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밧드의 7번째 모험 (The 7th Voyage of Sinbad, 1958) 영화

1958년작 “신밧드의 7번째 모험”은 아라비안 나이트 속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신바드가 공주를 만나 돌아 오는 항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돌아 오는 항해 중에 모험을 겪은 신바드는 이후 순조롭게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는 듯 하다가 공주가 마법에 걸리는 바람에 그 마법을 풀기 위해 다시 모험을 떠납니다. 영화 내용은 그런 줄거리를 세워 놓고 거기에 맞춰서, 거대한 새, 외눈박이 거인, 용과 같은 여러 가지 괴물들을 화려한 특수 효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포스터)

놀라운 장면을 진짜로 그런 일이 눈앞에 벌어지는 것을 촬영한 것처럼 보여 준다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생긴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 일이었고, 이 영화는 그런 도전 와중에 손꼽아 볼만한 거장으로 언급되는 특수 효과 전문가 레이 해리하우젠 선생의 작업 중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영화 몇 편 중 하나 입니다. 괴물의 모형을 만들어서 움직이면서 장면을 찍고 그 장면을 사람과 풍경을 찍은 장면과 잘 겹쳐지도록 여러 가지 묘수를 써서 합성해서 만드는 수법은 안전하게 잘 자리잡혀 있는 모습입니다.

영화 내용도 그런 초점을 흐리지 않고 잘 어울려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외눈박이 거인, 거대한 새 괴물인 로크, 용, 움직이는 해골 등등의 괴물이 등장하는데, 앞서 거니 뒤서거니 하면 영화가 지루해질 새 없이 충실히 상영시간을 매우고 있습니다. 괴물이 안나올 때는 램프에서 지니가 나온다든가, 마술로 사람을 팔 넷을 달린 괴물 모양으로 바꾼다든가 하는 장면도 있어서 신기한 장면을 보여 준다는 목적은 충분히 이끌고 갑니다.

보여 주는 괴물 모양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괴물인지 한 눈에 잘 알아 볼 수 있는 모양이고 실감나게 빚어 놓았으면서도, 적당히 실감 나는 느낌이 돌도록 조금씩 그 모양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넣어서 꾸몄습니다. 외눈박이 거인, 로크, 움직이는 해골 셋은 모양 그 자체만으로도 멋져서 어딘가에 그 모형이 전시 되어 있으면 지금도 지나가는 사람이 그 모형을 감상하기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고 정교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해골은 제작진 스스로도 감명을 많이 받았는지, 이후 레이 해리하우젠이 참여한 영화에서만도 몇 차례 더 나오기도 했고, 어느 나라의 신화나 전설 이상으로 이후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움직이는 해골 괴물이 온갖 소설, 영화, 게임에 이렇게 많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무슨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계승되었다기 보다는 이 영화 속 레이 해리하우젠의 해골 괴물이 영향이 더 크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가깝게는 컴퓨터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에 나오는 해골 괴물도 이 영화의 영향 아래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특수효과)

그렇습니다만, 전체 영화 내용을 놓고 보면 모두가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약간 모자란 느낌도 듭니다. 무엇이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지니”라는 소재는 이렇게 말로 해 보면 엄청난 힘을 가진 것 같아 보입니다만 사실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꾸 도전하지만 매번 후회하면서 온갖 이상한 일을 다 겪고 온갖 이상한 나라를 두루두루 다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주인공 신바드의 특징도 별로 특별히 멋지게 다뤄지는 대목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를 재밌게 붙여 주는 멋지고 재미난 인물이 없는 편입니다. 악역도 그냥 보통 악역 정도였습니다.

괴물들의 멋진 모습들도, 이야기 속에 딱 떨어지게 멋지게 맞아든 내용이 부족한 편입니다. 괴물의 특징이나 행동, 약점이나 비밀이 복선과 맞아 떨어지면서 이야기를 더 감질나게 하는 대목 같은 것이 부족했고,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와 그 전 그 후의 사연이 연결 되어서 다음 줄거리를 특별히 기다리게 하는 면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로크의 알 껍질이 있어야 된다”니까 로크를 찾아 가고, 로크가 나오니까 싸울 뿐입니다. 원래 원작의 신바드 이야기에서는, 멀리서 보니까 하얀 돔 같이 생긴 커다랗고 신비한 건물이 있기에 찾아 가 보는데, 동그랗고 하얀 건물이 아무리 둘러 봐도 입구가 없어서 신바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로크라는 아주아주 거대한 새의 알이 었다는 신기한 수수께끼 풀이로 표현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신바드가 도저히 살 길이 없는 그 외딴 동네에서 탈출하기 위해 로크가 찾아 왔을 때 일부러 그 발에 매달려 알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 본다는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앞 뒤를 연결하고 다음에 나올 괴물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만들 사연이 이 영화에서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위험한 항해에 참여할 선원을 모집하지 못해서 사형수들 사이에서 선원을 모집하는 이야기가 조금 기억에 남는 편이기는 한데, 역시 이야기의 핵심인 괴물 모험담과 잘 연결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상영 시간으로 꾸려서 어찌 되었건 신기한 구경거리는 가득했다는 느낌을 준 것 자체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 특수효과의 운치를 즐기는 맛으로 보건, 처음 신기한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 보는 놀라움으로 보건, 그 흥미는 유지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밖에...

제목이 신바드의 7번째 항해입니다만,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바드의 7번째 항해 이야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신바드의 다른 항해 이야기를 다 합쳐 봐도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소재들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자세히 보면 이 영화의 아라비아 궁전 장면은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등의 유적에서 촬영한 것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 많은 장면이 촬영된 영화입니다.

해리 하우젠 방식으로 모형 인형을 움직여 가며 장면을 만드는 특수 효과, 그러니까 스톱 모션 애니매이션 합성 방식의 특수 효과를 컬러로 찍은 극 영화로는 거의 최초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버나드 허먼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덧글

  • 포스21 2019/12/31 21:53 # 답글

    요즘 기술로 리메이크 해도 좋을듯 하군요
  • 게렉터 2020/01/14 21:59 #

    사실 텔레비전 시리즈나 중저예산 영화판으로는 신밧드 이야기가 21세기 들어서도 또 나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이 시절에 이 영화만큼 충격을 주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