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행귀 - 삼구육명 - 고려시대 유행어 고려시대의 명언과 유행어

967년의 일입니다.

아름다운 글을 쓰는 비법이란 것이 세상에 있겠습니까?

한국사에서 문학의 뿌리를 찾아 가 본다면 신라의 노래 가사인 향가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향가는 신라 때만 지어진 것이 아니라 고려 초기에도 지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우 인기가 많은 향가를 쓴 사람이 균여라는 승려였습니다.

균여는 불교 경전인 "화엄경"의 내용 중 일부를 노래 가사로 꾸민 향가를 지었습니다. 총 11편인데 화엄경 내용 중 10가지 항목을 노래로 표현하고 거기에 전체를 총괄하는 노래가 한 편 더 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통 "보현십원가"라고 부릅니다. 이 향가들은 굉장히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최행귀라는 다른 작가가 967년에 외국 사람들에게도 그 뜻을 알리기 위해 보현십원가를 한문으로 지은 시로 번역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그 번역한 시가 현재 "균여전"이라고 부르는 균여의 전기에 남아 있습니다.

최행귀는 시를 번역 하면서 설명을 좀 더 달아 두었습니다. 균여가 지은 "보현십원가"가 얼마나 좋은 것이고 자기가 왜 번역했는 지를 써 둔 서문 역할을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서문에서 향가의 형식적인 운율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삼구육명(三句六名)"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문학의 뿌리에 대해서 그 운율의 원칙이 무엇인지 단 한 마디로 설명하는 말이 바로 "삼구육명"인 것입니다. 바로 이 말에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문장의 핵심이 있는 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것은 1천년이 지난 지금 이 "삼구육명"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삼구육명"의 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많은 연구 결과를 내어 놓기는 했습니다. 그 결과 "삼구육명"의 의미에 대해 몇 가지 그럴 듯한 설명으로 정리된 이야기들이 여럿 나오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삼구"는 글의 전체가 대략 세 도막, 예를 들어 서론, 본론, 결론으로 정리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육명"은 문장을 쓸 때 단어를 여섯 개 씩 묶어서 말을 만들라는 뜻 아니겠나, 하는 학설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어떤 학자도 정확히 바로 그 뜻으로 최행귀가 "삼구육명"이라는 말을 썼다고 보장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 정확한 의미가 완벽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신비롭기도 합니다. 한국 문학의 뿌리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문학의 원리란 "삼구육명"인데 그 뜻은 수수께끼라니, 아름다운 글을 쓰는 방법, 뛰어난 시를 짓는 방법은 영영 수수께끼라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입다.

최행귀라는 사람이 혹시 좀 더 많은 글을 남기고 이후에 글짓는 방법이나 시에 대해 여러가지 자신의 의견과 해설을 남겼다면, "삼구육명"의 의미를 밝혀 내는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최행귀에게는 충분히 많은 글을 남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최행귀는 임금인 광종이 조그마한 의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마구 감옥에 가둘 시절, 어떤 이유로 고발을 당했는지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무슨 죄로 의심을 받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데, 최행귀는 살아서 풀려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 사극 같은 곳에서 매번 "사면초가"나 "삼고초려" 같은 중국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비슷비슷한 고사성어만 나오는 것이 좀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려시대에 인기 있었던 명언이나 유행어 같은 것을 한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이 오히려 한국사의 유명한 말을 더 모르는 경우도 많으니, 이야기 자체가 참신해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고려시대의 유명한 말인 만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영화, 사극 같은 것에서 주인공들이 옛 역사를 인용하는 대사로 써 먹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33편 정도만 소개해 보려고 하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대목 있거나 다른 의견 있으시면 언제고 덧글로 말씀해 주십시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