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영화

껀수를 찾아 우주를 떠도는 모험가인 주인공 스타로드, 본명 피터 퀼은 모두가 눈독들이고 있는 보물을 먼저 손에 넣는데 성공합니다. 그 덕에 그 보물을 찾는 악당들과 우주군단들과 엉키고,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엮여서 우주 곳곳을 돌아 다니는 모험을 한다는 것이 이 영화 내용입니다. 그러니 영화 내용의 상당 부분은 광선총 싸움과 우주선 추격전이 되겠습니다.


(포스터)

저는 원채 우주를 떠도는 모험 이야기, 우주 해적 이야기 같은 것이면 일단 좋아하는 까닭에 처음부터 썩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유일하게 우려했던 것은 괜히 뭔가 제작진이 심각한 이야기나 심오한 이야기를 하겠답시고 쓸데 없이 우주 모험 이야기의 환상적인 재미에 별로 집중 안하면 어쩌나, 지레 저 혼자 걱정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무거운 다른 이야기에 파묻힌 영화가 아니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제목이 나온 후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경쾌하고 흥겨운 모험에 무게를 싣는 영화가 맞았습니다.

영화의 코미디가 잘 들어 맞은 것은 역시 재미난 인물들 여러 명을 모아 놓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을 잘 꾸며 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재미를 주는 로켓의 도덕심이 없는 모습이나 일견 순박해 보이고 말 없는 그루트 같은 인물은 아주 훌륭했고, 덩치 큰 어른인데 이상하게 유치한 어린애 짓을 좋아하면서 또한 보통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기 좋게 살짝 비겁한 인물인 주인공도 잘 들어 맞았습니다.주인공은 사실 좀 지나칠 정도로 딱 들어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에 비하면 냉정하고 침착한 가모라나 단순무식한 드랙스의 모습은 조금 약한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켓과 그루트가 너무 재밌어서 밀렸을 뿐이지 역시 제 몫을 썩 잘해 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빈 디젤의 그루트 연기가 의외여서 놀라움을 주는 수준이었다면, 브래들리 쿠퍼의 로켓 연기는 좀 충격적일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로켓을 이 영화 속 모습으로 연기해 보여 주기 전까지는 그런 모습을 머릿 속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런 재미난 인물을 모아 두고, 각자 자기 성격에 맞는 이런저런 짓을 하는 통에 웃긴 소리, 재밌는 상황이 자꾸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광선총 신나게 쏘고, 붕붕 날아 다니며 우주선도 여러가지가 재미나게 날아 다니니 과연 신나는 모험 영화다웠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 없이 싸우며 우주 감옥에서 탈옥하는 상황에서 로켓이 의족을 훔쳐오라고 하는 대목은 그런 모험 속의 웃긴 흥취를 정말 절묘하게 잘 잡아낸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주 곳곳에서 외계의 이상한 것을 수집하는 수집가라든가, 먼 옛날 죽은 어마어마하게 말도 안 되게 큰 거인의 해골이 너무너무나 커서 그 속에 도시가 건설되어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이런 우주 모험 SF의 환상을 살려 주었습니다. 순간순간 약간이지만 징그럽게 묘사 되어 있어서 인상을 남기는 외계 생물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면에 섞여 있는 모양이라든가, 고요하게 항해하는 우주선에서 아름다운 성운을 바라 보며 남녀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처럼 특수효과로 보여 주는 우주 SF만의 멋이 사는 연출들도 간간히 있었습니다.

다만 그런 SF 소재들이 영화 속 이야기와 같이 엮이면서 더 깊게 와 닿는다고 하기에는 비중이 약하긴 했습니다. 대신에 주인공이 지구 출신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유행한 영화 이야기 같은 것을 외계인에게 웃기게 설명하면서 말하는 등, 같은 지구인인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잔 농담을 늘어 놓는 것은 풍부했습니다. 그런 잔농담도 외계 모험 영화의 묘미일 겁니다.


(우주 모험 이야기라면 하나 쯤 있을 만한 장면)

이 영화에 진지한 이야기 거리가 전혀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아직 진정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는 주인공이 나름대로 성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주 해적들의 모험담 같은 이야기 부터가 “스타워즈”와 로봇 애니매이션들이 유행하던 20세기 후반 유행에 가깝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런 공상적인 만화 같은 이야기를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할리우드 대작 블록버스터로 뽑아 만든다는 영화 기획부터도 어린이 입맛과 어른의 삶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린 시절 기억과 성격과 그에 대한 극복을 다룬 이런 소재는 제법 괜찮게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유치한 장난을 좋아하는 것과 좀 잡다한 말버릇도 여기에 걸맞았습니다.

이 영화의 멋드러진 점은 이런 이야기 소재를 너무 깊게 걸고 넘어 가지 않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처음에 확 무거운 이야기를 다 몰아서 해 버려서 그런지, 영화 전체적으로는 사람의 성장에 대한 고민을 너무 대놓고 펼치는 대신 은은하지만 잘 보이게 깔아 주는 식입니다. 반대로 이야기 해 보자면 이런 얘기입니다. 이 영화에는 남자주인공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환영을 보다가 그게 다음 장면에서 현재의 여자주인공의 모습과 겹쳐 보이게 하는 신파극식 연출이 또 잠깐 나오는데, 이런 연출이 3초만 더 길게 나왔어도 얼마나 확 재미없어졌겠습니까?

인생, 극복할 건 극복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억지로 짜낸 명대사와 긴 연설로 거창하게 주워 담는 것이 아니라, 옛날 추억의 명곡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흥겹게 활용하고, 옛날 영화에 대한 잡담하는 장면을 넣는 사이에 슬쩍 인생살이 이렇게 저렇게 계속 지나가는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노래를 트는 것을 중심에 놓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난 몇 년간 본 모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밖에...

이 영화를 참 재밌게 봐서 속편을 무척 기대했는데 속편이 재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보다는 훨씬 못 미쳤습니다. 1편에서 이제 다들 한 단계 더 자라났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2편에서 굳이 또 누가 누구의 원래 아버지이고 출생의 비밀이 있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다니, 아무래도 싱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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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2019-05-14 20:46:30 #

    ... 오는 스타로드에 비하면 훨씬 훨씬 높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 전에 볼 마블 영화들의 최단 거리로 다음 여섯 편을 골라 봅니다. - 아이언맨 - 스파이더맨: 홈 커밍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토르: 라그나로크 -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 앤트맨과 와스프 바로 연결되는 전편인 "인피니티워"는 봐야하고, 인피니티워에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인 "라그나로크"와 ... more

덧글

  • 더블X 2019/05/15 13:04 # 삭제 답글

    명량의 스크린독과점에 밀려 제대로 흥행도 못한 비운의...
    그나저나 게렉터님 MCU 정주행 리뷰하시는건가요? DCEU도 한번 같이 다뤄주시는건 어떤가요!
  • 게렉터 2019/05/15 22:48 #

    정주행은 아니고 예전에 감상 글 안 썼던 영화 중에 재밌게 봤던 영화들 위주로 다시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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