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Avengers: Inifinity War, 2018)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장점을 꼽자면 과연 악당의 흉계가 성공할 지 말 지 끝까지 아슬아슬한 긴장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외계의 맛간 거인인 타노스는 신비의 비밀 보석을 모아 우주 생명체 절반을 다 없애 버린다는 계획을 추진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이런 어마어마한 악당의 계획은 주인공의 대활약으로 막판에 결국 저지되는 것이 정통일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뒤이어지는 속편 “엔드 게임”이 이미 예정되어 있어 꼭 이번편에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국의 역습” 선례에 따라, 이번편 영화 결말에서는 그냥 확 다 망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포스터)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결국 어떻게될 지 궁금해 하면서 지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제법 중요한 등장인물이라 하더라도 영화가 진행되면서 과감하게 죽어 나가는 장면이 몇 나옵니다. 그러니, 싸움 한 판 한 판이 혹시나 여기서도 누가 확 어떻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더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 다른 실력과 특징을 갖춘 어벤져스 등장인물들이 이러저러한 조합으로 한 번 타노스 무리와 싸우고, 또 다른 조합으로 타노스 무리와 싸우고, 또 다른 형태로 도전하는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진행되어 나갑니다.

타노스는 막강한 악당으로 여러 주인공들이 힘을 모아 덤벼도 항상 만만치 않게 싸워야 하는 상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 쪽이 그저 무력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뭔가 이기거나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법한 잘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계속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인공들이 덤벼 드는 것이 한 번 두 번 저지될 수록 타노스가 더 강하고 어마어마해 보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주의 운명을 건 결전이지만, 따지고 보면 "써니"에서 패싸움하는 장면과 좀 비슷합니다.)

저에게 재미 없는 대목이 있었다면, 타노스가 특유의 맛이 간 이상한 철학으로 개판을 치고 다니는데, 그걸 뭔가 슬픈 사연 비슷하게 줄줄 설명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학대한 자기 딸 뻘 되는 사람과의 관계도 뭔가 애증의 복잡다단한 관계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결국 따져보면 그냥 타노스가 멍청한 사상에 빠져 쓰레기 같은 짓을 하면서 혼자 뭔가 슬픔에 빠진 것 같이 이상한 자아도취에 빠져 멋부린답시고 괴상한 짓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므로, 볼 수록 어색하고 구구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대목은 연출도 좀 상투적이라서 저는 좀 지겨웠습니다.

아이언맨의 장비가 어떨 때는 무슨 마법 장비처럼 과학을 초월하는 환상의 성능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이다가도 너무 세면 이야기 진행에 말이 안 될 때는 적당히 그 이상의 성능은 아니라는 식으로 처리 되어 있는 것도 재미에는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하게 뭐라고 쉽게 설명하기 힘든 신비의 마법을 사용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일행의 모습 역시, 외계인, 나노기술, 우주선 중심의 이야기에 깨끗하게 어울렸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악당 타노스와 대놓고 대적하는 입장이었던 스타로드의 역할이 너무 적었고 적다 못해 마이너스로 되어있었던 것이나,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던 좀비 떼 같은 것들과 보병이 싸우는 장면 정도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막판 대결전의 전투 연출도 아쉽다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한 한 줄기 줄거리가 살아 있고, 계속 여러 싸움 장면들이 이어지고, 정말로 영화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흡인력은 충실한 영화였습니다. 막강해 보이는 악당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그 악당이 자꾸 이깁니다 그러고 있는데 이 악당이 딱 살짝 짜증날 정도로 헛소리 대사를 주워섬깁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그저 단순히 타노스가 싫거나 밉다기 보다도 "아, 제발 저 타노스, 저 자식을 주인공들이 좀 눌러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주인공 편에 서서 영화 속 싸움을 관객이 응원하게 되는 그 느낌은 보는 재미를 잘 살려 줬습니다. 영화 속의 악당 역할은 그냥 혐오스러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슬픈 사연이 있다는 식으로 굳이 이유를 설명해 주며 신파극을 보여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주인공 편이 이겨 주기를 관객이 응원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흥 아니겠습니까?

여러 인기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영화 답게,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누가 짠 하고 나타나서 구해주는 장면도 그럴싸하게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영화에는 꼭 절체절명의 순간에 짠 나타날 것 같지만 실패해서 못 나타나는 장면도 중간에 같이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덕택에 시간 맞춰서 멋지게 구해주려고 등장하는 장면이 뻔하지 않고, 그 멋이 더 아슬아슬하게 잘 살아났습니다.


그 밖에...

저는 “어벤져스” 영화들 중에서는 이 영화를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타노스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우주에 흩어져 있는 몇 개의 “인피니티 스톤”이라는 것을 모아서 다 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 이야기의 원작 만화에 가장 가까운 “인피니티 건틀렛”은 1990년대 초에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만화가 나오는데 먼저 나와서 흥행했던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영향을 받은 점은 있었을까, 없었을까,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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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궁굼이 2019/05/16 14:13 # 답글

    저도 이게 그나마 어벤져스 영화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울트론은 정말이지...보다가 잤어요;;
  • 게렉터 2019/05/17 12:50 #

    그 영화는 시작이 빠르게 출발했는데 그에 대조되게 중반이 이상하게 너무 늘어지는 느낌아니었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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