅니다. 영화가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나 싶습니다.


(스트레스 완전차압!)

그 중에서 압권은 중간의 킥복싱 장면입니다.

방중신 일행은 태국의 유명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킥복싱 경기를 구경하러 갑니다. 그렇게 해서 영화 본론과 거의 아무 상관이 없는 킥복싱 구경하는 장면이 한참 펼쳐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킥복싱을 한 게임 보고 거의 끝날 때 쯤이 되면 한 킥복싱 선수가 너무 잔인하게 하는 것을 보고 말리려다가 즉석에서 관객이었던 방중신이 링에 올라 가서 싸우게 됩니다!

아무리 태국에는 재밌는 엔터테인먼트가 많다지만 이 정도까지 관객 참여적일 일입니까? 방중신과 킥복싱 선수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방중신 동료가 “내기 걸어서 돈 벌었다”고 좋아하는 경망스러운 장면이 또 한참 나오다가 문득 악당스러운 사람이 접근해서 뭔가 제안을 합니다.

이때 잠깐 “아, 그러면 이 긴긴 킥복싱 장면이 두 게임이나 나온 것은 사실은 킥복싱 선수 중에 싸움꾼을 모집하고 있는 악당에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었구나”하고 관객이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방향으로 한번 빠진 영화가 아무래도 다시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법인지, 또 이 악당은 음모를 밝히기 전에 괜히 결투하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렇게 해서, 이 영화 중반부를 장식한 긴긴 킥복싱 장면이 정말로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이 킥복싱 장면의 촬영과 연출이 의외로 엄청 좋다는 겁니다. 영화 본론과 큰 상관 없이 그냥 여름이니까 아이스 커피, 태국이니까 킥복싱, 뭐 이런 느낌으로 확 박혀 있는 장면일 뿐인데, 연출은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좋습니다. 킥복싱을 핵심으로 다룬 당시의 왠만한 다른 영화와 비교해 봐도 좋아 보일 정도입니다.

링 위의 눈부신 조명, 빠른 주먹과 발차기, 강한 충격, 맞는 아픔과 부상, 모두가 잘 보이고 잘 느껴지게 멋지게 찍혀 있고, 악당 선수 역할의 배우 연기도 기가 막힐 정도로 좋습니다. 관객들의 함성과 열광이 많은 엑스트라를 써서 아주 잘 잡혀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볼 때, 왜 갑자기 이렇게 아무 상관 없는 킥복싱 장면을 길게 보여 주지, 하면서 황당해 하다가도 그 장면을 또 재미를 갖고 지켜 보게 되는 자기 자신을 자각하게 되면, 이상한 자괴감과 함께 역설적으로 묘한 삶의 깨달음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본론과 아무 관계 없는 킥복싱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정직하게 강조한 포스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대충 어정쩡한 암호 풀이가 성공해서 문득 악당의 음모를 알게 됩니다. 악당의 음모란 정부 고위 관리가 모이는 행사장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영화라면 폭탄 테러나 멀리서 저격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악당 졸개들이 계속 행사장으로 소총을 들고 뛰어 들어 쏘아 댑니다. 그러니까, 악당들의 계획이란 정부 행사장에 대놓고 떼거리로 한 백 명 쯤이 돌입해서 자동소총으로 확 다 아작을 낸다는 극히 대범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 영화의 막판 대결전은 태국군과 악당 조직 병사들 수백명이 다같이 자동소총을 막 쏘아 대면서 화면에 소나기처럼 탄환이 쏟아져 내리는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전쟁 영화라고 해도 되는 장면인데, 많은 인원이 등장해서 자동소총 소품의 성능을 후련하게 자랑하며 총을 아주아주 많이 쏘는 싸움이라서 구경거리가 되기는 합니다. 그렇거니와, 그럭저럭 태국군이 이기는 것 같다가, 악당들이 이기는 것 같다가, 야외에서 실내로 피하다가, 악당 두목이 나타나서 쫓아 오다가, 등등으로 판세가 변해 가는 흐름이 있어서 지켜볼 만한 내용이 되어 줍니다.

그래도 좀 지루하게 간다 싶을 즈음이 되면 우리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역시 아쉽게도 이새봉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인공들은 깜찍하게도 멋부린답시고 제트팩을 매고 날아서 등장합니다. 1960년대 007영화에서도 제트팩은 멋있다기 보다는 약간은 괴상한 느낌으로 나오는데, 80년대 말에 나온 이 영화에서 이 정도까지 멋진 음악과 함께 나올 일인가 싶습니다. 게다가 제트팩을 타고 있을 뿐인데, 주인공이 쏘는 총에 악당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악당들은 아무리 애절하게 주인공을 쏘아도 주인공은 멀쩡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싸우는데 제트팩을 타고 있으면, 벽에 숨지도 못하고 오히려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제트팩 연료통 같은데 잘못 총알이 스쳐도 폭발할 위험도 있을 듯하고. 그런데 이 당황스러운 장면에서 또 제트팩 날아다니는 특수효과가 기술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또 묘한 점입니다.


(악당의 기지)

막판 결전에서 악당 두목은 왜인지 일부러 몸소 제 발로 나타나서 주인공과 격투를 하는데, 악당 두목이 두목 답게 뭔가 놀라운 것을 보여줄 법도 하지만, 그런 것 없이 그냥 다른 악당들과 똑같이 열심히 주먹질하고 발길질 하다가 주인공에게 제압되는 것으로 마감합니다.

그렇다고 또 악당 두목이 연기가 나쁘거나 싸움 장면이 뒤떨어지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적당히 다른 악당들만큼은 또 잘 해내고 있어서 열심히 싸우는 배우를 뭐라고 비난도 못하겠고 그렇습니다.

이런 여성 악당은 보통 여성 주인공과 영화에서 겨루는 경우가 많으니 막판 즈음에는 한번 이새봉이 등장하여 결투를 할 법 하지만 끝까지 이새봉은 안 나옵니다. 그리고 다같이 실없는 태국 관광 장면을 하나 보여 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악당 기지에 잠입했던 이새봉)

이새봉이 나오는 장면을 꽤 괜찮게 찍긴 했는데 영화 하나를 다 채울 여력은 안 된 상황에서 태국에서 킥복싱 장면 정말 멋지게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당히 때워서 채운 결과가 이 영화 아닌가 싶은 감흥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초반 이외에도 이새봉 등장 장면이 아주 없지는 않아서, 가운데 잠깐씩 또 싸움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

악당 두목의 농간 때문에 칼 든 악당 졸개들을 맨손으로 제압하는 싸움을 한다든가, 이새봉이 악당 기지에서 탈출할 때 수십명의 따라 오는 악당들을 혼자서 끝없이 지겹도록 물리치면서 도망치는 장면 등등은 제법 괜찮습니다. 처음 열차 안의 싸움 장면이 약간 부실해서 걱정한 것에 비하면 이런 중간 중간 나오는 장면들은 좋은 편입니다. 아주 대단한 장면은 없지만, 거창한 것에 도전해서 나쁘지 않게 해 내고 있고 위험한 순간 이새봉이 쌍절곤 꺼내드는 장면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면모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새봉이 때릴 때와 맞을 때의 표정 연기를 대단히 잘 합니다.


그 밖에...

영화 중반에 난데 없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무심하게 길거리에 있는 노점상 상인들이 알고 보니 다 주인공을 노리고 있던 테러리스트들이더라, 파인애플 속을 파고 그 안에 폭탄을 숨겨 두었더라, 뭐 이런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가 좋아서 그야 말로 시간은 잘 때워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포리스 앤젤 마담”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적이 있습니다.

이새봉과 방중신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한 팀으로 등장한다는 이유로 보통 폴리스 마담 시리즈 3편으로 이야기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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