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The Vikings, 1958) 영화

1958년작 “바이킹”은 아마 중세시대 바이킹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런 게 바이킹이다”라는 인상을 남긴 대표적인 영화로 꼽을만 할 것입니다. 한쪽 눈에 안대를 두른 영화 속 바이킹 두령 커크 더글러스의 모습은 정작 이 영화의 줄거리만 놓고 보면 더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토니 커니스와 자넷 리 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진 편입니다. 내용은 바이킹이 약탈하고 약탈한 바이킹에게 끌려 간 사람들이 엮여 모험이 벌어지고, 바이킹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이 바이킹과 싸운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일단 고색창연한 옛 영화치고는 강렬한 장면, 자극적인 내용이 많은 편이어서 눈길을 잡아 두는 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바이킹의 무서운 약탈, 방종에 빠져 있는 바이킹들의 잔치, 노예의 비참한 신세, 안개를 해치고 차가운 북쪽 바다를 가로 지르는 항해, 목숨을 건 결투, 음산한 주술로 예언을 하는 마녀가 계속해서 얽혀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바이킹과 중세 시대 기독교인들이 보는 비기독교인 종족들에 대한 시각에 대한 소재들을 잘 훑고 있었습니다.


(흥겨운??? 바이킹 파티)

그에 비하면 이야기의 핵심은 좀 밋밋해서 정체를 모르고 버려져 있던 고귀한 혈통의 후손이 노예로 살다가 다시 돌아 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2000년대 전후로 한국 사극에서는 무슨 법칙처럼 지겹도록 도입부에 많이 들어 가 있었던 기억입니다.

지겨운 이야기에 색다른 점을 생기게 하는 것은 내용 상 악역으로 볼 수 있는 커크 더글러스의 배역, 아이나르입니다. 아이나르는 요즘 기준으로보면 마귀 같은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 쓰레기이고, 이 영화 속 배경인 중세로 돌아 가도 바이킹이 아닌 종족, 그러니까 영국인 편에서 본다면 아주 더러운 악당입니다.

그런데, 이런 악당의 쾌활한 면과 유능한 면이 시간을 들여 묘사 되어 있고, 동료 바이킹들이 그를 친근하게 여기고 존경하고 있다는 묘사가 같이 따라 붙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감정 변화와 격정, 오만 때문에 몰락하는 모습이 같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악당 같지만 주인공 같기도한 연기를 하는 재주로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커크 더글라스가 보여 주고 있으니 영화 속에서 무게가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를 누를 정도가 된 것입니다.


(가장 비중 많은 인물 두 명)

물론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좀 빠지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커크 더글라스의 아버지 역할인 어니스트 보르그닌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발할라로 갈 수 있도록 명예를 따지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제법 비장하게 나오는데, 초장에 바이킹들이 무자비하게 양민들을 약탈하던 장면을 생각해 보면 비장하기는 무슨 얼어 죽을 비장함이며, 명예는 무슨 놈의 개떡 같은 명예냐 싶어서 짜증스러울 정도입니다.

영화를 교묘하게 만든 것이, 그런데도 무서운 약탈 장면과 적당히 시간을 두고 장면을 배치해 둔데다가, 좀 더 비열한 느낌의 영국인을 슬쩍 사이에 끼워 넣어서 그럭저럭 분위기를 맞추려는 노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그냥 대충 “주인공이 이겼으니 다 정리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내버리는 것이라든가, 노예 생활만 한 토니 커티스가 지나치게 갑자기 칼싸움도 잘하고 공주를 반하게 하는 등, 난데 없이 너무나 주인공 다운 주인공으로 나와 버리는 것 등등, 아무래도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벽은 있었습니다.

줄거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면서도 지극히 수동적인 역할로만 나오는데다가 아무 계기도 없이 갑자기 남자 주인공에게 빠져 버리는 재미 없는 역할인 자넷 리의 배역도 돌아 보면 맥이 없어 보입니다.


(바이킹 떼거리의 항해)

그래도 그럴듯한 의상을 입고 위엄있는 표정으로 말하는 것 만으로 재미를 끌어 주는 자넷 리의 연기 자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고귀한 세상만 알고 살던 지체 높은 공주가 험하디 험한 바이킹에게 붙잡혀 가서 그 경악스러운 문화을 경험하고 그 와중에 먼저 붙잡혀서 노예가 된 평민이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영화 관객들도 영화 속에 끌어 들여 “이상하고 놀라운 바이킹 세계”를 같이 둘러 보게 해 준다는 느낌의 전체 극 구조도 영화의 튼튼한 뼈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여기에 덧대어 적당한 복선으로 나온 소재를 이용해서 자연환경의 독특한 특징을 이용해 탈출하는 이야기, 절벽 위의 높은 성 꼭대기에서 까마득한 그 아래 바다를 보며 칼싸움 결투를 벌이는 장면 등등은 특수촬영, 위험한 각도의 촬영을 잘 이용해서 확실히 볼만한 이야기를 꾸며 주고 있었습니다.

강렬한 장면과 인물의 거창한 등장과 몰락은 있었지만 가운데가 허한 모양을 보면 오페라 같은 느낌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무척 좋은 축에 속했습니다.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 같은 이국적인 색채가 분명한 곡조는 차가운 먼 북쪽 바다 위, 어두운 밤을 줄지어 항해하며 별들 사이를 해치고 나가는 바이킹 배의 운치와 잘 어울렸습니다.


그 밖에...

자넷 리와 토니 커티스가 부부였을 때 찍은 영화입니다.

나래이션은 오손 웰즈가 맡았습니다.

IMDB Trivia를 보면 바이킹 마을 장면 몇몇은 실제 노르웨이에 가서 찍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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