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내용은 엄청나게 골치 아픈 일이 펼쳐진 세상에서 좌절해 있는 어벤져스 대원들이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찾아 그 희망을 위해 대모험을 펼친다는 겁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영화 속 세상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 시간여행입니다. 그리고 자칫 잘못 사용하면 엉성해질 수 있는 시간여행을 제법 재미를 주기 좋게 활용했고, 시간여행 이외에 막판 결전도 썩 잘 되어 있어서, 시리즈를 일단락하기에 이만하면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영화였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포스터)

저는 “빽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빽 투 더 퓨처”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보며 늘어져 있는 주말 만큼 즐거운 휴식도 많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 “빽 투 더 퓨처” 영화 시리즈 중에서 제가 최고로 꼽는 것은 “빽 투 더 퓨처 2”인데, 바로 이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시간여행 이야기를 재미거리로 써 먹는 방식은 “빽 투 더 퓨처 2”에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이미 성공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영화 이전 편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여행을 빌미로 다시 한 번 보여 주면서, 새로운 판을 보여주고, 추억을 돌이키게 하고, 좋아하는 영화 등장인물에게 애착을 더 느끼게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도 대놓고 “빽 투 더 퓨처” 영화 언급을 두 번이나 합니다. 심지어 “빽 투 더 퓨처” 속 마티 쪽 이야기 뿐만 아니라 비프 쪽 이야기 역시 이 영화에서는 활용 해 먹고 있었습니다.

“빽 투 더 퓨처2”에는 속편이 있는 모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중에서도 가장 멋진 마지막 장면이 있습니다. 비 내리는 신비로운 밤 길에서 갑작스러운 사건과 수수께끼가 던져지는 가운데, 1편을 되짚고 동시에 3편을 연결하는 2편의 마지막 장면은 신비로울 정도로 멋졌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런 정도까지 멋진 시간여행 영화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박하게 보자면 시간여행은 약간 핑계 비슷한 것에 가깝고, 어쩔 수 없이 따지고 들 수록 엉성한 대목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대신에 이 영화는 시간여행을 다 끝낸 후에도 주인공과 악당들이 후련하게 벌이는 막판 대결전이 있습니다.

이 대결전의 연출은 썩 좋았습니다. 어마어마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기세를 한 번 보여줘서 관객을 놀라게 한 뒤에, 잠시 후에 다시 그 보다 더 어마어마한 것을 또 보여 주고, 얼마 후에 그 보다 더 어마어마한 것을 한 번 더 보여 줍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그때 그때 마다 감탄하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익숙한 곡조가 선명한 배경음악을 강조할 자리에 딱 맞춰 훌륭하게 연주해 주는 것도 멋졌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를 아주 콸콸 쏟아 부은데다가 많은 배우들까지 넉넉히 털어 넣어서 뻐근하게 우려 내는 막판 싸움은 즐거운 볼 거리였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다음으로 비중 많아 보이는 인물. 어쩌면 토르보다도 조금 더 비중이 많을 지도 모릅니다.)

한계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허공에 붕 떠 있는 소재가 여럿 등장하는 터라 그럴싸한 싸움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이기게 하고 싶으면 뭐든 다 되어서 이기고, 작가가 못 이기게 하고 싶으면 하필이면 그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못 이기는 식이라는 점은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여전했다고 느꼈습니다. 초광속 우주 여행을 심심풀이로 하는 기계가 널려 있는 세상인데 핵무기 대신 굳이 싸움을 칼, 방패, 도끼로 치고 받으며 싸우는 이야기라는 한계가 어쩔 수 없는 영화인데, 그런 가운데 비장미나 인물의 성장과 변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고루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시리즈를 쌓아 오며 생긴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나 명대사를 이용해서 반가운 느낌과 감격을 돋우는 대목은 잘 배치된 편이었습니다. "엄마 선물로 만든 물건"등 복선으로 제시한 소재와 그 복선을 나중에 재밌게 뽑아 내는 방식도 아귀가 잘 맞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여러 다른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던 폴 러드의 연기가 유독 보기 즐거웠고, 이번 편에서 유난히 코미디 연기에서 활약이 멋졌던 크리스 헴스워스 등과 같이 다른 여러 배우의 연기도 볼것이 많게 훌륭했다고 느껴서 그런 것들이 재미를 더해 주기에 그만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밖에...

네뷸라의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비중이 적게 나오는 스타로드에 비하면 훨씬 훨씬 높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 전에 볼 마블 영화들의 최단 거리로 다음 여섯 편을 골라 봅니다.
- 아이언맨
- 스파이더맨: 홈 커밍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토르: 라그나로크
-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 앤트맨과 와스프
바로 연결되는 전편인 "인피니티워"는 봐야하고, 인피니티워에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인 "라그나로크"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도 하나 봐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외계파 주인공들은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지구파 주인공들을 다루기 위해 첫 영화인 "아이언맨"을 보고 "아이언맨"과 관계가 많게 나온 "홈커밍"을 봅니다. 이렇게 하면 캡틴 아메리카 편들이 너무 소외되는 느낌인데, 과감하게 캡틴 아메리카 본인이 중심인 영화는 다 포기해 버리고, "엔드게임"과 소재가 많이 연결되는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 세계에서 자신들의 삶은 진짜이고, 영화 “빽 투 더 퓨처”는 지어낸 가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빽 투 더 퓨처” 영화 속에서는 당연히 그 주인공들의 삶이 진짜입니다. 그런데 “빽 투 더 퓨처”는 전형적인 미국 교외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특히 마티의 아버지 조지는 SF팬입니다. 그렇다면, 1940년대에 시작된 “캡틴 아메리카” 만화가 조지의 책장에 꽂혀 있고 “빽 투 더 퓨처” 속 세상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저 만화책 속 이야기일 뿐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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